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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 (세계문학 단편선 17)

  • 저자 허먼 멜빌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선원, 빌리 버드 외 6편
  • 역자 김훈
  • ISBN 978-89-7275-722-1
  • 출간일 2015년 06월 10일
  • 사양 476쪽 | 145*207
  • 정가 14,000원

문명의 아이러니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풍자한,?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
당대의 사조에 맞선 고독한 상징주의자가 펼치는
선과 악의 모호성 그 영원한 투쟁의 우화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과 더불어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3대 거장인 허먼 멜빌의 단편선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열일곱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나이 불과 32살에 쓴 『모비 딕』으로 세계의 문학평론가들은 그 위대성을 단테와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에 비견하여 논하고, 포와 호손, 랠프 월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트 휘트먼 등과 함께 짧은 역사로 조야했던 19세기 미국 문학의 르네상스를 연 작가로 꼽는다. 멜빌 문학의 수혜자 D. H. 로렌스는 그를 가리켜 “미국 고전문학의 새로운 목소리”라고 찬사를 보내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가장 존경하는 미국 작가를 묻는 질문에 “어릴 때는 포였지만, 지금은 그때 미처 읽지 않았던 멜빌이다”라고 밝혔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멜빌의 작품에 줄곧 등장하는 테마는 고독이다”라고 했던 그 고독의 근원은 불행하게도 멜빌 자신의 삶으로부터였다. 언젠가 멜빌이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했듯 “제가 제일 쓰고 싶은 글은 금지되고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은, 다행히 전자는 비껴갔지만 팔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적중했다. 1841년부터 1844년까지 포경선을 타고 남태평양을 모험했던 멜빌이 그 체험을 토대로 펴낸 첫 책 『타이피』와 후속작 『오무』가 각각 1만 6,300부, 1만 3,300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면, 1851년에 발표한 『모비 딕』은 멜빌이 살아 있는 내내 고작 3,715부가 팔렸다. 멜빌이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뉴욕타임스》 부고에 실린 그의 이름은 “헨리 멜빌”로 오기되었고, 그에 대한 소개는 “전에 작가였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총 일곱 작품이 실린 이번 단편선은 유고작 「선원, 빌리 버드」(1924)를 제외한 여섯 편이 모두 멜빌이 가장 활발하게 집필을 한 1850년대에 쓰인 작품들로, 그의 전성기이자 정점이라 일컬어지는 이 시기 문학에서 그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글들을 선정했다. 멜빌이 『모비 딕』의 헌사를 바쳤던 15년 연상의 호손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의 문학의 주요한 요소인 선과 악, 숙명과 자유의지의 문제에 완벽히 눈을 뜨지 못한 터였고, 1861년 남북전쟁 발발 이후로는 염세적 두려움에 빠져 빈약한 시를 썼을 뿐 「선원, 빌리 버드」 전까지 눈에 띄는 작품을 내지 못했기에 1850년대 작품들은 매우 주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번 단편선은 또한 인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한 대표작 「바틀비」(1853), 「베니토 세레노」(1855), 「선원, 빌리 버드」를 한자리에 모아 발표 연대순으로 실었기에 그의 관심과 사상이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를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존하는 미국의 저명한 인문학자 앤드루 델방코가 “찰스 디킨스가 19세기 런던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었다면 동시대 미국에는 허먼 멜빌이 있었다”고 말한바, 당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이를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멜빌의 탁월한 솜씨는 특히 단편에서 빛을 발했다. 천둥 번개가 휘몰아치는 날에 찾아와 피뢰침 구매를 강요하는 외판원이 등장하는 「피뢰침 판매인」(1853)에서처럼 때로는 재기 넘치는 유머와 위트로, 지적 도락을 누리는 상류층들의 삶과 공장 노동자들의 생활이 대비되는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1855)처럼 때로는 냉소적인 비틀기로써 멜빌은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아이러니를 호쾌하게 통찰한다. 「바틀비」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 가의 한 사무실에 새로 고용된 법률서기 바틀비가 무슨 일을 시켜도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고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미국 문학사상 가장 기상천외한 캐릭터 중 하나인 바틀비의 이야기는 종종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비교되는, 미국 부조리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한편 “포경선은 나에게 예일대이자 하버드대학”이었다고 말한 멜빌은 광활한 바다를 무대로 많은 작품을 썼으며,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주의적인 요소를 주요하게 다루었다. 「사과나무 탁자 혹은 진기한 유령 출몰 현상」(1856)에서는 백여 년 된 사과나무 탁자에서 나는 정체 모를 소리에 영적인 현상을 믿지 않던 화자가 혼란에 빠지고, 「꼬끼오! 혹은 고귀한 수탉 베네벤타노의 노래」(1853)에서는 대지를 울리는 신비로운 수탉의 울음소리가 ‘유럽 최초의 문명병’이라 불린 우울증에 빠져 있던 화자를 일으켜 세운다. 1799년 산토도밍고에서 일어난 흑인 노예 반란을 우화적으로 그린 「베니토 세레노」(1855)와, 『모비 딕』 이후 멜빌이 쓴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 불리는 「선원, 빌리 버드」(1924)는 해양 현상과 법률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신화적 상상력이 한데 얽혀 탄생한, 멜빌 해양문학의 걸작이다. 훗날 영화와 오페라 등으로 재탄생하기도 한 두 소설은 저마다 다른 입장의 등장인물들을 내세우면서 멜빌이 평생에 걸쳐 천착한 선과 악의 모호성, 그 영원한 투쟁을 밀도 있게 그린다. 특히 멜빌이 죽기 직전에 다시 전성기로 돌아가 써낸 그의 ‘정신적 자서전’인 「선원, 빌리 버드」는 그 고독했던 문학적, 철학적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소설로서 의미가 깊다.

만약 『모비 딕』을 쓰지 않았다면 멜빌은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로 문명文名을 떨쳤을 것이라고 평가되듯이 그는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짧은 텍스트 안에 응축해 담아냄으로써 당시 근대적 원형이 갖춰지던 단편문학의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의 문학적 위상에 이견이 없는 오늘에도 『모비 딕』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멜빌을 쉽게 접근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소개하는 이번 단편선이 허먼 멜빌의 탁월하고 심원한 문학 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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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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