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문의 형식 중 가장 응축적이고 예술성이 높은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의 네 번째 박스 세트가 출간되었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은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과, 단편소설 분야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아울러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하는 데 단편소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바, 이러한 장르 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작품 역시 새롭게 선보이고자 했다. 31~40(전 10권)을 묶은 세트 4의 작가는 헨리 제임스, 진 리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유도라 웰티,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리처드 매시슨, 프란츠 카프카, 시어도어 스터전, 윌키 콜린스, 스타니스와프 렘이다.
[…] 그것은 한 권짜리 소설이었다. 그는 단권을 좋아했고 그런 만큼 남들과는 다르게 멋지고 진귀하게 압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독서에 몰두하면서 마음이 진정되고 위안을 얻었다.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되돌아왔다. 생각은 경이로움과 함께 되돌아오는가 하면, 무엇보다도 고상하고 장엄한 아름다움과 함께 되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문장을 읽었고, 자신의 책을 넘겼으며, 봄 햇살이 책장 위를 어른거리는 가운데 특별하고 강렬한 정서를 느꼈다. 물론 그의 경력은 끝났으나, 모든 것을 말해 놓은 지금, 그런 특별한 정서와 함께 끝난 것이었다.
_『헨리 제임스』 중 「중년」에서, 289쪽
문득 낭만적 여인에게 영감이 떠올랐다. 자신이 성공적이고 훌륭한 패션 아티스트인 만큼 그 역시 성공적이고 훌륭한 초상화가라고 들었다…… 분명 그도 그녀처럼 자신의 성공을 경멸하면서 더 고귀한 젊은 날의 이상을 애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는 아주 젊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 닮은 영혼이 있는 것이다. 새벽 1시의 몽파르나스의 무도장에 삶의 공허함을 이해한 또 다른 영혼이 있는 것이다. 이해했다고! 하지만 그가 절대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고, 그래서 절망하는 것이다. 인공 감미료 레모네이드로 강화된 낭만적 정신은 그런 식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가서는 그의 우울한 어깨에 손을 얹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슬픈 거로군요! 정말 안됐어요! 충분히 이해해요!”
젊은이가 무거운 머리를 들어 올리고는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보통은 잘하지 않는 일이지만, 토요일 밤에는 그 역시 다른 사람처럼 너그러워질 수 있었으므로 모호하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를 알아보고는 눈 속에 공포심이 떠올랐고, 그는 도와줄 사람을 찾아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말인가요!” 그가 화난 듯이 외쳤다. “전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사람이에요!”
_『진 리스』 중 「몽파르나스 사람들과 한 여인」에서, 34쪽
[…] 프레디는 침대 위에 놓아두었던 셔츠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가 커다란 삼색 털 얼룩 고양이가 그걸 밟고 서서 주무르고 있는 걸 봤네.
셔츠 앞섶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네들도 알 걸세. 순간적으로 프레디는 말문이 막혔지. 그 뒤에는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고양이를 덥석 들고 발코니로 나가서 녀석을 허공으로 던져 버렸어. 그런데 마침 그때 모퉁이를 돌아오던 노신사의 목덜미를 그 녀석이 직격해 버린 거야.
“젠장!” 노신사가 소리쳤어.
창문에서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지.
“무슨 일이에요, 모티머?”
“고양이가 비처럼 쏟아지네.”
“헛소리. 저녁 날씨가 아주 좋기만 한데요.” 그 머리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사라져 버렸어.
_『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중 「모든 고양이에게 안녕」에서, 393~394쪽
밤에는 얼마나 많은 소리가 있는지! 개울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불이 꺼져 가는 소리를 들었고, 이제는 자신의 심장 소리, 갈비뼈 아래에서 심장이 뛰며 내는 소리도 들리는 게 분명했다. 복도 건너편 침실에서 부부의 편안하고 깊은 숨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점차 어떤 감회가 내면에서 차오르면서 그 아이가 자기 아이였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예전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발간 석탄 앞에서 후들거리며 일어나 외투를 입었다. 옷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면서 그는 주변을 보았고, 여자가 램프 닦는 일을 결국 마치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떤 충동에 사로잡혀 지갑에서 가진 돈을 몽땅 꺼내 세로로 홈이 새겨진 램프 유리 받침대 아래에 놓았다. 거의 과시하듯이.
창피해져서 슬쩍 어깨를 으쓱하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 바깥의 냉기가 몸을 가볍게 하는 것 같았다. 하늘에 달이 떠 있었다.
비탈길에서 그가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차가 달빛 아래 보트처럼 버티고 있는 길에 이르자 마치 탕탕탕 소총이 발사되듯이 그의 심장이 터져 나갔다.
공포에 사로잡혀 가방을 떨어뜨리며 길 위에 주저앉았다. 이 모든 일이 예전에도 일어난 느낌이었다. 심장에서 나는 그 요란한 소리를 누구라도 들을까 그가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하지만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유도라 웰티』 중 「어떤 외판원의 죽음」에서, 248~249쪽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날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존 윌리엄 던의 이론을 아나요? 나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을 보낸다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데……”
“난 관심 없어요.” 캄폴롱고가 말했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있을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시간은 때때로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오. 특별한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예언자들은 과거와 미래를 봐요. 당신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예언은 수용될 수 없다오. 없는 것을 어떻게 볼 수 있겠소?”
_『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중 「위대한 세라핌」에서, 381~382쪽
[…] “그럼 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그 버튼을 가져와서 누르자고? 그걸 누르면 누군가가 목숨을 잃게 되는데도?”
노마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누군가가 죽이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뭐겠어?”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람일 거라잖아.” 노마가 말했다.
아서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게 여기서 1만 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중국의 늙은 농부라면? 중병에 걸린 콩고 원주민이거나?”
“펜실베이니아의 어린아이라면 어쩔 건데?” 아서가 받아쳤다. “다음 블록에 사는 예쁘장한 소녀라면?”
“오버하지 마.”
“그러니까 내 말은, 노마,” 그가 계속해 나갔다. “우리 때문에 누가 죽는다면 그건 살인이라는 얘기야.”
“내 말은,” 노마가 지지 않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볼 일 없는 사람이 죽는 거라면 이렇게 망설일 필요가 없잖아.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든 우리가 지켜볼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안 누를 거야?”
그 말에 아서가 깜짝 놀랐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누르기만 하면 5만 달러를 준다잖아, 아서.”
_『리처드 매시슨』 중 「버튼, 버튼」에서, 205쪽
법法 앞에 한 문지기가 서 있다. 이 문지기에게 시골에서 온 한 남자가 그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그 문지기는 그에게 지금은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는, 그렇다면 나중에는 그 안에 들어가도록 허락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가능하지만,” 하고 문지기가 말한다. “지금은 그러나 안 돼.” 법으로 가는 문은 언제나처럼 열려 있고 문지기가 옆으로 비켜섰기 때문에, 그 남자는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구부린다. 문지기가 그것을 알아채고는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자네 마음이 끌리거든 내 금지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 보게나. 그렇지만 알아 두게. 내가 힘이 세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난 가장 말단의 문지기에 불과하네. 홀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서 있는데, 가면 갈수록 힘이 더 막강해지지. 세 번째 문지기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난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다네.” 그런 어려움들을 시골에서 온 그 남자는 예상하지 못했다. 법이란 누구에게나 언제나 마땅히 개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지만, 지금 막상 털외투를 입은 문지기를 좀 더 자세히, 그러니까 그의 커다란 뾰족코, 길고 성긴 시커먼, 타타르인 같은 턱수염을 뜯어보고 나서는 입장 허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차라리 더 낫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
_『프란츠 카프카』 중 「법 앞에서」에서, 269~270쪽
당신은 정신을 수습하고, 파도와 바닷가와 기울어진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본다. 너울이 커지다가 파도로 부서지는 사이에, 당신은 자기 몸에서 새로운 향기를 느낀다. 겨우 열두어 번쯤 확실하게 발만 차면 몸을 접을 수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정강이가 산호에 부딪쳐 기분 좋은 고통을 만들어 내고, 당신은 거품 속에서 몸을 일으켜 바닷가로 걸어 나온다. 당신은 젖은 모래밭에, 단단한 모래밭에, 그리고 궁극적으로 허세로부터 힘을 얻어 두 걸음을 더 내디딘 끝에 고조선高潮線을 지나서 마른 모래밭에 쓰러지고,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당신은 모래밭에 쓰러져 있고, 차마 움직이거나 생각할 수도 있기 전에, 승리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당신이 살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도 그만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승리인 것이다.
_『시어도어 스터전』 중 「바다를 잃어버린 사람」에서, 722~723쪽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 실시된 수사에 따르면 살인자는 마구간을 나와서 오솔길을 따라 강으로 갔다. 경찰들이 강바닥을 샅샅이 훑어서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그 여자가 익사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만 확실할 뿐이다.
그래서 미스터리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끝난 꿈속의 여인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 여자가 유령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인간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어떤 경이로운 존재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지, 혹은 우리 안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위대한 시인이 한 말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꿈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고, 우리의 보잘것없는 삶은 잠으로 끝난다.”
_『윌키 콜린스』 중 「꿈속의 여인」에서, 321~322쪽
“당신 행성에서 죽음에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내가 물었다.
이마에 주름을 짓고 얼굴에는 미소를 지은 채 변호사는 마치 그 단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나를 들여다보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죽음?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이다. 개인이 없는 곳에 죽음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돼, 당신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외쳤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죽게 돼 있어, 당신마저도!”
“나라니, 그건 대체 누구지?” 그가 미소를 띤 채 내 말을 막았다.
한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_『스타니스와프 렘』 중 「열세 번째 여행」에서, 492쪽
세계문학 단편선 31 헨리 제임스
네 번의 만남
데이지 밀러
제자
실제와 똑같은 것
중년
양탄자의 무늬
나사의 회전
정글의 짐승
옮긴이의 말_ 모더니즘의 선구자, 헨리 제임스
헨리 제임스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2 진 리스
환상
강신론자
프랑스 감옥에서
카페에서
몽파르나스 사람들과 한 여인
마네킹
뤽상부르 공원에서
예술가와 함께 차를
트리오
칵테일 만들기
다시 앤틸리스제도
허기
빈털터리 친구에게 저녁을 사는 부인의 이야기
어느 밤
라리베 거리에서
엄마가 되는 법을 배우다
파랑새
잿빛 어느 날
시디
빌라도르에서
대단한 피피
빈
9월까지, 퍼트로넬라
책을 태워 버린 날
재즈라고 하라지
호랑이는 멋지기나 하지
기계 밖에서
로터스
견고한 집
강물 소리
낯선 이를 알아채다
낭비한 시간
개척자여, 오, 개척자여
잘 가 마커스, 잘 가 로즈
주교의 연회
열기
시궁창
서곡과 초보자
홍수가 덮치기 전
앉아 있는 새는 쏘지 않는 법
키키모라
1925년 밤 나들이
플라스 블랑슈의 기사
곤충 세계
라푼젤, 라푼젤
다락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알겠어?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
예전에 여기 살았었지
키스멧
휘파람새
무도회에의 초대
옮긴이의 말_ 장식적 여성과 이방인, 그 적나라한 자화상
진 리스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3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지브스 이야기
거시 구하기
지브스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지브스와 하드보일드 공작
설교 대회
순수한 경주
대도시의 터치
모든 것은 지브스 손에
지브스와 임박한 파멸
지브스와 크리스마스
사랑을 하면 착해져요
드론스 클럽
운명
혹독한 시련
놀라운 모자 미스터리
모든 고양이에게 안녕
프레드 삼촌의 정신없는 방문
빙고는 잘 지내고 있어
편집자는 후회한다
멀리너 씨 이야기
조지에 관한 진실
삶의 한 조각
멀리너의 힘내라―힘
인동덩굴 집
아치볼드의 공손한 구애
블러들리 코트에서 생긴 불쾌한 일
승리를 부르는 미소
수프 안의 스트리크닌
고릴라 비즈니스
끄덕이
유크리지 이야기
유크리지의 개 대학
유크리지의 사고 조합
유크리지가 고약한 모퉁이를 돌다
메이블에게 약간의 행운을
미나리아재비의 날
엠스워스 경 이야기
돼지 후워어이!
블랜딩스에 잇따르는 범죄
골프 이야기
아킬레우스의 발꿈치
고우프의 도래
커스버트의 의기투합
구프의 심장
롤로 포드마시의 각성
옮긴이의 말_ 고상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영국식 유머의 대가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4 유도라 웰티
초록 장막
캐서린 앤 포터의 서문
릴리 도와 세 부인
소식
화석인
열쇠
쫓겨난 인디언 처녀 킬라
내가 우체국에서 사는 이유
호루라기
히치하이커
어떤 기억
클라이티
늙은 마블홀 씨
마저리에게 꽃을
초록 장막
자선 방문
어떤 외판원의 죽음
파워하우스
닳고 닳은 길
커다란 그물
첫사랑
커다란 그물
적막의 순간
애스포델
바람
보라색 모자
리비
랜딩에서
황금 사과
황금 소나기
6월 발표회
토끼님
달 호수
온 세상이 다 아는
스페인에서 온 음악
방랑자
옮긴이의 말_ 상상의 방랑자, 그 내면의 갈망
유도라 웰티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파울리나를 기리며
하늘의 음모
눈雪의 위증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
남의 여종
파리와 거미
그늘 쪽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열망
위대한 세라핌
기적은 복구되지 않는다
지름길
일등실 여자 승객
옮긴이의 말_ 과학소설, 탐정소설, 형이상학과 사랑의 통합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6 리처드 매시슨
남자와 여자에게서 태어나다
사냥감
마녀전쟁
깔끔한 집
피의 아들
뜻이 있는 곳에
사막 카페
위조지폐
유령선
시체의 춤
몽둥이를 든 남자
버튼, 버튼
결투
심판의 날
죄수
하얀 실크 드레스
이발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장례식
태양에서 세 번째
최후의 날
장거리 전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록적인 사건
안에서 죽다
정복자
홀리데이 맨
뱀파이어라는 건 없다
깜짝 선물
산타클로스를 만나다
춤추는 손가락
벙어리 소년
충격파
해제
옮긴이의 말_ 20세기 호러 문학의 위대한 선구자
리처드 매시슨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7 프란츠 카프카
Ⅰ. 카프카에 의해 출판된 책들과 작품들
1. 관찰(1913)
국도 위의 아이들
어느 사기꾼의 가면을 벗김
갑작스러운 산책
결심들
산속으로의 소풍
총각의 불행
상인
멍하니 밖을 바라봄
집으로 가는 길
뛰어 지나가는 사람들
승객
옷
거절
경마 기수들을 위한 숙고
골목길로 난 창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원
나무들
불행함
2. 선고(1913)
3. 화부(1913)
4. 변신(1915)
5. 유형지에서(1919)
6. 어느 시골 의사(1919)
신임 변호사
어느 시골 의사
맨 위층 싸구려 관람석에서
한 장의 고문서
법 앞에서
자칼과 아랍인
광산의 방문객
이웃 마을
황제의 칙명
가장의 근심
열한 명의 아들
형제 살해
한바탕의 꿈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7. 어느 단식 광대(1924)
최초의 고뇌
어느 작은 여인
어느 단식 광대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쥐의 종족
Ⅱ. 카프카에 의해 책으로 발간되지 않고 잡지와 신문에만 발표된 작품들
기도자와의 대화
술주정꾼과의 대화
큰 소음
양동이 탄 사내
Ⅲ. 카프카 사후 유고집에 수록된 단편들
어느 투쟁의 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시골 학교 선생
중년의 노총각 블룸펠트
다리
사냥꾼 그라쿠스
만리장성의 축조 때
마당 문을 두드림
이웃 사내
어느 튀기
일상적인 혼란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
세이렌들의 침묵
프로메테우스
도시의 문장
포세이돈
공동체
밤에
거부
법에 대한 의문
징병
시험
독수리
키잡이
팽이
작은 우화
귀가
돌연한 출발
변호사
어느 개의 연구
부부
포기하라!
비유들에 관하여
굴
옮긴이의 말_ 수수께끼 같은 환상 문학 또는 현실 비판적인 리얼리즘 문학
프란츠 카프카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8 시어도어 스터전
천둥과 장미
황금 나선
영웅 코스텔로 씨
비앙카의 손
재너두의 기술
킬도저!
환한 일부분
이성異性
〔위젯〕, 〔와젯〕, 보프
그것
사고방식
바다를 잃어버린 사람
느린 조각
옮긴이의 말_ SF를 쓰는 새롭고도 신선한 방법을 보여 준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39 윌키 콜린스
쌍둥이 자매
페루지노 포츠 씨의 인생길
미치광이 몽크턴
아주 기묘한 침대
가브리엘의 결혼
꿈속의 여인
앤 로드웨이
가족의 비밀
죽은 자의 손
얼어붙은 땅
옮긴이의 말_ 근대 미스터리 소설의 창시자, 윌키 콜린스
윌키 콜린스 연보
세계문학 단편선 40 스타니스와프 렘
사이먼 메릴의 『섹스플로전』
세 명의 전자기사
앨리스타 웨인라이트의 『존재주식회사』
스물한 번째 여행
미래학 학회
세탁기의 비극
A. 돈다 교수
무르다스왕 이야기
첫 번째 여행 A, 트루를의 음유시인 기계
아서 도브의 『논 세르위암』
자가 작동 에르그가 창백한얼굴을 물리친 이야기
마르셀 코스카의 『로빈슨 연대기』
열세 번째 여행
가면
테르미누스
옮긴이의 말_ 다양한 가면을 가진 세계적 과학소설 작가의 진면목
스타니스와프 렘 연보
■ 지은이
헨리 제임스Henry James(1843~1916)
‘소설은 헨리 제임스 이후 완전히 새로워졌다.’(존 밴빌)
헨리 제임스는 현대 영미 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로, 전통적 리얼리즘 사조가 지배하던 19세기 미국 문단에서 파편적이고 무질서한 의식 세계를 언어로 형상화해 내며, 후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대표되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원형을 제시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제임스는 아버지의 지원으로 유럽을 두루 여행하면서 열두 살 때부터 습작을 하며 문학에 뜻을 두었다. 열아홉 살에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지만 곧 그만두고 미국 잡지에 서평과 단편소설들을 기고하기 시작한다. 단편소설을 ‘아름답고 축복받은 누벨nouvelle’이라 표현할 정도로 단편 장르에 큰 애정을 가졌던 그는 인간관계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복잡다단한 주제들을 간결한 형식과 문체에 응축해 풍부한 의미를 전했다. 다채로운 해석을 가능케 하며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그의 문학 세계는 ‘양탄자의 무늬처럼 복합적이며 매혹적’(츠베탄 토도로프)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1875년 파리로 이주한 제임스는 그곳에서 이반 투르게네프, 귀스타브 플로베르, 알퐁스 도데와 같은 작가들과 두터운 교분을 나누었다. 이듬해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 정계와 예술계의 인사들과도 활발히 사귀면서 빅토리아 시대 사교계의 명사로 떠올랐다. 자신의 예술을 보다 발전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환경을 발견한 그는 이후 영국에 정착한다.
제임스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23편의 장편소설과 112편의 단편과 중편소설, 각종 평론과 여행기, 수십 편에 달하는 비평문 그리고 1만 통 이상의 편지를 남긴, ‘19세기 인물들 중 가장 정력적으로 살아간’(클리프턴 패디먼) 사람이었다. 이러한 그의 집필 활동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끝을 맺게 되고, 1915년 영국으로 귀화해 1916년 2월 28일, 유럽인으로 생을 마친다.
그는 문학 인생 전반에 걸쳐서 구세계(유럽)와 신세계(미국)의 충돌이라는 국제적 주제를 다루며, 신구 문화의 갈등을 극복하는 더 나은 삶과 문명을 모색했다. 작가의 묘비에는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한 사람’이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진 리스Jean Rhys(1890~1979)
영연방 도미니카의 수도 로조에서 태어난 진 리스는 웨일스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크리오요 어머니를 둔, 소위 백인 지배계급이었으나, 인종 간 위계와 갈등을 목격하며 서구의 백인 남성 중심 체제에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열일곱 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퍼스 여학교에 진학하지만 외지인에다 영어 억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배우가 되고자 들어간 왕립연극학교도 언어 문제로 중도에 그만두는 등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결혼 후 유럽 각지를 돌아다닐 때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으므로 어떻게 보면 그녀의 생애 전체가 인종과 성과 계급의 문제가 중첩된 이방인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작고하고 가세가 기울면서 코러스 걸, 마네킹, 누드모델 등을 전전하던 리스는 경제적으로 의지했던 연인과 헤어지고 아이를 낙태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큰 사건을 연이어 겪은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은 첫 남편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어 체포된 무렵이었다. 포드 매덕스 포드의 도움으로 《트랜스애틀랜틱 리뷰》에 단편 몇 편을 발표한 그녀는 1927년 소설집 『왼쪽 둑』을 시작으로 식민주의와 여성 문제에 천착한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사회적 통념에 갇혀 가난과 멸시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탁월하게 그렸는데, 이는 대부분 순탄치 않았던 리스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녀가 다룬 주제나 모더니즘적 기법들은 출간 당시에는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한밤이여, 안녕』(1939)이 BBC 방송으로 각색되면서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평가를 받는다. 이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서 영감을 얻은 1966년 작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19세기 걸작을 비틀어 20세기의 걸작을 탄생시켰다’는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 절정기를 맞았다. 서인도제도와 유럽 양쪽에 걸친 독특한 정체성에 기반한 진 리스의 작품들은 오늘날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많은 비평가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으며, 여성의 억압된 성과 욕망, 실패와 고독을 집요하게 묘사한 단편들은 ‘20세기 영국 최고의 단편’으로 꼽힌다. 89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평생 의욕적으로 창작에 매진했던 그녀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 대영제국훈장 커맨더(CBE)를 수훈했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Pelham Grenville Wodehouse(1881~1975)
우아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글로 오늘날 ‘영국 유머의 표상’이 된 P. G. 우드하우스. 20세기 유럽 대중에게 가장 널리 읽힌 작가로도 손꼽히는 그는 서리주 길퍼드에서 식민지 행정 장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 아버지의 근무지인 홍콩으로 건너갔으나 2년 뒤 영국으로 보내졌고, 이후 성장기 대부분을 부모와 떨어져 지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그는 낙천적 기질을 발휘해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위안을 찾았다. 가세가 기울어 공부를 중단하고 은행에 다닐 때에도 퇴근 후 글을 쓰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는데, 이렇게 완성한 글을 여러 잡지에 기고해 고료를 받으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1902년 첫 책 『상금을 노린 선수들The Pothunters』을 출간한 우드하우스는 이후 창작욕을 불태우며 무서운 속도로 작품을 써냈다. 석 달에 한 편꼴로 소설을 완성하는가 하면, 런던과 파리, 미국 브로드웨이를 오가며 극작가,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초기에 그는 학창 시절과 은행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이야기를 주로 썼으나, 점차 방향을 바꿔 특정 인물들이 등장하는 유머소설을 발표한다. 1915년에는 이후 60여 년간 그의 대표 캐릭터 자리를 지키며 ‘돈키호테와 산초에 버금가는 불멸의 콤비’(《데일리 텔레그래프》)라는 명성을 얻은 버티와 지브스를 탄생시켰고, 돼지치기에 몰두하는 엉뚱한 백작 엠스워스 경, 큰돈을 벌려다 매번 사고를 일으키는 어설픈 야심가 유크리지, 재담꾼 멀리너 씨 등 유쾌하고 친숙한 캐릭터들을 연달아 만들어 냈다. 신사다운 모습에 걸맞지 않게 순진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일삼으며 상류사회를 교묘히 비꼬는 이들의 이야기는 대중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또한 우드하우스는 당대의 속어와 셰익스피어, 롱펠로 같은 시인들의 시구를 다양하게 인용하고, 인물 간 대화를 마치 연극배우의 대사처럼 처리하여 뮤지컬 코미디와 같은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느긋하고 태평하기까지 한 작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가볍다’거나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동화적 세계’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대중은 물론 에벌린 워, 조지 오웰,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등 동료 문인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후까지도 그의 팬을 자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평생을 창작에 매진해 93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90권이 넘는 책과 40여 편에 달하는 희곡을 남겼고, 영국 왕실은 문학에 대한 헌신을 기려 1975년 그에게 대영제국훈장 나이트 커맨더(KBE)를 수여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전 세계 30개국에 출간되어 있으며 옥스퍼드 사전에는 1,800개에 달하는 인용문이 예문으로 수록되어 ‘우드하우스의 세계는 결코 진부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에벌린 워의 말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유도라 웰티Eudora Welty(1909~2001)
미국 남부 문학에서 윌리엄 포크너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태어나 보험회사 간부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슬하에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유도라 웰티는 위스콘신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공공산업진흥국의 홍보 기자로 일한다. 미시시피 구석구석을 돌면서 그곳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한편 가족 중심의 오랜 전통과 대공황의 그늘이 공존하는 남부의 풍경을 수백 장의 사진에 담았는데, 이러한 행위는 그녀의 내면에 ‘찰나의 삶을 글로써 포착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불러일으켰고, 훗날 사진을 찍듯 대상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작풍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부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쓰던 웰티는 1936년 《매뉴스크립트》에 단편 「어떤 외판원의 죽음」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41년 『초록 장막』을 시작으로 『커다란 그물』(1943) 『황금 사과』(1949) 등 걸출한 단편집을 연달아 출간해 명성을 얻었고, 가장 뛰어난 단편에 수여하는 오헨리상을 8회나 수상하면서 포크너의 뒤를 잇는 남부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장편소설 『낙천주의자의 딸』(1972)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회고록 『작가의 시작』(1984)이 32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명성은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장편소설의 대성공 이후에도 비평가들이 꼽는 웰티 문학의 백미는 변함없이 그녀가 평생에 걸쳐 쓴 단편들이다. 동료 작가이자 멘토이기도 했던 캐서린 앤 포터는 『초록 장막』에 쓴 서문에서 ‘이 책에는 거의 완벽한 단편들이 실려 있으며, 그녀의 훌륭한 재능이 장편을 써야 한다는 요구에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로 웰티의 단편을 극찬했다. 인간의 감정이나 풍습의 근원인 ‘장소’를 무엇보다 중시했던 웰티는 2001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마을에 붙박여 살며 그곳 주민들의 삶을 ‘관찰자의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보았고, 익숙한 풍경에 유머와 신화 등을 덧입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작품에는 공동체 중심의 좁은 지역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아이러니가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도 거론되었던 웰티는 1983년 『유도라 웰티 소설집』(1980)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 정부가 최고의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국가예술훈장을 받았고, 1998년에는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 출판사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에서 작품집을 출간했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Adolfo Bioy Casares(1914~1999)
‘나에게 문학은 삶 속에 있다, 그것은 삶의 일부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라틴아메리카 문단에서 과학소설, 환상소설, 탐정소설을 혁신한 ‘합리적 상상력의 소설’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사회 정치를 비판하고, 사랑과 정체성, 인간의 본질이라는 주제를 광범위하게 탐구한 작가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풍부한 문화적 수혜를 누리며 자란 그는 ‘읽기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일찍이 문학에 관심을 보였다.
1932년, 열여덟 살의 비오이 카사레스는 서른세 살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처음 만나 지적이고 문학적인 모험의 동반자로 평생 교류한다. 1940년, 동료 작가 실비나 오캄포와 결혼한 그해 『모렐의 발명』을 발표하면서 큰 명성을 얻고, 이어 192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생생하게 재현한 『영웅들의 꿈』을 통해 아르헨티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다. 이후 『돼지 전쟁 일기』 『라플라타 어느 사진사의 모험』 등 모두 여섯 편의 소설과 『위대한 세라핌』 『사랑 이야기』 『환상 이야기』 『러시아 인형』 등 다수의 단편집을 펴낸다. 또한 아내 실비나 오캄포 및 보르헤스 각각과 함께 탐정소설을 썼으며, 세 사람이 공동으로 『환상문학 선집』을 발간하기도 한다.
비오이 카사레스의 환상문학은 친구 보르헤스의 단편 세계와도 자주 비교되지만, 과학적 메커니즘에 기초한 그의 환상은 보다 SF적이다. 특히 일상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현실을 밝혀내는 장치로 ‘환상’을 추구한 그는 일상적 삶에 밀착된 다양한 인간사를 다루는데 이는 단편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그의 가장 뛰어난 단편들은 모파상의 풍자적 아이러니와 H. G. 웰스의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다’(《퍼블리셔스 위클리》)라고 평가된다.
‘비오르헤스’라 불릴 만큼 비오이는 보르헤스와 수많은 문학 활동을 함께하며 환상문학 역사의 새 지평을 열었지만 그의 업적은 오랫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1986년 보르헤스가 타계하자 비로소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작가협회 명예상,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 멕시코 국제알폰소레예스상 등을 수상했고, 1990년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미겔세르반테스상을 받았다.
리처드 매시슨Richard Matheson(1926~2013)
스티븐 킹과 더불어 현대 호러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리처드 매시슨은 1926년 미국 뉴저지의 노르웨이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지역 신문 《브루클린 이글》에 단편을 기고했던 그는 십 대 시절 접한 영화 <드라큘라>(1931)에 깊은 인상을 받고 호러 소설 작가의 꿈을 키운다.
매시슨은 1950년 단편 「남자와 여자에게서 태어나다」가 《판타지&SF 매거진》에 실리면서 작가로서 대중에 첫선을 보였다. 그리고 장편 『나는 전설이다』(1954) 『줄어드는 남자』(1956)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일찌감치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는 SF와 판타지, 호러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레이 브래드버리, 할런 엘리슨, 찰스 보몬트 같은 작가들과 ‘남부캘리포니아작가연합’을 결성해 1950년대부터 시작된 장르 문학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단조로운 삶을 파고드는 기묘한 이야기, 평온한 세상에서 나에게만 일어나는 치명적인 위협을 다룬 단편들은 기존의 호러 소설들과는 차별화된 소재와 전개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가 스티븐 킹은 매시슨이 ‘포와 러브크래프트만큼 호러 문학에서 중요한 인물’이며, ‘유럽의 고성이나 우주가 배경이 아닌 평범한 미국의 일상 속 공포를 그림으로써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고 평했다.
1960년대부터 매시슨의 작품들은 영화와 드라마로 확장되었는데, 이때부터 그는 작가 겸 각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여러 작업에 참여했다. 호러 단편 기법의 모범을 제시하는 그의 작품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선명한 이미지로 가득했고, 이는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하는 데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나는 전설이다』는 출간 이후 2007년까지 세 차례나 영화화되었고, 단편들은 드라마 <환상특급>의 에피소드로 각색되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리처드 매시슨의 상업적 성공은 호러 소설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에 촉매가 되었고, 장르 문학이 미국 팝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데 기여했다.
리처드 매시슨은 62년 동안 28편의 장편과 약 120편의 단편을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했으며, 1984년 세계판타지상 평생공로상, 1991년 브램스토커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93년에는 세계공포회의 ‘호러 그랜드마스터’ 칭호를 받았다. 2010년 SF/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2013년 새턴상을 수상했으나 그해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상은 사후에 수여되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1924)
개인의 불안과 두려움을 예리하게 포착한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자수성가한 유대인 상인이었던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체코어 대신 독일어를 사용하는 소년 학교에 입학, 김나지움을 거쳐 카를페르디난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꾼 카프카는 대학생 독서 모임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짧은 산문들을 발표했고, 졸업 후에도 일과 글쓰기를 병행한다. 1912년에는 최초의 단편 모음집인 『관찰』을 출간하고 단편 「선고」와 「변신」을 완성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지만, 아버지와의 계속된 불화와 과로로 인해 신경쇠약과 결핵을 얻는다. 병중에도 많은 글을 썼으나 대부분의 원고는 스스로 찢거나 불태워 버렸고, 1924년 결핵이 악화되어 4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카프카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출간되지 않은 자신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 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고독의 3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 『소송』 『성』 세 장편을 비롯한 단편들이 막스 브로트에 의해 출간되었다. 대중은 다의성과 비유로 가득한 그의 글을 난해하다고 여겼는데, 알베르 카뮈가 평론집 『시시포스 신화』에서 부조리한 인간 실존을 탁월하게 그려 낸 위대한 작가로 카프카를 소개하면서 사후 30년 만에 재평가된다. 이후 카프카의 저작은 문학뿐 아니라 신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문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가 주고받았던 편지와 엽서, 일기와 잠언 역시 출간되며 문학 세계가 재조명되기에 이른다.
환상적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카프카의 작품은 독자의 이해를 차단함으로써 모든 것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절대적 파탄에 이르는 공포와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탄생한 ‘카프카답다Kafkaesk’라는 말은 이후 모든 악몽 같은 것 즉 미로를 헤매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 인간의 사고와 꿈의 부조리, 현대의 관료주의, 기계화, 인간을 노예화하는 제도의 부조리를 대표하는 표현이 된다. 카프카의 소설은 환상 문학이자 현실 비판적인 리얼리즘 문학으로서 장 폴 사르트르, 가브리엘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 무라카미 하루키 등 후대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시어도어 스터전Theodore Sturgeon(1918~1985)
SF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은 1918년 미국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생계를 위해 중장비 기사, 선원, 카피라이터, 출판사 직원, 저작권 에이전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꾸준히 집필을 이어 갔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독특한 소재의 단편들로 주목받는다. 1938년 단편 「피부가 벗겨지는 바보」가 처음으로 언론사에 팔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스터전은 이듬해부터 전설적인 편집자 존 캠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환상·공포 잡지 《언노운》과 SF 잡지 《어스타운딩》에 중·단편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한다.
스터전은 ‘훌륭한 과학소설은 과학과 관련된 내용으로 인해 발생한 인간의 문제와 인간의 해법을 담은 이야기’라는 철학의 소유자였다. 뛰어난 문학성과 환상적 이미지의 조합, 시대에 대한 통찰과 인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한 그의 소설은 기존의 상업 SF와는 다른 독특한 세계관과 시적이고 애수에 찬 작풍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레이 브래드버리, 할런 엘리슨, 커트 보니것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그는 1953년 필라델피아의 세계SF회의에서 “과학소설의 90퍼센트는 쓰레기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의 90퍼센트는 쓰레기이게 마련이다”라는 ‘스터전의 법칙’을 내놓는다. 이는 순수문학에 비해 열등하다고 간주되던 장르 문학의 통쾌한 항변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다.
1954년 장편 『인간을 넘어서』로 국제환상문학상을 수상한 스터전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SF 창작에 어려움을 겪는데, 엘러리 퀸의 대필 작가로 활동함과 더불어 <스타 트렉> 등 TV 드라마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며 슬럼프를 극복해 나간다. 그리고 1970년 발표한 단편 「느린 조각」으로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동시 수상함으로써 작가로서 건재함을 증명했다. 스터전의 사후, 후대 작가들은 그의 업적을 기려 매해 17,500단어 이하의 중단편 SF와 환상소설 중 최우수 작품에 수여하는 ‘시어도어스터전기념상’을 제정하게 된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단편 전집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노스애틀랜틱북스에서 211편의 작품을 포함한 13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윌키 콜린스Wilkie Collins(1824~1889)
‘나는 항상 소설의 주된 목적이란 이야기를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찰스 디킨스와 더불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런던에서 풍경화가 윌리엄 콜린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사립 기숙학교를 다니던 10대 시절, 한 친구에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괴롭힘을 당했다. 당시에는 고통스러웠지만 후에 콜린스는 이때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학교를 나와서도 재미 삼아 계속 소설을 써서 1843년 처음으로 《일루미네이티드 매거진》에 단편을 싣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직업을 가지기를 바라며 링컨 법학원에 입학시켰는데, 윌키 콜린스는 학위를 따지만 변호사로 개업하지는 않는다.
1847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을 출판하며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한다. 1851년 찰스 디킨스를 만나면서 평생에 걸친 우정과 협력 관계가 시작된다. 디킨스가 발행하는 주간지 《흔히 쓰는 말》에 단편소설 「아주 기묘한 침대」 「가브리엘의 결혼」 「꿈속의 여인」 등을 싣고, 디킨스의 또 다른 주간지 《1년 내내》에 『흰옷을 입은 여인』과 『월장석』을 연재하면서 콜린스는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오른다. 사건에 감춰진 음모, 공포, 목숨을 건 사랑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 멜로드라마, 복잡한 서스펜스가 얽힌 그의 소설은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독서 대중의 성장과 이에 따른 주간지의 발달과 맞물려 문학계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콜린스의 작품은 ‘센세이션 소설’이라 명명되었는데, 이는 오늘날의 탐정소설과 서스펜스 소설의 선구로 여겨지는 장르로, 빅토리아 사회의 인습과 폐단을 미스터리 요소로 표현하고 등장인물이나 대화의 사실성을 극대화시킴으로써 19세기 사회의 핵심을 드러냈다.
한편, 법학원에서 받은 교육은 그의 작품 세계와 작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사건을 여러 사람의 관점과 서술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구성과 일기나 편지, 진술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특이한 구조는 소설의 형태에 혁명을 일으켰다. 묘령의 여인이나 유령, 가문의 비밀이나 저주 등 그만의 독특한 환상과 짜임새 있는 사건 진행, 추리적 요소는 이후 도로시 세이어즈, 아서 코난 도일을 비롯한 많은 추리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스타니스와프 렘Stanisław Lem(1921~2006)
‘중요한 작가, 우리 시대의 깊은 영혼.’(《뉴욕 타임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은 비영어권인 폴란드인으로서,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과 함께 20세기 SF를 대표하는 거인이다.
렘은 폴란드 제2공화국 르부프(현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유복한 유대계 의사 가정에서 태어났다. 당시의 르부프는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 유대인 등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살았는데, 이후 나치 독일과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문화적, 역사적으로 복합적인 지역이다. 또한 렘이 성년을 맞았을 무렵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그는 생존을 위해 정비공, 용접공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폴란드 저항군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후 크라쿠프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철학과 과학 등을 연구하면서 심리학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의과대학 재학 중에 등단했고, 첫 책인 장편소설 『우주 비행사들』(1951)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렘은 SF 작가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는 광의의 SF로, 현대 SF 작가가 제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미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과학과 문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 인간에 대한 성찰, 가톨릭 세계관에서 비롯된 신에 대한 질문을 특징으로 하며, 특히 사고할 수 있는 기계의 창조로 발생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는 메타픽션의 전형을 창조해 냈다. 풍자와 익살을 무기 삼아, 인류의 이해를 초월하는 미지와의 만남을 그려 내서 그러한 미지와의 갈등으로 부각된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유의 인식적, 철학적, 윤리적, 심리적인 이야기 전개에 있어 탁월하다.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에덴』 『솔라리스』 『무적호』를 꼽을 수 있다.
한편 렘에게 있어 단편소설은 예리한 비평 정신과 분방한 예술적 상상력, 치밀한 과학적 사고가 어우러지는 자유로운 실험의 장이었다. 여기에서는 진심과 농담이, 서정과 그로테스크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일상적인 가치 체계가 전복되고 온갖 아이디어가 과감히 시도된다. 렘다움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로, 『우주 비행사 피륵스 이야기』를 비롯해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 외 이욘 티히 연작, 『사이버리아드』 외 로봇 연작이 유명하다.
그는 자유자재로 장르를 넘나들었는데, SF 외에도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철학 논문, 논쟁적인 문학비평, 실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 이야기체 소설에 대한 확률론, 실험적인 탐정소설, 인공지능, 사이버네틱스, 우주론, 유전공학, 게임 이론, 사회학, 진화를 다루는 사변적인 에세이, 라디오 방송극과 시나리오를 썼다. 또한 작품에서 인공지능, 검색 엔진 이론, 생체공학, 가상현실, 기술적 특이점, 나노 기술 등을 예측했으며, 2011년 검색 엔진 구글에서는 『우주 비행사들』 출간 60주년을 맞아 기념일 로고를 띄워 축하하기도 했다. 렘의 작품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4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 옮긴이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교수를 지냈다.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를 번역했고 최근에는 현대 영미 작가들의 소설을 번역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살면서 마주한 고전』 『전문 번역가로 가는 길』 『번역은 글쓰기다』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샤일록은 내 이름』 『셰익스피어 깊이 읽기』 『작가는 왜 쓰는가』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향연 외』 『돌의 정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둠 속의 남자』 『보이지 않는』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 『지상에서 영원으로』 『미스 론리하트』 『숨결이 바람 될 때』 외 다수가 있다.
정소영
영문학자, 번역가. 용인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진 리스』를 비롯하여 『권력의 문제』 『폭력적인 미국의 세기』 『핵 벼랑을 걷다』 『십자가 위의 악마』 『일곱 박공의 집』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승욱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리스 레싱의 『사랑하는 습관』 『19호실로 가다』,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하여, 『플라워 문』 『노년에 대하여』 『스토너』 『사형 집행인의 딸』 『신 없는 사회』 『뷰티풀 크리처스』 『분노의 포도』 『돌로레스 클레이본』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의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영웅들의 꿈』 『모렐의 발명』 『픽션들』 『알레프』 『칠 일 밤』 『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 『거미 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꿈을 빌려드립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염소의 축제』 『밤 기도』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2666』 등이 있다.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최필원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르 문학 브랜드인 ‘모중석스릴러클럽’을 기획했다. 옮긴 책으로는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 『소녀의 무덤』, 할런 코벤의 『숲』 『단 한 번의 시선』 『결백』, 살라 시무카의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로버트 러들럼의 『본 아이덴티티』, 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 등이 있다.
박병덕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교수,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역서로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공역), 엘리아스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공역),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전집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등이 있고, 저서로는 『귄터 그라스의 문학세계』 『현실과 환상의 변증법. 귄터 그라스의 삶과 문학』 『독일현대작가와 문학이론』(공저) 『카프카 문학론』(공저) 등이 있다.
박중서
한국저작권센터(KCC)에서 근무했고, 출판 기획가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풀의 죽음』 『트리피드의 날』, 필립 K. 딕 걸작선 『발리스』 『성스러운 침입』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와 배트맨 그래픽노블 『킬링 조크』 『아캄 어사일럼』 『허쉬』 『롱 할로윈』 『다크 빅토리』 『헌티드 나이트』 외 다수가 있다.
박산호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거쳐 영국 브루넬 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가 로런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로 출판 번역계에 입문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카리 모라』 『임파서블 포트리스』 『지팡이 대신 권총을 든 노인』 『거짓말을 먹는 나무』 『토니와 수잔』 『레드 스패로우』 『하우스 오브 카드 3』 『차일드 44』 『싸울 기회』 『다크 할로우』 『콰이어트 걸』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세계대전 Z』 『인간으로 산다는, 그 어려운 일』 『그 일이 일어난 방』 등 70권이 넘는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졸업, 폴란드 크라쿠프의 야기엘로인스키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포즈난의 아담미츠키에비치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와 서울시립대학교 시각디자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책 연구자, 큐레이터, 폴란드어 번역자로 일한다. 안제이 사프코프스키의 「위쳐」 시리즈와 야누시 코르차크의 『마치우시왕 1세』 외 다수의 폴란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정보라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영어영문학 학사, 예일 대학교 러시아동유럽지역학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 슬라브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 단편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죽은 자의 꿈』 『문이 열렸다』 『저주 토끼』 『붉은 칼』 등을 썼고, 『안드로메다 성운』 『거장과 마르가리타』 『브루노 슐츠 작품집』 『창백한 말』 『이보나, 부르군드의 공주/결혼식/오페레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세계문학 단편선 31
무한한 의식의 세계를 언어로 형상화한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 외 7편
이종인 옮김|660면
현대 영미 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문인, 19세기 심리적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자 헨리 제임스 단편 선집. 마크 트웨인과 더불어 당대 미국 문단을 이끈 제임스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고자 했던 전통적인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관점과 화법을 구사하여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를 포착한 작가였다. 그가 출현할 무렵의 작가들이 찰스 디킨스와 오노레 드 발자크,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등 19세기 위대한 거장들에 의해 이미 세상의 모든 것이 소설로 쓰였다고 불안감을 느끼던 상황에서 제임스의 텍스트는 소설의 무한성을 증명하는 하나의 이정표로 제시되었다. 그는 인상적인 광경, 단어 하나도 훌륭한 스토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파편적이고 무질서한 인간의 의식을 언어로 형상화한 그의 시도는 제임스 조이스, T. S. 엘리엇으로 이어져 후에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언설되는 20세기 모더니즘의 시대를 열었다. 헨리 제임스는 50여 년에 걸친 작가 생활 동안 112편의 중단편소설을 써냈으며, 단편소설을 ‘아름답고 축복받은 누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문학 형태에 큰 애정을 보였다. 세계문학 단편선 31 『헨리 제임스』는 방대한 그의 작품 세계에서 정수라 할 만한 8편을 엄선하여, 그동안 국내에서 단편적斷片的으로 다루어졌던 제임스 문학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문학적 의의와 재미뿐만 아니라 제임스 단편소설을 관통하는 3대 주제인 ‘정체성’ ‘유령’ ‘환상’을 한 권에서 아우르는 동시에,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으로 옮아가는 작풍의 변화를 좇을 수 있도록 시기별 주요 작품을 고루 뽑아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작가가 최종적으로 가필하여 찰스스크리브너에서 간행한 뉴욕판 『헨리 제임스 전집』(전 24권, 1907~1909)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헨리 제임스는 시의 역사에서의 셰익스피어와 같이, 소설의 역사에서 그 자체로 존재한다.” 그레이엄 그린
세계문학 단편선 32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펜으로 맞선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
진 리스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 외 50편
Jean Rhys: The Collected Short Stories(1992)|정소영 옮김|600면
부조리한 관습에 얽매인 세계와 그 속에서 고립된 약자들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 내어 ‘20세기 영국 최고의 작가’로 추앙받는 진 리스의 단편 전집. 서구의 제국주의와 남성중심주의가 절정에 이르렀던 1890년 영국 속령(현 영연방) 도미니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리스는 서인도제도와 유럽 양쪽에 뿌리를 둔 독특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여성과 이방인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주로 썼다. 전쟁과 산업화가 일으킨 거센 회오리 속에서 주류 사회의 차별과 착취에도 맞서야 했던 이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한 그녀의 소설은 오늘날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비평가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문학 단편선 32 『진 리스』는 리스가 생전에 발표한 세 권의 단편집 『왼쪽 둑』(1927) 『호랑이는 멋지기나 하지』(1968)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1976)과 「키스멧」 「휘파람새」 「무도회에의 초대」 등 미출간 작품까지 모두 51편을 망라한 『진 리스 단편소설 전집』(1992)을 번역한 것이다. 리스는 희망 없는 현실을 집요하게 다룸과 동시에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작중인물의 억눌린 욕망과 절망, 고립감 등을 탁월하게 그렸다. 특히 삶 속에서 약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데, 그녀의 후기 작품에는 약자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으로 나이 들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곳곳에 녹아 있다. 그녀의 소설은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어 주는 작품’(《가디언》)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그녀가 평생에 걸쳐 쓴 단편들은 진 리스 문학의 백미를 넘어 ‘20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꼽힌다.
“예리한 통찰력과 약자에 대한 애정으로 낡은 세계 위에 거침없이 펜을 휘두르는 작가.” 포드 매덕스 포드
세계문학 단편선 33
상류사회의 허식을 우아하게 비트는
영국 유머의 표상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편집자는 후회한다 외 38편
김승욱 옮김|1,172면
‘20세기 영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수전 힐) ‘영국 유머의 정의 그 자체’(《데일리 텔레그래프》)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단편 선집. 우드하우스는 영국 상류사회를 무대로 순진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일삼는, 신사답지 않은 인물들을 주로 그렸다. 그의 단편소설은 대부분 1920~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때는 세계가 전쟁과 대공황으로 신음하던,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작품의 분위기는 느긋하고 목가적이어서, 당대의 많은 이들에게 우드하우스의 문학은 암담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탈출구로서, 또한 계급사회의 불합리성을 비판하는 시대의 대변자로서 중대한 역할을 했고, 대중은 물론 에벌린 워, 조지 오웰,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등 동료 문인과 정치가, 심지어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후까지도 그의 팬을 자처했다. 그가 창조한 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특히 젊고 부유한 신사 버티 우스터와 무심한 듯 섬세하게 그를 보살피는 유능한 집사 지브스는 1915년 처음 등장한 이래 60여 년간 숱한 단편들에서 활약하며 ‘돈키호테와 산초에 버금가는 불멸의 콤비’라는 명성을 얻은 명실상부한 걸작 캐릭터이다. 한편 우드하우스는 에드워드 시대풍의 속어와 셰익스피어, 롱펠로, 워즈워스 같은 시인들의 시구를 다양하게 인용하고, 언어유희를 활용해 등장인물 간 대화를 마치 연극배우의 대사처럼 처리함으로써 형식적 측면에서도 뮤지컬 코미디에 비교되는 독특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세계문학 단편선 33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에는 200여 편의 단편들 중에서도 ‘명편’으로 꼽히는 작품만을 선별해 실었다.
“우드하우스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영어로 된 가장 아름다운 문장들 속을 헤엄치는 것과 같다.” 벤 쇼트
세계문학 단편선 34
미국 남부 사회의 풍경에 유머와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비극적 서사로 승화시킨 탁월한 이야기꾼
유도라 웰티 내가 우체국에서 사는 이유 외 31편
정소영 옮김|844면
★ 캐서린 앤 포터 「서문」 수록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유도라 웰티의 단편 선집. 웰티 문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표 단편집 『초록 장막』 『커다란 그물』과 함께, 작가 자신이 특별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던 연작소설집 『황금 사과』까지 총 세 권의 책을 한데 묶었다. 세계문학 단편선 34 『유도라 웰티』에서는 오헨리상 수상작인 「닳고 닳은 길」 「커다란 그물」 「리비」를 비롯하여,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32편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웰티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거대하고 일관된 주제는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아와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개인의 투쟁이다. 90 평생 미혼으로 고향 마을에서 가족과 가까운 이웃들에 둘러싸여 살았던 웰티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의 전통적인 공동체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러한 생활 방식이 개인적 열망을 가로막고 그것과 충돌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았다. 그리하여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녹여 냈다. 웰티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협소하고 단조로운 삶의 매 순간에서조차도 인간 사회의 다양한 갈망을 읽어 낸 열정적인 관찰자이자 위대한 이야기꾼이었다. 보수적인 남부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온갖 형태의 폭력을 다루면서도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과 상상력, 위트를 잃지 않은 작품들로 전미도서상, 오헨리상, 퓰리처상 등 수많은 문학상과 훈장들을 휩쓸며 남부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누구보다 뛰어나며, 누구보다 온화한 목소리.” 앤 타일러
세계문학 단편선 35
경이로운 상상의 세계를 발명한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심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눈의 위증 외 13편
Historias fantásticas(1972)|송병선 옮김|492면
★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보르헤스의 오랜 문학적 동반자이자 20세기 환상문학 역사의 새 장을 연 선구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단편집. 20세기에 접어들어 라틴아메리카 문단이 유럽과 미국으로 대표되던 제국주의 언술을 대체하고 해체하려는 의식적인 창작 행위로서 새로운 소설을 시도할 때, 비오이 카사레스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작가’(카를로스 푸엔테스)였다. 추리소설의 탄탄한 플롯과 기법으로 써 내려간 ‘모험 이야기’와 인간사의 다양한 문제들이 녹아든 ‘환상 세계’를 결합한 그의 소설은 쇠락하는 경제 속에서 혐오와 불안이 만연했던 당대 아르헨티나 정치 사회를 풍자했고, 사랑과 정체성, 인간의 본질이라는 주제들을 광범위하게 탐구했다. 또한 20세기 과학 지식에 깊은 영감을 받았던 그는 과학을 문화적으로 과소평가하던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의 사조에서 벗어나 이를 문학적 상상력과 혼합해 냈으며, 실존주의 소설, 고딕소설 등 여러 경향에 관심을 두고 스펙트럼 넓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한편 비오이 카사레스는 1944년부터 1967년까지 여덟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는데, 1972년에 그동안 쓴 단편소설들을 『사랑 이야기』와 『환상 이야기』로 분류해 모아 내놓았다. 세계문학 단편선 3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그중 『환상 이야기』를 번역한 것으로, 작가의 젊은 시절 상상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비오이 환상문학의 전범을 이루는 대표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 삶에 환상성을 도입한 그의 단편들은 자잘한 인간사와 아르헨티나 현실을 은유로 응축시킨다.
“비오이 카사레스는 나의 진정한 그리고 비밀스러운 스승이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세계문학 단편선 36
일상의 공포를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시킨
20세기 호러 문학의 선구자
리처드 매시슨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외 32편
The Best of Richard Matheson(2017)|최필원 옮김|664면
★ 빅터 라발 「해제」 수록
스티븐 킹과 더불어 현대 호러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리처드 매시슨의 단편 선집. 매시슨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장르 소설의 황금기를 이끈 중요 작가로, SF와 판타지, 호러 소설의 역사를 논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이다. 그는 영화화된 장편소설 『나는 전설이다』와 『줄어드는 남자』로 유명하지만 130편에 이르는 단편들이야말로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그의 대표 분야로, 독특한 소재, 탁월한 스토리텔링, 경이감을 주는 클라이맥스로 20세기 호러 단편의 표준을 결정지었다. 자연스럽고 명료한 문체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들은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동료 작가들을 포함한 여러 방면의 예술가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 냈다. 세계문학 단편선 36 『리처드 매시슨』은 미국 환상문학을 이끌 차세대 작가 빅터 라발이 직접 골라 엮은 ‘펭귄클래식’ 판본(2017)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는데, 첫 단편부터 출세작, 영상화로 이어진 대표 작품들까지 가히 매시슨 단편의 정수라 할 만하다. 이 작품들에서 매시슨은 일상을 파고드는 기묘한 이야기, 평온한 세상에서 한 개인에게만 일어나는 치명적인 위협을 다루면서, 독자가 그것을 믿을지 믿지 않을 것인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다. 그는 주인공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데서 독자가 느낄 스트레스와 불안, 드라마와 공포가 당시 시대를 이해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었는데, 시대와 소통하며 호러 문학의 방향성을 제시했던 선구자의 전모를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호러 장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내 이름을 언급한다. 하지만 리처드 매시슨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스티븐 킹
세계문학 단편선 37
끝나지 않는 불안의 꿈을 극도의 예민함으로
현실에 투영한 실존주의의 해시태그
프란츠 카프카 변신 외 77편
박병덕 옮김|840면
현대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불안과 두려움을 예리하게 포착한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중단편집. 최초의 단편집 『관찰』(1912)부터 『어느 단식 광대』(1924)까지 카프카 생전에 출간된 일곱 권의 단행본과, 잡지와 신문에만 발표된 글, 사후 유고집에 실린 단편 총 78편을 담았다. 「선고」 「화부」 「변신」 「유형지에서」 「어느 시골 의사」 등 잘 알려진 작품은 물론이고 미완이거나 중간 부분이 유실된 습작까지 망라했는데, 환상적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기묘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 과장과 수식 없는 간결한 문장, 현대인의 한계상황과 소외감에 주목한 카프카 문학의 특징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세계문학 단편선 37 『프란츠 카프카』는 읽기 쉽도록 무조건 의역하기보다 최대한 원전에 가깝게 옮겼고,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해설을 수록했다. 옮긴이는 ‘카프카의 문학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고독의 3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 『소송』 『성』 세 장편뿐만 아니라 중단편과 편지, 일기에 대한 꼼꼼한 읽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비현실적이지만 일상적 삶과 무관할 수 없는 카프카의 단편에 현대 문학작품의 본령이 있으며, 비인간화된 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익숙한 지금의 독자들에게 카프카의 메시지가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되짚는다.
“카프카의 작품에서 희망을 논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에 의해 묘사된 상황이 비극적일수록 희망은 오히려 확고하고, 도전적인 것이 된다.” 알베르 카뮈
세계문학 단편선 38
광활한 우주의 끝, 고독과 슬픔의 별에서도
인류의 잠재력과 선한 의지를 믿었던 위대한 낙관주의자
시어도어 스터전 황금 나선 외 12편
Selected Stories by Theodore Sturgeon(2000)|박중서 옮김|792면
SF 황금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의 단편 선집. 스터전은 ‘SF 작가들의 작가’이자 세계문학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거장으로, 매해 17,500단어 이하의 중단편 SF와 환상소설 중 최우수 작품에 수여하는 ‘시어도어스터전기념상’으로도 유명하다. 세계문학 단편선 38 『시어도어 스터전』에는 211편에 달하는 스터전의 중단편 가운데 「황금 나선」 「바다를 잃어버린 사람」을 비롯하여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한 「느린 조각」 등 대표작 13편이 담겨 있다. 뛰어난 문학성과 환상적 이미지의 조합, 시대에 대한 통찰과 인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한 독창적인 작품들에서, 동시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후대에 나아갈 바를 제시한 선구자의 탁월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훌륭한 과학소설이란 과학과 관련되어 발생한 인간의 문제와 해법을 담은 이야기’라는 철학을 가졌던 스터전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전쟁으로 피폐해지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개인의 선택과 소통 의지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인간의 실수와 고집으로 인한 피해를 인간 본연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발상은 인류의 본성과 잠재력이 선하다고 믿었던 그의 세계관에 기인한다. 그의 단편들은 냉전과 매카시즘의 광기가 휘몰아치던 암울하고 냉소적인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그 안에서 화해와 희망적인 결말을 이끌어 냄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내 손가락이 깃털로 변하더라도 차마 따라 할 수 없는 손길의 섬세함이 스터전에게는 있었다.” 아이작 아시모프
세계문학 단편선 39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빅토리아 시대를 사로잡은
영국적 미스터리의 시초
윌키 콜린스 꿈속의 여인 외 9편
박산호 옮김|564면
찰스 디킨스와 더불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T. S. 엘리엇이 ‘근대 영국 탐정소설의 창시자이며 당대 그 장르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가’라 극찬하고, 아서 코난 도일이 추리소설가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는 윌키 콜린스의 단편 선집. 세계문학 단편선 39 『윌키 콜린스』는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 교수이자 빅토리아 시대 소설 연구가인 줄리언 톰프슨이 편집한 『윌키 콜린스 단편 전집Wilkie Collins: The Complete Shorter Fiction』(1995)을 번역 저본으로 삼아 48편의 단편 가운데 콜린스가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며 작가로서 절정에 달했던 1850년대에서 1860년대 사이에 쓴 작품 열 편을 모았다. 사건에 감춰진 음모, 공포, 목숨을 건 사랑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 멜로드라마, 복잡한 서스펜스가 얽힌 콜린스의 소설은,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독서 대중의 성장과 맞물려 문학계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 읽을거리를 찾는 대중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고 절묘한 부분에서 끊어 내는 ‘절단 신공’의 대가 콜린스의 이야기 호흡은 독자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만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부엌데기부터 빅토리아 여왕의 궁정 인물들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의 소설 연재를 전전긍긍하며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한 사건을 여러 사람의 관점과 서술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구성과 일기나 편지, 진술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특이한 구조로 소설의 형태에 혁명을 일으켰는데, 『윌키 콜린스』는 평생 전통과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낸 콜린스의 단편 세계를 조망한 의미 있는 작품집이다.
“윌키 콜린스가 쓴 작품은 미스터리 중에서도 가장 신비롭다.” 헨리 제임스
세계문학 단편선 40
현존하는 거의 모든 SF 장르의 도서관
우주의 불가해 속 인간 존재를 탐험했던 미래의 철학자
스타니스와프 렘 미래학 학회 외 14편
Fantastyczny Lem. Antologia opowiada? według czytelników(2001)|이지원·정보라 옮김|660면
냉전 체제하의 동구권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과 함께 20세기 SF를 대표하는 거인으로 우뚝 선 폴란드 문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단편 선집. 세계문학 단편선 40 『스타니스와프 렘』은 2001년 렘 생전에 평론가이자 렘학자Lemologist인 ‘예지 야젱브스키’와 렘 전 작품을 출간한 폴란드의 출판사가 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독자 인기투표의 결과물로, 그중 득표수가 많은 순서대로 15편을 엮은 『환상적인 렘―독자가 뽑은 소설 선집』 제2판(2016)을 번역한 것이다. 요컨대 폴란드 독자들이 공인한 ‘최고의 렘 15편’인 셈. 스스로 장르의 진화를 거듭하며 현대 SF 작가가 제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미 대부분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렘의 소설은 과학과 문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 인간에 대한 성찰, 가톨릭 세계관에서 비롯된 신에 대한 질문을 특징으로 하며, 특히 사고할 수 있는 기계의 창조로 발생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는 메타픽션의 전형을 창조해 냈다. 그리고 이 같은 렘다움이 극대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단편소설 분야는 예리한 비평 정신과 분방한 예술적 상상력, 치밀한 과학적 사고가 어우러지는 자유로운 실험의 장場으로서, 여기에서는 진심과 농담, 서정과 그로테스크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일상적인 가치 체계가 전복되고 온갖 아이디어가 과감히 시도되었다. 한편 폴란드 하원은 렘 탄생 100주년인 올해 2021년을 ‘렘의 해Rok Lema’로 선언했는데, 렘 초심자에게는 렘 입문서가, 렘 애독자에게는 오랫동안 고대해 온 선물이 될, ‘렘의 해’에 읽는 ‘최고의 렘’은 분명 각별한 경험일 것이다.
“내가 무인도에 책이 든 가방을 가져가야 한다면, 그 안에는 틀림없이 스타니스와프 렘이 있으리라.” 올가 토카르추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