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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세트 4

  • 저자 헨리 제임스, 진 리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유도라 웰티,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리처드 매시슨, 프란츠 카프카, 시어도어 스터전, 윌키 콜린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역자 이종인, 정소영, 김승욱, 송병선, 최필원, 박병덕, 박중서, 박산호, 이지원, 정보라
  • ISBN 979-11-90885-76-8
  • 출간일 2021년 07월 01일
  • 사양 7268쪽 | 145*207
  • 정가 177,000원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단편으로 시작되었다”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세트 4(31~40, 전 10권)

모든 산문의 형식 중 가장 응축적이고 예술성이 높은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의 네 번째 박스 세트가 출간되었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은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과, 단편소설 분야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아울러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하는 데 단편소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바, 이러한 장르 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작품 역시 새롭게 선보이고자 했다. 31~40(전 10권)을 묶은 세트 4의 작가는 헨리 제임스, 진 리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유도라 웰티,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리처드 매시슨, 프란츠 카프카, 시어도어 스터전, 윌키 콜린스, 스타니스와프 렘이다.

 

 

[…] 그것은 한 권짜리 소설이었다. 그는 단권을 좋아했고 그런 만큼 남들과는 다르게 멋지고 진귀하게 압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독서에 몰두하면서 마음이 진정되고 위안을 얻었다.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되돌아왔다. 생각은 경이로움과 함께 되돌아오는가 하면, 무엇보다도 고상하고 장엄한 아름다움과 함께 되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문장을 읽었고, 자신의 책을 넘겼으며, 봄 햇살이 책장 위를 어른거리는 가운데 특별하고 강렬한 정서를 느꼈다. 물론 그의 경력은 끝났으나, 모든 것을 말해 놓은 지금, 그런 특별한 정서와 함께 끝난 것이었다.
_『헨리 제임스』 중 「중년」에서, 289쪽

 

문득 낭만적 여인에게 영감이 떠올랐다. 자신이 성공적이고 훌륭한 패션 아티스트인 만큼 그 역시 성공적이고 훌륭한 초상화가라고 들었다…… 분명 그도 그녀처럼 자신의 성공을 경멸하면서 더 고귀한 젊은 날의 이상을 애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는 아주 젊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 닮은 영혼이 있는 것이다. 새벽 1시의 몽파르나스의 무도장에 삶의 공허함을 이해한 또 다른 영혼이 있는 것이다. 이해했다고! 하지만 그가 절대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고, 그래서 절망하는 것이다. 인공 감미료 레모네이드로 강화된 낭만적 정신은 그런 식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가서는 그의 우울한 어깨에 손을 얹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슬픈 거로군요! 정말 안됐어요! 충분히 이해해요!”
젊은이가 무거운 머리를 들어 올리고는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보통은 잘하지 않는 일이지만, 토요일 밤에는 그 역시 다른 사람처럼 너그러워질 수 있었으므로 모호하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를 알아보고는 눈 속에 공포심이 떠올랐고, 그는 도와줄 사람을 찾아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말인가요!” 그가 화난 듯이 외쳤다. “전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사람이에요!”
_『진 리스』 중 「몽파르나스 사람들과 한 여인」에서, 34쪽

 

[…] 프레디는 침대 위에 놓아두었던 셔츠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가 커다란 삼색 털 얼룩 고양이가 그걸 밟고 서서 주무르고 있는 걸 봤네.
셔츠 앞섶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네들도 알 걸세. 순간적으로 프레디는 말문이 막혔지. 그 뒤에는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고양이를 덥석 들고 발코니로 나가서 녀석을 허공으로 던져 버렸어. 그런데 마침 그때 모퉁이를 돌아오던 노신사의 목덜미를 그 녀석이 직격해 버린 거야.
“젠장!” 노신사가 소리쳤어.
창문에서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지.
“무슨 일이에요, 모티머?”
“고양이가 비처럼 쏟아지네.”
“헛소리. 저녁 날씨가 아주 좋기만 한데요.” 그 머리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사라져 버렸어.
_『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중 「모든 고양이에게 안녕」에서, 393~394쪽

 

밤에는 얼마나 많은 소리가 있는지! 개울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불이 꺼져 가는 소리를 들었고, 이제는 자신의 심장 소리, 갈비뼈 아래에서 심장이 뛰며 내는 소리도 들리는 게 분명했다. 복도 건너편 침실에서 부부의 편안하고 깊은 숨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점차 어떤 감회가 내면에서 차오르면서 그 아이가 자기 아이였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예전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발간 석탄 앞에서 후들거리며 일어나 외투를 입었다. 옷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면서 그는 주변을 보았고, 여자가 램프 닦는 일을 결국 마치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떤 충동에 사로잡혀 지갑에서 가진 돈을 몽땅 꺼내 세로로 홈이 새겨진 램프 유리 받침대 아래에 놓았다. 거의 과시하듯이.
창피해져서 슬쩍 어깨를 으쓱하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 바깥의 냉기가 몸을 가볍게 하는 것 같았다. 하늘에 달이 떠 있었다.
비탈길에서 그가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차가 달빛 아래 보트처럼 버티고 있는 길에 이르자 마치 탕탕탕 소총이 발사되듯이 그의 심장이 터져 나갔다.
공포에 사로잡혀 가방을 떨어뜨리며 길 위에 주저앉았다. 이 모든 일이 예전에도 일어난 느낌이었다. 심장에서 나는 그 요란한 소리를 누구라도 들을까 그가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하지만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유도라 웰티』 중 「어떤 외판원의 죽음」에서, 248~249쪽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날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존 윌리엄 던의 이론을 아나요? 나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을 보낸다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데……”
“난 관심 없어요.” 캄폴롱고가 말했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있을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시간은 때때로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오. 특별한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예언자들은 과거와 미래를 봐요. 당신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예언은 수용될 수 없다오. 없는 것을 어떻게 볼 수 있겠소?”
_『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중 「위대한 세라핌」에서, 381~382쪽

 

[…] “그럼 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그 버튼을 가져와서 누르자고? 그걸 누르면 누군가가 목숨을 잃게 되는데도?”
노마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누군가가 죽이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뭐겠어?”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람일 거라잖아.” 노마가 말했다.
아서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게 여기서 1만 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중국의 늙은 농부라면? 중병에 걸린 콩고 원주민이거나?”
“펜실베이니아의 어린아이라면 어쩔 건데?” 아서가 받아쳤다. “다음 블록에 사는 예쁘장한 소녀라면?”
“오버하지 마.”
“그러니까 내 말은, 노마,” 그가 계속해 나갔다. “우리 때문에 누가 죽는다면 그건 살인이라는 얘기야.”
“내 말은,” 노마가 지지 않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볼 일 없는 사람이 죽는 거라면 이렇게 망설일 필요가 없잖아.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든 우리가 지켜볼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안 누를 거야?”
그 말에 아서가 깜짝 놀랐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누르기만 하면 5만 달러를 준다잖아, 아서.”
_『리처드 매시슨』 중 「버튼, 버튼」에서, 205쪽

 

법法 앞에 한 문지기가 서 있다. 이 문지기에게 시골에서 온 한 남자가 그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그 문지기는 그에게 지금은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는, 그렇다면 나중에는 그 안에 들어가도록 허락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가능하지만,” 하고 문지기가 말한다. “지금은 그러나 안 돼.” 법으로 가는 문은 언제나처럼 열려 있고 문지기가 옆으로 비켜섰기 때문에, 그 남자는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구부린다. 문지기가 그것을 알아채고는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자네 마음이 끌리거든 내 금지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 보게나. 그렇지만 알아 두게. 내가 힘이 세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난 가장 말단의 문지기에 불과하네. 홀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서 있는데, 가면 갈수록 힘이 더 막강해지지. 세 번째 문지기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난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다네.” 그런 어려움들을 시골에서 온 그 남자는 예상하지 못했다. 법이란 누구에게나 언제나 마땅히 개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지만, 지금 막상 털외투를 입은 문지기를 좀 더 자세히, 그러니까 그의 커다란 뾰족코, 길고 성긴 시커먼, 타타르인 같은 턱수염을 뜯어보고 나서는 입장 허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차라리 더 낫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
_『프란츠 카프카』 중 「법 앞에서」에서, 269~270쪽

 

당신은 정신을 수습하고, 파도와 바닷가와 기울어진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본다. 너울이 커지다가 파도로 부서지는 사이에, 당신은 자기 몸에서 새로운 향기를 느낀다. 겨우 열두어 번쯤 확실하게 발만 차면 몸을 접을 수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정강이가 산호에 부딪쳐 기분 좋은 고통을 만들어 내고, 당신은 거품 속에서 몸을 일으켜 바닷가로 걸어 나온다. 당신은 젖은 모래밭에, 단단한 모래밭에, 그리고 궁극적으로 허세로부터 힘을 얻어 두 걸음을 더 내디딘 끝에 고조선高潮線을 지나서 마른 모래밭에 쓰러지고,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당신은 모래밭에 쓰러져 있고, 차마 움직이거나 생각할 수도 있기 전에, 승리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당신이 살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도 그만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승리인 것이다.
_『시어도어 스터전』 중 「바다를 잃어버린 사람」에서, 722~723쪽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 실시된 수사에 따르면 살인자는 마구간을 나와서 오솔길을 따라 강으로 갔다. 경찰들이 강바닥을 샅샅이 훑어서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그 여자가 익사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만 확실할 뿐이다.
그래서 미스터리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끝난 꿈속의 여인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 여자가 유령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인간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어떤 경이로운 존재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지, 혹은 우리 안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위대한 시인이 한 말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꿈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고, 우리의 보잘것없는 삶은 잠으로 끝난다.”
_『윌키 콜린스』 중 「꿈속의 여인」에서, 321~322쪽

 

“당신 행성에서 죽음에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내가 물었다.
이마에 주름을 짓고 얼굴에는 미소를 지은 채 변호사는 마치 그 단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나를 들여다보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죽음?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이다. 개인이 없는 곳에 죽음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돼, 당신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외쳤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죽게 돼 있어, 당신마저도!”
“나라니, 그건 대체 누구지?” 그가 미소를 띤 채 내 말을 막았다.
한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_『스타니스와프 렘』 중 「열세 번째 여행」에서, 4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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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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