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전 세계적인 문화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모험의 작가 잭 런던의 단편선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열여섯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매일 하루에 천 단어씩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한 그는 만 40세에 세상을 뜰 때까지 『야성의 부름』 『늑대개 화이트팽』 등 19권의 장편소설뿐만 아니라 수백 편의 기사, 에세이, 비평을 비롯해 200여 편에 가까운 단편소설을 남겼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단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 잭 런던의 새로 엮은 작품집 출간을 기해서 E. L. 닥터로가 “오늘날까지도 잭 런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다”라고 《뉴욕타임스》 서평에 언급했을 당시나, 런던이 사망한 지 100여 년이 된 지금에도 그의 인기는 변함이 없다. “잭 런던은 우리가 본 몇 안 되는 모험가이자 활동하는 작가였다…… 그의 명성은 장편 『강철 군화』에 주로 머물러 있음으로 해서 단편의 탁월함이 거의 잊혔다”라고 한 조지 오웰의 말처럼, 짧은 인생 동안 수많은 활동을 펼치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런던의 삶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들, 방대한 양의 글들에 비해서 단편소설들은 그 우수한 문학성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 단편소설은 일생 동안 인종과 관련하여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던 자신의 가장 편견 없고 공정한 모습을 보인 장르로서, 일부 학자들은 단편소설이야말로 잭 런던 문학의 핵심이라고 말할 만큼 잭 런던을 논할 때 그의 단편은 결코 차치할 수도, 빼놓을 수도 없는 작품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이번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단편선은 총 2부로 나누어 런던 문학의 출발점이자 그 근간이 된 클론다이크 이야기 12편과, 작가의 노동 경험 및 원시문명의 구석까지 누빈 세계 여행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 등 여러 체험 속에 빚어진 단편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 13편을 가려 수록하였다. 그간 국내 출간된 잭 런던 단편선 중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고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런던 문학의 다채로운 면모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1897년 당시 21세였던 런던은 캐나다의 북극 인근 지역인 클론다이크 강으로 향하는 골드러시 대열에 합류하였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게 되나, 이때의 경험을 살려 1899년 1월 데뷔작 「들길을 가는 사내에게 건배」를 발표하고, 이어 중편소설 「북극의 오디세이」로 떠오르는 작가로 인정받게 된다. 두 작품 모두에서 유콘 강 인근에 터전을 잡고 생활하는 백인 ‘맬러뮤트 키드’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백색 침묵」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나오는 키드는 런던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진 『마틴 에덴』의 주인공 마틴 에덴보다 작가 자신이 가장 강하게 투영된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맬러뮤트 키드는 일반 도덕규범에 비추어 보자면 범죄라 할 수 있는 행위를 저지른 들길의 사내들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황소조차 일격에 쓰러뜨릴 강하고 거친 남자”지만 “불쌍한 동물들은 차마 때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키드는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나 「백색 침묵」에서는 얼어붙는 북극의 추위에 결국 죽어 가는 친구를 버리고 들길을 떠난다. “잭 런던의 내면에서는 삶의 투쟁에서 강자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이론과 인류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충돌하고 있다”고 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처럼 이와 같이 적자생존과 인류애라는 런던의 서로 상충하는 사상은 작가의 분신 맬러뮤트 키드를 통해 상징적으로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런던은 모두 50여 편에 달하는 클론다이크 관련 이야기를 남겼는데, 클론다이크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은 인간을 농락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분투하나 그 결말은 항상 인간의 승리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블라디미르 레닌이 가장 좋아한 작품 중 하나로도 유명한 「생명의 애착」처럼 고된 사투 끝에 불굴의 의지로 목숨을 구하나, 「불 피우기」에서처럼 자연의 힘을 무시하는 순간, 인간은 무력하게 쓰러질 뿐이다. 이와 같은 자연, 더 나아가 생의 냉혹함은 런던 문학의 큰 주제 가운데 하나로 이는 비단 북극이나 런던 작품의 또 다른 배경인 남태평양 같은 자연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가의 소년 노동자 체험이 녹아든 「배교자」와 같이 산업사회 그리고 「강한 자들의 힘」에서처럼 계급사회와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런던의 이러한 주제의식은 드러난다. 어떠한 논평이나 교훈 없이 덤덤히 이야기를 서술한 「멕시코인」의 리베라가 백인들로 가득한 경기장에서 홀로 링에 오르는 모습들은 독자의 연민과 의분을 불러일으킨다.
런던은 이렇듯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위력을 강력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그에 맞서는 다양한 정신의 발현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의 인물들에게 강한 애착을 보인다. 런던의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작품 하나하나가 이야기로서 더없이 흥미진진하면서도 그 안을 들춰 보면 인간 무의식의 야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한 개인의 모험기를 뛰어넘어 당대의 서로 충돌하는 사상과 그 시대정신들을 조화롭게 담아낸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대를 넘어서서 뜨거운 울림을 자아내는 그의 인물들의 숭고한 투쟁이 안겨 주는 감동이야말로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작가, 잭 런던을 만들어 준 힘일 것이다.
잭 런던
(Jack London, 1876~1916)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미국 작가인 잭 런던은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장편소설 19편과 18권의 단편집, 수백 편의 기사, 에세이, 비평 들을 남기며 파란만장했던 짧은 생애를 아낌없이 살다 갔다.
사생아로 태어나 의붓아버지의 성인 ‘런던’을 따르게 된 그는 미국의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찍이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신문 배달원, 통조림 공장 직공, 물범잡이 배의 선원 등 온갖 육체노동과 방랑으로 소년 시절을 보냈고, 스무 살 때 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189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대열에 합류하여 금광으로 향하였으나, 이듬해 봄에 간신히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남은 채굴지가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때의 모험은 런던에게 어떤 금보다 가치 있는 이야깃거리를 안겨 주었다. 데뷔작 「들길을 가는 사내에게 건배」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스물일곱 살에 발표한 『야성의 부름』으로 상업적 성공과 작가적 명성을 모두 얻었으며, 『바다의 늑대』 『늑대개 화이트팽』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블라디미르 레닌으로부터 “잭 런던이야말로 사회주의의 대의를 실현할 최고의 작가이다”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유명한 사회주의자였지만, 그는 한편으로 철저한 개인주의자였고, 부의 축적에 예민했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혹독한 비판을 받았지만, 오늘날 많은 평자는 그가 살던 시대가 서로 충돌하는 이념이 뒤섞인 과도기적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며, 따라서 작가 잭 런던은 철저히 자신의 시대를 살았으며 대표하였다고 말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잭 케루악에 앞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모험의 작가, 카를 융의 이론이 미국에서 빛을 보기 전 이미 원시 시절부터 내재된 인간 무의식 속의 야성을 통찰했던 그는 1916년 11월 22일, 캘리포니아 주 글렌엘런 자택에서 사망하였다. 급성 위장형 요독증으로 판정되었다고 하나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설도 있다.
옮긴이 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플래너리 오코너』 『오 헨리』 『내 책상 위의 천사』 『오만과 편견』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순수의 시대』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노 맨스 랜드』 『천국의 작은 새』 『토버모리』 외 다수가 있다. 2012년 제6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본문에서
“추운 밤이야, 친구들, 더럽게 추운 밤.” 그는 그렇게 조리에 닿지 않는 말로 변호를 시작했다. “자네들은 모두 들길을 다녀 봤고, 들길의 의미를 잘 알지. 지친 개를 출발시키면 안 돼. 자네들은 한쪽 이야기만 들었어. 피부가 잭 웨스턴데일보다 하얀 남자는 우리와 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같은 이불도 덮지 않아. 지난가을 그 친구는 자신이 번 돈 전부인 4,000달러를 조 카스트렐에게 주고 도미니언 천 변의 광구를 사 달라고 했어. 그대로 했다면 그 친구는 백만장자가 됐을 거야. 하지만 그 친구가 서클시티에 남아서 괴혈병에 걸린 동료를 돌보는 동안 카스트렐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맥팔랜드의 술집에서 도박으로 돈을 몽땅 날렸어. 다음 날 카스트렐은 눈 속에 죽어 있었지. 불쌍한 잭은 이 겨울에 아내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들에게 갈 계획을 품고 있었어. 그래서 자기 동료가 잃어버린 딱 그만큼—4,000달러—을 취한 거야. 어쨌건 이제 그 친구는 갔으니, 자네들이 어떻게 할 방법은 없어.”
맬러뮤트 키드는 자신을 빙 둘러싼 재판관들을 둘러보다가 그들의 얼굴이 누그러든 것을 보고 잔을 높이 들었다. “오늘 밤 들길을 가는 사내에게 건배. 그의 식량이 떨어지지 않기를. 개들이 쓰러지지 않기를. 성냥불이 잘 붙기를. 신이 그를 돕고,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기마경찰에게 혼란이 있기를.” 빈 잔들이 쨍그랑거리는 소리 위로 베틀스가 외쳤다.
_20~21쪽, 「들길을 가는 사내에게 건배」에서
백색 침묵 속에서 고통스러운 생각에 싸여 혼자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검은 침묵은 자비롭다. 그것은 사람을 감싸 주고, 그 숨결은 천 번의 불가해한 위로를 전한다. 하지만 강철 같은 하늘 아래 맑고 차갑게 펼쳐진 백색 침묵은 잔인하기만 할 뿐이다.
1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2시간. 하지만 메이슨은 죽지 않았다. 정오의 태양은 남쪽 지평선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하늘 위로 불의 기운을 던졌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맬러뮤트 키드는 몸을 일으켜 동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한 번 힐끔 보았다. 백색 침묵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았고, 가슴속에 거대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짧은 폭발음과 함께 메이슨은 공중 무덤으로 솟아올랐고, 맬러뮤트 키드는 개들을 채찍질해서 눈밭을 맹렬히 달려갔다.
_35쪽, 「백색 침묵」에서
“그것이 시작이었다. 두 번째 백인이 다시 털 짧은 개를 데리고 와서 개들만 남겨 놓고 떠났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튼튼한 개 여섯 마리를 데리고 갔다. 그 대가로 우리 외삼촌 쿠소티에게 여섯 발을 연달아 쏠 수 있는 놀라운 권총을 주었다. 쿠소티는 덩치가 컸고, 총이 생기자 우리의 활과 화살을 ‘여자들 물건’이라며 비웃었다. 그러고는 총을 들고 볼드페이스 곰을 사냥하러 갔다. 이제 우리는 권총으로 볼드페이스 곰을 사냥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쿠소티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는 용감하게 곰에 맞서서 재빨리 여섯 발을 쏘았다. 하지만 곰은 그르렁거리며 그의 가슴팍을 달걀 껍질처럼 부수었고, 쿠소티의 머리는 벌집에서 꿀이 나오듯 땅바닥에 골을 쏟았다. 그는 훌륭한 사냥꾼이었지만, 이제 그의 아낙과 아이들에게 고기를 가져다줄 사람이 없어졌다. 우리는 화가 나서 ‘백인들에게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백인은 숫자도 많고 뚱뚱한데, 그네들 방식을 따라 하면 우리는 수가 줄고 여윈다.”
_175~176쪽 「노인 동맹」에서
부엌을 지나가는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 무거웠다. 옷을 벗는 일이 산을 움직이는 것처럼 힘들어서 그는 옷도 벗지 못하고 힘없이 울면서 침대로 기어들었다. 신발 한 짝은 아직도 신은 채였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라서 띵하고 멍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여윈 손가락이 손목처럼 두껍게 느껴졌고, 그 끝에는 머릿속처럼 멍한 느낌이 있었다. 허리가 참을 수 없이 아팠다. 온몸의 뼈가 아팠다. 사방이 아팠다. 머릿속에서 꽥꽥, 쿵쿵, 우당탕 소리가 울리며 방직기 수백 만 대가 돌아갔다. 모든 공간이 방직기 북으로 가득 찼다. 북들이 별들 사이를 누볐다. 그는 혼자서 방직기 천 대를 움직였고, 그것들은 점점 속도를 높였다. 그의 머리도 점점 속도를 높이며 풀려서 마침내 천 개의 북에 감기는 실이 되었다.
_305쪽, 「배교자」에서
7라운드에 들어서자 샌델도 최상의 몸 상태에서 내려왔고, 그가 여태껏 경험한 가장 힘겨운 싸움에 접어들었다. 톰 킹은 노장이었지만, 그와 맞붙은 어떤 노장보다 훌륭했다. 그는 허둥대지 않고, 방어 능력이 뛰어나고, 또 주먹이 울퉁불퉁한 몽둥이 같은 노장, 그리고 양손이 모두 강한 노장이었다. 그렇지만 톰 킹은 공격을 자주 하지 않았다. 그는 망가진 관절을 잊지 않았고, 그 관절로 경기 끝까지 버티려면 타격을 매번 적중시켜야 했다. 코너에 앉아서 상대를 바라보자니 문득 자신의 지혜와 샌델의 젊음을 합하면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샌델은 세계 챔피언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지혜가 없었고, 그것을 얻는 방법은 젊음을 주고 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지혜를 얻으면, 젊음은 그것을 사는 데 쓰이고 없을 것이다.
_367쪽, 「스테이크 한 조각」에서
“그러면 벌레는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사슴몰이가 물었다.
“그 사람은 육식족에게 가서 그곳 왕의 가수가 되었어. 이제는 노인이지만, 예전과 똑같은 노래를 부른단다. 사람들이 일어서서 나아가려고 하면 그자들은 예전으로 돌아가서 나무에서 살려고 한다고.” 긴 수염은 곰 시체 속에서 비계를 한 움큼 빼내서 이 없는 잇몸으로 빨아 먹었다.
“언젠가,” 그가 손을 허리에 닦으면서 말했다. “바보들은 다 죽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 거야. 그들이 강한 자들의 힘을 갖고, 그 힘을 합해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과 싸우지 않게 될 거야. 경비대, 장벽을 지키는 파수꾼도 없어질 거야. 그리고 털보얼굴의 말대로 모든 맹수를 죽이고, 모든 언덕이 염소 풀밭이 되고, 모든 산골짜기에 곡식과 알뿌리를 심게 될 거야. 그리고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고, 아무도 햇빛 아래 뒹굴면서 남이 만든 걸 먹고 살지 않게 될 거야. 바보들은 다 죽고 <벌들의 노래> 같은 걸 부르는 사람은 없는 세상이 올 거야. 사람은 벌이 아니니까.”
_435쪽, 「강한 자들의 힘」에서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순간, 바셋은 응구른의 신경질적인 동작에 열락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늙은 주술사를 잊고 있었다. 짧은 환상은 바셋의 목구멍에 갈라진 웃음을 일으켰다. 산탄총은 들것에 그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가 할 일은 총구를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서 자기 머리를 산산조각 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배신할 필요가 있을까? 바셋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지만 원숭이와 가까운, 식인종에 인두 사냥꾼이지만, 어쨌건 응구른은 자신의 식견에 따라 공정하게 행동했다. 응구른은 윤리와 계약, 배려, 신사적 행동의 선구자였다. 그래, 바셋은 결심했다. 마지막 순간에 그를 배신하는 것은 유감스럽고 불명예스러운 행동이었다. 그의 머리는 응구른의 것이고, 응구른의 손에서 훈연될 것이다.
_538쪽, 「붉은 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