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1 / 0

닫기
인터넷 서점 바로가기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전자책
다운로드
표지 이미지 보도 자료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세계문학 단편선 11)

  • 저자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세상을 사고 싶은 남자 외 38편
  • 역자 이난아
  • ISBN 978-89-7275-709-2
  • 출간일 2014년 10월 06일
  • 사양 424쪽 | 145*207
  • 정가 13,000원

터키 현대 단편소설사에 전환점을 찍은,
스스로가 새로운 문학의 뿌리가 된 선구자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국내 첫 소개

양모 요, 면 요, 베개…… 모든 집에서 요의 솜을 틀듯이 당신의 집에서도 가끔 요의 솜을 틀 것이다. 어느 날 저녁, 당신은 피곤에 지쳐, 어쩌면 기분이 상한 채 집에 들어가는 날도 있을 것이다. 방에 들어가 보니 새로 솜을 틀어 넣었는지 베개가 부풀어 오른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요는 새하얗고 통통하고 임신한 여자처럼 부풀어 있다. 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잠은 애인 같은 것이다. 오지 않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하지만 새로 솜을 튼 요를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새털 같은 기쁨이 생긴다.

「솜 트는 노인」

 


“혹 당신도 땀을 과다하게 흘립니까?”
“그러니까…… 네…… 하지만 저는 발에 땀이 많이 난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발에는 땀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했었지요? 아, 약간의 백반과 약간의 헤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것들을 뿌리면 땀이 나지 않습니다. 땀은 나지 않지만 보름 후에 무기력증이 시작되지요. 16일째가 되면 몸져눕게 된답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지요. 의사한테 가서 땀 흘리는 문제에 대해 상담을 했답니다. 아르메니아인 의사는 ‘날 곤경에 처하게 하지 마시고,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신에게 감사나 하시오!’라고 말했답니다.”
“그러니까 땀 흘리는 게 좋다는 거군요.”
“당연히 좋은 거지요. 하지만 저는 심장이 좋지 않습니다. 뭐 크게 문제는 되지 않지만요. 땀 흘리는 걸 멈추게 하고 싶다고요? 절대로 그 방법을 찾지 마세요. 제 아버지는 마흔세 살 때 땀 흐르는 게 멈췄는데, 그만 고인이 되고 마셨지요, 지하에서 고이 잠드시길.”
“이런, 이런.”

「아버지와 아들」

 


얼마 전 밤 시간에 또 우리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신문을 읽었고 나는 무엇인가를 종이에 끄적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카페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거울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가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나를 비난하는 어떤 것이 느껴졌고, 내가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이상하게도 무슨 일인가를 저지르고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노련한 도둑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거울 밖의 내 모습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렇다, 내가 그의 염주를 훔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어떤 아이들이 고집스럽게 자신이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 아이들이 정말로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 아이들 중 한 명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죽음 앞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노련한 배우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저 노련한 배우가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는 어머니를 껴안았다. 그녀를 침대로 데리고 갔다. 이불을 덮어 차가워지기 시작한 몸을 덥히려고 했다. 자신의 몸을, 생기를 그 차가운 몸에 전달하려고 했다. 잠시 후, 그는 무력하게 구석에 있는 방석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날은 아무리 애를 써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눈이 지극히 따가웠지만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가장 커다란 슬픔 앞에서는 불면으로 밤을 새운 사람의 얼굴밖에 다른 것이 되지 못한단 말인가?
알리는 자신이 갑자기 살이 빠지고, 갑자기 머리칼이 하얘지고, 갑자기 허리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으로 나뒹굴고, 당장 백 살이 된 사람처럼 늙고 싶었다. 잠시 후 주검을 바라보았다. 전혀 공포스럽지 않았다.

「세마외르」

 


꽤 오래전 일이다. 이렇게 추운 봄날이면, 그 얼음장처럼 추웠던 겨울밤이 떠오른다. 그즈음은 아직 봄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던 때였다. 지금은 그나마 안개와 비, 더욱이 추위 속에서도 사람을 놀라게 하고 어찔하게 하는 어떤 냄새가 있다. 그때는 아직 잠르 저택의 창과 가수 광고들의 푸른빛을 떨게 하며 지나가는 얼음 같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은 그들이 보았던 어떤 영화의 환상을 서서 보고 있었고, 희망, 상상, 아름다운 나날 혹은 전쟁이 있던 밤과 대피소를 생각하게 하는 침대의 따스함에 한시라도 빨리 들어가기 위해 도무지 오지 않는 전차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서는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서로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 안개 층이 펼쳐져 있었다. 침대는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빵만큼이나 신성했다. 이 순간에 침대는 애인이며, 침대는 추억이며, 침대는 어린 시절이며 아름다운 꿈이고, 침대는 봄이며 바닷가이며 이국적인 나라니 친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 무리의 사람들」

 


배가 도착하고 떠난 뒤, 그러니까 짐을 다 운반한 후, 부두의 바람이 불지 않는 벽 아래에 무릎을 접고 엉거주춤 앉았다. 그제서야 100개의 단어가 들어 있는 사전을 펼쳤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말은 하지만 듣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문장이라는 것이 일련의 감정과 지식의 표현이라면 라모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일련의 물건들, 사람들 그리고 이것들 사이에 일련의 관계들이 있었다. 단어들……
아흐메트, 메흐메트, 짐, 지게, 씨氏, 편지, 고향, 거짓, 진실, 셔츠, 철……
고향에서 온 편지와 메흐메트 씨가 준 셔츠에 다는 철, 라마잔이 말한 진실과 제브라일의 거짓……
“라마잔 거짓, 지보 진실, 이 셔츠 메흐메트 씨, 편지 양모 원한다, 실 보내기…… 침대 프레임 찢어진 셔츠…… 휴, 읽었다 불가리아 사람 우유 장수 편지.”

「고향으로 보낸 당나귀」

 


“영웅적인 행위라는 의미는 무엇이냐, 아들아?”
“인간성이지요, 아버지…… 오늘날 거의 잊힌 영웅적인 행위 말이에요, 행복을 위한. 인간 전체의 행복을 위해 이루어지는 모든 행동은 인류를 위한 행동이지요. 모든 죽음은 영웅의 죽음이고요.”
“그렇다면 폐허가 된 도시, 교회, 성당, 역사적 유물들은……”
“다시 만들면 되지요. 사람들이 행복하면 도시들에 더 멋진 건물들이 지어져요. 역사적 유물 말인데요, 아버지, (네즈미는 이 시점에서 연극적인 포즈를 취했다)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 때, 자유와 미래의 행복한 삶의 역사를 만들 때, 왜 그런지 몰라도 약간은 난폭하고 거칠어져요. 역사적 유물을 파괴하는 모든 폭탄을 보면 마음속으로 깊은 아픔을 느끼고 유감스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생각에 한 사람이 더 귀중한가요, 아니면 쉴레이마니예 사원이 더 귀중한가요?”
“쉴레이마니예 사원……”
“제 생각에는 한 사람이 더 귀중해요.”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그것들이 인간적인 사고라고 생각하는 거냐?”

「위기」

 


위장의 매스꺼움도 사라졌고 이제 귓속의 이명도 사라졌다. 레젭에게 이러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는 온몸과 온 영혼으로 생각하는 것. 위장에 탈이 나고 심장은 평상시보다 더 빨리 뛰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손에 땀이 났다. 처음에는 울다가 나중에는 웃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발작이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버스 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인간이게 하는 것은 상상을 하는 것이다.

「가스난로」

 


제가 잠시 무엇을 생각했는지 아십니까? 우리 가게와 집을 팔아야지. 그 사즈 악단이 있는 클럽 있잖습니까, 앞에서 언급했던? 그곳에서 밖으로 출장도 나가는 여자가 있는데—그러니까 이마가 좁은 여자—그녀를 정부로 삼고 살다가 1년 후에 죽어야지.
그리고 어느 날 보스포루스를 항해하는 배를 타야지. 배가 베벡과 아르나부트쾨이 앞을 지나갈 때, 앉아 있던 배 뒤쪽의 긴 의자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으면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야지.

「필요 없는 남자」

연관 도서

로그인 후 이용해주세요.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