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創刊辭 1955년 현대문학 창간호
우석 김기오 선생의 창간사 창간호

인류의 운명은 문화의 힘에 의존된다. 때로 민족은 멸할 수도 있고 때로 국가는 패망할 수도 있으나 인류가 남겨놓은 문화는 결코 그 힘을 잃은 적이 없다. 석가나 기독의 사상이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서 항상 인류의 위대한 광명이 되어왔음은 이의 가장 유력한 증거의 하나이다. 우리가 인류의 역사를 성찰할 때 한 민족이나 한 국가의 존망이 일시적으로는 그들의 무력에 의존됨을 볼 수도 있으나 높은 문화적 전통을 지닌 민족이나 국가가 허무히 패망한 예를 보지 못했으며 문화의 배경이 없는 무력만으로써 그 국력을 확장한 민족이나 국가의 장래가 또한 길지 못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어느 민족이나 국가에 있어서도 문화의 힘이 그 민족이나 국가의 기본적인 요소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화의 기본적인 핵심은 문학이다. 우리는 문화라는 개념 속에 얼마나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속에 포함되는 뭇 사상들은 제가끔 전문적으로 독립되어 있거나 기계적으로 분해되어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그곳에는 인생의 종합적인 표현으로서의 문화의 근원적인 생명이 결여될 수밖에는 없다. 문학은 그러한 어떠한 문화형태와도 그 성질을 달리하고 있다. 문학은 확실히 독립된 한 학문이요 예술이면서도 철학이나 정치나 음악이나 미술과 같이 분명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 문학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하나의 철학이요 종교며 또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음악이며 미술일 수도 있다. 협의에 있어서의 문학은 일종의 언어예술에 그칠 수도 있으나 광의에 있어서의 문학은 철학, 정치, 경제 등 일체의 학문을 대표할 수도 있다. 이는 문학이 인생의 총체적인 한 학문인 까닭으로서 다른 어떠한 예술보다도 사상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이이기도 하다.

이번 뜻을 같이하는 몇몇 동지들이 모여 가치 있는 그 많은 여러 문화기업 중에서도 특히 문학활동에 봉사하기 위한 본지의 창간을 실천한 것은 문학이 이와 같이 문화의 기본적인 핵심임을 깊이 인정한 까닭에서이다.

본지는 본지의 제호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현대문학을 건설하자는 것이 그 목표이며 사명이다.
그러나 본지는 이 <現代>라는 개념을 순간적인 시류나 지엽적인 첨단의식과는 엄격히 구별할 것이다. 본지는 현대라는 이 역사상의 한 시간과 공간을 언제나 전통의 주체성을 통해서만 이해하고 인식할 것이다. 즉 과거는 언제나 새로이 해석되어야 하며 미래는 항상 전통의 결론임을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빛난 문학적 유산이라 할지라도 본지는 아무 반성 없이 이에 복종함을 조심할 것이며 아무리 눈부신 새로운 문학적 경항이라 할지라도 아무 비판 없이 이에 맹종함을 경계할 것이다. 고전의 정당한 계승과 그것의 현대적인 지양만이 항상 본지의 구체적인 내용이며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본지의 목표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본지는 본지를 일개인의 적은 기업이나 취미로부터 해방하여 명실공히 한국문단의 한 공기로서 문단의 총체적인 표현기관이 되기 하는데 성심을 다할 것이다. 건전한 한국의 현대문학을 건설하기 위하여 본지는 일체의 정실과 당파를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 한국문학의 위대한 전통을 확립하기 위하여서는 어떠한 기관보다도 본지는 작품에 대한 가치판단에 준열할 것이다. 작품의 가치를 판별하는 행위에 있어서만은 본지는 결코 기계적이며 형식적인 공정에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본지는 무정견한 백만 인의 박수보다도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옳은 식별력을 가진 단 한사람의 지지를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문학인들은 여상의 본지의 포부를 가상히 여겨 본지를 통하여 당신들의 생명과 영혼을 조각해주시기를 기대하며 사회각층의 성원화 협조를 충심으로 빌어 마지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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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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