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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세계문학 단편선 08) O. Henry Selected Stories

  • 저자 오 헨리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휘멘의 지침서 외 55편
  • 역자 고정아
  • ISBN 978-89-7275-669-9 04
  • 출간일 2014년 05월 10일
  • 사양 652쪽 | 146*208
  • 정가 16,000원

경쾌한 위트와 따뜻한 캐릭터, 결말의 절묘한 반전으로 현대 단편소설의 문법을 완성시킨 단편소설의 대명사 오 헨리

젊은이는 가정부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희미한 빛이 복도의 그림자를 누그러뜨렸다. 그들은 베틀조차 자신이 짠 게 아니라고 부인할 듯한 계단 카펫을 소리 없이 밟고 올라갔다. 카펫은 식물이 된 것 같았다. 퀴퀴하고 응달진 공기 속의 풍성한 지의류 또는 군데군데 돋아서 유기체처럼 발밑에서 끈적이는 이끼가 된 것 같았다. - 「가구가 딸린 셋방」

 

식탁마다 바퀴 달린 양념 통 스탠드가 있고, 그 위에 양념 통들이 있다. 후추 통을 흔들면 화산 먼지처럼 아무 맛도 없고 우중충한 구름이 만들어진다. 소금 통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시든 순무에서 붉은 물을 빼낼 수 있는 사람이라 해도 보글 레스토랑의 소금 통에서는 소금을 빼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식탁에는 ‘인도 귀족의 조리법’으로 만든 온화한 소스의 모조품도 있다. - 「틸디의 짧은 데뷔」

 

“도로변의 이 통나무에 앉읍시다.” 내가 말했다. “그리고 잔혹하고 천박한 시인들은 잊어버립시다. 아름다움은 확인된 사실과 공인된 측정치라는 영광된 기둥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앉은 이 통나무에 어떤 시보다도 멋진 통계가 있습니다. 나이테를 보면 수령이 60살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600미터 깊이의 땅속에 묻히면 3천 년 후에 석탄이 될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석탄 광산은 뉴캐슬 근처 킬링워스에 있습니다. 가로, 세로, 높이가 120, 90, 80센티미터인 상자에는 석탄이 1톤 들어갑니다. 동맥이 잘리면 상처 위쪽을 눌러야 합니다. 남자 다리에는 뼈가 서른 개 있습니다. 런던탑은 1841년에 화재가 났습니다.” - 「휘멘의 지침서」

높은 이상은 아니라 해도 어쨌건 이런 큰 목표를 낸시는 주급 8달러를 받으며 연마했다. 그녀는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왕자님’의 길 위에서 야영하며 마른 빵을 먹고 날마다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얼굴에는 남자 사냥꾼이라는 운명을 짊어진 자의 강인하고 상냥하고 엄격하고 희미한 미소가 있었다. 백화점은 낸시의 숲이었다. 그녀는 여러 차례 멋진 뿔이 달리고 덩치가 커 보이는 사냥감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하지만 언제나 어떤 깊고 확실한 본능에 의해 —사냥꾼의 본능일지도 모르고, 여자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사격을 중지하고 다시 길 위에 남는 쪽을 택했다. - 「손질한 등불」

사람들은 더 이상 천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상스러운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수십만의 진정한 이상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불쾌하지 않았다. 이 번득이는 사원의 싸구려 오락거리들은 가짜고 엉터리지만, 그렇게 금박 껍데기를 쓴 채로 불안한 인간 심장에 구원과 적절한 위로와 만족을 주고 있었다. 이곳에 어쨌건 로맨스의 껍데기가, 공허하지만 빛나는 기사도의 투구가, 짜릿하면서도 안전한 모험의 비행이, 사람들을 동화 나라로 태우고 가는 마법의 양탄자가 있었다. - 「벽돌 가루 거리」

젊음의 슬픔과 노년의 슬픔은 이런 차이가 있다. 젊음의 짐은 다른 이와 함께 나누면 그만큼 가벼워진다. 노년의 슬픔은 아무리 주고 또 주어도 그대로 남아 있다 - 「백작과 결혼식 하객」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나를 때리지 않는 남자는 싫어.” 캐시디 부인이 선언했다. “때리는 건 남자가 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거든. 아! 하지만 잭의 이번 폭력은 가벼운 예방주사 같은 게 아니었어. 아직도 별이 보이네. 어쨌거나 잭은 이제 그걸 벌충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세상에 없이 다정한 남편이 될 거야. 이 눈이면 최소한 극장표에 실크 블라우스는 확보했다고 봐야 돼.” - 「할렘 비극」

첫 번째 모퉁이에서 엉클 시저를 만났다. 그는 건장한 흑인으로 나이가 피라미드보다 많은 것 같았고, 희끗희끗한 머리에 얼굴은 처음 봤을 때는 브루투스를, 다시 봤을 때는 줄루 족 왕 케츠와요를 연상시켰다. 그의 외투는 평생 본 적도 없고 볼 거라고 예상한 적도 없을 만큼 대단했다. 길이가 발목까지 오는 그것은 한때 청회색 남군 군복이었다. 하지만 비와 햇빛과 세월이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내서, 거기 견주면 요셉의 외투도 희미한 단색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 「어느 도시의 보고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노인들이 대개 그러듯이 소령도 세부 사실을 대강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옛 농장주들의 웅장하리만치 눈부신 시절을 설명할 때, 그는 어떤 흑인 말구종의 이름이나 어떤 사소한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날짜나 어떤 해에 수확한 원면 꾸러미의 개수가 정확히 떠오를 때까지 이야기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하그레이브스는 답답해하지도 지루해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그 시절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했고, 그에 대해 항상 준비된 대답을 들었다. - 「하그레이브스의 가면」

그러자 치킨은 지금이 이따금 행운을 얻는 데 필요한 절박하고 공격적인 투기의 때임을 깨달았다. 그가 가진 자본은 5센트였고, 그는 그것을 아이의 통통한 손에 쥐여 있는 것을 얻기 위해 던져야 했다. 실패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치킨은 알았다. 하지만 전략을 써야 했다. 그는 현명하게도 어린아이에게 완력을 쓰는 것을 두려워했다. 한번은 공원에서 배고픔을 못 이기고 유모차 탑승자가 들고 있는 이유식 병을 습격한 적이 있었다. 성난 아기가 즉시 입을 크게 벌리고 창공과 소통하는 단추를 누르자 금세 지원병이 찾아왔고, 치킨은 30일을 아늑한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 말대로 ‘아이들을 경계’했다. - 「블랙 이글의 실종」

 

9762번 밸런타인이 풀려나고 일주일 뒤에 인디애나 주 리치먼드에서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없는 깔끔한 금고털이 사건이 일어났다. 털린 돈은 800달러가 전부였다. 2주일 뒤에는 로건스포트에서 특허 받은 최신 도난 방지 장치가 달린 금고가 치즈처럼 뚫려 1,500달러에 이르는 현금이 사라졌다. 증권과 은은 그대로 있었다. 그 일은 악당 사냥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 뒤 제퍼슨시티의 구식 은행 금고가 화산 활동을 재개해서 5천 달러에 이르는 은행권을 분화구 밖으로 분출했다. 손실액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이제 벤 프라이스 수준의 형사가 개입할 필요가 생겼다.- 「기적을 행하는 남자」

태초부터 여자는 다른 여자에게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여자들은 빛의 속도로 다른 여자의 감정과 정신을 꿰뚫고, 자매의 교묘한 거짓말을 걸러 내고, 깊이 감춘 욕망을 읽고, 빗에서 머리카락을 빼듯 교활한 말에서 궤변을 빼내서 경멸 속에 만지작거린 뒤 근본적 의심의 바람에 띄워 보낸다.- 「윈첼시 양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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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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