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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세계문학 단편선 09)

  • 저자 기 드 모파상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비곗덩어리 외 62편
  • 역자 최정수
  • ISBN 978-89-7275-670-5
  • 출간일 2014년 06월 15일
  • 사양 808쪽 | 146*208
  • 정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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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단편소설의 창시자 모파상,
인간의 희로애락을 응축시킨 그의 보석처럼 빛나는 명단편들

 

남자는 잘 알려진 공화주의자 코르뉘데로, 저명인사들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는 존재였다. 그는 20년 전부터 모든 민주 카페의 맥주잔 속에 적갈색 수염을 적셔 왔으며 옛날에 과자 공장을 했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재산을 동지와 친구들과 함께 마셔 없애 버렸다. 그런 다음에는 그토록 혁명적인 소비에 뒤이어 당연히 얻을 만한 자리를 얻기 위해 공화제가 도래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9월 4일에 그는, 아마도 누군가의 장난 때문이었겠지만, 자기가 도지사에 임명된 것으로 착각했다. 그가 부임하려고 하자, 아무도 없는 관청을 지키던 청년들이 그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부득이하게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 「비곗덩어리」

 

그녀는 예뻤습니다. 그랬어요, 선생. 봄이 와서 날씨가 좋을 때 여자들이 더 예뻐 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봄에 여자들은 자극적이고, 매력적이고,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아주 특별합니다. 꼭 치즈를 먹고 나서 마시는 포도주 같아요. - 「봄」

 

“그런 문제라면 간단하지요. 내가 단언하는데, 사람은 욕망에 사로잡혀 과오를 범할 때 그런 미묘한 것들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또한 나는 여자들은 온갖 복잡한 일들을 경험하고 결혼 생활의 온갖 혐오스러운 일들을 경험한 뒤에야 진정한 사랑을 할 만큼 성숙해진다고 확신합니다. 어느 저명한 남자에 따르면, 결혼이란 낮에는 나쁜 기분을 나누고 밤에는 나쁜 냄새를 나누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 말은 더도 덜도 아닌 사실입니다. 여자는 결혼한 뒤에야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어요. 여자를 집에 비유하면, 남편이 회반죽을 바른 뒤에야 제대로 거주할 만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 「기발한 대책」

 

아!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나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날부터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조심해, 쥘리. 너도 조심해. 우리 여자들이 연약하다는 걸, 너무나 쉽게 굴복한다는 걸, 아주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걸 너도 알아야 해! 아주 하찮은 일로도 마음이 약해지고, 갑작스럽게 감상적인 기분이 찾아들 수 있어. 손을 뻗어 만지고 싶고 껴안고 싶은, 어느 순간이 오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그런 욕망 말이야. - 「달빛」

찌의 깃털이 거듭 물속에 잠기는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모리소는 불현듯 분노를 느꼈다. 온화한 사람이 줄기차게 포격을 해대는 과격한 군인들에게 느끼는 분노였다. 그가 투덜거렸다. “얼마나 멍청하면 저렇게 죽을힘을 쓰는 건지.” 소바주 씨가 대꾸했다. “짐승들보다 더 심해.” 그러자 방금 잉어 한 마리를 잡은 모리소가 말했다. “정부가 존재하는 한 계속 저럴 거야.” 소바주 씨가 그의 말을 잘랐다. “공화국은 전쟁을 선포하지 말아야 했어...” 모리소가 덧붙였다. “왕이 있으면 밖에서 전쟁을 하고, 공화국을 세우면 안에서 전쟁을 하지.” - 「두 친구」

그는 키가 작고 똥똥하며 숨을 몰아쉬면서 걷는 일선 장교들을 많이 비웃었다. 하지만 이공과 대학을 졸업한 가련하고 왜소한 남자들에 대해서는 혐오에 가까운 숨길 수 없는 경멸감을 느꼈다. 키가 작고 야위고 안경을 꼈으며 어색하고 서투른 그 남자들이 제복을 입은 모습은, 마치 미사에 쓰는 토끼처럼 보인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군대가 다리가 가느다랗고 왜소한 그 남자들을 참아 주는 것에 대해 분개했다. 그 남자들은 게처럼 걸었고, 술을 마시지 않았고, 음식을 별로 먹지 않았고, 예쁜 여자보다는 방정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 「29호 침대」

어느 겨울밤 그녀는 오페라 극장에 갔다가 몹시 떨면서 돌아왔다. 다음 날 그녀는 심하게 기침을 했고, 일주일 뒤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절망한 랑탱은 무덤까지 그녀를 따라갈 뻔했다. 절망이 너무나 깊어서 한 달 만에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마음이 찢어질 듯하고,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이, 그녀의 미소, 목소리, 온갖 매력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 아침부터 밤까지 울기만 했다. - 「보석」

 

쥘 삼촌은 행실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 다시 말해 꽤 많은 돈을 탕진했는데, 그건 가난한 가족들에게는 매우 큰 죄악이지. 삼촌은 부자들은 어리석은 짓을 하는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빙긋이 웃으며 방탕아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었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부모 재산을 축내는 나쁜 아들, 망나니, 건달이었고! - 「쥘 삼촌」

그는 집 열쇠를 갖고 있었고, 기쁨에 몸을 떨며 소리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깜짝 놀라리라는 생각에 몹시도 행복했다. 그녀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니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는 문 너머로 소리를 질렀다. “잔 나야!” 그녀는 무척 두려움을 느낀 것 같았다. 침대에서 솟구쳐 일어나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혼자서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 잠시 후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고, 가구들이 흔들릴 정도로 맨발로 빠르게 여러 번 침실을 가로질렀다. 찬장 안에 들어 있는 유리 제품들이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냈다. 잠시 후 마침내 그녀가 물었다. “정말 당신이에요, 알렉상드르?” - 「훈장!」

그들은 처음에는 뜨거웠지만 이제는 약해진 불꽃에 다시 불을 붙이려고 애썼다. 매일 애정 어린 술책들을, 순진하거나 까다로운 장난질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연애 초기의 진정되지 않던 열기와 신혼 초 혈관 속에 흐르던 불꽃을 다시 북돋우려는 일련의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욕망에 자꾸 채찍질을 한 나머지, 이따금씩 혐오스러운 싫증이 느껴지고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 때도 있었다. - 「무분별」

병자 옆에 머물러 있던 늙은 농부 아낙네가 자기에게도 곧 닥쳐올 그 상황에 대한 탐욕스러운 두려움에 사로잡혀 창가에 나타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분이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셨다고요!”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여자들이 벌떡 일어나 병자를 보러 갔다. 노인은 정말로 죽어 있었다. 거칠었던 숨결이 멎어 있었다. 남자들은 마음이 불편해져서 서로를 바라보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들은 두용을 계속 씹어 먹던 참이었다. 불한당 같은 망자가 시간을 잘못 고른 것이다. 시코 부부는 울지도 않았다. 이제야 다 끝난 것이다. 그들은 고요했다. 오늘 밤 안으로 돌아가실 것을 알았다면 이 모든 성가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 「늙은이」

 

하지만 엉큼하고 냉소적인 창조주께서는 남녀 간의 결합만큼은 고상하고 아름답게 이상화하기를 금하셨어. 그래서 사람들은 연애라는 것을 발견했지. 교활한 신에 대한 일종의 항의로서 말이야. 나는 그것이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인간은 연애를 문학성 넘치는 서정으로 훌륭하게 장식했어.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가 접촉을 강요해도 그것이 강요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끌려가는 거야. 우리 남자들 중 연애에 도취해 자신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은 방탕이라는 것을 발명해 여자와의 접촉을 한결 세련된 형태로 바꾸기도 했지. 그것 또한 신을 우롱하고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야. 순수하지 못한 경의이긴 하지만 말이야. - 「쓸모없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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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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