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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세계문학 단편선 23)

  • 저자 사키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스레드니 바슈타르 외 70편
  • 역자 김석희
  • ISBN 978-89-7275-753-5
  • 출간일 2016년 09월 23일
  • 사양 608쪽 | 145*207
  • 정가 16,000원

부조리와 위선으로 가득 찬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위트, 블랙 유머로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는 단편의 거장, 사키?

“우리 어머니는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어.”
“또?”
“처음이야.”
“너는 아들이니까 당연히 알고 있겠지. 나는 네 어머니가 적어도 한두 번은 결혼하신 줄 알았어.”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세 번 결혼하셨지. 내 말은 우리 어머니가 결혼에 대해 생각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이야. 다른 때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결혼했었지. 사실은 이번에도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건 어머니가 아니라 나야.”
“나는 어머니가 침울해지고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건 어머니한테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내가 알아차린 첫 번째 징후는 우리가 수입보다 많은 생활비를 쓰고 있다고 어머니가 불평하기 시작했을 때였지. 요즘 괜찮은 사람들은 모두 수입보다 많은 생활비를 쓰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잘 살고 있어. 유능한 몇몇 개인은 용케도 양쪽 다 해내고 있지.”
_ 75쪽, 「중매쟁이」에서


상황은 순조로웠다. 패클타이드 부인은 지나친 위험이나 고생 없이 호랑이를 사냥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면 1천 루피를 주겠다고 제의했는데, 마침 이웃 마을이 훌륭한 경력을 가진 호랑이 한 마리가 즐겨 찾는 곳이라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그 호랑이는 나이가 들면서 몸이 점점 쇠약해지자 사냥을 포기하고 작은 가축만 잡아먹고 있었다. 1천 루피를 벌 수 있다는 기대는 마을 사람들의 사냥 본능과 장사 본능을 자극했다. 혹시라도 호랑이가 새로운 사냥터로 떠나려고 시도할 경우엔 호랑이를 원래의 사냥터로 돌려보내기 위해 가까운 밀림 변두리에는 밤낮으로 아이들을 배치했고, 호랑이가 현재의 사냥터에 계속 만족하도록 값싼 염소들을 일부러 놓아두었다. 한 가지 큰 걱정은 마님이 사냥을 하기로 정해진 날 이전에 호랑이가 늙어 죽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밭에서 하루 일을 마친 뒤 아기를 데리고 밀림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들은 훌륭한 가축 도둑의 편안한 잠을 깨울까 두려워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만두었다.
_ 91~92쪽, 「패클타이드 부인의 호랑이」에서

 

“여보, 우리 왔어.” 하얀 방수 코트를 걸친 사람이 창문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진흙투성이가 됐지만 진흙은 거의 다 말랐어. 우리가 들어올 때 한 남자가 허둥지둥 달아나던데, 그 사람이 누구지?” 
“너틀 씨라고, 정말 이상한 사람이에요.” 새플턴 부인이 말했다. “병에 걸린 이야기밖에 할 줄 모르고, 당신이 돌아오니까 인사는커녕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뛰쳐나갔어요. 누가 봤다면 그 사람이 유령이라도 본 줄 알았을 거예요.” 
“아마 스패니얼 때문일 거예요.” 조카딸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 사람이 그랬어요. 개를 무서워한다고. 언젠가 갠지스 강변 어딘가에서 들개 떼에 쫓겨 묘지로 도망쳤고, 갓 파 놓은 무덤 속에 들어가 하룻밤을 보내야 했대요. 바로 위에서는 들개들이 밤새도록 입에 거품을 물고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대요. 그런 경험을 했다면 누구나 신경이 과민해질 만하죠.”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그녀의 장기였다.                

_ 272~273쪽, 「열린 창문」에서

 

에그버트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룰워스 경이 편지를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에 던져 넣은 것이다. 작고 단정한 글씨는 검은 조각으로 오그라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신 거예요?” 에그버트는 헐떡거리며 물었다. “그 편지는 우리가 세바스티앙을 범인으로 고발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요.”
“그래서 태운 거야.” 룰워스 경이 말했다.
“하지만 왜요? 왜 그 사람을 감싸는 거죠? 그 사람은 평범한 살인자예요.”
“그래, 살인자로는 평범할지 모르지만, 요리사로는 아주 비범하지.”
_ 335쪽, 「맹점」에서

 

“하지만 소설이 얼마나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지 생각해 보세요.” 작가가 외쳤다. “긴 겨울밤이나 발목을 삐어서 누워 있을 때—그런 일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지요. 또는 별장에 초대를 받고 지내러 갔는데 계속 비가 내리고 당신을 초대한 안주인은 우둔하기 짝이 없고 다른 손님들은 참을 수 없이 따분하다면, 당신은 편지를 써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당신 방으로 가서 담뱃불을 붙이고 3실링 9펜스만 내면 비어트리스 컬럼턴 부인과 그 패거리의 사회에 뛰어들 수 있을 겁니다. 누구나 여행을 떠날 때는 내 소설 한두 권을 비상용품처럼 짐 속에 챙겨 넣어야 합니다. 요전 날 친구 하나는 마크 멜로켄트의 소설 두어 권을 여행 가방에 넣지 않고 남을 방문하러 가기보다는 차라리 키니네 없이 열대 지방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답니다.”                                
_ 488쪽, 「마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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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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