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주의 문학의 거장 미시마 유키오
“아름다운 작품을 짓는 것과 나 스스로 아름다운 것이 되는 일이
동일한 윤리 기준에 선 것임을 발견했다”
데뷔작부터 마지막 대표작까지 미시마 유키오의 직접 선별과
10여 년에 걸친 정밀한 번역으로 완성한 미시마 단편의 정수
☆국내 최초 번역 22편을 포함한 최다 중단편 수록!☆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거장으로서 수년간 노벨문학상 후보에 들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시마 유키오. 말년의 우익 행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외면되어왔던 그의 작품세계가 탄생 100주년을 즈음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대표작 『금각사』와 『가면의 고백』, ‘풍요의 바다’ 시리즈 등 주요 순문학 장편들이 번역 소개되었지만, 그는 흥미로운 사건 전개에 초점을 맞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에서도 필력을 발휘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당대 문단의 스타였다. 현대문학에서는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든 이 작가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압축된 단편집 『미시마 유키오』를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마흔한 번째 권으로 선보인다.
16세에 동인지에 발표하며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을 알린 「꽃이 한창인 숲」과 21세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문단에 정식 데뷔한 작품 「담배」를 비롯해, 도입부부터 비극적인 사건이 휘몰아치며 몰입을 유발하는 「한여름의 죽음」, 할복자살을 묘사해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 「우국」 등 미시마 유키오는 20대와 30대 초중반 내내 왕성하게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1970년 45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남긴 단편이 무려 144편에 이르는데, 그 수많은 작품 중에서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 바로 이 단편선이다.
1968년과 1970년에 출간된 자선 단편집 두 권, 총 24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 스스로 완성도가 높다고 흡족하게 생각한 작품들만을 선별해 엮은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권말에는 창작의 단초와 작품에 대한 자평 등 출간 당시 작가가 직접 쓴 ‘작가 해설’을 수록하면서 작가와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게 해준다.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이 주를 이루는 만큼, 일본문학 번역의 대가 양윤옥 번역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정밀하고 미려한 문체를 복원해냈다.
■ 지은이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
일본 문학이 낳은 가장 찬란하면서도 비극적인 천재. 사상과 행동의 경계를 끝까지 밀어붙인 전후 일본의 가장 문제적 작가.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
1925년 도쿄에서 고위 관료의 장남으로 태어나 귀족적 교양과 군국주의적 긴장이 공존하던 시대의 공기를 어린 시절부터 체득했다. 조모의 익애 속에 병약한 유년기를 보내며 문학 안에서만 세계를 배웠다. 가쿠슈인 고등부 재학 중 이미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아, 1941년 열여섯 살에 조모에 대한 애증 어린 추억이 엿보이는 첫 단편 「꽃이 한창인 숲」을 문예지에 발표하며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을 처음 사용했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도쿄대학 법학부에 진학했으며, 1947년 졸업 후 대장성(현재무성)에 관료로 근무했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 하고 8개월여 만에 사직하며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다. 1948년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자전적 장편소설 『가면의 고백』이 평단의 찬사와 함께 큰 화제를 모으며 그해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내면의 욕망과 사회적 위선이 충돌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파격적으로 묘사하며 전후 일본 문단에 전례 없는 충격을 주었다. 이 작품으로 미시마는 단숨에 일본 문학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후 장편 『파도 소리』로 제1회 신초사 문학상을 수상했고, 1955년 이 작품의 영역본이 미국에서 출판되면서 미시마의 이름이 해외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1956년 『금각사』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으며 미시마는 명실상부한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파괴 속의 완전성”이라는 역설적 미학을 제시하고, 아름다움과 죽음의 결합을 문학적 주제로 완성했다.
미시마의 세계는 단편 속에서 더 날카롭게 응축되는데, 짧은 이야기 속에서 죽음과 아름다움, 충성과 욕망이 교차하는 세계를 완성했다. 「한여름의 죽음」, 「다리밟기」, 「귀현」, 「온나가타」, 「백만 엔 전병」, 「우국」 등이 그의 전성기에 가장 노련한 문체로 쓰인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언제나 예술과 죽음이 맞닿아 있었다. 그는 전후 일본의 민주주의와 물질문명이 낳은 공허함 속에서, 천황제와 무사의 윤리를 복원하려는 극단적 이상을 좇았다. 1970년 11월 25일, 자신이 결성한 민병 조직 ‘다테노카이’를 이끌고 자위대 막사에 난입해 쿠데타를 촉구하는 연설을 마친 뒤, 할복 자결하였다.
일찌감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문학사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만년의 정치적 성향과 충격적인 죽음으로 그의 삶의 양상은 항상 복잡한 평가 속에 놓여 있다. 단지 그의 작품만은 시간의 벽을 넘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 옮긴이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2005년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으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교통경찰의 밤』 『악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Q84』, 히라노 게이치로의 『본심』 『한 남자』,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오카자키 다쿠마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시리즈, 렌조 미키히코의 『7인 1역』 『열린 어둠』 『백광』, 온다 리쿠의 『몽위』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미의식과 예술관, 육체와 죽음에 대한 인식
: 미시마 유키오 작품세계의 맹아가 담긴 조각들
일본에서 이 두 권의 단편집이 출간된 것은 1968년과 1970년으로, 미시마 유키오는 이미 단편 창작에서 멀어져 희곡과 장편소설에 주력하던 시기다. 40대에 이미 거장이 된 작가가 시간적 거리를 두고 이전에 쓴 작품들을 돌아보며 뛰어난 것만 선별한 만큼, 주제의식의 발전이나 작풍의 변화, 작품에 투영된 시대상과 개인적 변모까지 작품세계 전반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은 등단작부터 발표 순서에 따라 게재했다.
특히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내면 읽기’를 가능하게 하는 창작 초기의 단편들에는 스스로 언급하듯 소년시절 추억의 감각적인 진실, 소소한 에피소드의 기억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담배」 「시 쓰는 소년」 「꽃이 한창인 숲」의 문학청년인 화자는 문학의 출발점, 언어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유년기에 대한 회고나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에도 미시마 본인이 투영된 모습으로, 그가 작가로 성장하게 된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평생 탐구하게 되는 주제 또한 일찌감치 마련되어, 18세 때 쓴 산문시풍의 작품 「중세에 한 살인상습자가 남긴 철학적 일기의 발췌」에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고정한다는 의미에서 살인에 비유된 예술, 예술가와 행동가의 대비 등 후년에 집필한 수많은 장편소설의 맹아가 들어 있다. 또한 그는 당시 금기시되던 동성애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으로도 유명한, 스스로도 관능주의로 일관했다고 자평하는 「하루코」나 가부키극에서 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 배우를 그려낸 「온나가타」에서도 그러한 퀴어 코드가 암시되고 있다.
한편으로 전시에 패망을 예감하고 느낀 불안, 근로동원으로 비행기 제작소에서 일한 경험이 「바다와 저녁노을」「날개」 등의 단편에 우의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병약했던 그는 1945년 신체검사 오진으로 징집을 면한 일로 “행동으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생각에 콤플렉스를 갖게 되어 아이러니하게도 강인한 육체와 죽음 양쪽을 모두 동경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그런 영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문제작 「우국」이다. 「우국」은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36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랑과 죽음의 융합, 관능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묘사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작품을 각색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으며, 결국 똑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택해 자기실현적 예언을 완성했던 것이다.
지적인 사유와 집요한 관찰, 기술적 실험…
다양한 방법론으로 완성한 단편의 미학
권말에 수록된 작가의 해설은 수록 단편들을 스스로 평가하면서 창작의 의도를 밝힌다. 장차 장편소설로 확장하게 될 주제나 소재에 천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신속한 연상과 비유를 통해 거침없이 써나간 작품이 있다. 그중에는 쥘 피에르 테오필 고티에, 월터 페이터나 에드거 앨런 포 등 특정 작가의 작풍을 반영하기도 하고, 특정한 기교에 초점을 맞춰 설계하거나 참신한 구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시마는 「원승회」를 평하면서 자신이 참가한 승마클럽의 원승 경험, 실제로는 “아무런 극적인 것도 없었던 경험의 세밀한 스케치에 뭔가 이야기를 짜 넣는” 방식이 단편소설 창작의 상투적 수단이라고 언급한다. 게이샤의 세계를 묘사한 「다리밟기」나 가부키극 뒤편의 광경을 그린 「온나가타」, 새롭게 등장한 비트족의 난해한 어법을 빌린 「포도빵」과 「달」 등도 다양한 세계를 놀이하듯 느긋하게 관찰한 후 연마를 더한 문체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은 「귀현」은 섬세하게 묘사한 인물의 성격 자체가 서사를 이끌어간다.
그에 비하면 콩트 계열의 작품들은 지적인 운용과 재치에 의존한다. 공포소설의 장치를 빌려 긴장감을 조성한 「불꽃놀이」나 난센스로 무장한 익살극 「달걀」이 장르 자체가 요구하는 기교에 의해 전개된다고 한다면, 「모란」이나 「백만 엔 전병」은 마지막 서술에 의해 작품 전체의 인상이 반전되며 새로운 함의를 품게 되는 것이 흥미롭다.
구성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한여름의 죽음」이 있다. 실화에서 착안한 이 소설은 수록된 작품 중 가장 많은 분량으로 중편에 해당하는데, 일반적 의미에서의 파국이 첫머리에 나온다. 소설 구성의 원뿔을 일부러 거꾸로 세웠는데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전개가 탁월한 작품이다.
이처럼 이 책에 수록된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들은 작가의 삶과 시대상 변화에 따라, 기법이나 장르에 따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도 단편소설의 응축된 밀도를 유지한다. 정교하게 구축한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세계를 일괄하기에 가장 완벽한 단 한 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수록 작품에 대한 작가의 평
「꽃이 한창인 숲」(1941)
“1941년에 쓴 이 릴케풍의 소설은 지금에 와서는 어쩐지 낭만파의 악영향과 애늙은이처럼 잘난 척하는 점만 자꾸 눈에 띈다. 열여섯 살 소년은 독창성에 손을 뻗으려고 하다가 어떻게 해도 닿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척하는 듯한 면이 있다.”
「중세에 한 살인상습자가 남긴 철학적 일기의 발췌」(1944)
“이 짧은 산문시풍 작품에 드러난 살인 철학, 살인자(예술가)와 항해자(행동가)의 대비 등의 주제에는 후년의 수많은 장편소설의 주제가 될 맹아가 모두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거기에는 1943년이라는, 한창 전시를 살면서 급격히 기울어진 일본의 붕괴를 예감한 한 소년의 암담하고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정신세계의 우의적 비유가 촘촘히 담겨 있다.”
「담배」(1946)
“전쟁 직후 미증유의 혼란기에 이런 유장하고 정적인 소설을 쓴 것은 반시대적 열정이라기보다 단순히 내가 그때까지 갖고 있던 기교를 재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예전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놀란 것은 소년시절과 유년시절의 추억, 그 추억의 감각적인 진실, 수많은 소소한 에피소드의 기억 등이 적어도 이십대 종반 가까이까지는 실로 잘 보존되었다는 점이다.”
「하루코」(1947)
“요즘 대유행하는 레즈비어니즘 소설의, 아마도 전후 선구작일 것이다. (…) 거의 관념적 조작 없이 철저히 관능주의로 일관한 작품이다. 「하루코」에서 내가 노린 것은 문학상의 퇴폐 취향을 건전한 리얼리즘으로 처리하는 것이었는데, 이건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나의 소설 작법의 기본이 되고 있다.”
「서커스」(1948)
“그 무렵에는 높은 수준의 평론, 난해한 소설을 만재한 새로운 잡지가 숱하게 나왔다. (…) 이런 현상을 작가 입장에서 말하자면, 곳곳에 순문학 연습용 초지草紙가 있었던 셈이라서 상업주의와의 타협 따위는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서커스」는 그 틈에 생겨난, 마음 내키는 대로 써본 소품이다.”
「원승회」(1950)
“단편을 쓰는 기술이 드디어 성숙하기 시작한 시기에 패럴렐리즘 기법을 활용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인데, 원승회에 대한 묘사 자체는 나 자신도 참가했던 팰리스 승마클럽의 원승 스케치였고, 그러한 실제로는 아무런 극적인 것도 없었던 경험의 미세한 스케치에 뭔가 이야기를 짜 넣는다는 방식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의 단편소설 창작의 상투적 수단이라고 할 만한 것이 되고 있다.”
「날개」(1951)
“「날개」에는 ‘고티에풍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리얼리즘과는 확실하게 결별한 고티에의 단편소설을 모방하면서 실은 전시와 전후의 시대를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청년의 비통한 체험을 우화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리큐의 소나무」(1951) ? 「크로스워드 퍼즐」(1952)
“단편소설의 풍미라고 생각했던 것을 수리적으로 빚어내려고 한 기술적 실험이며, 나는 정취보다 언제나 방법론에 관심이 가는 성격이었다.”
「한여름의 죽음」(1952)
“원뿔을 일부러 거꾸로 세운 듯한, 일반적인 소설과는 반대의 구성을 생각했다. 즉 일반적 의미에서의 파국이 첫머리에 나오고, 게다가 그 파국에는 아무런 필연성도 없다. 그 필연성으로서의 숙명이 암시되는 것은 마지막 한 행이며, 이게 그리스극이라면 마지막 한 행부터 시작해 첫머리의 파국을 결말로 했어야 할 것이다. 그걸 일부러 거꾸로 세워본 것이다.”
「불꽃놀이」(1953)
“극히 간단한 공포소설의 기교를 사용해 ‘붕어빵처럼 닮은 타인’이라는, 근대 소설가가 가장 피할 듯한 케케묵은 우연의 설정을 일부러 도입하고 그 속에서 화려한 불꽃놀이의 이면에서 창백해지는 권력자의 얼굴이라는, 한순간의 정치적 크로키를 그려내려고 한 단편이다.”
「달걀」(1953)
“에드거 앨런 포의 파르스를 모방한 이 진품珍品은 나의 편애 대상이다. 학생운동을 재판하는 권력에 대한 풍자라고 읽는 것은 각자 자유겠지만, 내가 노린 것은 풍자를 뛰어넘는 난센스이고, 나의 펜은 웬만해서는 이런 ‘순수한 바보스러움’ 의 높이에까지 도달한 적이 없다.”
「시 쓰는 소년」(1954)
“소년시절의 나와 언어(관념)의 관계를 이야기했고, 문학의 출발점, 자의적이지만 숙명적인 성립에 대해 말했다. 여기에는 한 명의 비평가적 시선을 가진 차가운 성격의 소년이 등장하는데 이 소년의 자신감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생겨났고, 게다가 거기에는 그 스스로는 아직 뚜껑을 연 적이 없는 지옥이 얼핏 엿보이는 것이다.”
「바다와 저녁노을」(1955)
“기적의 도래를 믿었으나 그것이 찾아오지 않는 기이함, 아니, 기적 자체보다 더욱더 이상한 불가사의라는 주제를 응축해서 보여주려 했던 작품이다.”
「신문지」(1955) ? 「모란」(1955) ? 「백만 엔 전병」(1960)
“주제다운 주제 없이 일정한 효과를 향해 팽팽히 당겨진 활처럼 구석구석까지 긴장한 형태가 유지되고, 그것이 독자의 뇌리에 날려가 적중한다면 뭐 그걸로 좋다, 라는 식의 작품이다. 그것은 또한 체스 선수가 맛볼 만한 지적인 긴장의 한 판 게임, 아무런 의미도 없는 한 판 게임이 구성된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다리밟기」(1956) ?「온나가타」(1957)
「다리밟기」에서 다룬 게이샤의 세계에 존재하는 스노비즘과 인정과 냉혹한 일면, 「온나가타」에서 다룬 배우의 세계에 존재하는 장대과 비속함과 자기본위 (…) 어쩌다 재미있어서 그쪽 세계를 들여다보는 사이에 그 독특한 색조, 언어 동작, 생활 예법 등이 수조 속의 기이한 열대어처럼 문조文藻의 해초 사이를 어른거리게 되었고,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각각의 세계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식이었기 때문에 (…) 어떤 농후함과 리치한 맛을 부여했을 것이다.
「귀현」(1957)
“분명한 모델이 있고, 작중에서도 명시했듯이 소년시절의 추억의 모델을 가능한 한 추상화해서 월터 페이터의 ‘상상적 초상’ 기법을 충실히 모방해 그려낸 단편이다. 나는 월터 페이터 유파에 더해 가능한 한 차갑고 고아한 얼음 같은 관능성을 표출하고자 주의를 기울여, 그 기법이 주인공의 귀족적 성격을 자연히 작품 자체의 성격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우국」(1961)
“이 작품에 묘사된 사랑과 죽음의 광경, 에로스와 대의의 완전한 융합과 상승 작용은 내가 이 인생에서 기대하는 유일의 지복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 예전에 나는 ‘만일 몹시 바쁜 사람이 미시마의 소설 중에서 한 편만, 미시마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응축한 엑기스 같은 소설을 한 편만 읽기를 원한다면 「우국」을 읽어주시면 된다’라고 썼던 적이 있는데 그 마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달」(1962) ?「포도빵」(1963)
“당시 도쿄에서는 트위스트가 유행하기 시작해 비트 바 몇 군데가 문을 열었다. 그중 한곳에 드나드는 사이에 바에서 알게 된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특수한 어법에 익숙해지고 은어를 배우고 점차 그들의 생활의 근저에 깔린 우수를 접하면서 두 편의 단편이 만들어졌다.”
「빗속의 분수」(1963)
“나에게는 이런 귀엽게 보이는 콩트에 대한 기호가 있고, 그 귀여움에는 잔혹함과 속악함과 시詩가 뒤섞일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