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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세계문학 단편선 07) Lovecraft Tales

  • 저자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크툴루의 부름 외 12편
  • 역자 김지현
  • ISBN 978-89-7275-668-2
  • 출간일 2014년 03월 10일
  • 사양 380쪽 | 146*208
  • 정가 16,000원

에드거 앨런 포를 계승한 20세기 공포문학의 제왕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공포의 본질을 꿰뚫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코스믹 호러의의 일대 장관!

우리가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았더라면 거기서 펼쳐진 광경에 대경실색했을 것이다. 타일 바닥에 난 사각형 구멍 너머로 돌계단이 하나 나타났는데, 심하게 닳아 있는 그 계단 위에 인간 혹은 유인원의 해골들이 잔뜩 널려 있었던 것이다. 충격적인 공포에 빠진 듯한 자세로 전체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해골들도 있고 낱낱이 해체된 해골들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쥐에 갉아 먹힌 흔적이 있었다. 두개골 부분을 보니 모두 지능이 낮은 크레틴병 환자나 원시 유인원의 뼈 같았다. - 「벽 속의 쥐들」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지만 달아나려는 시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틀비틀 뒷걸음질 쳐도 저 소리 없는 괴물이 내게 건 마법은 깨지지 않았다. 시야가 흐릿해진 덕분에 처음 목격했을 때만큼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한 번 깜빡이지도 않고 나를 빤히 노려보는 멀건 두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싶었지만 너무 충격을 받아 팔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발이 몇 발짝 앞으로 디뎌져 썩은 고깃덩어리 같은 그 괴물에 더욱 가까워졌다. 놈이 내뿜는 텅 빈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아서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거리를 바싹 좁혀 오는 괴물을 떨쳐 내려고 가까스로 한 손을 내밀 수는 있었다. 그 악몽 같던 순간, 황금 아치 아래로 괴물이 내뻗은 썩어 문드러진 앞발이 내 손과 닿았다. - 「아웃사이더」

 

남자는 내 손을 붙잡더니 고약한 악취가 풍기는 서재의 기다란 한쪽 벽에 있는 두 창문 중 하나로 나를 데려가려 했다. 장갑을 벗은 그의 손가락이 닿자마자 내 온몸은 싸늘하게 식는 듯했다. 남자의 피부가 건조하고 딱딱한 데다 얼음장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뒷걸음질을 칠 뻔했지만, 현실의 공허한 공포를 떠올린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어디건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 「그 남자」

 

박사의 기벽 역시 갈수록 심해져만 갔다. 다양한 이국의 향신료와 이집트 향료를 애지중지 모아들이는 바람에 방에서 마치 파라오 왕릉의 납골당 같은 냄새가 풍겼다. 게다가 실내 온도를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우기더니, 내 도움을 받아 암모니아 배관을 늘리고 냉각장치와 펌프를 개조해서 기온을 1도에서 4도 사이로 낮추었다가 급기야 영하 2도까지 내리기도 했다. 물론 욕실과 연구실 쪽은 물이 얼거나 화학 실험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 덜 춥도록 신경 써야 했다. 옆방에 사는 사람이 샛문에서 냉기가 새어 든다고 불평을 한다기에 내가 두꺼운 커튼을 달아 주기도 했다. 무뇨스 박사는 어떤 기괴하고 병적인 공포에 점점 더 시달리는 듯 보였다. 그는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조심스럽게 매장이나 장례 절차를 언급하면 공허하게 웃기만 했다. . - 「냉기」

 

그중에서 <수업>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아! 상상이 되나? 개처럼 생긴 추악한 괴물들이 교회 묘지에 빙 둘러앉아 어린아이에게 시체 먹는 법을 가르치는 광경이! 그건 자네도 잘 아는 옛날이야기를 비틀어 표현한 그림이었네. 왜, 못된 요정들이 인간 아 기를 훔치고 대신 자기 아기를 요람에 두고 간다는 전설 있잖나. 그렇게 사라진 아기들이 자라서 어떤 존재가 되는지를 보여 주는 그림이었던 거야. 그제야 나는 픽먼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간과 괴물의 얼굴이 서로 닮았다는 걸 깨달았네. 픽먼은 반쯤 인간인 존재들이 서서히 완전한 괴물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려서 진화를 냉소적으로 비꼬고 있었어. 개 형상의 괴물이 인간이 진화한 존재라는 뜻이었지! - 「픽먼의 모델」

 

나는 기쁨에 겨워서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에드워드의 병실로 들어서자마자 당황하고 말았다. 환자는 자 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에드워드의 본성과 판이하게 어긋나는 기묘한 활기를 즉시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이전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던, 에드워드가 아내의 영혼이 침입한 상태라고 주장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애시내스나 이프리엄과 너무도 닮은 번뜩이는 눈동자며 굳게 다문 입술, 악의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암울하고 조롱기 어린 목소리까지. - 「현관 앞에 있는 것」

 

내가 그 오래된 숲과 언덕으로, 그 어두컴컴한 혼돈 속으로 걸어 들어갈 일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그 저주받은 회색 황야의 무 너져 내린 벽돌과 석재 옆에 있는 시커먼 우물 곁을 지나갈 일도 없을 것이다. 곧 저수지 공사가 시작되면 모든 비밀은 깊은 물속에 영원히 잠 길 테지만, 그렇게 되어도 그 지역에는 절대로 발을 디디지 않을 생각이 다. 특히 불길한 별이 뜨는 밤 시간에는. 그리고 누가 억만금을 준다 해도 아컴에 들어오게 될 수돗물은 결코 마시지 않을 것이다. - 「우주에서 온 색채」

 

블레이크는 자기도 모르게 상자 안의 돌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자 머릿속에 기이하고 장엄한 풍경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예복을 입고 두건을 쓴 무리가 행렬하는 장면이었는데, 체형을 보아하니 다들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광활한 사막에는 하늘까지 우뚝 솟은 조각된 돌기둥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캄캄한 심해에 잠겨 있는 탑과 성벽 도 보였다. 차가운 자줏빛 아지랑이와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우주의 소용돌이도 보였다. 그리고 무한한 어둠의 심연이 언뜻 보였다. 형체가 확실한 물질이든 불확실한 물질이든 오로지 공기의 흔들림으로만 식별할 수 있는 그 암흑의 세계는 막강한 힘의 법칙이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곳으로, 세상의 모든 역설과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인간에게 내밀고 있는 듯했다. . - 「어둠 속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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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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