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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턴 휴스 (세계문학 단편선 20) The Short Stories of Langston Hughes

  • 저자 랭스턴 휴스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내가 연주하는 블루스 외 40편
  • 역자 오세원
  • ISBN 978-89-7275-725-2 04
  • 출간일 2015년 11월 05일
  • 사양 440쪽 | 145*207
  • 정가 14,000원

흑인 문학의 새로운 전통을 수립한 랭스턴 휴스
차별과 억압에 블루스로 저항한 민중의 작가
미국 재즈 시대에 검은 대륙의 영혼을 노래하다

흑인 민중예술을 대표하는 흑인성의 정수 ‘솔(영혼)’을 최초로 긍지 높게 노래함으로써 오늘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존경받는 흑인 문학의 거장 랭스턴 휴스의 단편선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스무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휴스는 제임스 웰든 존슨, 클로드 매케이, 카운티 컬른 등과 더불어 1920년대 흑인들의 문화적 저항운동의 정점이었던 할렘 르네상스를 빛낸 작가였다. 그는 흑인 영가에서 찾아낸 ‘솔’을 블루스와 구어체적 연설, 흑인 풍속 등에 리듬감 있는 시로 결합한 ‘재즈 시’의 시인이었고, 열여섯 권의 시집뿐만 아니라 두 권의 소설, 일곱 권의 단편집과 자서전, 논픽션, 어린이 책, 역사책 및 수십 편의 극본과 오페라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글을 남기면서 ‘할렘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렸다. 세네갈의 흑인 시인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는 휴스를 가리켜 “시인으로서 가장 자연 발생적이고 표현에 있어서 가장 흑인답다”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비평가 헨리 루이스 게이츠가 “스털링 브라운, 조라 닐 허스턴, 랠프 엘리슨, 토니 모리슨과 같은 최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학 전통의 대부분은 휴스의 토착어 변형에서 생겼다”라고 평가할 만큼 할렘 르네상스 시기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던 이 작가는 현대 미국 흑인 문학의 새로운 전통을 수립한 문호로 꼽히고 있다.

휴스는 자신의 문학 인생의 시작에 대하여 “나는 고정관념의 희생자였다”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링컨 문법학교 시절, 영어 교사는 그를 시 쓰기 반에 선택했는데 그것은 흑인에게는 타고난 리듬이 있다는 백인의 생각에서 한 일이었다. 비록 이렇게 들어선 문학의 길이었지만 그의 글쓰기 재능은 일찍이 꽃피웠다. 그가 불과 열여덟 살에 쓴 기념비적인 서사시 「흑인이 강을 말하다」에서 그는 인류 문명과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나타내며 흑인의 흑인다움을 선언하는, 그의 평생에 걸친 문학적 노정을 암시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자 한 그의 바람은 그러나 흑백 혼혈인이면서도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인물의 전형이었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미국의 인종차별을 피하여 멕시코로 도망쳐 온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에서 흑인 작가로 사는 것을 원치 않았고, 결국 휴스는 아버지와 오랜 갈등 끝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곧 실망하였다. 그가 그곳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재즈 시대의 중심지 할렘에서 벌어지는 생기 넘치는 생활뿐이었다. 컬럼비아 대학 자퇴 후 잠시 화물선에 올라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해서도 아프리카 동포들로부터 ‘가짜 아프리카인’ 심지어는 ‘백인’ 취급을 당하는 일을 경험하면서 휴스는 할렘을 터전으로 삼아 미국의 흑인으로서 가지는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답을 글로 써냈다.

휴스는 자신의 뿌리를 예찬함과 동시에 그 경계성을 넘어 ‘미국인’ 아니면 ‘흑인’이라는 두 개의 영혼으로 분열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새로운 정체성을 추구했다. 재즈와 블루스를 저변으로 한 흑인 대중예술과 유럽 문학에서 영향을 받은 고급예술이라는 할렘 르네상스의 두 가지 전통 가운데 자신은 ‘미국적인 것’에 서 있다고 한 그는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들도 끌어안는 문학을 통해 흑인 정체성의 외연을 넓혔다. 젊은 시절에 화물선 승무원, 호텔 벨 보이, 카페 청소부, 심부름꾼 등 온갖 하층 직업을 전전했던 그는 특히 하층민들의 생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변덕스러운 흑인 중산층이 창피하고 품위 없다고 여겼던 노예들의 언어 유산에서 길어 낸 토착어로써 할렘 하층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그가 남긴 짧고 재기 넘치는 수많은 단편들은 때로는 비참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그들의 일상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유머와 아이러니를 다루는 탁월한 솜씨, 기발한 인물 묘사와 미국적 삶에 대한 통찰이 결합된 작품들로 높이 평가받는다.

휴스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흑인에 대해 글을 쓰고 흑인을 위해 글을 썼다”라고 말했다. 흑과 백의 경계를 넘고자 한 그의 작품에 백인들과의 강경한 투쟁 노선을 주장한 몇몇 급진적인 흑인 지식인들은 백인과 타협한다는 이유로 비판했지만, 그는 작품들에서 같은 현실에서도 미국 흑인들의 경험은 백인들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휴스는 무엇보다 흑인 나아가 어떠한 존재도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재단할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녔음을 말하고 싶어 했고, 그럼으로써 이방인의 나라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한, 진정한 미국의 흑인 작가였다.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으로, 아프리카 문화를 깊게 성숙시킨 인내야말로 편견을 이기고 흑인들의 꿈을 이뤄 낼 수 있게 하리라고 노래한 그의 작품들은 고된 일상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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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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