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의 소설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예감이 기이한 방식으로 담기곤 하는데, 그의 작품에서 학문을 탐구하려던 남자 주인공이 결혼을 하면서 연예오락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은 피츠제럴드가 1920년 4월 젤다 세이어와 결혼한 뒤 대중문학 쪽으로 마음이 급격히 기우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 매슈 J. 브루콜리(피츠제럴드 학자)
부와 명성 그리고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좇는 군상은, 피츠제럴드가 열세 살(1909)에 첫 단편을 발표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마흔네 살(1940)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발표한 160여 편에 이르는 작품들 전체를 가늠하는 데도 유효한 기준이 될 만큼 피츠제럴드 문학의 중요한 소재일 뿐 아니라 주제이기도 했다.
- 「옮긴이의 말」에서
피츠제럴드는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 T. S. 엘리엇
그는 그녀의 주소를 알아낸 뒤 거의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말 못 하는 당신의 숭배자로부터”라는 쪽지와 함께 결혼 선물을 보냈다. 자신의 행복과 고통에 대해 그녀에게 뭔가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음과 봄에 맞서 싸웠던 전투에서 패배했으며, 나이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죽기를 거부했다는 죗값을 쓸쓸히 치렀다. 하지만 그는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어둠이 내린 거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가 원했던 것은, 결국, 여전히 튼튼한 자신의 늙은 심장을 부수는 것이었다. 싸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승리와 패배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하여 그 어느 석 달은, 그에게 영원히 남아 있었다.
_ 2권 184~185쪽, 「당신의 나이」
10월, 헨리는 두 아들을 학교에 남겨 두고, ‘마제스틱’호를 타고 유럽으로 떠났다. 그는 관대한 어머니에게로 돌아온 것처럼 조국으로 왔었고, 자신이 바라던 것 이상을 얻었다. 돈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의 탈출도, 또한 자신을 위해 싸워 나가는 새로운 힘도. 마제스틱호의 갑판에서 흐릿해 가는 도시와 해안을 바라보면서, 그의 가슴은 고마움과 기쁨으로 차올랐다. 미국이 거기에 있다는 것에, 산업의 추한 잔해들을 뚫고 구제 불능일 정도로 호화롭고 비옥한 부유의 대지가 끊임없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는 것에,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가슴에 때로 광신과 방종이 일어나지만 굽히지 않고 패배를 모르는 그 오랜 관대와 헌신이 계속 싸우고 있음에. 당시엔 누구도 주인일 수 없었던 잃어버린 세대였지만, 그에겐 전쟁에 휘말려 있던 그들이 더 나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미국이 일종의 기이한 우연이며, 역사적인 운동 경기라는 그의 케케묵은 인식들도 완전히 사라졌다. 미국에서 가장 좋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었다.
_ 2권 219~220쪽, 「수영하는 사람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호노리아에게 뭔가를 보내 주는 것뿐이었다. 그는 다음 날 아이에게 가능하면 많은 걸 보내 주고 싶었다. 그는 그것 역시 그저 돈이 하는 일일 뿐이라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뿌려 대던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아니, 이만하면 됐어,” 하고 그는 웨이터에게 말했다. “얼마지?”
그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들도 영원히 그에게 대가를 치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아이를 원했고, 그것보다 더 큰일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혼자만의 이런저런 꿈과 생각에 젖은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는, 헬렌도 역시 자신이 절절한 고독을 맛보며 살기를 바라진 않으리라는 걸, 확신했다.
_ 2권 437쪽, 「바빌론에 다시 갔다」
야곱의 사다리
집으로 가는 짧은 여행
볼
미녀들의 최후
당신의 나이
수영하는 사람들
두 가지 과오
첫 경험
어느 해외 여행
호텔과 아가씨
바빌론에 다시 갔다
새로 돋은 나뭇잎 한 장
프리즈아웃
젊음들
참 잘생긴 한 쌍!
미친 일요일
옮긴이의 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연보
■ 지은이_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 1896~1940)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함께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 재학 중에 단편소설, 희곡, 시를 발표하며 왕성한 문학회 활동을 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낭만적 이기주의자』를 여러 번의 개작 끝에 『낙원의 이쪽』(1920)으로 출간하여, 하루아침에 유명 작가로 등극한다.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에서, 제1차 세계대전 후의 공허함에서 벗어나려 향락에 빠진 미국 젊은이들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무절제와 환멸을 그려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작품의 성공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그는 젤다 세이어와 결혼하고 사교계 명사로 떠오른다. 미국 동부와 프랑스를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 가면서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에스콰이어》 등의 신문과 잡지에 단편소설을 발표한다. 잘 팔리는 단편소설 위주로, 파티에 가기 전에 급하게 쓰다 보니 오탈자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은 춤과 파티, 꿈과 로맨스로 화려한 1920년대 재즈 시대가 잘 담긴 그의 소설에 열광했고, 이 단편들은 『말괄량이와 철학자들』과 『재즈 시대 이야기들』로 묶여 출간된다.
1925년,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이자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 된 『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하여 T. S. 엘리엇, 거트루드 스타인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문학적 천재’로 칭송받으며 문단에서도 인정받는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미국 대공황과 함께 그의 삶도 추락하기 시작한다. 알코올 중독과 잦은 부부 싸움, 아내 젤다의 신경쇠약으로 인한 입원 등 신산스러운 삶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1934년, 9년 만에 야심차게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를 출간하나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할리우드로 옮겨 가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며, 『마지막 거물의 사랑』을 집필하던 중 1940년 12월 21일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를 포함한 장편소설 다섯 편과 16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 옮긴이_ 하창수
소설가이자 번역가.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청산유감」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91년 장편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단편소설 「철길 위의 소설가」로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지금부터 시작인 이야기』 『수선화를 꺾다』 『서른 개의 문을 지나온 사람』, 장편소설 『천국에서 돌아오다』 『걷는 자의 대지』 『그들의 나라』 『함정』 『1987』 『봄을 잃다』, 작가 이외수와의 대담집 『먼지에서 우주까지』 『마음에서 마음으로』 『뚝,』 등을 출간했다. 옮긴 책으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킴』 『소원의 집』 등 주요한 영미 작가들의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1920년대 미국 재즈 시대의 유능한 이야기꾼
영원한 젊음의 표상,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뉴욕에 와서 제 작품이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판매된 걸 안 게
스물두 살 때였습니다. 그건 다시금 맛보고 싶은, 일생에 오직 한 번밖에
느낄 수 없는 가슴 뛰는 일이었음을 전합니다.”
- 피츠제럴드가 에이전트 해럴드 오버에게 보낸 서신에서 -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함께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스물일곱 번째와 스물여덟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1920년대 미국 재즈 시대의 유능한 이야기꾼이자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대변자,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 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로 유명한 피츠제럴드는 다섯 편의 장편소설과 160여 편이나 되는 단편소설을 남겼다. 그의 소설에는 섬세하고 여린 내면을 지닌 사람들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그래서 더 고독하고 쓰라렸던 인생들이 담겨 있는데, 이 단편선에는 그러한 이야기들 중 대표적인 단편소설 30편을 엄선하여 두 권에 나누어 담았다. 부와 명성,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좇는 군상, 인생에 눈을 뜨는 젊은이의 초상, 한 세대의 연대기가 유연하고도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각각의 단편에는 피츠제럴드 전기 작가이자 학자인 매슈 J. 브루콜리의 전문적인 해설이 더해져, 발표할 당시 피츠제럴드의 상황이나 일화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한 풍부한 이해도 돕는다.
20세기 초 미국 ‘잃어버린 세대’의 대변자
사랑과 상실, 인생의 허무를 노래한 낭만적 이상주의자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피츠제럴드는 열세 살에 첫 단편을 써서 학교 신문에 게재한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여 단편소설, 희곡, 시를 발표하는 등 왕성한 문학회 활동을 했는데, 그 때문에 성적은 부진했다. 낙제할 위기에 처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앨라배마에 주둔해 있다가 그곳 대법원 판사의 딸인 젤다 세이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제대 후 광고 회사에 취직하고 약혼을 하지만 박봉에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 집필에 전념한 그는 프린스턴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낭만적 이기주의자』를 여러 번의 개작 끝에 『낙원의 이쪽』(1920)으로 출간하여, 하루아침에 유명 작가로 등극한다. 이 소설에서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후의 공허함에서 벗어나려 향락에 빠진 미국 젊은이들 ‘잃어버린 세대’의 무절제와 환멸을 그려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작품의 성공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피츠제럴드는 젤다 세이어와 결혼하고 사교계 명사로 떠오른다. 미국 동부와 프랑스를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 가면서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에스콰이어》 등의 신문과 잡지에, 주로 잘 팔리는 단편소설 위주로 발표한다. 갖고 싶은 비싼 시계를 사기 위해 혹은 파티에 가기 전에 급하게 쓰다 보니 오탈자가 많았지만 대중은 춤과 파티, 꿈과 로맨스로 화려한 1920년대 재즈 시대가 잘 담긴 그의 소설에 열광했고, 이 단편들은 『말괄량이와 철학자들』과 『재즈 시대 이야기들』로 묶여 출간된다.
1925년,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하여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문학적 천재’로 칭송받으며 문단에서도 인정받는다. T. S. 엘리엇은 “피츠제럴드는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했고, 다소 냉소적인 평론가 거트루드 스타인은 “그는 이 소설로 동시대를 창조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미국 대공황과 함께 그의 삶도 추락하기 시작한다. 알코올 중독과 잦은 부부 싸움, 아내 젤다의 신경쇠약으로 인한 입원 등 신산스러운 삶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1934년, 9년 만에 야심차게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를 출간하나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할리우드로 옮겨 가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며, 『마지막 거물의 사랑』을 집필하던 중 1940년 12월 21일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세계문학 단편선」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2』에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쓰인 초기의 작품들과 달리 화려했던 재즈 시대가 저물고 대공황이 닥친 상황과, 너무 이른 성공 후 쓰디쓴 실패를 맛본 그의 실제 삶이 겹쳐져 주로 사랑과 상실, 인생의 허무를 노래한 단편소설들이 담겨 있다. 특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젊은 여배우 로이스 모런에 대한 피츠제럴드 자신의 사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야곱의 사다리」, 프린스턴 대학 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때의 환희와 좌절이 녹아 있는 「볼」, 자신의 알코올 중독증과 발레리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내 젤다의 좌절이 깊게 내재한 「두 개의 과오」를 비롯해 할리우드에서 겪은 부끄러운 경험을 픽션화한 「미친 일요일」 등 주옥같은 단편 열여섯 편이 담겨 독자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