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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세계문학 단편선 12) The Complete Stories of Flannery O’Connor (1971)

  • 저자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 역자 고정아
  • ISBN 978-89-7275-710-8
  • 출간일 2014년 12월 12일
  • 사양 756쪽 | 145*207
  • 정가 22,000원

영원불멸의 역설가, 그로테스크의 천재 플래너리 오코너!
기만적인 일상을 압도적인 진실과 대면하게 만드는 20세기 문학사의 가장 독창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
1972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뭘 봤니?” 어머니가 말했다.
“뭘 봤니?” 어머니가 똑같은 목소리로 계속 물었다. 어머니가 막대기로 종아리를 때렸지만 그는 나무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너를 구원해 주시려고 예수님이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말했다.
“그분한테 그런 부탁 안 했어요.” 그가 말했다.
어머니는 더 이상 그를 때리지 않았지만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자기 안의 이름 모를 죄로 인해 천막의 죄를 잊었다. 잠시 후 어머니는 막대기를 던지고 입을 다문 채 세탁 솥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그는 신발을 몰래 꺼내서 숲으로 갔다. 그것은 부흥회 때나 겨울에만 신는 신발이었다. 그 신발을 상자에서 꺼내 구두 바닥에 돌멩이를 가득 채우고 신었다. 그런 뒤 끈을 꽉 조이고 숲길을 1.5킬로미터도 넘게 걸어 시냇가에 다다랐다. 그리고 거기 앉아 신발을 벗고 발을 젖은 모래에 묻고 달랬다. 그러면 하느님이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돌멩이라도 떨어졌다면 하느님의 표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얼마 후 그는 모래에서 발을 빼서 말린 뒤 여전히 돌이 든 신발을 신고 걸었지만 절반쯤 길을 간 뒤 신발을 벗었다.
「감자 깎는 칼」

 

“죽은 자를 일으킨 사람은 예수님밖에 없어요.” 부적응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건 잘못이에요. 그 사람이 모든 것을 흔들었어요. 그 사람이 자기 말대로 한다면 우리는 모든 걸 버리고 그 사람을 따라가는 것밖에 할 게 없죠. 그런데 그 사람이 안 그러면 우리는 남아 있는 짧은 시간을 힘껏 즐기는 수밖에 없어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불을 지를 수도 있고 다른 나쁜 짓을 할 수도 있어요. 나쁜 짓만큼 재미난 게 없거든요.” 그의 목소리는 거의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좋은 사람은 드물다」

 

쇼틀리 부인은 사탕수수 밭과 언덕을 지나 그 반대편까지 꿰뚫어 볼 듯이 앞을 노려보았다. “악마가 보낸 생명 줄 같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매킨타이어 부인이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쇼틀리 부인은 고개만 젓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런 통찰에 대해 자신이 더 할 말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악마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나빠서 종교 없이는 악을 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 같은 사람, 진취적인 사람에게 그것은 노래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교의 장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면 그녀는 악마가 종교의 우두머리고, 신은 그 부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추방자들이 오면서 그녀는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해야 했다.
「추방자」

 

아이는 그 뒤로 변해서 엔지니어가 되기로 했지만, 창밖으로 넓어졌다 짧아졌다 하며 빙글빙글 도는 탐조등을 보니 의사나 엔지니어 같은 것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성자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성자는 우리가 아는 걸 모두 포함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성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도둑질이나 살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거짓말쟁이에 게으름뱅이였고, 엄마한테 늘 말대답을 하고 웬만한 사람에게 다 심술을 부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악의 죄인 오만의 죄에 사로잡혀 있었다. 졸업식 때 짧은 예배를 집전하러 온 침례교 목사들을 놀렸다. 입을 아래로 당기고 고통에 휩싸인 듯 이마를 잡고 그 목사를 그대로 흉내 내서 “하느님 아버지, 감사드립니다” 하고 말했고, 그런 뒤 꾸중도 많이 들었다. 자신은 성자는 될 수 없지만 빨리 죽는다면 순교자는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령의 성전」

 

헤드 씨는 조용히 서 있었고 자비의 행위가 다시 한 번 자신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그것에 붙일 이름이 없었다. 그것은 어떤 사람도 피해 갈 수 없고 이상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고통에서 자라 나왔다. 그는 사람이 죽을 때 창조주 앞에 가지고 갈 것은 그것뿐이라는 걸 알았고 자신에게 그것이 그렇게 적다는 데 뜨거운 수치를 느꼈다. 그는 경악 속에 하느님의 철저함으로 자신을 판단했고, 자비의 행위는 불꽃처럼 그의 자부심을 감싸서 태워 버렸다. 그때까지 자신이 대단한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자신의 진정한 악행은 그가 절망하지 않도록 감추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담의 죄를 품은 태초부터 불쌍한 넬슨을 모른 척한 오늘까지 계속 죄를 용서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죄라고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죄는 이 세상에 없었고, 하느님은 용서하는 만큼 사랑하는 분이시기에 그 순간 그는 낙원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
「인조 검둥이」

 

“할아버지는 최후의 심판 날을 생각하셨어.” 타워터가 말했다.
“1954년이나 1955년, 1956년에 세우는 십자가가 최후의 심판 날까지 안 썩고 남아 있을까?” 낯선 이가 말했다. “태우고 남은 재와 다를 바 없는 진흙이 될 뿐이야. 그리고 이걸 생각해 봐. 바다에 빠진 선원을 물고기가 잡아먹고, 그 물고기를 다른 물고기가 잡아먹고, 그 물고기를 또 다른 물고기가 잡아먹고 또 잡아먹고 하면 하느님은 그 선원을 어떻게 하실까? 그리고 집에 불이 나서 타 죽은 사람은 어떻게 하실까? 다른 방식으로 타 죽거나 기계에 몸이 찢겨 죽은 사람들은? 폭탄에 맞아 터져 버린 군인은?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몸을 남기지 못한 이 모든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할아버지를 화장하면 그건 자연스러운 게 아니야. 의도적인 거지.” 타워터가 말했다.
“알겠어. 네가 최후의 심판을 걱정하는 건 할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구나.” 낯선 이가 말했다.
「죽은 사람보다 불쌍한 사람은 없다」


어머니가 성공했다고 말하는 건 그를 잘 키워서 대학에 보냈고 그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는 잘생겼고(어머니는 아들의 치아 교정을 위해 자신은 충치조차 치료하지 않았다), 똑똑하고(그는 자신이 성공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는 것을 알았다), 앞날이 밝았다(물론 그의 앞날은 전혀 밝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가 우울한 것은 아직도 성장 중이기 때문이라고 보았고, 급진적인 견해를 품은 것은 현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어머니는 그가 아직 ‘인생’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아직 현실 세계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는 쉰 살 남자만큼이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의 깊은 아이러니는 그가 그런 어머니 밑에서도 잘 자랐다는 사실이었다. 삼류 대학에 갔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일류 교육을 받았다. 협량한 정신에 지배받으며 자랐지만 관대한 정신을 품었다. 어머니의 온갖 어리석은 견해에 노출되었지만, 편견 없이 대담하게 진실을 마주했다. 그중에 가장 큰 기적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눈이 먼 어머니와 달리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눈이 멀지 않고 어머니에게서 정서적으로 분리되어 어머니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지배되지 않았다.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아줌마가 예수님을 믿었니?” 존슨이 물었다.
노턴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잠시 후에 말했다. “응, 믿으셨어, 평생.” 마치 그래야 한다는 것 같았다.
“아냐.” 셰퍼드가 말했다.
“평생 믿었어요. 엄마가 직접 그렇게 말했어요.” 노턴이 말했다.
“그러면 구원받았어.”
아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있어? 우리 엄마 어디 있어?”
“높은 곳에 계셔.” 존슨이 말했다.
“그게 어디야?” 노턴이 물었다.
“하늘 어딘가 있어.” 존슨이 말했다. “하지만 거기는 죽은 사람만 갈 수 있어. 우주선을 타고는 못 가.” 소년의 눈에 과녁을 비추는 빛처럼 예리한 섬광이 떠올랐다.
“사람은 달에 갈 거야.” 셰퍼드가 엄격하게 말했다. “수십억 년 전에 처음 물고기가 육지로 나온 것하고 아주 비슷해. 그 물고기는 육지용 복장이 없어서 내부에 적응 장치를 만들었어. 그게 폐야.”
“내가 죽으면 지옥에 갈까? 아니 엄마는 어디 있지?” 노턴이 물었다.
“지금 죽으면 네 엄마가 있는 데로 갈 거야. 하지만 오래 살면 지옥에 갈 거야.” 존슨이 말했다.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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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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