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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세계문학 단편선 33)

  • 저자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편집자는 후회한다 외 38편
  • 역자 김승욱
  • ISBN 978-89-7275-851-8
  • 출간일 2018년 12월 10일
  • 사양 1172쪽 | 145*207
  • 정가 23,000원

상류사회의 허식을 우아하게 비트는
영국 유머의 표상,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1881~1975)
그의 대표 캐릭터와 최고 단편만을 엄선해 수록한 국내 첫 단편선

기차는 저녁 식사 시간 무렵에 나를 뉴욕에 내려 주었다. 나는 곧장 집으로 갔다. 지브스가 나를 맞으러 나왔고, 나는 롤로가 어디에 있는지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개는 어디 있지, 지브스? 녀석을 묶어 뒀나?”
“그 녀석은 이제 여기 없습니다, 주인님. 경이 녀석을 짐꾼에게 주었고, 짐꾼은 녀석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습니다. 경은 녀석에게 종아리를 물렸다는 이유로, 그 짐승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떤 소식을 듣고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나 싶다. 아무래도 내가 롤로를 잘못 판단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녀석과 조금 친해졌다면, 녀석이 아주 똑똑하다는 걸 알았을 텐데.
“멋지군!” 내가 말했다. “퍼쇼어 경은 집에 있나, 지브스?”
“아니요, 주인님.”
“녀석이 집에서 저녁을 먹을까?”
“아니요, 주인님.”
“지금 어디 있지?”
“감옥에 있습니다, 주인님.”
갈퀴를 잘못 밟는 바람에 벌떡 일어선 갈퀴 손잡이에 얻어맞아 본 적이 있는가? 그때 내 기분이 그랬다.
“감옥이라니!”
“그렇습니다, 주인님.”
“설마…… 진짜 감옥?”
“그렇습니다, 주인님.”
나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왜?” 내가 말했다.
“경관을 공격했습니다, 주인님.”
“퍼쇼어 경이 경관을 공격했다고!”
“그렇습니다, 주인님.”
나는 생각을 가다듬었다.
“지브스, 세상에! 무서운 일이군!”

_ 58~59쪽, 「지브스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곧 그의 머리가 다시 나타나더니 이런 말을 했지. “너랑 그 망할 고양이.” 그러고는 밤의 어둠이 그를 다시 삼켜 버렸어.
프레디는 크게 당황했어. 이 모든 게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까. 지금껏 여러 시골집에 가 보았지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이렇게 혼자 남겨진 건 처음이었다고 하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더군. 그렇게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모티머 경의 머리와 몸이 차례대로 나타나더니 또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어. “하여튼 고양이들이란!” 그러고는 또 사라져 버리는 거야.
프레디도 이젠 화가 났지. 다 좋다 이거야. 달리아 프렌더비가 아버지에게 좋은 인상을 심으라고 말했지만, 단 2초도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에게 무슨 수로 좋은 인상을 심어 주나? 만약 모티머 경이 밤새 저렇게 회전목마처럼 번뜩번뜩 나타났다 사라질 작정이라면, 프레디가 그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거의 없는 것 아닌가. 그때 느닷없이 낯익은 삼색 털 얼룩 고양이가 나타나자 오히려 마음이 놓일 정도였다네. 자신의 울화를 녀석에게 풀 수 있을 것 같았다나.

_ 398쪽, 「모든 고양이에게 안녕」

 


빙고는 정말로 1시 정각에 나타났네. 몇 푼 되지 않는 전 재산을 주머니에 넣고서. 빙고의 말로는, 몬테카를로와 니스를 오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감정이 오락가락했다더군. 우피가 여느 때처럼 숙취로 머리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네. 그러면 식욕이 떨어질 테니 빙고가 돈을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곧 관자놀이가 찌르는 듯이 욱신거릴 때의 우피는 상대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모든 것이 너무 복잡했어.
뭐, 막상 식탁에 앉고 보니 우피의 식욕은 아주 왕성했다네. 자신이 드론스 클럽의 다른 회원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대접받게 되었다는 독특한 상황이 더욱 식욕을 부추긴 것 같았어. 처음부터 그가 굶주린 비단뱀처럼 먹어 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걸세. 그가 아주 가벼운 말투로 웨이터에게 온실 포도와 아스파라거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청하는 것을 보고 빙고는 뼛속까지 얼어붙었다네. 그러다 우피가 틀림없이 습관적으로 포도주 목록을 달라고 해서 품질 좋고 단맛이 별로 없는 샴페인을 주문했을 때는, 이 흥청망청 잔치의 청구서가 미국 농부들을 돕자며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과 비슷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

_  456~457쪽, 「빙고는 잘 지내고 있어」

 


유크리지의 옷깃 단추가 풀리고, 코안경이 술 취한 사람처럼 흔들렸다. 그가 우리를 바라보며 다그치듯 물었다.
“자네들 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나?”
“어디에 쓰게?” 로버트 던힐이 은행원다운 신중함을 발휘했다.
“이 친구야, 보면 몰라? 내가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이만큼 황금빛이 반짝이는 계획을 짠 사람은 지금껏 한 명도 없었을걸. 우리가 돈을 모아서 그 망할 신문들의 1년 치 구독료를 전부 내는 걸세.”
“그걸로 뭘 하려고?” 던힐은 차갑고 냉담했다.
은행에서는 직원들에게 감정을 억누르는 훈련을 시킨다. 그래야 관리자가 되었을 때 초과 인출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들 중 누구도 전혀 사고를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렇다면 우리가 그 돈을 그냥 내던지는 꼴이 되겠지.”
“젠장, 멍청하기는.” 유크리지가 콧방귀를 뀌었다. “설마 내가 그걸 그냥 운에만 맡겨 놓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겠나? 잘 들어! 내 계획을 말해 주겠네. 그 신문들에 전부 구독료를 낸 뒤에 우리끼리 추첨을 하는 거야. 거기서 숙명적인 카드를 뽑은 사람이 밖으로 나가서 자기 다리를 부러뜨려 상금을 챙기는 거지. 그러면 우리가 그 돈을 나눠 갖고 호화롭게 사는 걸세. 틀림없이 수백 파운드를 벌 수 있을 거야.”

_ 818~819쪽, 「유크리지의 사고 조합」

 


엠스워스 경의 조카 제인은 슈롭셔에서 세 번째로 예쁜 아가씨였다. 전체적인 모습이 이슬을 머금은 장미를 닮았기 때문에, 장미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엠스워스 경은 조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가슴이 움직이기는 했는데, 덜컹 내려앉은 쪽이었다. 그는 장미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입술에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고 턱도 너무 단호하지 않은 장미가 좋았다. 그리고 납작한 돌 밑에서 발견한 무섭고 불쾌한 벌레를 보듯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엾은 엠스워스 경은 이제 자신의 처지를 완전히 인식했다. 휘플의 마법 덕분에 그는 제인이 나쁜 소식을 듣고 뭐라고 할지 걱정하는 마음을 한동안 머리에서 지워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인이 그의 여자 친척들 특유의 그 불길하고 단호한 모습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현실을 깨달았다. 그의 영혼이 소금을 맞은 달팽이처럼 쪼그라들었다.

_ 973쪽, 「블랜딩스에 잇따르는 범죄」

 


“저자가 지금 뭘 하는 것인가?” 왕이 물었다. 턱수염을 기른 남자는 괭이를 오른쪽 어깨 위로 서서히 들어 올리면서 왼쪽 무릎을 살짝 굽히고 있었다.
“야만인들의 종교의식이라 하옵니다, 전하. 제독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상륙한 해안의 모래언덕에 수많은 남자들이 모여 바로 저자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합니다. 손에 쥔 막대기로 작고 둥근 물체를 치는 행동이었는데, 그러다 가끔……”
“고옹가아아안다!” 저 아래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상이 말을 계속했다. “가끔 방금 들으신 것과 같은, 이상하고 우울한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일종의 노래인 듯합니다.”
재상의 말이 끊어졌다. 괭이가 돌을 때렸고, 돌이 우아하게 호선을 그리며 공중을 날아 왕이 서 있는 곳에서 1피트도 되지 않는 곳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봐!” 재상이 소리쳤다.
남자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하나! 하마터면 침착하고 우아하신 전하께서 맞으실 뻔했어!”
“큼!” 턱수염 남자는 무심한 소리를 내고는 또 다른 돌 위에서 괭이를 신비롭게 흔들기 시작했다.
근심 어린 왕의 얼굴에 흥미로운 표정이 슬금슬금 떠올랐다. 거의 들뜬 것처럼 보이는 표정이었다.
“저자가 저 의식을 치러서 달래려는 신이 누구인가?” 왕이 물었다.
“제독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그 신의 이름은 고우프라고 하옵니다.”

_ 1058~1059쪽, 「고우프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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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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