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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1 (세계문학 단편선 27)

  • 저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벤저민 버튼에게 일어난 기이한 현상 외 13편
  • 역자 하창수
  • ISBN 978-89-7275-809-9
  • 출간일 2017년 10월 25일
  • 사양 640쪽 | 145*207
  • 정가 0원

1920년대 미국 재즈 시대의 유능한 이야기꾼
영원한 젊음의 표상,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의 소설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예감이 기이한 방식으로 담기곤 하는데, 그의 작품에서 학문을 탐구하려던 남자 주인공이 결혼을 하면서 연예오락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은 피츠제럴드가 1920년 4월 젤다 세이어와 결혼한 뒤 대중문학 쪽으로 마음이 급격히 기우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 매슈 J. 브루콜리(피츠제럴드 학자)

 

부와 명성 그리고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좇는 군상은, 피츠제럴드가 열세 살(1909)에 첫 단편을 발표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마흔네 살(1940)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발표한 160여 편에 이르는 작품들 전체를 가늠하는 데도 유효한 기준이 될 만큼 피츠제럴드 문학의 중요한 소재일 뿐 아니라 주제이기도 했다. 


- 「옮긴이의 말」에서

 

피츠제럴드는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 T. S. 엘리엇

 

 

 

그는 어린아이처럼 잠이 들었고, 그런 모습에는 어떤 힘겨운 기억들도— 대학 시절 호기로웠던 나날들도, 수많은 여자들의 가슴을 달뜨게 했던 빛나던 시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유아용 침대의 하얗고 폭신한 벽만이, 나나와 이따금 그를 보러 오는 한 남자 그리고 잠이 들 무렵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던 “태양”만이 있을 뿐이었다. 태양이 지고, 그의 눈이 감기면, 꿈도 없이, 그를 괴롭히는 어떤 꿈도 꾸지 않고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지나간 날들이—부하들을 이끌고 산후안 고지를 향해 달려가던 거친 돌격도, 사랑하던 젊은 힐데가드를 위해 여름밤의 도시에 짙게 어둠이 내릴 때까지 일에 파묻혔던 신혼 시절도—그보다 앞서 먼로 거리에 있던 음산한 버튼 가의 옛집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앉아 밤이 늦도록 시가를 피우던 날들이 마치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그의 기억에서 몽롱한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_ 1권 335~336쪽, 「벤저민 버튼에게 일어난 기이한 현상」

 

 

“꿈이라도 꾼 것 같아.” 키스마인이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옷 한 벌에 돈 한 푼 없는 약혼자랑 여기 이렇게 있다니, 너무 이상해! 별이 저렇게 빛나는데,” 하고 그녀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전엔 별이 있다는 걸 몰랐어. 난 늘 별이 누군가가 가진 엄청나게 큰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어. 이제 보니 겁이 나. 모든 게 꿈이었다고, 내 어린 시절이 모두 꿈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꿈이었어,” 하고 존이 나직이 말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꿈이야. 몸 안에 있는 미친 성분들이 만들어 낸. (…) 어쨌든 우리. 한동안은, 한 해쯤은, 사랑을 하자. 너랑 나랑. 그게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신성한 광기가 아닐까 싶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게 다이아몬드야. 다이아몬드들이랑, 또 어쩌면 환멸이라는 초라한 선물뿐.”   


_ 1권 398~399쪽, 「리츠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눈물은 이제 그 자신을 위한 거였다. 그의 입을, 눈을, 두 손을 그대로 놔두었다. 어떻게 해 보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오래전에 멀리 사라져 버렸으므로, 더는 돌아올 수도 없었다. 문들은 모두 닫혔고, 태양도 떨어져 버렸으며, 아름다움도, 영원히 스러지지 않는 쇠붙이 같은 아름다움만 남겨 놓은 채 스러져 버렸다. 그가 견뎌 낼 수 있었던 슬픔마저도 환상의 나라 저 뒤편에, 겨울의 꿈들이 무성히 피어나던 청춘의 나라, 삶이 더없이 풍요로웠던 그 나라, 저 뒤편에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오래전에,” 하고 그가 입을 떼었다. “오래전에, 내게 뭔가가 있었지. 하지만 이제 그건 없어. 이제 사라져 버렸어. 가 버렸어. 울 수도 없구나. 어떻게 해 볼 수도 없구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구나.” 


_ 1권 436쪽, 「겨울의 꿈들」

 

 

시간은 세상 어디에나, 그의 삶과 그녀의 삶,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순간, 그는 알았다. 시간이 다하도록 찾는다 해도 지나간 4월의 시간들은 다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두 팔이 쥐가 날 때까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가 갖고 싶었던, 싸워서 쟁취하고 싶었던,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무엇이었다. 하지만 서편으로 지던, 석양으로 밀려 들어가던, 혹은 밤의 미풍 속으로 흘러들던, 그 만져 볼 수 없는 속삭임은…… 
그래, 가거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4월은 끝났다. 4월은 흘러갔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도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_ 1권 559~560쪽, 「‘현명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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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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