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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매시슨 (세계문학 단편선 36) The Best of Richard Matheson (2017)

  • 저자 리처드 매시슨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외 32편
  • 역자 최필원
  • ISBN 978-89-7275-560-9
  • 출간일 2020년 03월 06일
  • 사양 644쪽 | 145*207
  • 정가 17,000원

일상의 공포를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시킨
20세기 호러 문학의 선구자, 리처드 매시슨(1926~2013)

사람들은 호러 장르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내 이름을 언급한다.
하지만 리처드 매시슨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_스티븐 킹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 아멜리아가 무릎을 꼭 끌어안았다. 어슴푸레함 속에서 작은 형체가 총총 다가왔다. 그녀는 입을 딱 벌리고 카펫 바닥을 걸어오는 그것을 보았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녀는 생각했다. 침대보가 잡아당겨지자 그녀의 몸이 다시 얼어붙었다. 그게 올라오려는 거야. 나를 죽이러. 아니야. 그녀는 생각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매트리스 끝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작은 머리처럼 생긴 무언가가 매트리스 위로 불쑥 튀어 올라왔다.

아멜리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틀었다.

-22쪽, 「사냥감」에서

 

“우린 죽었어요.” 미키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덱의 시체들, 그거 우리예요. 우린 죽었다고요.”

로스가 미키를 좌현에 난 틈 앞으로 떠밀었다. 밖을 내다보라는 것이었다.

“봐.” 그가 말했다. “우주선 보이지? 우리가 세워 둔 대로 잘 있잖아. 이 우주선은 우리가 타고 온 게 아니야. 그리고 저기 저 시체들. 저들은…… 우리일 리가 없어.”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확신이 묻어나지 않았다. 자기주장이 강한 그였지만 과장된 말투는 얄팍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그의 목은 연신 꿀렁댔고, 아랫입술은 이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 반항이라도 하듯 불룩 나와 있었다. 로스는 수수께끼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수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선장님도 자신의 시체를 똑똑히 보셨지 않습니까. 그게 선장님이 아니라고요?”

“그래, 아니야.” 로스가 예민하게 받아쳤다. “이 모든 게 황당하게 여겨지겠지만 이 또한 설명이 가능한 현상에 불과해.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자신의 두꺼운 팔뚝에 주먹을 날린 그는 얼굴을 씰룩였다.

“이건 나야.” 그가 말했다. “허상이 아니라고.” 그가 두 사람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반박할 테면 해 보라는 듯이. “봐, 분명히 살아 있잖아.” 그가 말했다.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선장을 보았다.

-140~141쪽, 「유령선」에서

 

음악이 시작됐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금관악기 소리는 뼈를 붙여 만든 짐승이 한밤중 골목에서 가냘프게 우는 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갑자기 힘줄이 수축되면서 루피의 오른팔이 씰룩거렸다. 자주색과 흰색을 띤 왼팔이 불쑥 들렸다가 이내 허벅지 앞으로 축 늘어졌다. 다음은 오른팔, 그다음은 왼팔. 오른팔, 왼팔-오른팔-왼팔-오른팔…… 양팔이 어색하게 씰룩이는 모습이 마치 아마추어에게 조종되는 꼭두각시를 보는 듯했다.

루피의 근육은 드럼 브러시 긁히는 리듬에 맞춰 경련을 일으켰다. 페기의 몸이 등받이에 더 밀착됐다. 차갑게 식은 그녀의 몸은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그녀는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무대 조명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가면을 바라보았다.

-178쪽, 「시체의 춤」에서

 

“그럼 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그 버튼을 가져와서 누르자고? 그걸 누르면 누군가가 목숨을 잃게 되는데도?”

노마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누군가가 죽이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뭐겠어?”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람일 거라잖아.” 노마가 말했다.

아서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게 여기서 1만 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중국의 늙은 농부라면? 중병에 걸린 콩고 원주민이거나?”

“펜실베이니아의 어린아이라면 어쩔 건데?” 아서가 받아쳤다. “다음 블록에 사는 예쁘장한 소녀라면?”

“그러니까 내 말은, 노마,” 그가 계속해 나갔다. “우리 때문에 누가 죽는다면 그건 살인이라는 얘기야.”

“내 말은,” 노마가 지지 않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볼 일 없는 사람이 죽는 거라면 이렇게 망설일 필요가 없잖아.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든 우리가 지켜볼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안 누를 거야?”

-205쪽, 「버튼, 버튼」에서

 

윌슨은 다시 패닉에 빠졌다. 이젠 어쩌지? 아무도 날 믿어 주지 않잖아. 그들을 계속 납득시키려 했다가는 완력을 써서 날 제압하려 들지도 몰라. 아예 스튜어디스를 옆자리에 앉혀 놓을까? 그러면 적어도 참사는 막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녀가 좌석을 떠나거나 앉은 채로 잠이 들면 놈이 다시 돌아오겠지? 설령 그녀가 쏟아지는 잠을 참고 버텨 준다 해도 그가 반대편 날개로 가 버리면 끝이잖아. 윌슨은 몸서리를 쳤다. 서늘한 냉기가 뼛속 깊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맙소사,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320쪽,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에서

 

리처드 매시슨의 책을 펼쳐 드는 순간 우리는 그 이야기들이 얼마나 완벽한지 곧장 깨닫게 된다. 언어의 명료성, 만족스러운 미스터리, 치열한 대립과 엄청난 반전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기가 막히게 버무려 만든 결말까지.

매시슨은 평범한 존재를 무시무시한 상황에 빠뜨리는 데 항상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그것은 등장인물을 위한 거대한 시험의 장이 되었다. 그들이 승리할 때도 있고, 패배할 때도 있지만 매시슨은 그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 자체를 소설의 가장 큰 동력으로 여겼다. 그의 소설에는 스트레스와 불안, 드라마와 공포가 있다. 인류가 스스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또 세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620쪽, 빅터 라발, 「해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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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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