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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세계문학 단편선 14)

  • 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외 7편
  • 역자 이종인
  • ISBN 978-89-7275-712-2
  • 출간일 2015년 01월 27일
  • 사양 504쪽 | 145*207
  • 정가 14,000원

영국 단편소설의 전통을 세운 최고의 이야기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인류의 예리한 관찰자이자 언어의 창조자가 펼치는
지적이고 도덕적이며 낭만적인 세계

사실 그자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는 썩 유쾌하지 못했네. 밝게 불을 켜 놓은 진료실로 그자를 데리고 들어설 때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권총을 잡고 있었네. 마침내 내가 그자의 얼굴을 분명하게 볼 기회가 생겼네. 전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였네. 그건 확신하네. 이미 말한 것처럼 그자의 체구는 작았네. 내가 보고 당혹스러웠던 것은, 그자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적인 표정과, 근육이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 비해 몸 자체는 아주 쇠약하다는 외양의 기괴한 조합이었지. 그를 관찰하면서 마지막으로 느꼈던 것은, 그자가 내게 기괴하고 본질적인 불편함을 안겨 주었다는 걸세.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마치 맥박 수가 두드러질 정도로 줄어들면서 막 오한을 느끼기 시작하는 증세와 유사했네. 그때 나는 이런 불편함이 다소 기이한, 나 개인의 혐오증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증상이 이토록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그저 의아했을 뿐이네. 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 그 불편함이 인간 본성의 더욱 깊은 곳에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단순히 증오보다는 좀 더 거대한 세상의 원칙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 내렸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 나 자신에 대해서 말해 보자면,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오로지 단 하나의 방향으로만 전진해 왔다. 그런데 나의 도덕적인 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의 개인적 체험에 의해 나는 인간이 철저하게 원시적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내 의식의 영역에서 다투고 있는 선과 악의 두 가지 본성 모두를 당연하게 내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그 두 성격이 모두 내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주 예전, 그러니까 심지어 내 과학적인 발견이 그런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아주 희미한 가능성을 보여 주기 시작한 때보다 훨씬 이전부터 나는 이 두 가지 본성을 분리하고 싶다는 유쾌한 생각을 백일몽처럼 품고 다녔다. 각각의 본성을 각각의 독립된 주체에 담으면 삶에서 견디기 힘든 모든 일로부터 해방되지 않을까 하고 혼자서 생각했다. 부정한 본성은 자신과 대립하는 본성의 염원과 회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며, 정의로운 본성은 자신과 관계없는 사악한 본성이 저지른 과오에 수치심과 회한을 느낄 필요 없이 선을 행하며 즐거움을 누릴 것이고, 나아가 꾸준하고 안전하게 향상의 길을 걸어갈 것이었다. 의식意識이라는 고통스러운 자궁 속에서, 이런 상극되고 너무도 이질적인 선악의 쌍둥이가 서로 묶여 끊임없이 고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류의 저주였다. 자, 그럼 어떻게 이 둘을 분리해 낼 것인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 여자가 백동전 두 닢을 써 보기도 전에 죽었다고 생각하니 깊은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것은 울적하면서도 가련한 수수께끼였다. 비용은 손안의 백동전에서 시선을 옮겨 죽은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다시 백동전으로 시선을 돌린 비용은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에 고개를 저었다. 잉글랜드의 헨리 5세는 프랑스를 점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뱅센느에서 죽었고, 이 불쌍한 창녀도 백동전 두 닢을 써 보기도 전에 이 큰 저택의 문간에서 추위로 얼어 죽은 것이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참으로 잔인했다. 백동전 두 닢을 써 버리는 데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악마가 영혼을 가져가고 몸뚱이가 새와 곤충들에게 먹히기 전에, 여자의 입에 좋은 맛을 한 번 안겨 주고 입술을 좋은 음료로 적셔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용은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가 등불이라면 불이 꺼지고 등갓이 깨지기 전에 마지막 심지까지 남김없이 불태우고 싶었다.
「하룻밤 묵어가기」

 

“나를 안다고?” 마크하임이 소리쳤다. “누가 나를 알아? 내 삶은 나에 대한 조롱과 비방이었어. 내 본성과는 다르게 살아왔다고. 모든 사람이 그렇잖아. 사람들이 뒤집어쓴 가면은 점점 커져서 결국 자기를 짓누르지. 그들은 실제로는 그 가면보다는 나은 사람인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힘 좀 쓰는 자들의 손아귀에 쥐여 망토에 덮인 것처럼 질질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가지. 만약 사람들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다면 자신의 진정한 얼굴을 내보일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은 전혀 다른 면을 보여 줄 거고, 영웅이나 성자처럼 빛날 거야! 그런데 나는 그들 대부분보다 열등한 인간이야. 나는 그들보다 더한 망토에 덮여 있어. 그 이유는 나와 하느님만이 알고 있지.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나의 본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 텐데.”
「마크하임」

 

잠시 맥팔레인은 등불을 들고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종이가 물에 젖듯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몸에 퍼졌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 때문인지 페티스도 얼굴이 창백해지고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경험해 본 적 없는 공포가 페티스를 휘감았다. 페티스는 시체를 지켜보다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맥팔레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시체는 여자가 아니야.” 맥팔레인이 조용하게 말했다.
“집어넣을 때만 해도 여자였잖습니까.” 페티스가 속삭였다.
“등을 좀 들고 있게나.” 맥팔레인이 말했다. “얼굴을 봐야겠어.”
「시체 도둑」

 

“[…] 그런데 우리 인간이란 존재를 보게, 얼마나 이상한지! 복수를 끝마친 지 5분도 되지 않았건만, 나는 이미 스스로에게 이 불확실한 삶의 단계에서 진정한 복수를 성취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네. 놈이 저지른 죄악을 그 누가 원상회복시킬 수 있단 말인가? 놈은 그 사악한 사업에서 성공했고, 이런 거대한 재산을 모았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저택도 놈의 것이지. 그놈의 사업은 이제 영원히 인류가 받아들일 운명의 일부분이 되었어. 최후의 심판 때까지 내가 아무리 칼을 들고 찔러 대더라도 죽은 자네 동생은 살아 돌아오지 않고, 또 수천의 무고한 사람들이 치욕 속에 타락해 버린 것을 원상회복시킬 수가 없어! 인간의 존재란 이렇게나 하찮은데, 저지르는 일은 이렇게나 거대하네! 아아!” 왕자가 소리쳤다. “인생에서 성취의 순간처럼 깊은 환멸을 안겨 주는 때가 또 있을까?”
「자살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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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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