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황 측천무후』의 작가 샨사의 연작소설 『버드나무의 네 가지 삶』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중국 여황제 측천무후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낸 장편소설 『여황 측천무후』, 흑돌과 백돌로 대비되는 사랑의 이중주 『바둑 두는 여자』 등으로 이미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라 있는 샨사는 이번 연작소설을 통해 특유의 문체와 서사로 다시 한 번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버드나무의 네 가지 삶』은 ‘버드나무’를 모티프로 한 총 4편의 작품이 이어져 전개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중국 출신의 작가 샨사가 『천안문의 여자』에 이어 프랑스어로 쓴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번 소설은, 국내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된 『여황 측천무후』『바둑 두는 여자』『음모자들』 등의 작품과 소재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샨사 소설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연작소설을 관통하는 모티프인 버드나무는 중국에서 ‘죽음’과 ‘재탄생’을 상징한다. 샨사는 네 시대로 구분되는 중국 격변기의 역사를 무대로 두 남녀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버드나무라는 상징적 매개로 이어간다. 15세기 명나라 중기 시대를 시작으로 타타르인들이 질주하는 대초원, 문화혁명기와 현대 경제부흥기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간절히 찾아 헤매지만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연인의 사랑. 소설 속에는 두 남녀의 인연을 가로막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장애물들과 오래된 역사적 비극이 공존한다. 이 책은 한 편 한 편이 마치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소설’처럼 읽힌다. 수세기에 걸쳐 엇갈린 사랑을 좇는 두 남녀의 윤회 고리는 그렇게 네 편의 작품 속에서 끈질기게 죽음과 환생을 반복한다. 또한 이 서정적인 소설은 각기 다른 배경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거대한 중국사를 가로지르는 거침없는 횡단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전족을 한 여자들, 매사냥을 하는 남자들, 문화혁명기의 정치재판과 불타오르는 플래카드, 현대 부흥기의 마천루 숲이라는 중국의 역사와 대면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샨사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버드나무의 네 가지 삶』은 이후의 대작(『여황 측천무후』『바둑 두는 여자』『음모자들』『알렉산더의 연인』등) 탄생을 예고하는 샨사 소설의 모태로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작가 약력 _ 샨사 Shan Sa ‘파리의 태양’이란 프랑스 문단의 격찬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른 샨사는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8세 때 시를 쓰기 시작하여 9세에 첫 시집을 출간, 중국의 예술 신동으로 성장한 그녀는 1989년 ‘장래가 촉망되는 베이징의 별’로 선정되었다. 천안문 사태로 격변의 시기를 맞던 1990년, 프랑스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파리에 입성, 파리 가톨릭 인스티튜트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를 공부한 지 7년 만인 1997년 프랑스어로 첫 소설 『천안문』을 써서 발표하였고, 1999년 두 번째 장편소설 『버드나무의 네 가지 삶』을 발표하였다. 세 번째 발표작 『바둑 두는 여자』는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가장 읽고 싶은 책으로 선정하는 <공쿠르 데 리쎄앙 상>을 수상하였고, 2001년과 2002년 프랑스 독서계에 ‘샨사 열풍’을 일으켰다. 샨사의 붓이 다 마르기 전에 발표된 『측천무후』는 프랑스 굴지의 두 출판사 그라쎄Grasset와 알뱅 미셸Albin Michel이 판권을 놓고 법정 소송까지 갔으며 이는 프랑스 출판계에 있어 전대미문의 ‘샨사 분쟁’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2003년 시즌 최대의 성공작이자 탐미적인 중국적 언어와 시적 표현이 돋보이는 『측천무후』로 샨사는 서스펜스한 최고의 여성 소설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측천무후』『바둑 두는 여자』『음모자들』『천안문의 여자』『알렉산더의 연인』이 있다. ■ 옮긴이 _ 이상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불어과 졸업 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낭만적 영혼과 꿈』『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바둑 두는 여자』『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악마와 미스 프랭』『지옥 만세』『영혼의 산』『11분』『돌의 집회』『여황 측천무후』『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음모자들』『황산』『악은 악으로』 등이 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 작품의 줄거리 하나. 15세기 중국. 아버지와 함께 지역 고관이 초대한 점심식사에 참석한 충양은 고관이 건네는 수많은 장난감 대신 연못가 수양버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수양버들 가지 두 개를 꺾어 집으로 돌아온 충양은 방 창문 아래 그 가지들을 심었으나, 집안이 파산하여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게 된다. 부모를 잃고 열여덟 살이 된 충양은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며 과거시험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칭이라는 동향 청년으로부터 자신이 살던 집과 수양버들 이야기를 들으며 감흥에 젖게 되고, 칭이의 여동생 뤼이를 배필로 맞는다. 가난한 자신을 위해 아무런 불평 없이 헌신을 다하는 뤼이. 충양은 그런 아내를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결국 황실고시에 응시하여 장원급제를 하는데…. 인간에게 부와 명예는 결국 허무한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마치 한 편의 설화처럼 펼쳐진다. 둘. 19세기~20세기 초 중국. 부와 권력, 영광을 좇았던 어느 명문가에 이란성 쌍둥이 춘이(아들)와 춘닝(딸)이 태어난다.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받아온 춘닝은 할머니와 유모에게서 자란 춘이와 떨어져 지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춘이와 만나게 된다. 춘닝을 멸시하며 자라던 춘이는 열네 살이 되자 야생화나 예쁜 깃털, 물고기 등을 내밀며 춘닝에게도 소심한 애정을 드러낸다. 콧수염과 변성기 목소리 등 점점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해하던 춘이는 아버지의 첫 번째 첩과 관계를 갖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춘닝의 도움으로 집을 떠나게 된 춘이는 별자리를 나침반 삼아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초원에서 한 샤먼의 얘기를 듣는다. 삶은 영원하고 이별은 순간적이라고, 운명은 힘차게 흐르는 강이니 그냥 떠내려가다 보면 대양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셋. 20세기 후반 중국. 이제 막 소년의 티를 벗어난 열여섯 살 웬은 마오쩌둥 초상화를 들고 붉은 완장을 찬 대학생들을 따라 호기심에 거리로 나선다. 마오쩌둥의 시와 노래, 대학생들의 연설에 충격과 격한 감동을 받은 웬은 학교로 돌아와 중국 공산당과 혁명의 지도자를 지키자는 맹세를 한다. 문화혁명을 하더라도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부모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웬은 계급투쟁이 시급하다며 집을 뛰쳐나간다. 농활에 나서는 기차 안에서 운명처럼 만난 류라는 여대생에게 마음이 끌린 웬은 그녀가 힘들 때마다 곁에서 힘이 되어주었으나, 어느 날 파견된 혁명위원회 대표단으로부터 색출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류의 밀고 때문이었음을 알고 웬은 심한 배신감에 괴로워한다. 감옥에 들어가 배고픔에 시달리던 웬은 면회 온 류의 진심을 확인하고 먹을 것을 몰래 전해달라고 요청한다. 며칠 후, 류가 던진 음식물이 감옥소 안뜰에 떨어지는 순간, 밖에서는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듯한 총성이 울려퍼진다. 넷. 21세기 중국. 국제 코스메틱 살롱 때문에 홍콩으로 가야 하는 아징. 홍콩행 비행기가 이륙해 구름 속을 관통하는데, 아징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최면에 빠진다. 구름 깊숙한 곳에서 말을 탄 기사 네 명이 나타나 비행기 옆에 멈춰 서고 한 부인이 아징에게 손짓을 하자, 그녀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빨려 들어간다. 현기증 때문에 쓰러지려고 하는 아징을 부축한 한 청년은 백마를 끌고 와 안장에 오르도록 도와주고 함께 광활한 구름 평원을 질주한다. 천 번째 계단을 오르자 궁궐이 나타나고 천상황후는 아징에게 누에고치 기르는 일을 맡긴다. 그리고 황후는 자신의 총명한 아들이 아징과 천생연분으로 태어났다고 말한다. 얼마 후 아징이 알을 낳자 알 속에는 사내아이가 있다. 아징은 하늘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게 되나 결국 피할 수 없는 노쇠와 이별의 공포에 시달린다. 아이에게 자신은 곧 여행을 떠난다며 말하고 아징은 아이가 건넨 수양버들 가지로 만든 관을 품에 안으며 눈을 감는다. 비행기가 홍콩에 막 착륙했다는 방송을 듣고 눈을 뜨는 아징. 꿈같았던 비행을 끝내고 호텔에 도착한 그녀가 가방을 열자, 그 속에는 시든 수양버들 관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