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는 작가 나이 마흔아홉에 집필을 시작해 예순둘에 탈고한, 무려 12년간이나 걸려 완성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리 길지 않은 한 소설에 바쳐진 그처럼 오랜 시간은, 소설의 문학성을 쌓아올리기 위한 노고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이의 참혹한 불행, 쓰리고 황폐한 성장의 기억, 어둡고 고통스러운 자기 찾기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되살아야 하는 괴로움에서 기인한 듯 보인다. 그것은 그의 소설에는 길고 답답한 말더듬이의 시간이었겠지만, 그래서 마침내 그가 자기 생의 모든 비밀스러운 불행들과 화해하는 시간이었겠지만, 또한 그의 소설이 머나먼 이국의 독자들에게도 아무런 이물감 없이 읽혀질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저자 : 샤를르 쥘리에(Charles Juliet) 1934년에 프랑스의 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났다. 생후 한달만에 어머니와 헤어져 양부모 슬하엣 자랐고, 소년 군사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의사가 되려고 군의관학교에 들어갔으나 자진 중퇴했고, 교편 생활을 잠시 하다가 그만두고 글쓰기에 투신했다. 오랜 습작기간 끝에 나이 쉰다섯이 되던 1989년에 첫 소설 「눈 뜰 무렵」을 발표해 늦깎이로 등단했다. 그후 시, 소설, 희곡, 에세이를 두루 발표하고 있다. 시집으로 『자기를 탐색하는 눈』『균열』등이 있고, 『가을 기다림』『동토의 암흑』등의 소설과 『밤을 쫓아라』『고달픈 운명』등의 희곡, 그리고 에세이로『사뮈엘 베케트와의 만남』『샘을 찾아서』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정제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역자 : 이기언 연세대 불문과를 나와 파리-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대문학』에 「문학의 거울」「이인 뫼르소」등을 게재했고, 번역 작품으로 『말꾼』등이 있다. 현재 연세대와 인천대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주간 『시민의신문』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본문 중에서 당신은 자주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꿉니다. 다른 삶을 꿈꿉니다. 삶의 무한한 길들을 꿈꿉니다. 시골 마을에 틀어박힌 당신의 암울한 삶. 당신의 외로움... 당신의 말을 들어줄, 당신을 이해해줄, 당신과 동행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의 폐부 저 깊숙한 곳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신음소리. 그 울부짖는 쉰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선 짓눌려버렸습니다.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거부해버렸습니다. 날이 가고 해가 가자, 끝내 당신은 숨이 막히고야 말았습니다. 그 기나긴 겨울밤들. 당신은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