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 Les derniers jours de Stefan Zweig
- 저자 로랑 세크직 지음
- 역자 이세진
- ISBN 978-89-7275-496-1
- 출간일 2011년 04월 15일
- 사양 232쪽 | -
- 정가 12,000원
프랑스어로 쓴 최고의 휴머니즘 문학작품에 수여하는 리트레상 수상 작가 로랑 세크직의 슈테판 츠바이크의 비극적 최후를 그린 소설
프랑스어로 쓴 최고의 휴머니즘 문학작품에 수여하는 리트레상 수상 작가 로랑 세크직의 슈테판 츠바이크에 대한 오마주 “증언하고 싶었다. 폐허의 천지에 끌로 새긴 비석을 세우고 싶었다” 세계 최고의 전기 작가이자 열렬한 휴머니스트, 유럽 지성사의 고전이 된 슈테판 츠바이크. 야만의 시대, 고국을 등지고 바람처럼 떠돌며 끔찍한 전쟁과 박해, 죄책감에 절망하던 슈테판 츠바이크 최후의 삶을 되살려낸 감동의 소설!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비극적 최후를 그린 소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일찍이 세계를 매혹시켰던 시대의 이야기꾼 슈테판 츠바이크.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과 미국을 거쳐 미래의 땅이라 믿었던 브라질 페트로폴리스로 망명한 그는 끔찍한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다 1942년 2월 22일, 젊은 아내 로테와 함께 동반자살한다. 사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이 소설은 정신적 고향이었던 유럽의 자멸을 목도하며 어둠에 소환되기까지, 죽기 전 마지막 180일을 마치 슈테판 츠바이크가 직접 써내려간 듯 생생히 재구성한다. 로랑 세크직은 탄탄한 전기적 고증, 치밀한 심리 묘사, 아득하리만치 매혹적인 문체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현현을 선언할 압도적인 작품을 써냈다.『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은 2010년 프랑스에서 출간과 동시에 수 주간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머물렀고,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프랑스 의사협회에서 수여하는 의사협회 문학상을 받았으며, 각종 서점에서 추천하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이 책은… 야만의 시대, 위대한 작가의 마지막 나날 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였다. 6,000만 부의 책이 팔려나갔으며, 3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작가였다. 대중은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러 나갔고, 그의 희곡이 상연되길 기꺼이 기다렸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보다 그의 작품을 더 좋아한다는 프로이트의 고백을, 저 저명한 아인슈타인조차 그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노라던 고백을 차치하더라도 슈테판 츠바이크는 위대한 작가였다. 1941년 가을 어느 날, 슈테판 츠바이크가 브라질에 도착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모든 시작의 공간, 기원의 장소”가 되리라 여겼던 브라질 페트로폴리스로 망명한 슈테판 츠바이크와 그의 젊은 아내 로테, 1934년 오스트리아를 떠난 이래 끊임없이 이어지던 탈출과 방랑 속에 그들은 마침내 발 딛고 설 지상의 공간을 찾았다. 울울창창한 브라질 벽촌 아주 작은 집이나마 자신들만의 주소를 가질 수 있음에 잠시 안도한다. 누가 이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에게 유배의 형벌을 내렸던가. “그토록 무참한 고통, 공포, 절망, 야만, 분노, 비인간적인 만행”이 횡행하던, “밤에 독일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던 공포의 시대, 그는 유령이 되어버린 조국을 떠나 마침내 세상 끝으로 찾아든다. 영원한 봄이 지배하는 동산이라 생각했던 브라질이었건만, 그에게 세상은 더는 산 자들의 장소가 아니었다. 나날이 더해가는 “암살, 고문, 수용소, 굶주린 이들의 행렬, 망명자 집단, 자살한 사람들” 이야기가 그곳까지도 찾아들었다.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국제 정세를 숨죽여 응시하던 슈테판 츠바이크는 예순 살 생일을 맞은 후 홀연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살 만큼 살았다”라는 말을 남긴 채. 그에게 삶은 “황폐의 연대기”가 되었던 것이다. 소설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죽기 전 그 6개월을 추적한다. 평화로웠던 빈에 대한 추억, 8년간 이어져온 떠돌이 생활의 불안감, 더 이상 모국어로 글을 쓸 수 없다는 뼈아픈 각성, 메말라버린 창작열, 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도망쳐 나왔다는 죄책감, 조국을 지키는 투사가 되지 못했다는 열패감, 세상에 대한 절망과 씨름하던 그가 마주한 끝간 데 없는 고통을 예리한 펜으로 새겨놓은 이 소설은 최후의 인간 슈테판 츠바이크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잔혹한 현대사를 증언하는 그의 구원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는 작정했네.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로” 죽음마저도 걸작이 된 어느 사랑의 역사 한 인간이 감내하기에는 그를 “후려친 불행”이 너무도 컸다. 그럼에도 그의 불행을 기꺼이 함께 짊어지고자 했던 운명의 연인 로테를 만난다. 처음 본 순간 “평소에는 벼락만 떨어지던 하늘에서 은총이” 내림을 느끼게 했던 여인이다. 로테는 스물다섯 살이었고 그는 이미 오십대의 나이였다. 30년간 살았던 부인을 버리고 츠바이크는 결국 죽음까지도 그녀와 함께한다. 오랜 지병과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확인받지 못한 결핍감에서 비롯한 고통으로 힘겨워하던 로테는 그와 함께 죽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의미를 찾는다. 예순 살 생일 그가 마지막으로 쓴 시처럼 “이제 아무 바람도 없는 자, 어디로 갈지 묻지 않는 자, 잃은 것에 눈물 흘리지 않는 자, 오직 그자만이 세상을 관조하는 기쁨을 누리리니”, 소설은 죽음마저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의 삶과 사랑의 역사를 생생히 되살려놓는다. 필멸의 비극 앞에 선 불멸의 삶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 이 소설은 필멸하는 미약한 한 인간의 이야기다. 그러나 유한한 삶 속에서 오로지 쓰는 행위를 통해 존재했던, 하여 불멸의 인간으로 남게 된 한 인간의 마지막 이야기다. 광포한 20세기 최후의 증언자 슈테판 츠바이크의 절박한 삶을 고백하듯 써내려간 이 작품은, 데뷔작이 10개 국어로 출간되고 프랑스어로 쓰인 최고의 휴머니즘 문학작품에 수여하는 리트레상 수상 작가인 로랑 세크직의 츠바이크를 위한 오마주다. 그는 스물한 살 때 츠바이크의 책을 처음 읽고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그에게 헌정하기도 했다. 츠바이크의 생애에 대한 치밀한 고증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철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은, 한없이 가벼운 소설들이 줄 수 없었던 묵직하고 지적인 감동을, 과장된 슬픔으로 눈물에만 호소하는 소설들이 줄 수 없었던 시적인 감동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흠모하던 이뿐만 아니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 차례 9월 10월 11월 12월 1월 2월 옮긴이의 말 ■ 추천의 글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설. _《누벨 옵세르바퇴르》 이 책의 마지막 몇 페이지는 위대한 작가의 마지막 날을 꿰뚫어보듯 그려내고 있다._《엘르》 슈테판 츠바이크와 마치 하나 된 듯한 감정과 문체의 이입이 탁월한 수작이자 야심작._《리브르 엡도》 슈테판 츠바이크와 그의 젊은 아내 로테를 놀라울 정도로 생생히 그려내다._아마존프랑스 독자 서평 한 시대, 하나의 위업, 어느 위대한 사랑의 종말에 대한 충격적인 소설._아마존프랑스 독자 서평 ■ 본문에서 그는 최면을 거는 듯한 적막 속에서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트렁크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이러고 있기도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재킷 안주머니를 뒤적거려 트렁크 열쇠를 찾았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귀한 부적 다루듯 이따금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열쇠였다. 기차역 플랫폼이나 항구의 부두에서, 앞다투는 인파 속에서,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기차나 배를 기다릴 때마다 그는 항상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마법은 매번 어김없이 통했다. 열쇠를 만질 때면 그는 옛날로 돌아갔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에 힘입어 그는 마차를 타고 링을 한 바퀴 돌아보고, 부르크 극장 일등석에 앉아보고, 마이슬 운트 샤든 레스토랑에서 슈니츨러를 만나고, 놀렌도르프 광장의 맥주홀에서 릴케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에르제베트 다리를 한가롭게 노닐거나 프라터 공원의 가로수길을 걷거나 금빛 찬란한 쇤브룬 궁을 보지는 못하리라. 다뉴브 강에 길게 드리운 붉은 노을과도 이제는 안녕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밤이 왔다.(본문 10~11쪽) 베란다에서 로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이 덮치려는 순간 얼른 그를 끌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1934년, 런던에서 망명 생활을 어설프게 시작해나갈 무렵, 처음 만났을 때부터 로테는 그를 좌절에서 건져냈다. 엘리자베트 샤를로테 알트만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그는 삶이 더 이상 허락지 않는 자비의 약속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과 마주친 순간, 무엇인가가 빛을 발했다. 평소에는 벼락만 떨어지던 하늘에서 은총이, 그것도 바로 그의 곁으로 내렸다. 히틀러가 유럽을 장악하고 세상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런 것도 상관없었다. 지금도 가끔은, 참담한 심정을 그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을 때 아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언젠가는 세상이 이성을 되찾을 거라는 희망을 얻곤 했다. 살아서 마침내 그날을 보게 될 것이라는 희망까지도.(본문 21~22쪽) 태어났다. 글을 썼다. 결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도망쳤다. 절대로 도피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의 기획 의도는 자신의 과거를 토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까이서 보았던 비범한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한 시대, 나치가 악에 받쳐 망가뜨리려 하는 한 세계의 초상을 공들여 그려내고 싶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그의 지인들이 더 이상 무덤조차 갖지 못하는 그곳에 작은 유골함이나마 마련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증언하고 싶었다. 폐허의 천지에 비석을 세우고 싶었다.(본문 93~94쪽) 이제 그가 그녀를 기만했다고 따질 마음도, 프리데리케에 대한 질투심도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널브러져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사랑이다. 첫사랑이다. 클라이스트가 그이의 본보기라면 내가 클라이스트의 아내가 되리라. 내가 마지막 여자가 되리라. 그이가 감지하는 빛을 향해, 내가 함께 가리라. 어둠 속에서 내가 그이의 손을 잡아주리라. 운명이 우리를 이끄는 그곳으로, 내가 앞장서리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숙명인 미지의 그곳으로. 그 길이 어떤 생명체도 배겨날 수 없고 공기가 희박한 강변으로 이어질 뿐이라면 할 수 없다. 숨을 못 쉴 때의 고통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않는가. (…) 이승에서 그 사람 일생의 여인이 되지 못했던 것이 유감스럽지만 어쩌겠는가. 나 로테 알트만은 그이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리라.(본문 200~201쪽) 그녀는 그의 입술에도 입을 맞추지만 이미 그 입술은 차다. 그녀의 입술도 차갑다.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만 팔이 얼음 속에 처박힌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녀는 손끝으로 그의 어깨를 더듬는다. 하지만 팔이 너무 무겁다. 기운이 빠진다. 그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녀의 눈은 자기 옆에 있는 그림자의 윤곽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그림자는 어둠 속으로 스르르 흩어져 칠흑 속에 잠긴다. 낮은 밤이 되었다. 땅은 형태를 잃고 텅 비어버렸다. 그녀는 심연 속에서 그의 곁으로 간다. 창을 넘어 들어와 커튼을 흔드는 바람의 숨결만이 그 심연 위를 떠돈다.(본문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