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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 (헤르만 헤세 선집 12) Schlaflose Nachte

  •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 총서 헤르만 헤세 선집
  • 역자 홍성광
  • ISBN 978-89-7275-678-1
  • 출간일 2013년 09월 23일
  • 사양 352쪽 | 127*188
  • 정가 0원

은 대문호 헤세의 에세이들을 한 데 묶은 에세이 선집이다.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펴낸 헤세 전집 중 자전적 글, 일기, 여행기, 단상, 짧은 산문들을 추렸다. 평생 동안 수십 권 분량의 다양한 작품들을 쓴 헤세의 문학적 단초, 그가 평생 동안 경도되었던 동양사상에 대한 글들, 고향의 풍정과 사람들에 대한 예찬, 그 밖에 다양한 주제에 관해 썼던 단상들이다. 이 에세이들을 통해 독자들은 헤세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와 함께 한 거장의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방랑과 여행을 좋아한 헤세는 수많은 여행기를 남겼다. 그의 여행기는 주관적이고 독자적인 시선으로 풍경을 통해 이끌어낸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을 보여 준다. 헤세에게 여행은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탈피하고 일로부터 휴식을 취하거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나와 다른 사람과 우연히 함께하고, 다른 풍경을 관찰하는 데 있다. 여행을 통해 풍요로워진 체험에 의해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증진,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하는 데에 있다. 여행 철학이라고 할 만한 여행에 대한 헤세의 견해는 그 당시보다 훨씬 여행이 일상화된 지금의 우리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는 에세이에서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지혜를 들려준다. 그것은 적당히 먹고 마시기, 매일 몸을 약간 움직이기, 즐거운 마음으로 청결하게 생활하기이다. 그리고 아무리 작더라도 사심 없는 사랑과 헌신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준다. 행복은 거창한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헤세는 아무런 과장 없이 제시하고 있다. '권력이나 소유물, 인식이 아니라 사랑만이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디서나 최종적인 지혜이다. 모든 사욕 없는 마음, 사랑에서 비롯된 모든 포기, 모든 적극적인 동정, 모든 단념은 넘겨주는 것이자 체념인 것 같지만, 그러한 것은 더 풍요롭게 되고 더 위대하게 되는 것이며, 앞으로 그리고 위로 이끌어 가는 유일한 길이다.'
작가로서 헤세는 독서를 무작정 권장하지는 않는다. 좋지 않은 책을 권하지 않고 책을 잡지 보듯이 뒤적거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알프스에 오르는 등산객처럼, 무기고로 들어가는 전사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 없는 산만한 독서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자신과 일상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자신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하게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나쁜 책은 없다는 통념(?)과는 달리 헤세는 좋지 않은 책들은 분명히 있다고, 게다가 많다고 말한다.
헤세가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서양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동양사상에 평생 몰두한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동양학에 조예가 깊었던 집안의 분위기로 어렸을 때부터 친숙했지만 인도와 중국 등의 동양사상은 헤세의 인생과 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헤세는 이성과 기술로 대표되는 서양에는 없는 동양인의 종교성을 바라보며 동양과 서양을 종합하는 인류라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체험을 한다.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과 이어지는 문명 비판과 자연 친화적인 삶에 대한 예찬도 헤세 에세이의 주제 중 하나이다. 산업화로 인한 인간의 노예화 현상을 경고하면서 자연과 친구가 되기 위한 게으름을 피울 것을 권유한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은 소위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라는 에세이에서는 자연의 질서 있는 순환을 자명한 일로 그리고 기본적으로 진정 아름다운 일로 감수할 것과 모든 목적으로부터 해방되어 세계 전체와 친근해질 것을 주문한다.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한 삶의 대안 찾기 운동이 한창인 요즈음에 비추어 보면 헤세는 이 분야의 선구자적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과 사랑의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야말로 늘 시간 부족과 불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치유제라고 말한다. 잠 못 이루는 밤에 고독과 고통을 곱씹어본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헤세는 그 같은 불면의 밤이야말로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조된 분위기의 향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외경심의 학교라고 말한다.
행복과 사랑, 꿈과 심리분석을 담고 있는 헤세의 에세이들은 독자에게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지각 능력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헤세는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해 비인간적인 세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겪었던 세대이지만 인간성의 위대함에 대한 신념을 결코 놓지 않았고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20세기 가장 중요한 휴머니스트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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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사람들은 교사, 목사, 의사, 직공, 상인, 우편집배원이 될 수 있었고, 음악가나 화가 또는 건축가도 될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직업에 이르는 하나의 길이 있었고,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었으며, 하나의 학교, 즉 초보자를 위한 하나의 수업이 있었다. 그러나 시인이 되기 위한 길만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인이라는 것, 다시 말해 시인으로서 성공을 거두고 유명해지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았고, 심지어 명예로운 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성공을 거두고 유명해지는 것은 대체로 죽은 뒤였다. 시인이 되는 것, 시인이 되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곧 알게 되었듯이, 그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자 치욕이었다. 나는 상황을 금방 파악했다. 시인인 것은 괜찮지만 시인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되었다. - <요약한 이력서>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한 순간 첫 번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의 모범 학생은 그때부터 불량학생이 되었다. 그는 처벌받았고 쫓겨났으며 어디서도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에게 한없이 걱정을 끼쳤다. 이 모든 것은 단지 그가 현재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세계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사이에서 화해의 가능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이제 전쟁 기간에 새로이 되풀이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평화롭게 살았던 세계와 갈등에 빠진 것을 다시 알아챘다. 모든 일이 다시 실패로 돌아갔고, 다시 혼자가 되어 비참해졌으며, 말하고 생각한 모든 것은 다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적의가 담긴 오해를 받았다. 현실과 내게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며 좋게 여겨졌던 것 사이에 절망적인 심연이 가로놓였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 <요약한 이력서>

 

그 후로 나는 여러 나라와 도시를 보았고, 여러 성당호가 해안에 서 잇었으며, 많은 여자들을 사랑했다. 책을 읽고 썼으며, 빵과 명예, 우정을 얻기 위해 애썼다. 빈곤에 쪼들렸고 터무니없는 일들을 겪었다. 이 모든 추억은 소년 시절 단 한 번 갔던 여름 바캉스의 추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시시하며 빛이 바랜다. 그러나 이 추억들이야말로 내가 고향 마을 골짜기에 돌아올 때마다 내게 그토록 기쁨을 주고 찡한 감동을 안기는 유일한 것이며, 매번 체류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들고 이별을 그리도 힘들게 만들었다. 거리의 외진 구석마다 생생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곳, 골목의 조그만 장소마다 체험이 담겨 있는 그리운 곳이자 잊히지 않는 곳, 내가 소년 시절을 보낸 풍부하며 열정적인 삶의 잔광을 지닌 동화 같은 곳은 지구상에서 이 장소가 유일하다. - <소년 시절>

 

 

기자가 공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비극적'이라 부르면 언어의 남용이듯(그들, 멍청이에게는 '유감스러운'과 같은 뜻이다), 불쌍하게 죽은 모든 병사에 대해 ‘장렬한 죽음’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적지 않게 부당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분명 전쟁에서 죽은 병사에 대해 더없이 가엾은 마음으로 동정해 마땅하다. 그들은 때로는 엄청난 일을 해냈고,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그들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영웅’인 것은 아니다. 이는 단순한 병사로, 장교의 호통을 듣던 자가 총에 맞아죽었다고 해서 갑자기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처럼 수백만에 달하는 대중 전체의 ‘영웅’에 관한 생각은 그 자체로 불합리하다. - <고집>

 

내게 새로운 문학은 한동안 나의 체험, 나의 사고, 내 문제의 상징과 담당자가 될 만한 인물이 눈에 띄눈 순간 시작된다. 이런 신화적인 인물(페터 카멘친트, 크눌프, 데미안, 싯다르타, 하리 할러)의 출현은 모든 것이 탄생하는 창조적인 순간이다. 내가 썼던 산문문학은 거의 모두 영혼의 전기이다. 그 모든 문학에서 문제되는 것은 이야기, 갈등이나 긴장이 아니다. 나의 문학은 기본적으로 독백이다. 그러한 독백에서는 단 하나밖에 없는 개인, 곧 신화적인 인물이 세계와 자아에 대한 관계라는 차원에서 고찰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문학을 ‘장편소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젊은 시절부터 나의 신성하고 위대한 모범, 가령 노발리스의 ????푸른 꽃????이나 횔덜린의 ????휘페리온????과 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결코 장편소설이라 할 수 없다. - <일하는 밤>

 

잠은 자연이 준 가장 값진 선물들 중 하나이고, 친구이자 보물이며, 마법사이자 나직이 위안을 주는 자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불면의 고통을 아는 자, 겨우 반시간 정도 꾸벅꾸벅 조는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운 자는 누구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나는 살면서 하루도 불면의 밤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분명 더없이 순수한 영혼을 지닌 자연아일 것이다. - <잠 못 이루는 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여행의 시학은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체험에, 다시 말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데에, 새로 획득한 것의 유기적인 편입에,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증진에,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하는 데 있다. - <여행>

 

생각 없는 산만한 독서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자신과 일상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 자신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하게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우리는 냉담한 선생님에게 다가가는 소심한 학생이나 술병에 다가가는 건달처럼 할 것이 아니라, 알프스에 오르는 등산객처럼, 무기고로 들어가는 전사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 또한 피난민이나 삶에 불만을 품은 사람처럼 할 것이 아니라, 호의를 품고 친구나 조력자에게 다가가는 사람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 만약 내가 말한 대로 한다면 지금 읽히는 책의 10분의 1정도밖에 읽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열 배는 더 기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리의 책이 전혀 팔리지 않게 된다면, 그리고 우리 작가들이 열 배는 더 적게 글을 쓰게 된다면 그것은 결코 세상에 해가 되지 않으리라. 말할 것도 없이 글을 쓰는 일이 독서보다 더 나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독서>

 

우리 각자는 일상적인 개인적 체험을 통해 어떠한 관계도 어떠한 우정도 어떠한 감정도 우리에게 충실하지 않으며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해묵은 경험을 한다. 그러한 감정에 우리 자신의 피를 바치지 않았고, 사랑과 체험, 희생과 투쟁을 바치지 않은 것이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아름다운지 알고 체험하고 있다. 사랑은 모든 실제적인 가치와 마찬가지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즐거움은 구매할 수 있지만, 사랑은 구매할 수 없는 것이다. - <풍요로운 내면>

 

사랑받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존재를 소중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느낌이라고 점점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행복’이라고 칭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지상에서 보았다면 그 행복은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돈과 권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가지가 있으면서도 비참한 사람도 많이 있었다. 아름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잘 생겨도 비참한 선남선녀를 볼 수 있다. 건강 역시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자기가 느끼는 만큼만 건강하다. 어떤 환자는 죽기 직전까지 삶의 의욕 때문에 꽃피어 나고, 어떤 건강인은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하게 시들어 버린다. 그러나 강한 감정을 갖고 그것에 따라 살며, 그런 감정을 몰아내거나 억압하지 않고 보호하고 즐기는 곳에는 어디에나 행복이 있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지니는 자가 아니라 그것을 사랑하고 숭배할 수 있는 자를 행복하게 해준다. - <마르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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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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