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1 / 0

닫기
다운로드
보도 자료

유리알 유희 (헤르만 헤세 선집 11) Das Glasperlenspiel

  •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 총서 헤르만 헤세 선집
  • 역자 박계수
  • ISBN 978-89-7275-632-3
  • 출간일 2013년 09월 23일
  • 사양 820쪽 | 127*188
  • 정가 23,000원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는 맨 처음 유리알 유희에 대한 긴 개론으로 시작한다. 유리알 유희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 그것이 출현할 수밖에 없었던 20세기 정신문화 타락의 실체가 설명되고, '잡문 시대'라고 규정된 그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유리알 유희 교단이 자연스럽게 조직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최고의 학술과 예술 보존 기관이자 정신 수련이기도 한 유리알 유희는 한 사람의 전설적인 유희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를 기억하는데 그의 삶은 제자의 기록을 토대로 다음 장에서 전기적으로 기술된다.
소설의 본문에 해당하는 요제프 크네히트의 전기는 연대기 순으로 총 12장으로 펼쳐진다. 초반의 5장은 크네히트가 유리알 유희 명인에 오르기 전까지의 수업 시대를 중반의 2장은 명인 재임기를 후반 5장은 크네히트가 유리알 유희 교단인 카스탈리엔에 대한 회의로 번민하다가 그것을 비판하고 카스탈리엔을 나와 속세로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라틴어 학교의 뛰어난 학생 요제프 크네히트는 카스탈리엔 음악 명인의 눈에 띄어 영재 학교에 추천을 받는다. 음악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크네히트는 명인과 영적인 교류를 시작하고 그로부터 자신의 소명을 체험한다. 영재 교육을 받으면서 서서히 자신의 성장을 자각하고 새로운 세계와 조화와 긴장의 관계에 들어간다. 크네히트가 그곳에서 만난 일반 청강생 데시뇨리와 수도원에서 파견되어 만난 야코부스 신부와의 대화는 그의 영혼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데시뇨리와의 만남은 요제프가 바깥세상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야코부스 신부는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정신의 추구로부터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사실에 눈뜨게 만든다.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던 각성과 그로 인한 회의에도 불구하고 교단은 그를 위계의 최고 자리인 유리알 유희 명인으로 임명한다.
크네히트는 그의 직무 수행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지만 카스탈리엔이라는 정신적인 공동체 역시 역사의 산물로서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결코 완전한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미래에도 정신적 이상향으로 남을 카스탈리엔이 아님을 깨닫고 교단에 명인 퇴임 신청을 한다. 카스탈리엔이 절대적인 이상향이 아님을 깨닫고 그의 그의 유일한 희망은 '가급적 나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것으로 설정하고 교단을 떠나 친구 데시뇨리의 아들 티토의 가정교사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크네히트는 교단을 떠난 지 이틀 만에 티토와 수영을 하러 갔다가 익사하고 만다.
이어지는 대목은 크네히트가 남긴 유고이다. 세 편의 독립적인 단편과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원시 사회와 고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단편은 헤세가 말한 개인의 인생 발전 3단계 - 순진한 낙원의 단계, 신앙을 통한 자비와 구원 -와 겹쳐 놓고 볼 수 있다. 단편으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세 편의 이야기는 헤세가 이전의 소설들을 통해 구축해 왔던 헤세 문학세계의 깔끔한 종지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헤세는 '히틀러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11년을 <유리알 유희>를 집필하면서 견뎌냈다'고 <이력서>라는 에세이에서 짧게 언급했다. 반전 평화주의자였던 헤세가 제1차 세계대전 때 평화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독일의 언론과 동포들로부터 매국노라는 비판을 받았고 지식인들의 전쟁 선동과 대중들의 전쟁에 대한 열광에 충격을 받았던 사실을 생각하면 자신의 '이력서'에 11년의 시간을 한 줄로 정리한 그 말의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유리알 유희>는 헤세의 마지막이자 가장 긴 장편소설이다. 헤세의 모든 문학적 기도가 총결산된 대표작으로 평가되며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앞서 발표했던 그의 중기 이후 작품들인 <황야의 늑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 순례>의 모티프가 새로운 이야기 구조 속에 결합되어 있으며 헤세의 삶과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도원 기숙사 학교의 체험도 짙게 반영되어 있다.

<유리알 유희>는 일반적인 장편소설의 단선적인 내러티브 구조와는 달리 '유리알 유희'에 대한 개론부터 중심인물인 유희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의 전기, 그가 남긴 유고 등 다양한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화자도 일정치 않고 개론서와 연대기적인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시들로 이루어진 구조는 유기적이라기보다는 파편적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크네히트의 전기는 헤세 자신의 고백적 성격이 강한데 이런 성격의 글이 지닐 수 있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헤세는 다양한 형식의 글을 편집해 작품을 구성함으로써 한 인물과 시대를 다채로운 관점에서 보여 주고 있다. <유리알 유희>는 25세기에서 바라본 20세기를 그린 미래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내용은 철저히 헤세가 바라본 동시대의 문제점과 그것의 극복을 위한 대안 제시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리고 유토피아 소설로서 <유리알 유희>를 바라볼 수도 있는데 작품 속의 주 무대인 카스탈리아는 모든 학문과 예술과 정신 수련을 종합해서 연구하는 일종의 교육 유토피아로서 헤세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슈바벤 지방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유리알 유희> 역시 <데미안>,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같은 헤세의 다른 성장소설들처럼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3단계로 도식화할 수 있다. 죄와 더러움을 모르는 순진한 자연, 또는 낙원의 상태인 1단계에서, 죄악을 통해 선악을 아는 단계로 정의와 선에 도달할 수 없는 절망의 2단계를 거쳐, 도덕이나 법률을 넘어서서 신앙으로 자비와 구원의 3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도식화는 소설의 중심인 요제프 크네히트의 전기에도 부합하고 크네히트의 유고에 붙은 탁월한 3편의 단편은 그런 도식화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걸작들이라 할 수 있다.

헤세는 <유리알 유희>에 대한 자평에서 '나의 삶과 문학의 최종 목표이며 폭력의 시대 한가운데서 정신에 대한 믿음의 고백'이라고 표현했다. 이성과 양식이 사라지고 전쟁으로 치닫는 세상을 보며 헤세는 서양 문명의 한계와 인간성 상실의 위기감을 느낀다. 그러한 위기의 시대에 지식인의 역할은 미미하기 짝이 없었고 오히려 전쟁 선동에 앞장서는 지식인들도 부지기수였다. 이미 노년에 달한 나이였고 고향에 은거하며 소설 창작보다는 수채화에 몰두하던 시기였지만 파괴를 향해 치닫는 시대의 위기를 보며 헤세는 조용히 자신의 문학적 총결산으로 자리 잡을 소설을 무려 11년간이나 써나갔다. <유리알 유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46년에 독일에서 출간되었으며 그해 노벨상 위원회는 <유리알 유희>를 특별히 언급하며 헤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

 

연관 도서

로그인 후 이용해주세요.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