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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할데 (헤르만 헤세 선집 08) Rosshalde

  •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 총서 헤르만 헤세 선집
  • 역자 윤순식
  • ISBN 978-89-7275-628-6
  • 출간일 2013년 05월 31일
  • 사양 272쪽 | -
  • 정가 9,000원

오래된 대저택 로스할데에 칩거하는 주인공 요한 페라구트는 저명한 화가로서, 두 아들과 아내를 둔 가장이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하며, 외롭고 낭만적인 사람이다. 부인 아델레는 착실하지만 유머 감각이 결여된 여인으로 자기중심적이다. 페라구트는 7년 동안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간 부부 간의 불화가 심해지자 큰아들 알베르트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방의 학교를 다니게 하는 한편, 본채는 부인에게 내주고 자기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따로 자신이 지낼 방 두 개를 지은 다음, 그곳에서 그림 작업을 하며 독신자처럼 생활하고 있다. 소원해진 두 부부를 맺어주는 유일한 끈은 일곱 살짜리 아들 피에르이다. 그는 부모의 귀여움을 한 몸에 독차지하고 있고, 안채와 아틀리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화가인 남편이 안채에서 하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부인은 언제나 남편을 손님 대하듯 한다. 어린 피에르는 이러한 가정의 균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얼어붙은 부부의 감정을 녹이는 꼬마 천사의 역할을 한다. 큰아들이 성장하면서 점차로 어머니의 편을 들며 자신과는 소원해지면서 화가 페라구트에겐 그림과 더불어 피에르야말로 삶의 희망이자 이유라 할 수 있다.
인도에 사는 화가의 죽마고우 오토 부르크하르트가 페라구트를 방문해 냉랭한 집안의 분위기에는 일시적으로 온기가 감돈다. 하지만 오토는 며칠 묵으면서 구원의 가능성이 없는 친구 가정의 불화를 몇 차례 목격하고 페라구트도 그런 꼴불견을 친구한테 보인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 된다. 오토는 요한에게 함께 인도 여행을 떠나자고 권유하고 요한은 친구의 제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림에 사랑을 쏟는 그 이상으로 인간을 사랑할 수가 없는 페라구트는 자식을 가운데 두고 결말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부부 관계의 괴로움 속에서, 새들이 주고받는 언어를 알아듣고 꽃들에게 상상의 이름을 붙여주는 천진난만한 피에르를 보며 심혈을 기울여 부부와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가족 그림을 그려 나간다. 어느 날 피에르가 갑자기 이상한 징후를 보이고, 아이의 상태는 점차 악화되어 간다. 의사의 진단 결과 뇌막염으로 판정이 나고 회복의 가능성이 극히 작은 가운데서 페라구트 부부는 아이의 회복을 위해 열성적으로 간호한다. 부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허무하게 숨을 거두고 요한은 피에르의 죽음과 함께 자신의 결혼 생활도 종말을 맞이했다는 것을 직감한다. 요한은 절망적인 힘을 한데 모아 로스할데에서의 마지막 대작인 가족의 그림을 완성하고 아내에게 자신은 오토를 방문하러 인도로 가겠다고 통보하고 로스할데는 알아서 처분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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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할데>는 화가를 주인공으로 한 예술가 소설이자 헤세의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의 경험이 짙게 투영된 작품이다. 1904년 헤세는 아홉 살 연상이었던 베르누이와 결혼했지만 수년간의 별거 기간을 거쳐 1919년 정식으로 이혼했다. 불행했던 결혼 기간 동안 헤세는 현실도피의 한 방편으로 인도, 동남아 여행길에 오르기도 했다. 독일의 한 평자의 말처럼 <로스할데>는 '책표지에 저자의 이름이 없었다면' 결코 헤세의 작품인 줄 독자들은 모를 정도로 그의 작품 목록 가운데 이질적이다. 헤세의 분신이랄 수 있는 대립항적인 두 인물의 등장은 보이지 않고 자연주의 소설에서처럼 철저하게 잘못된 관계 속에서 고통받는 화가이자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데 실패한 가장의 모습이 절절하게 그려진다. 헤세는 <로스할데> 출간 직전에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불행한 결혼 생활은 잘못된 선택의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가의 결혼"이라는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어 봄으로써, 예술가나 사상가, 즉 본능에 의해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삶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묘사하려는 사람에게 과연 결혼 생활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 보려 한 것'이라고 썼다. 속살로 파고든 따가운 모래를 진액으로 싸서 진주로 만드는 진주조개처럼 헤세는 실패한 결혼 생활이라는 자신의 상처를 승화시켜 예술과 일상의 상관관계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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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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