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고야의 유령' 원작소설 밀로스 포만 연출, 나탈리 포트만 주연 영화 '고야의 유령'의 원작소설. 궁정화가 고야의 삶이, 폭력과 광기로 얼룩진 대혼란 시대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마데우스'로 잘 알려진 영화계의 명장 밀로스 포만과 '프라하의 봄'으로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손꼽히는 장 클로드 카리에르가 작품의 영화화를 위해 직접 집필하였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암흑의 스페인 역사 속에서 야심찬 한 남자와 그를 사랑했던 비운의 여인,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궁정화가 고야의 시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이 인접 국가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스페인은 종교재판소의 권위를 부활해 질서를 회복하고자 한다.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정점에 있는 로렌조 신부. 그리고 그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야는 가장 유명한 예술가로,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는 궁정화가이다. 어느 날, 고야의 모델이자 친구의 딸인 이네스가 누명을 쓰고 종교재판소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이네스의 아버지 토마는 딸을 구하기 위해 로렌조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 종교재판소를 모독하는 강제 고백의 고해문서를 받아낸다. 로렌조는 이네스와 사랑을 나눈 뒤, 그녀를 종교감옥에 버리고 이네스는 감옥에 있는 동안 로렌조의 딸을 낳는데….
■ 지은이_ 밀로스 포만 * 장 클로드 카리에르 밀로스 포만 MILOS FORMAN 1932년 체코 출생으로 프라하 영화학교를 졸업했으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동유럽 출신 감독이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규율과 자유의 본능이 대결하는 양상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1975년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1984년 발표된 불후의 명작 <아마데우스>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을 비롯한 총 8개 부문의 수상 영예를 안겨주었다. 컬럼비아대학 영화학과 교수 등 한동안 영화의 주변적인 일에 몰두했던 그는 다시 감독으로 복귀해 1996년 <래리 플린트>로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밖에 60년대 히피족의 뮤지컬 <헤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이상주의자들의 모습을 담아낸 <래그타임>, 수준급의 완성도와 재미를 지닌 영화 <발몽> 등을 연출했다. 장 클로드 카리에르 JEAN-CLAUDE CARRIERE 루이스 브뉘엘 등의 유명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명성을 드높였으며, 아카데미에서 수차례 각본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다. 5개국어 이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카리에르의 작가적 역량과 국제적인 언어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각색한 <프라하의 봄>이며, 이외에도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이스마엘 카다레의 <죽은 군대의 장군>과 같은 소설을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쓴 책으로는 『현자들의 거짓말』『시간의 종말』(움베르토 에코 등 공저) 등이 있다. ■ 옮긴이 이재룡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일 년』『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장의사 강그리옹』『해를 본 사람들』『거대한 고독』『사랑하기』『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등이 있으며, 현재 숭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이 책은 … 암흑의 시대와 소통한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 소설 『고야의 유령』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스페인을 무대로 한다. 전통적인 가톨릭 군주제와 혁명의 물결이 첨예하게 대립한 시대, 그 한가운데 당시 스페인 최고의 화가이자 궁정의 공식 화가로서 명성을 드높였던 프란시스코 고야가 있다. 궁정화가 고야의 눈에 비친 당시 스페인과 유럽의 현실은 그야말로 이성이 잠든, 악마만이 득실거리는 세상이었다. 왕족의 초상화를 그리며 그 명성을 인정받았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은 사탄의 후계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고야의 작품에는 어둡고 암울한 세계가 짙게 배어 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종교재판소의 명민한 수도승 로렌조 신부가 고야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고야의 붓 끝에서 마치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어지듯, 소설은 시종일관 어둡고 혼탁한 화폭 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혼돈의 역사,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모습 『고야의 유령』은 비극적 운명의 두 주인공과 궁정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명석한 두뇌와 재주로 권력과 출세의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 로렌조, 그 남자에게 순정을 빼앗긴 여자 이네스,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비극적 재회가 혼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진다. 또한 소설 속에는 부흥과 몰락을 거듭하는 왕가의 역사와 종교재판소의 폐쇄와 부활을 통해 인물들 간의 엇갈린 운명,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당대 민중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재현된다. 작가는 고야의 그림에서처럼 단지 겉으로 드러난 역사의 현장 이외에도 핏빛으로 얼룩진 소시민들의 삶까지 조심스럽게 조명하며,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 삶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능가하는 원작 소설의 감동과 재미 공포의 상징이었던 종교재판소의 부활, 이성과 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전 유럽을 혼돈에 빠뜨렸던 프랑스대혁명, 새로운 영웅 나폴레옹의 등장 등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굵직한 역사적 사실들은 이 소설에 한층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들이다. 밀로스 포만과 함께 소설을 직접 집필한 장 클로드 카리에르는 『시간의 종말』(움베르토 에코 공저) 등 이미 몇몇 저술을 통해 입증한 자신의 역량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또한 <아마데우스>에서 보여주었던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상적 감각이 이 원작 소설에 함께 녹아들어가 당대에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 속 사건들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전격적으로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씌어진 작품이지만, 두 명장의 합작으로 이루어낸 소설 『고야의 유령』은 텍스트가 전하는 풍부한 상상력과 이미지를 통해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 줄거리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이 인접 국가들을 혼돈 속에 몰아넣은 가운데, 스페인은 종교재판소의 권위를 부활해 질서를 회복하고자 한다.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정점에는 명석한 두뇌와 설득력 있는 논리로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 로렌조 신부가 있으며, 고야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이자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는 궁정화가이다. 어느 날, 고야의 아름다운 모델이자, 친구의 딸인 이네스가 부당한 누명을 쓰고 종교재판소 감옥에 갇히는 일이 발생한다. 거물급 상인인 이네스의 아버지 토마는 딸을 구하기 위해 성당 재건 비용 기부를 구실로 고야와 로렌조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자신의 딸이 부당한 심문(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로렌조로부터 듣게 된다. 딸을 잃은 가족들 앞에서 심문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어이없는 강변을 늘어놓는 로렌조를 토마는 자신의 딸이 겪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심문한다. 결국 자신의 딸이 심문의 고통에 못 이겨 허위 고백을 했던 것처럼, 토마는 로렌조에게서도 종교재판소를 모독하는 고해문서를 강제로 받아내 그것을 빌미로 딸을 석방해줄 것을 요구한다. 다음 날, 이네스의 감방을 찾아간 로렌조는 어떤 끌림에 의해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연민을 느끼게 되고 사랑까지 나눈다. 한편 토마는 딸이 석방되지 않자 로렌조의 고해문서를 왕에게 보고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종교재판소는 로렌조를 가톨릭교회에서 추방하기로 한다. 그 후로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 프랑스군이 스페인을 점령하기 직전, 고야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정신적으로도 황폐화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의 그림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전성기로 들어선다. 스페인 교회에서 추방당한 로렌조는 그 사이 프랑스로 넘어가 나폴레옹 정권의 핵심 간부가 되어 스페인에 돌아온다. 그는 이제 종교가 아닌 이성과 혁명의 중심에 서 있으며,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스페인의 종교재판소를 기소할 기회를 즐긴다. 그럼으로써 그간 종교재판에 의해 갇힌 자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되고, 고야의 아름다운 모델이었던 이네스 역시 감옥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젊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한때 힘 있었던 그녀의 가족까지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그녀 곁에 남은 사람은 늙고 힘없는 고야뿐이다. 그런데 이네스가 감옥에 있는 동안 딸을 낳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린다. 고야는 수녀원에서 키워지던 이네스의 딸 알리시아가 수녀원을 뛰쳐나와 우여곡절 끝에 창녀가 되었음을 알고 찾아 나선다. 또한 로렌조가 아기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한편 자신의 딸이 창녀가 된 것을 안 로렌조는 자신의 출셋길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하여 마드리드의 창녀를 모두 다른 나라로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고, 고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렌조와 모녀 간의 엇갈린 운명은 계속되는데……. ■ 추천의 글 밀로스 포만이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파란만장한 생을 거대한 심포니로 완성해냈다면, 이번에는 스페인의 화가 고야의 핏빛 암흑시대를 일필휘지의 붓으로 복원해냈다. 암울하면서도 매혹적인 이 소설은 중세의 끝자락에서 저물어갔던 스페인 제국의 풍속화이자, 반역과 혁명의 시대를 맞이했던 한 위대한 화가에 대한 내밀한 초상화이기도 하다. -심영섭(영화평론가) 고야는 혼돈과 불확실의 시대와 절실하게 소통했던 화가다. 그래서 미술사에 기록되는 그의 대표작들은 당시 암울했던 시대를 반영한다. 공포스럽고 잔혹하기까지 한 진실의 시선이 과감하게 표현된 그림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익히 보았던 고야의 그림 속 함성, 절규, 발언들을 회생시켰고, 나 또한 화폭이 보여주는 당대 인물이 되어 당시의 공포와 고통을 함께 체험했다. 그림 한 점 없는 책이지만, 화가를 주인공으로 전개시킨 탓인지 작품 전체가 대단히 회화적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답게 회화의 조각들이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이다. -한젬마(아티스트) ■ 본문 중에서 고야는 자기 그림을 바라보며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유령. 그렇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유령, 어느 날 자기 손에 의해 하늘에서 내려온 순수한 유령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었다. 천사가 존재한다면 지금 이런 모습이리라. 천사에게도 성의 구분이 있는가에 대해선 추호도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에게 포즈를 취해준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 이런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저런 얼굴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에게 무슨 말을 하러 온 것일까? 마흔 다섯 살 먹은 고야의 눈은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것, 혹은 그 이상의 것도 볼 수 있었다. 마드리드나 다른 지방에서 팔리는 그의 판화 작품에서는 신부나 수도승을 종종 해골 마녀나 어둠의 피조물, 심지어 지옥에서 온 피조물을 혼합한 그로테스크한 인간, 심지어 괴물로 표현했었다. 이런 희화적이며 풍자적 측면이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는 별로 충격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구입하는 개명한 사람들조차도 벽에는 걸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그들 눈에 충돌하여 놀라게 했고 보는 이의 눈을 뜨겁게 태워버렸다. …… 신앙심이 돈독한 적대적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페인 왕궁의 공식화가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은 사탄의 후계자라서 밤마다 악마의 잔치에 놀러갔다가 그 더러운 풍경을 그림에 옮긴다는 말도 떠돌았다. “신의 자식들에게는 친절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특히 당신 판화를 보면 그렇다고. 저기 마르기를 기다리는 작품 몇 점을 언뜻 보았죠. 가까이 가서 확인하면 선량한 기독교인을 전율하게 만들 게 틀림없을 작품을 볼 것 같더군요.” “그 유령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네. 그리고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내 손은 그들을 본다네. 문득 그 유령들이 내 손가락 사이에 있단 말이지. 쫓아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는 거야. 마치 내 손안에 저 악마의 입과 천사의 얼굴이 숨어 있다가 이따금 불쑥 튀어나오는 것 같아. …… 그 얼굴, 그들의 얼굴이 내 삶의 도처에 따라다닌다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 얼굴이 끊임없이 되살아난단 말이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치 침대 머리맡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눈앞에 나타난다네. 밤에는 꿈속에 나타나지. 낮에도 거리에서 내 집에서 어디에서고 문득 문득 내 눈에 보인다네. 언제인가 사냥할 때는 숲 속에서도 나타나더군. 전혀 기대하지 않던 순간에 나타난단 말일세. 저기 얼굴이 나타나서 나를 보고 웃는다네.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네. 나로선 속수무책이지. 그 얼굴을 천사나 여신의 몸, 혹은 다른 인물 얼굴에 그려 넣었네. 그래서 무엇을 그리거나 얼굴이 달라지지 않았다네. 이해하겠나?” 영화 <아마데우스>처럼 작곡가의 삶을 글로만 읽는 것보다는 웅장한 음악이 곁들여야 효과적이듯 『고야의 유령』도 화려한 영상이 한결 설득력 있는 표현 매체일 것이다. 그러나 문자를 통해 상상력의 날개를 펴고 원색의 뜨거운 스페인 풍경, 순수한 여인과 야심 찬 풍운아, 그리고 귀 먹은 화가의 모습을 제각기 그려보는 것도 이 소설이 제공하는 이채로운 체험일 것이다. 영화에서 보는 고야의 모습은 하나로 굳어질 테지만 글을 통해 상상하는 고야의 모습은 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