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독백소설 장르의 효시가 된 프랑스 문단의 걸작 해외 현대 소설선 4권째로 소개하는 《말꾼》의 저자 루이-르네 데 포레는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없는 루이-르네 데 포레의 대표작 《말꾼》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사에서 '내면 독백 소설'의 효시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소설에 일인극 기법을 도입하여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구사한 소설로, 사무엘 베케트의 <무명인>과 알베르 카뮈의 <전락>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르네 데 포레는 소설을 철저한 허구의 예술로 간주하는데, <말꾼>은 작가의 소설론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평가들의 끊임없는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작가들과 문학도들에게 필독서로 꼽힐 만큼, 이 작품은 꾸준히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이 어떻게든 독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이 책은 독자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고 독자를 농락함으로써 붙들어 두려는 점에서 별종이라 할 수 있다.
저자 : 루이 르네 데 포레Louis-Ren des Forets) 1918년 생으로 열 네 살에 랭보와 조이스를 탐독할 만큼 일찍 문학에 눈을 떴다. 1943년에 첫소설 <거지들>을 발표했고, 1946년에 대표작 <말꾼>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모리스 블랑쇼, 조르쥬 바타이, 레이몽 크노, 미셀 레리스 등과 친교를 맺어, 프랑스 문학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오랜 침묵 끝에 1960년 소설집 <아이들의 방>을 발표해서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965년 딸의 죽음은 그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겼고, 1968년부터 향후 10년간 절필하고 그림에 몰두해서, 퐁피두 현대미술관 등에서 수차례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1978년부터 20년에 걸쳐 자전적 에세이 <오스티나토>를 집필하기 시작해서 1997년에 출간했다. 이 <오스티나토>의 일부를 이루는 <리도에서의 불행>(1986년), <사뮈엘 우드의 시>(1988년), <기억할 수 없는 것과 마주하고>(1993년) 등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1990년을 전후로 활발히 전개되어, 1989년에는 파리고등 사범학교에서 '루이-르네 데 포레 연구발표회'가 열렸고, 프랑스 제3텔레비젼 방송은 1988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그에 관한 특집 방송을 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문학적 침묵의 신화'로 유명하고, 심오하고 신비한 글쓰기의 정수로 많은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2000년 말에 사망했다. 역자 : 이기언 연세대 불문과를 나와 파리-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이라는 존재에 관해 연구 중이며, 연세대, 중앙대, 인천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해외 현대 소설선 4권째로 소개하는 《말꾼》의 저자 루이-르네 데 포레는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없는 루이-르네 데 포레의 대표작 《말꾼》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사에서 '내면 독백 소설'의 효시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소설에 일인극 기법을 도입하여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구사한 소설로, 사무엘 베케트의 <무명인>과 알베르 카뮈의 <전락>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르네 데 포레는 소설을 철저한 허구의 예술로 간주하는데, <말꾼>은 작가의 소설론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평가들의 끊임없는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작가들과 문학도들에게 필독서로 꼽힐 만큼, 이 작품은 꾸준히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이 어떻게든 독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이 책은 독자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고 독자를 농락함으로써 붙들어 두려는 점에서 별종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독자를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다를 떤다. 이 수다는 '나'의 고백이다. 그런데 주인공 말꾼의 고백을 듣다보면, 도대체 무엇을 고백하는 것인지, 과연 이 고백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하기가 어렵게 된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이 작품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가 기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문학이란 언어놀이이고, 이 놀이의 본질은 다른 모든 놀이들과 마찬가지로 무상성에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루이-르네 데 포레는 그의 에세이 <기억할 수 없는 것과 마주하고>에서 "언어는 드러내는 힘 못지않게 감추는 힘을 지니고 있는 바, 때로는 드러내는 힘과 감추는 힘이 중첩되어 구분할 수 없는 하나가 되어버리는 나머지, 각자의 몫을 분별하기가 여간 어려운 노릇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작가의 언어관이 가장 충실하게 반영된 소설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꾼>의 화자인 말꾼은, 비트겐슈타인의 표현을 빌린다면, "언어의 감추기와 체하기 놀이"를 극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하겠다. 생소한 형식의 작품인데다가, 이야기의 템포가 앞부분에서 특히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독자들이 말꾼의 거짓고백으로 빠져드는 데에 조금은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말꾼의 수다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일사천리로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만나게 될 말꾼은 그저 평범한 수다쟁이, 즉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그런 수다쟁이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언어로 수다를 떠는 언어놀이의 도사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야만 줄거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안겨주어 읽기의 즐거움을 더 한층 고조시켜 주기도 할 것이다. 더욱이 이 '건방진' 말꾼은 노골적으로 "독자들보다 말발이 세다"고 떠벌리고 있으므로, 과연 얼마나 센 지를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작가 루이-르네 데 포레는 지금까지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는 전혀 소개되지 않은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문학의 깊이와 언어에 관한 심오한 성찰로 정평이 나 있는 골수 문인이다. 그는 침묵과 은둔 생활로 인해 프랑스 문단에서도 특이한 인물로 통한다. 게다가 그는 한 때 절필하고, 그림에 몰두해서 여러 번의 개인전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갈리마르 출판사의 편집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알제리 전쟁에 반대하는 지성인들의 서명을 주동한 장본인으로 지성인으로서의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특히, 그의 글쓰기는 언어의 이중성과 중의성을 극단적으로 살리고 있어서, 그의 글에는 늘 신비가 감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이 신비로운 글쓰기가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며, 프랑스의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절친한 친구들이 모리스 블랑쇼, 조르쥬 바타이, 미셀 레리스 등이었다는 사실로도, 그의 문학세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말꾼>은 우리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말꾼> 이외의 작품으로는 <거지들>, <아이들의 방>, <오스티나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