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바이러스는 우리 시스템을 멈추지 않을 걸세. 정반대지. 그런 바이러스는 우리 시스템을 계속 움직이게 만들 걸세. 정보를 조작하고 변형하기도 하겠지. 계정 사이에 잘못된 금액 이체를 발생시키고, 채무정보를 지우고, 주식거래 상승률을 조작할 걸세. 순식간에 채무가 사라지는 개인 또는 기업이 생겨날 거고, 어떤 계좌에는 이스라엘 재정 적자 수준의 금액이 들어가 버릴 걸세. 우리는 매 순간 이 시스템에 완벽하게 의존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감염된 사실을 알더라도 시스템의 전원을 내릴 수가 없다네. 게다가 바이러스가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지.” _ 본문 81쪽
알라께서는 모나가 어떤 모습인지를 알고 계신다. 그녀는 다시 미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돌아가기 전에, 그는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사미르는 비행기 좌석에서 비교적 편한 자세를 취하려 애썼다. 복수를 떠올리면 만족감이 들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나딤이 복수를 원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살해당한 딸에게 약속을 했었다. 이보다 더 성스러운 복수가 어디 있겠는가? 키사스. 복수. 피에는 피. _ 본문 107쪽
컴퓨터가 감염되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는 그녀에게 육체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녀가 감염된 것일까?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바이러스 감염과는 달랐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 내면의 무언가를 바꾸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_ 본문 201쪽
만약 한나와 맛스가 진짜로 모나에 감염된 것이라면?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전기 신호로 소통한다. 뇌 역시 기본적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동작한다. 에리크가 개발한 변환기는 디지털 정보를 읽어서 신경 신호로 바꾸어 준다. 바이러스도 센서 헬멧을 통해 변환될 수 있는 것일까? 이건 과학 소설의 영역이었고, 그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몰아냈다. 만약 모나에 감염된 것이라면, 그는 안티바이러스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서방 세계 모두가 그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_ 본문 214쪽
처음으로 핵폭발을 목격한 오펜하이머처럼, 그는 여전히 자신의 바이러스의 파괴 활동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모나는 이스라엘의 금융 구조를 지독하게 뒤흔들어, 어떤 정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 버렸다. 모든 주요 정보의 30퍼센트가 사라지고, 모나의 뚫을 수 없는 쇠창살 뒤에서 인질이 되어 버렸다. 이스라엘의 거래와 백업 정보의 20퍼센트가 지워졌다. 남은 정보들도 이미 오염되거나 오염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바이러스는 서방 세계를 마비 상태에 빠트렸다. _ 본문 226~227쪽
사미르를 증오해야 할까? 맛스 학스트룀은 죽었고, 한나는 병상에 누워 있었다. 어쩌면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사미르의 잘못일까? 그는 컴퓨터와 디지털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만든 것뿐이지, 그 바이러스가 인간의 육체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맛스와 한나를 병에 걸리게 한 것은 사미르의 창조물이 아니었다. 에리크의 창조물인 마인드 서프였다. 죄인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아니면 최소한 공범이기는 했다. 그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형태로. _ 본문 446쪽
“지금 여기 사막 한가운데에서 남자 두 명이 마주하고 있군요. 서로 완벽하게 다른 길을 거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나는 이미 지옥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경우, 만약 희망이 승리한다면 사랑하는 이를 구하러 떠날 수 있겠지요. 르 클레지오의 『떠돌이별』이군요. 무슬림과 유대인. 하지만 우리 둘 모두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지요.” _ 본문 464쪽
단 T. 셀베리(Dan T. Sehlberg, 1969~)
단 T. 셀베리는 스웨덴의 스릴러 작가이자 기업인이다. 그의 아버지 보 셀베리는 유명한 항공조종사이자 사진작가였으며, 또한 여러 편의 범죄소설뿐만 아니라, 항공산업에 관한 논픽션 책을 썼던 언론인이기도 했다.
단은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을 물려받아, 열네 살의 나이에 스웨덴의 유명 음악 잡지 기자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여덟 살에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후에 노바Nova라는 락밴드를 결성했다. 그의 밴드는 1980년대 중반에 앨범을 내고 스웨덴 음악페스티벌과 클럽에서 공연했다. 또한 단은 영화와 멀티미디어 사업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하기도 했다.
단은 스톡홀름 경제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부동산 회사 스벤스카 보르드파스틱헤테르의 파트너이자 재무 책임자로 일했다. 기업인으로서 그는 스웨덴 최초의 여행예약 웹사이트인 소셜미디어 벤처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단은 아내와 두 명의 딸과 함께 스톡홀름에 살고 있다. 그는 스웨덴 남동쪽의 조용한 해안 도시 쇠름란드에 은거하면서 책을 쓴다. 『모나Mona』는 그의 첫 번째 데뷔작이며, 후속작 『시논Sinon』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옮긴이_조호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했다. SF/판타지 단편과 어린이용 과학 도서 번역을 주로 하였고, 현대 해외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공역) 『장르라고 부르면 대답함』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타임십』 『컴퓨터 커넥션』 『런던의 강들』 『몬터규 로즈 제임스』 등이 있다.
숨이 멎을 듯한 상상력, 밀도 높은 추격전!
플롯메이커, 단 T. 셀베리의 비범한 데뷔작
스웨덴 작가, 단 T. 셀베리의 『모나』는 2012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출간도 되기 전 이미 주목을 받으며 할리우드 영화 제작이 결정된 화제작이다. 영화 <고질라>를 연출한 막스 보렌스타인은 이 소설을 “걸작 사이언스 픽션”이라 평하며 영화 <모나>의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다. 2013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이후, 19개국에서 판권이 팔려 전 세계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독일 출간 당시 “매력적인 플롯과 정교한 과학이론, 스릴러와 범죄 이야기의 모든 요소를 갖춘 지능형 스릴러”라 격찬을 받은 『모나』를 현대문학에서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시스템의 마비가 불러올 재앙, 그 디스토피아의 세계
“만약 우리가 그보다 더 지능적이고 정교한 바이러스를 만나게 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을 걸세.”
이 소설은 아랍과 서방 세계가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국제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금융구조를 마비시키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 바이러스 ‘모나’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한편 스웨덴의 뇌과학자 에리크의 아내 한나가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혼수상태. 에리크는 아내가 모나에 감염되었다고 확신하며 아내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안티바이러스를 찾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모나 개발자이자, 안티바이러스 개발자 사미르 무스타프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면서 예기치 못한 여행을 시작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컴퓨터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강대국의 금융시스템 마비와 주식 폭락사태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 2010년 이란 스턱스넷 공격 사태, 2013년 한국 주요 방송사 금융기관의 전산마비 대란처럼 한 국가를 무력화시키려던 사이버 테러사건과 상당히 유사하다. “사이버 공간은 21세기의 새로운 전쟁터가 되었다”라고 IT기업의 설립자이자 경영자이기도 한 작가 셀베리는 말한 바 있다. 병원, 항공, 유틸리티, 제조, 국방, 금융 등과 같이 일상을 움직이는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으로 일시에 마비될 경우, 우리가 상상하는 재앙, 즉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단 몇 분 안에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상력을 통해 셀베리는 정교한 뇌과학 이론을 토대로 시스템에 맹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문명의 취약한 실상을 설득력 있게 전개해 나간다.
SF, 첩보, 사랑과 복수의 역동 스릴러
『모나』는 컴퓨터 기술과 뇌과학의 진보에 따른 인류의 재앙이라는 SF적인 상상에만 의존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랍과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국가의 존망을 놓고 벌이는 ‘정치 스릴러’의 요소, 세계 최고의 첩보기관 모사드와 FBI, 아랍 테러조직이 벌이는 ‘첩보물’의 요소까지 모두 한데 얽혀 현대인이 당면한 다각적인 문제들을 응시하게 하는 삶의 첨예한 현장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이러한 걸출한 장르소설로만 읽힐 수 있는 이 작품을 작가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고 단정한다. 긴장감을 잃지 않는 역동적 스릴을 제공함과 동시에 정교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깊이 파고듦으로써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한 실존적 문제까지 다루어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
작가는 전쟁이 계속되는 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생명체, 모나가 불러올 재앙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앞으로의 후속작 『시논Sinon』에서 예고하고 있다.
● 이 책에 쏟아진 해외 언론의 찬사
이 데뷔작은 절묘한 솜씨로 엮은 과학기술과 잘 짜인 플롯, 입체적 인물로 이루어진, 보는 이를 초조하게 하는 디스토피아적 첩보 스릴러이다.
_ NBD Biblion (미디어 공공기관, 네덜란드)
모나는 국제 스릴러물의 지나치게 피상적인 세계에 도착한 한 줄기 빛이다!
_ Letteratura Horror (출판사, 이탈리아)
IT와 신경과학적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국제정치를 무대로 한, 잘 쓰인 역동적 서사의 스릴러.
_ BTJ (미디어 서비스 기업, 스웨덴)
모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 21세기의 고품격 스릴러.
_ ABC (방송국, 호주)
진보된 컴퓨터 기술과 테러리즘, 정치, 사랑,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의 조합. 무엇보다 기쁜 건 속편이 나올 예정이라는 것!
_ Litteratursden (문학 웹사이트, 덴마크)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잘 쓰인 테크노 스릴러!
_ Femina (여성매거진, 스웨덴)
단 T. 셀베리는 텍스트의 속도와 리듬에 대단히 신경 쓰는 세심한 연구자이다.
_ Ottawa Citizen (신문사, 캐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