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연습≫은 가난한 아내의 혼잣말이다. 남편을 잃은 가난함보다도 그 고통을 표현할 단어가 없어서 더 가난하다. 그녀 수중에 있는 언어재산은 다 긁어모아도 200여 단어를 넘지 않을 것이다. 문학적으로 빈곤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작가에게 큰 모험이다. 로랑 모비니에는 적은 단어만으로 깊은 슬픔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청소부 아내의 더듬거리는 하소연이 나중에는 고전주의 비극 속의 여왕의 절규로 변한다는 평론가 노베르 크자미의 격찬이 빈말이 아니다.
저자 : 로랑 모비니에 (Laurent Mauvignier) 1967년 프랑스 투르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으나, 열여섯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서른 살까지 평범하게 살다 1997년 실업자가 되자 글을 써보기로 다시 마음먹고 세 권의 소설을 한꺼번에 완성했다. 이 중 두 권은 폐기하고 세 번째 소설을 미뉘(Minuit)출판사에 보냈는데, 2주 만에 회답을 받고 출판한 첫 작품 <그들로부터 떨어져서>로 페네옹 상을 수상했다. 역자 : 이재룡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숭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꿀벌의 언어』, 옮긴 책으로는 조엘 에글로프의 『장의사 강그리옹』『해를 본 사람들』『도살장 사람들』, 장 필립 뚜생의 『사랑하기』『도망치기』『욕조』『사진기』, 장 에슈노즈의 『금발의 연인들』『일 년』『달리기』를 비롯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정체성』『거대한 고독』『고야의 유령』『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오니샤』『플로베르의 나일 강』 등이 있다.
너무도 다르고 너무도 혼란스러운 작가, 로랑 모비니에가 그려낸 침묵의 말하기 해외 현대 소설선 5권째 로랑 모비니에Laurent Mauvignier의 ≪이별 연습≫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 문단에서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로랑 모비니에는 이 작품에서 불가능한 것을 꿈꾸지만 그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하는 고통, 절망적 믿음, 현실의 노골적 산문성,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과 그것을 의식하는 의식, 이런 것을 하나의 독백 속에 붙잡아넣어 매 페이지 숨이 턱턱 막히게 만든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아내)의 독백이다. 자신을 떠나려고만 했던 남편에 대한 회상과 사고를 당해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와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 곁에 있을 수밖에 없는 현재의 남편에 대한 얘기다. 이런 경우 보통은 남편의 배신과 남편의 행동을 중심으로 전개해나가지만 이 작품은 남편이 왜 자신을 미워하는지 알기 위해 주인공인 화자가 자신의 사고와 거동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작가의 치밀하고도 잘 짜여진 언어에 있다. 때로는 짧고 때로는 길면서도 마디마디로 끊어지는 빠른 속도의 문장들과 최근 프랑스 소설에서 유행하는 불완전하고 해체된 문장들이 독자를 흡입해서 단숨에 읽어내려가도록 만든다. 이와 더불어 극단적으로 세밀한 묘사와 화자의 자기 자신에 대한 중성적인 심리 분석이 독자를 매혹해서 어떤 결말에 이를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유지시키는 탁월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글쓰기의 전범이 되는 작품 중의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