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1 / 0

닫기
인터넷 서점 바로가기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다운로드
표지 이미지 보도 자료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La Fille qui lisait dans le métro (2017)

  • 저자 크리스틴 페레플뢰리 지음
  • 역자 최정수
  • ISBN 978-89-7275-867-9
  • 출간일 2018년 02월 28일
  • 사양 248쪽 | 128*188
  • 정가 12,000원

책의 진정한 주인을 찾아 떠나는 모험
반복적인 일상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우화
?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경쾌한 대답

그녀는 책 냄새 맡는 것을, 책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중고 책을 살 때 그랬다. 새 책도 어떤 종이를 썼는지, 제본할 때 어떤 접착제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냄새가 나지만, 책을 사 간 사람의 집 안에 가만히 머문다. 그 책들에는 아직 이야기가 없다. 책 자체에 담긴 이야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 확산되고 은밀한 평행의 이야기 말이다. 어떤 책들은 곰팡이 냄새가 나고, 또 어떤 책들은 페이지 사이에 카레, 차, 혹은 마른 꽃잎 냄새를 간직하고 있다. 어떤 때는 버터 얼룩이 묻어 있기도 하고, 긴 여름날 오후 동안 책갈피 역할을 했던 기다란 풀잎이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밑줄 그어진 문장이나 페이지 여백에 적힌 일종의 내면 일기 같은 불분명한 메모들이 한 사람의 전기를, 격분을 불러온 어떤 사건이나 결별의 증거를 구성하기도 한다.

_ 29~30쪽

 

“전달자가 책에 독자를 골라줘야 해요. 관찰하고, 더 나아가 어떤 책이 필요한지 감이 올 때까지 독자를 쫓아가야 하죠. 착각하지 마세요, 이건 진짜 일입니다. 우리는 도발하려고, 일시적 변덕 때문에, 혹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선동하려는 의도로 책을 나눠 주는 게 아닙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그러지는 않아요. 나와 함께 일하는 훌륭한 전달자들은 큰 공감 능력을 가졌습니다. 상대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어떤 낙담과 원한들이 쌓여 있는지를 느낍니다.”

_ 48쪽

 

쥘리에트는 차 한 모금을 더 마셨다. 뜨거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기이한 안정감이 마음속에 퍼져나갔다. 기분이 좋아졌고, 이상하게도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모든 의문에 응답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원들은 아직 존재합니다’라는 단순한 말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동화 속에 살지 않았고, 솔리망처럼 책들 속에 살지도 않았다.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의문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_ 122~123쪽

 

쥘리에트는 곁눈질로 그를 훔쳐보고는 웃기 시작했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온화하고 학식이 풍부한 사람, 마치 옛날 소설에 나오는 친근한 삼촌 같았다. 조카가 어렸을 때는 무릎에 앉히고 예물 시계의 시곗줄을 갖고 놀게 해주고, 조카가 자란 뒤에는 밤에 놀다가 귀가하지 못했을 경우 알리바이를 제공해주는 삼촌 말이다. (…)
그는 살아 있는 생명체—오랜 친구, 때로는 무시무시한 적—에 대해 이야기하듯 책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중 어떤 책들은 도발적인 청소년처럼 느껴졌고, 또 어떤 책들은 난롯불 옆에 앉아 장식융단을 꿰매는 할머니처럼 느껴졌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책장들 속에는 까다로운 학자, 사랑에 빠진 여자, 격분해서 날뛰는 사람, 잠재적 살인자,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표현들이 바뀜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사그라지는 연약한 아가씨들에게 손을 내미는 날씬한 청년들이 있었다. 어떤 책들은 우리로 하여금 몸을 똑바로 세우지도 못한 채 숨을 죽이고 간신히 갈기에 매달리게 하는, 그렇게 미친 듯이 질주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혈기왕성한 말이었다. 어떤 책들은 보름달이 뜬 밤의 호수 위를 평화롭게 나아가는 배였다. 그리고 또 다른 책들은, 감옥이었다. 

_ 134~135쪽

 

어떻게 그 말이 맞는다고, 조금은 그렇다고 대답한단 말인가? 마침내 나는 두꺼운 책들 속에 모든 질병과 모든 치료제들이 감춰져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아니, 그렇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고. 책에서 배신을, 고독을, 살인을, 광기를, 격분을, 다른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고도 나에게 뭔가를 강요할 수 있고 내 존재를 망가뜨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난다고. 때로는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누군가의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고. 아프리카 소설이나 한국 동화를 읽다가 영혼의 단짝을 만나는 것이 우리 인류가 똑같은 악덕들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서로 닮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덜 악해지기 위해 이럭저럭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러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미소 짓고, 서로를 어루만지고, 무엇이 되었든 감사의 표시를 나눌 수 있다고. 

_ 212~213쪽

 

연관 도서

로그인 후 이용해주세요.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