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_ 조안 스파르 Joann Sfar 조안 스파르는 1971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유대 탈무드 전통 속에서 성장한 그는 어릴 적부터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니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이어서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Ecole des Beaux-Arts de Paris에 진학, 특히 형태학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90년 젊은 만화작가들의 모임이자 출판사인 라소시아시옹l'Association에 공동운영자로 참여한 그는 라소시아시옹이 출간하는 잡지 『라팽Lapin』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데생과 시나리오 양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하며 지금까지 50여 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해 왔는데, 풍요하고 개성 넘치는 데생과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동종Donjon』(1999년부터 출간된 유머러스한 중세 영웅담 시리즈물로서, 루이스 트롱하임Lewis Trondheim, 크리스토프 블랭Christophe Blain과 더불어 시나리오와 데생을 공동 제작), 『랍비의 고양이Le Chat du rabbin』(2002년 출간된 이후 45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림, 이 작품으로 많은 수의 성인 독자층을 확보함), 『작은 뱀파이어Petit Vampire』(12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어린 독자층의 환호를 얻어낸 작품) 등이 있다. 2004년 프랑스 드노엘(Deno?l Graphic) 출판사에서 『나무인간L'Homme-Arbre』 제1권 「북극성L'Etoile polaire」을 펴냈고, 2006년에는 제2권 「좁은 집Maison Etroite」을 출간했다. 그리고 현재 이 연작의 세 번째 작품을 집필 중이다. ■ 옮긴이_ 임미경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와 중앙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여성과 성스러움』『포르노그라피아』『뽀뽀상자』『영혼의 기억』『나무인간1』 등이 있다.
■ 이 책은 나무인간, 도시로 나오다 『나무인간』 제1권 ‘북극성'이 평화로운 숲을 지키기 위해 알리트바라이 왕국과의 싸움을 그린 묵시록적인 체험이었다면, 제2권 ‘좁은집'은 나무인간과 그의 친구들이 도시로 나와 펼치는 모험담을 배경으로 한다. 이번 이야기의 주 무대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나와 일본의 도쿄. 기발하고 엉뚱한 사건, 새롭게 창조된 다채로운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조안 스파르의 매력적인 상상력에 푹 빠지게 된다. 특히 주인공 나무인간과 여자친구 리우와의 엇갈린 사랑, 메말라가는 세상으로부터 ‘사랑'이라는 가치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벌이는 주인공들의 기상천외한 활약상은 전작에 비해 더욱 과감해진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익숙함을 비트는 위트 『나무인간2-좁은집』은 기이한 탐정영화를 보는 듯도 하고 때로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도 하다. 엉뚱하고 낯선 인물들의 등장과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렇게 아찔한 순간들을 넘어가면 지극히 예상치 못했던 유머와 웃음이 불쑥 튀어나온다. 만화 주인공 캐릭터 ‘아톰'을 연상케 하는 금속로봇 스타보이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개인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슬퍼하고, 운명적 사랑에 빠진 엘리아우는 그 사랑으로 인해 사생활이 침범당할 것을 우려한다. 이처럼 작가는 뻔한 결말,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익숙함을 거부함으로써 독자들을 낯설게 하다가도 유쾌하게 만든다.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묻다 조안 스파르의 그림소설이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얻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의 상상력이 ‘현실세계'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이다. 『나무인간2-좁은집』은 나무인간에게 때늦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 관능적인 식물 인간 만드라고라 리우, 그녀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구출 작전을 펼치는 나무인간, 그리고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중간에서 몰래 남들의 연애편지를 윤문해 주는 ‘연애편지 명예협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는 결국 ‘사랑'이 있다. 이 책은 기계화되고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사라진 세상의 비극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우리가 자칫 간과해왔을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든다. ■ 줄거리 나무인간과 엘리아우, 골렘이 평온한 한때를 보내던 어느 날, 목수 나무인간에게 가구 제작을 의뢰하는 기이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그런데 에이트비다스 사나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받은 가구 주문 내역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작은 것들뿐이다. 나무인간과 친구들은 이 가구 주문에 큰 호기심을 보이며 새로운 모험을 하기로 한다. 가구를 납품하기로 한 날, 결국 그들은 가구를 실은 화물 트럭에 몰래 잠입해 의뢰인의 집에 간다. 그 집은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아주 좁은 집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의뢰인의 집을 염탐하기로 한 나무인간과 친구들은 집 주인 에이트비다스 사나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탐정놀이를 시작하고, 그곳에서 4등분으로 몸이 나뉜 무슈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놀라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그 시간, 나무인간의 여자친구 리우는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나무인간이 집을 비운 것도 모른 채 그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나무인간을 만나지 못한 리우는 사랑에 목말라 이곳저곳을 방황하다가 결국 일본에서 열리는 생명체경진대회에 출품작으로 붙잡혀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 리우의 위험 소식을 알게 된 나무인간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골렘과 함께 일본으로 떠나고, 납치된 리우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 해외 언론사 서평 조안 스파르의 넘쳐흐르는 상상력에는 더 이상 브레이크가 없는 듯하다. 유대 전통, 중부 유럽의 전설들, 판타지 문학 사이를 경쾌하게 넘나들면서, 저자는 재치 있으면서도 힘찬 혼합물을 만들어냈다. _ 르 휘가로 고약하면서도 진실하고, 심각하면서도 기이하며, 심술궂으면서도 섬세하다. _프랑스 스와르 이 소설은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매혹적이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를 위한 진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라면, 어느 누가 감히 스파르를 완벽한 작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_뷜도제르 그림소설은 새로운 문학적 광기이다. 이것은 만화가 아니다. 삽화, 크로키 그리고 이런저런 기념물들이 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_엘르 ■ 본문 중에서 만드라고라(사람 형상을 닮은 가지과 약용식물로 마법의 힘을 지녔다는 전설이 있음-역주) 리우는 예민한 아가씨였다. 그녀는 천성이 관능적인 식물이었고, 기후가 알맞을 때는 특히 그랬다. 봄이 되면 그녀는 사랑에 빠져 일 년 내내 그 사랑에 몰두하곤 했다. 그녀는 감상적이고 모순으로 가득 찬 여자였다.…… 일반적으로 만드라고라들은 실연의 슬픔이란 걸 모른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만드라고라를 이용해 자신의 경쟁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려고 그녀들을 채취하곤 한다. 대부분의 만드라고라들은 살아가는 동안 숱한 연인들로 하여금 그녀의 등 뒤에서 눈물짓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사랑이 주는 고통을 느끼는 적은 없다. -28p 나무인간은 교회당이 버려져 있다고 하느님한테 감사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나 신을 찾는 이런 모습이 그는 이제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전쟁 중에 리투아니아의 유대인들을 싣고 가던 트럭들이 생각났다. 그 트럭에 실려 있던 유대인들은 모두 질식해서 죽었다. 이건 그가 사는 숲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므로 그의 기억은 정확했다. 그는 이 기억을 엘리아우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다. 엘리아우는 곁에서 여전히 하느님에게 감사드리고 있었다. 모두가 죽어서 교회당이 텅 비어버린 덕분에 탐정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68p 말라깽이 무슈는 벌레 먹은 의자 하나에 걸터앉아 세 친구에게 자신들이 속한 비밀결사 S.H.L.A, 즉 연애편지 명예협회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우리 단체는 극비리에 연애편지들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소. 말하자면 미학적 문제를 떠맡고 있는 거요. 연애가 멋지게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한 존재가 발신하는 암호를 적절히 조절해주는 데 달려있으니까. …… 연애편지일 경우에만 손을 좀 봐주는 거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글귀들은 아주 중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길을 거칠 필요가 있소. 오늘날 사랑의 메커니즘은 문법적인 문제 때문에 자주 위기를 맞곤 하는데, 우리단체는 현대인들이 문법으로 인한 이런 사랑의 비극에 직면하게 내버려 둘 수가 결단코 없단 말이오.” -138p 조안 스파르의 작품에서는 익숙한 장면들이 항상 마지막 순간에 슬쩍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별로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익숙함을 막판에 비틀어주는 파격이다. 그래서 익숙하게 즐겁다가 결국엔 새로운 걸 발견한 것처럼 마냥 유쾌해진다. -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