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두 개의 삶이 있다. ‘사랑 이전의 사랑’과 ‘사랑 이후의 사랑’이 그것이다. 앞의 사랑이 예기치 않았던 어떤 만남, 순식간에 혹은 서서히 스며드는 매혹, 명치 끝이 뻐근해지는 아픔 또는 기쁨, 시간이 흐를수록 시려지는 그리움,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는, 그러나 분명한 상실감, 결핍과 외로움, 그래서 기다림이라면, 뒤의 사랑은 기다림 이후의 사랑, 매혹 이후를 살아내야 하는 현실의 사랑이다. ?가을 기다림?은, 이 앞의 사랑, 사랑이 다만 매혹과 떨림으로 빛날 뿐인, 아름답고 단정한 세 편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1. 가을 기다림 2. 마리아 3. 소용돌이 샤를르 쥘리에와의 인터뷰 옮긴이의 말
저자 : 샤를르 쥘리에(Charles Juliet) 1934년에 프랑스의 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났다. 생후 한달만에 어머니와 헤어져 양부모 슬하엣 자랐고, 소년 군사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의사가 되려고 군의관학교에 들어갔으나 자진 중퇴했고, 교편 생활을 잠시 하다가 그만두고 글쓰기에 투신했다. 오랜 습작기간 끝에 나이 쉰다섯이 되던 1989년에 첫 소설 「눈 뜰 무렵」을 발표해 늦깎이로 등단했다. 그후 시, 소설, 희곡, 에세이를 두루 발표하고 있다. 시집으로 『자기를 탐색하는 눈』『균열』등이 있고, 『가을 기다림』『동토의 암흑』등의 소설과 『밤을 쫓아라』『고달픈 운명』등의 희곡, 그리고 에세이로『사뮈엘 베케트와의 만남』『샘을 찾아서』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정제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역자 : 이재룡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숭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꿀벌의 언어』, 옮긴 책으로는 조엘 에글로프의 『장의사 강그리옹』『해를 본 사람들』『도살장 사람들』, 장 필립 뚜생의 『사랑하기』『도망치기』『욕조』『사진기』, 장 에슈노즈의 『금발의 연인들』『일 년』『달리기』를 비롯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정체성』『거대한 고독』『고야의 유령』『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오니샤』『플로베르의 나일 강』 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어린아이 공책에서 뜯어낸 종이였다. 그 위에 황급히 휘갈겨 쓴 듯한 글이 씌어 있었다. 당신 눈길 속의 상처 떠나지 말아요, 떠나지 말아요 당신이 가진 모든 것 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으니. - 마르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