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6인의 중단편 모음집. 알프레드 되브린, 토마스 만, 파울 하이제 등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데뷔작을 비롯하여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 7편을 모아 엮었다. 표제작 '민들레꽃의 살해'는 인간의 숨겨진 폭력성과 이중적인 심리를 그로테스크한 우화를 통해 보여준다. 부유한 상인 미하엘 피셔는 어느 날 숲길을 걷다가 지팡이에 끼인 잡초와 민들레꽃에 분개한다.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애써 태연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날부터 목이 싹뚝 잘려나간 민들레꽃의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의 노벨레'는 인간의 성적 욕망을 그린 중편소설로, 의사 프리돌린이 비밀스런 나체 가면무도회에 숨어들어 겪게 되는 사건이 현실과 비현실, 내면과 외면이 마치 한몸처럼 교차하는 소설이다. 이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아이즈 와이드 셧'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한 원작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이별' , '사랑 또는 타락', '라라비아타' '칠레의 지진', '예기치 않았던 재회' 등의 작품도 함께 담았다.
어떤 이별 | 아르투어 슈니츨러 _ 7 민들레꽃의 살해 | 알프레트 되블린 _ 45 예기치 않았던 재회 | 요한 페터 헤벨 _ 73 사랑 또는 타락 | 토마스 만 _ 81 꿈의 노벨레 | 아르투어 슈니츨러 _ 145 칠레의 지진 |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_ 311 라라비아타 | 파울 하이제 _ 345 옮긴이의 글 _ 389
■ 지은이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1862~1931) 오스트리아 빈 출생. 대표작으로 『원무』『새벽에 두는 장기』『구스틀 소위』『꿈의 노벨레』『테레제, 어떤 여자의 일생』 등이 있다. 알프레트 되블린(Alfred D?blin, 1878~1957) 독일 슈테틴 출생. 대표작 『왕룬의 3단뛰기』『발렌슈타인』『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등이 있다. 요한 페터 헤벨(Johann Peter Hebel, 1760~1826)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베셀부렌 출생. 독일 방언문학의 선구로 평가되는 시집 『알레만어 시집』과 산문집 『독일 가정의 벗. 이야기 보물상자』 등이 있다.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 독일 뤼베크 출생. 대표작으로 단편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등과 장편 『대공전하』『마의 산』 등이 있으며, 192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Heinrich von Kleist, 1777~1811) 독일 브란덴부르크 출생. 독일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희곡 『깨어진 항아리』『헤르만 전투』『홈부르크 공자』 등과 단편 「버려진 아이」「칠레의 지진」「미하엘 콜하스」 등이 있다. 파울 하이제(Paul Heyse, 1830~1914) 독일 베를린 출생. 최고의 대표작은 『노벨레 모음집』에 실린 「라라비아타」이며, 19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옮긴이 김재혁 고려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릴케의 예술과 종교성』『릴케의 작가정신과 예술적 변용』『내 사는 아름다운 동굴에 달이 진다(시집)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릴케전집 1·2』『릴케. 영혼의 모험가』『노래의 책』『로만체로』『겨울 나그네』『책 읽어주는 남자』『인생의 노래』『시인』『황홀의 순간』『소유하지 않는 사랑』『넙치 1·2』『푸른 꽃』『골렘』『사랑의 도피』『세계의 동화』 등과 독역한 『Kerker der Liebe』(오규원 『사랑의 감옥』)이 있다.
■ 이 책은… 현재 독일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중단편 일곱 편을 담고 있는 『민들레꽃의 살해』가 김재혁 교수의 편역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힘을 가진 걸작이자 고전이 될 작품들이다. 이 작품집에는, 알프레트 되블린, 토마스 만, 파울 하이제 등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데뷔작을 비롯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놀라운 작품들이 담겨 있다. 수록된 작품은 발표 시기가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으로 오래됐지만, 발표 시기를 재차 의심해볼 정도로 소설의 기법이나 서사 장치들이 지극히 현대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취하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표제작 「민들레꽃의 살해」는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으로 유명한 알프레트 되블린의 숨겨졌던 대표작. 소설가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되블린의 이 단편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정신 질환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는 단편이다. 겉으로 엄숙하고 근엄해 보이는 부유한 상인 미하엘 피셔 씨는 어느 날 숲길을 걷다가 지팡이에 끼인 잡초와 민들레꽃에 분개해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애써 태연하게 집으로 돌아오지만 목이 싹뚝 잘려나간 민들레꽃의 환영에 시달리다 못해 그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식탁에 그 꽃을 위한 식기를 놓고 식사를 함께한다. 그럼에도 죄책감이 줄어들기는커녕 할복자살까지 생각할 지경에 이르자 피셔 씨는 채무변제 법조항을 떠올리며 그 꽃의 딸 격인 다른 민들레꽃 화분을 집안에 들여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죽은 꽃에게 바쳐졌던 의식을 모두 거두어버리고, 그래도 합법적이란 생각에 즐거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온 그에게 가정부가 경멸하는 어투로 청소하다 화분을 깨뜨려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말을 전한다. 피셔는 가정부의 말에 기쁨의 괴성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간다. 자신의 범죄와 범죄에 대한 대가는 이로써 모두 종결됐다고 생각하며…. 이 작품은 현대인의 숨겨진 폭력성과 이중적인 심리를 그로테스크한 우화를 통해 날카롭게 추적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 동원되고 있는 몽타주적인 묘사 등은 현대의 누보로망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케 한다. 「어떤 이별」과 「꿈의 노벨레」는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역작. 슈니츨러는 프로이트가 ‘심층 심리의 탐구자'라는 평을 했을 정도로 인간의 무의식을 주제로 여러 걸작을 남긴 소설가. 특히 「꿈의 노벨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아이즈 와이드 셧>이란 제목으로 영화화 했던 원작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성적 욕망을 그린, 장편을 압도하는 중편소설로, 의사 프리돌린이 우연히 비밀스런 나체 가면무도회에 숨어들어 겪게 되는 사건이 현실과 비현실, 내면과 외면이 한몸처럼 교차하며 인간 심리의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랑 또는 타락」과 「라라비아타」는 각각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토마스 만과 파울 하이제의 단편. 「사랑 또는 타락」은 1894년에 발표된 토마스 만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풋내기 대학생과 유명 여배우와의 사랑, 그리고 사랑의 파경을 담백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라라비아타」 역시 파울 하이제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나룻배로 사람을 실어나르는 청년과 고집쟁이 처녀와의 파스텔톤 첫사랑을 회화적인 묘사로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칠레의 지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프랑스 혁명을 염두에 두고 씌어졌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젊은 두 연인의 사랑과 집단무의식적인 군중의 폭력성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인간과 종교의 양면성을 잘 묘파하고 있다. 특히, 클라이스트가 34세의 나이로 포츠담 근교의 호반에서 연인과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인 사건과 겹쳐지며 의미심장하게 읽혀지는 작품이다. 「예기치 않았던 재회」는 요한 페터 헤벨의 단편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아주 짧지만 영원한 울림을 가지는 작품이다. 걸작은 시대를 불문하고 걸작이 된다. 이 작품집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한 세기가 지나서도 같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작품이 주는 감동은 전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걸작으로 평가받는 고전을 읽지 않으면 안 될 이유를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독일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을 우리 독자들에게 선뵈려는 의도에서 이 작품집은 꾸며졌다. 여섯 작가가 쓴 총 일곱 편의 작품이다.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는 작가의 호소력 있는 작품만을 선정 대상으로 삼았다. 작가로서 존재 이유란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사고와 필력을 지녔음을 말하며, 호소력 있는 작품이란 작품을 읽고 났을 때 독자의 마음에 깊고 짙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런 힘이 아름다움과 진실을 향한 작가의 열정에서 비롯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