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댕과 유독성 물질을 통과한 순간 반짝이던 빗방울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은 더 이상 난로를 켤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럽지만 거센 바람이 불고 끊임없이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검댕과 유독성 물질은 안개처럼 이 도시를 계속 뒤덮고 있었다. 혹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반세기 전에 제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 두 방으로 막을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식으로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케네스가 경찰청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었다. 케네스 경찰청장은 시장이 누구이고 그가 어떤 일을 하건, 실세들이 캐피틀에서 무슨 말을 하건 경찰청 꼭대기에 있는 청장실에서 25년에 걸쳐 철권을 휘두르며 실정을 거듭했고, 그러는 동안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고 한때는 가장 중요한 산업 거점으로 꼽혔던 이곳은 부패와 파산과 범죄와 혼돈의 수렁 속으로 가라앉았다.
_11~12쪽
레이디는 맥베스의 숨소리를 들으며 몸서리를 쳤다.
냉기가 방 안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 유령. 아이의 유령. 그녀는 온몸을 짓누르는 어둠을 헤치고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가두었던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 빛이 있는 곳으로 나서야 했다. 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태양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별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남들에게 생명을 선사하고 그 과정에서 소진되는 빛나는 어머니. 활활 타오르는 우주의 중심. 그렇다. 활활 타올라야 했다. 지금 그녀도 숨결과 살결을 태우며 방 안에서 냉기를 몰아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한 손으로 몸을 훑으며 살갗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그래야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건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앞으로 곧장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어린애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오늘로서 그런 날은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그녀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에게로 몸을 돌리고 손을 내밀었다. 언제든 그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자기야.” 그녀는 속삭였다. “그를 죽여야 해.”
그가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때와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덩컨을 죽여야 해.”
_139~140쪽
레이디는 철제 계단의 마지막 칸을 올라가서 인버네스 카지노의 평평한 옥상과 연결된 문 앞에 섰다. 문을 열고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빗줄기의 나지막한 속삭임뿐이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을 돌려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탁탁거리며 옥상을 밝힌 불빛에 그가 보였다. 옥상 가장자리에 서서 카지노 뒤편의 스리프트 스트리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우산을 펴 들고 맥베스에게로 다가갔다.
“왜 여기서 비를 맞고 있어? 찾아다녔잖아. 저녁 손님들이 조만간 도착할 텐데.” 그녀는 스리프트 스트리트와 맞닿은 벽을 내려다보았다. 매끈하고 까맣고 창문 하나 없어서 요새 비슷했다. 그녀는 그 길거리를 구석구석 모르는 데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창문을 막을 이유로 충분했다.
“거기서 뭐가 보여?”
“심연.” 그가 말했다. “공포.”
“그렇게 우울한 소리 하지 마.”
“아니야?”
“우리 입술에 미소를 선물하지 못하면 그 모든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우리는 두어 번의 전투에서 이겼을 뿐이야.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지. 그런데 나는 벌써부터 공포에 사로잡혔어. 어디에서 비롯된 공포인지 알 길이 없어. 칼로 내리쳐도 죽지 않는 이 뱀을 상대하느니 무기를 들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 갱단을 상대하는 게 낫겠어.”
“그만해. 이제는 아무도 우리를 잡지 못해.”
“덩컨. 저기서 그가 보여. 그가 부러워. 그는 죽은 반면―나는 그에게 평화를 선물했지―그가 나에게 준 것이라고는 불안과 악몽뿐이야.”
_280~281쪽
병장은 바 뒤편에 있던 소총을 집어 들고 창가로 달려갔다. 다른 직원들도 이미 총기를 보관하는 벽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대형 트럭이 아지트와 90도 각도로 세워져 있었다. 시동이 켜진 상태였고 문짝이 앞 범퍼에 계속 매달려 있었다. 창도 마찬가지였다. 병장이 소총을 어깨에 갖다 댔을 때 트럭 뒷면을 덮고 있던 방수포가 젖혀졌다. 구역질 나는 검은색 제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는 특공대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구역질 나는 광경에 병장의 혈관을 흐르던 피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세 개의 괴물이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두 개는 탄약 벨트와 회전식 총열과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받침대에 얹혀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그 둘 사이에 서 있는 호리호리한 근육질의 대머리 남자였다. 병장은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존재는 항상 알고 있었고 항상 지근거리에 있었다. 이제 그 남자가 손을 들고 외쳤다. “의리, 동지애.”
나머지 대원들이 응답했다. “불로 세례받고 피로 하나 된다!”
그리고 한 마디 명령이 내려졌다. “발사.” 아무렴 그렇겠지. 발사.
병장은 그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이었다. 마지막 한 발이었다.
_379~380쪽
“먼저 몇 가지 부분부터 확인을 해야겠죠. 워낙 엄청난 사안이니까요. 잘못된 정보를 제시했다가 덜미가 잡히거나 남의 수작에 놀아나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사기는 싫거든요.”
“저는 진실을 밝히고 맥베스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에요.”
앵거스는 손님이 몇 명 안 되기는 하지만 들은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카이트를 보고 자기가 언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신을 믿지 않는다는 당신의 주장은 거짓이죠.”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류 안에 신성이 존재하잖습니까, 앵거스 씨.”
“인류 안에는 인간성이 존재하죠, 카이트 씨.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만큼이나 인간적인 행동입니다.”
_521쪽
더프는 버사의 뒤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고, 광장을 가로질러서 인버네스로 움직이는 둔해 보이는 장갑차―정식 명칭은 존더바겐이었다―의 뒤를 따라갔다. 장갑차 배기관에서 짙은 디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여섯 명의 특공대원들이 존더바겐을 타고 입구까지 가서 최루탄을 창문 너머로 던진 다음 방독면을 쓰고 문을 부수고 돌진하기로 했다. 장갑차에서 내려서 최루탄을 던지는 때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몇 초밖에 안 걸릴 테지만 그 몇 초 동안 주변에서 엄호를 해 주어야 했다.
맬컴의 무전기가 치직거리더니 리카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호사격 개시, 하나…… 둘…… 셋…….”
“발사!” 맬컴이 포효했다.
바리케이드 뒤편에서 일제사격이 시작되자 드럼 두드리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났다. 너무 작은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지. 더프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소리마저 반대편에서 점점 솟구치는 아우성에 묻혔다.
“맙소사.” 케이스니스가 속삭였다.
처음에는 존더바겐 앞 자갈길 위로 소나기가 쏟아져서 먼지가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소나기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장갑차의 그릴과 철갑과 앞 유리창과 지붕을 때렸다. 장갑차의 무릎이 꺾이면서 주저앉는 것처럼 보였다
_691~692쪽
■ 지은이_ 요 네스뵈Jo Nesbø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 ‘북유럽 스릴러의 제왕’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북유럽 문학 붐을 주도하고 있는 요 네스뵈. 1960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태어난 그는 도서관 사서인 어머니와 늘 책을 읽어 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노르웨이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면서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뮤지션으로도 활약했으나, 밴드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호주로 떠나 반년 후 작가가 되어 돌아왔다.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박쥐』(1997)로 페터 회, 스티그 라르손, 헨닝 망켈 등 쟁쟁한 작가들이 거쳐 간 북유럽 최고의 문학상 유리열쇠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이후 『네메시스』(2002), 『리디머』(2005), 『스노우맨』(2007) 등 「해리 홀레 시리즈」의 후속작과 단독 작품인 『화이트 호텔』(2007), 『헤드헌터』(2008), 『아들』(2014)을 포함, 20여 년간 총 24권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 40개국에서 총 4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노르웨이북클럽상, 노르웨이북셀러상, 페르귄트상, 리버턴상을 수상하고, 인터내셔널대거상과 에드거상 후보에도 오르는 등 전 세계 독자와 비평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네스뵈는 스스로를 “윌리엄 셰익스피어보다 헨리크 입센에 더 익숙한 사람”이라고 정의했으나, 어린 시절 연극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로 『맥베스』를 접한 후 원작까지 찾아 읽었고 “누아르와 같은 음울하고 격정적인 배경과 인간 내면의 어둠 위에서 권력투쟁을 그려 낸 탁월한 스릴러”인 이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를 제안받았을 때 『맥베스』를 맡는 것을 유일한 수락 조건으로 내걸었고,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부패와 범죄,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신음하는 1970년대 가상의 도시로 시공간을 옮겨 와, ‘스릴러 제왕’의 상상력과 스타일로 원작만큼이나 강렬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21세기의 『맥베스』를 빚어냈다.
■ 옮긴이_ 이은선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국제학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편집자와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존 아이언멍거의 『고래도 함께』, 캐런 조이 파울러의 『우리는 누구나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스티븐 킹의 『자정 4분 뒤』 『악몽을 파는 가게』 『미스터 메르세데스』,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레이스』, 매들린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소설을 우리말로 옮겼다.
■ 작품 소개
전 세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 스웨덴, 덴마크,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1위 ★ 영국, 체코, 슬로바키아 2위
★ 세르비아 6위 ★ 네덜란드 8위 ★ 미국 15위
피의 대가는 반드시 피로써 치르는 것……
북유럽 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가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해리 홀레 시리즈」로 40개국 4천만 독자를 사로잡으며 전 세계적인 북유럽 문학 붐을 주도하고 있는 요 네스뵈. 인구 500만의 나라에서 3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이자, 영미 스릴러를 대표하는 두 거장 마이클 코널리와 제임스 엘로이마저도 칭송해 마지않는 범죄소설의 천재인 그가 신작 『맥베스』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쓴 이 소설은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겨울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의 『마녀의 씨』(템페스트),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던바』(리어왕)를 잇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연극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로 『맥베스』를 처음 접하고 원작까지 찾아 읽었다는 요 네스뵈는 “인간 내면의 어둠 위에서 권력투쟁을 그려 낸 탁월한 스릴러”인 이 작품에 깊이 매혹되었고, 호가스 출판사로부터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를 제안받았을 때 그의 희곡들 가운데 오직 『맥베스』의 개작을 맡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영문학의 최고 걸작’과 ‘북유럽 스릴러 제왕’의 만남에 전 세계 출판계와 장르문학 독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그간의 작품에서 파멸과 죽음을 탁월하게 그렸던 네스뵈가 셰익스피어극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강렬한 『맥베스』를 어떤 소설로 재탄생시킬지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개작 『맥베스』는 “현대 범죄소설의 명수와 셰익스피어의 핏빛 비극의 완벽한 조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렇게 네스뵈가 이 어려운 도전 과제를 훌륭하게 완수했음을 증명함으로써 새로운 『맥베스』의 탄생을 알리게 되었다.
■ 내용 소개
배신과 욕망, 광기와 악몽의 희곡 『맥베스』
문학사상 가장 압도적인 고전의 강렬한 재해석
요 네스뵈의 개작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원작의 플롯과 인물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도 이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로 영리하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인물들에게서 환상과 마법을 걷어내고,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카지노의 화려한 불빛과 뒷골목의 어둠이 강렬하게 교차되는 현대 도시로 무대를 옮겼다. 그리하여 『맥베스』를 마약과 폭력, 살인, 부패한 경찰과 갱단이 등장하는 한 편의 ‘누아르’와도 같은 소설, 21세기에 걸맞게 인간적인 면모가 더해진, 한층 현실감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의 소설 속에서 권력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르는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는 의리와 사랑에 목숨을 거는 매력적인 특공대장으로 부활한다. “맥베스가 왕이 되리라” 예언하는 여신 헤카테와 휘하의 세 마녀는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돈과 약물을 무기 삼아 도시를 지배하는 마약상으로 되살아나고, 헛된 예언을 믿고서 맥베스를 부추겨 살인에 이르게 하는 ‘맥베스 부인’은 야망 넘치는 카지노 업주로 변신한다. 이들은 피와 어둠으로 얼룩진 ‘맥베스의 비극’을 차례로 재현하며 욕망의 끝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어이 무너지고야 마는 인간의 본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느 시대건 도덕성이 결여된 야망은 파멸을 부르고, 권력을 위한 권력을 탐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
네스뵈는 맥베스를 ‘인간성의 파괴’를 상징하는 인물인 동시에 ‘구원의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색다르게 해석했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보다 유연하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 주었다. 또한 ‘스릴러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 원작의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낸 네스뵈의 『맥베스』는 그 자체로 그의 전작들을 넘어서는 뛰어난 ‘범죄소설’이자, 셰익스피어의 고전에 대한 성공적인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 줄거리
높은 실업률과 마약중독, 조직범죄, 산업 오염으로 신음하는 1970년대의 어느 도시. 25년간 철권을 휘둘러 온 경찰청장 케네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강직한 성품의 덩컨이 신임 청장으로 부임하면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친다. 도시 재건을 위해 부패 척결 및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덩컨은 마약 조직 노스 라이더 소탕에 큰 공을 세운 젊은 특공대장 맥베스를 경찰청 서열 3위인 조직범죄수사반장에 파격적으로 임명해 개혁에 앞장서게 한다. 동료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지만 이렇다 할 연줄 하나 없는 고아 출신에다 한때 마약중독자이기도 했던 맥베스는 예상치 못했던 막강한 힘을 손에 넣는다. 한편 케네스를 배후에서 조종하며 오랫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마약업계의 대부 헤카테는 자신을 위협하는 신임 청장을 제거하고 새로운 꼭두각시 노릇을 해 줄 인물로 맥베스를 낙점한다. 그는 수족인 세 자매를 보내 “맥베스가 차기 경찰청장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흘린다. 맥베스는 그 말을 농담으로 여기지만, 그의 연인이자 인버네스 카지노의 야심만만한 여주인 ‘레이디’는 “이 기회에 덩컨을 죽이고 청장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며 그를 부추긴다.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간 맥베스는 인버네스에서 파티가 열리던 밤 덩컨의 목에 칼을 꽂아 넣는다. 약에 취해 잠든 경호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방해가 되는 이들을 가차 없이 도륙한 그는 목표대로 경찰청장의 자리에 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지만, 얼마 못 가 불길한 꿈과 환각, 망상에 시달리면서 추락이 시작된다.
■ 작가의 말
코맥 매카시가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과 코언 형제가 동명의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같지만, 두 작품은 결코 불필요한 중복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을 다시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책은 두 번 읽는다 해서 불필요한 중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독자, 새로운 화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야기가 새로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 추천사
특공대장 맥베스, 전직 매춘부가 된 레이디 맥베스 그리고 마약상으로 되살아난 세 마녀. 셰익스피어의 가장 어둡고 강렬한 걸작을 북유럽 스릴러 제왕의 상상력으로 다시 빚어냈다.
_《메일 온 선데이》
야망의 성취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이자 “피는 피를 부른다”는 격언에 대한 강력한 증거.
_《이브닝 스탠더드》
셰익스피어에 대해 들어 본 적 없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온전히 서스펜스 범죄소설로 읽을 것이다. 오늘날의 관객에게 『맥베스』는 프랭크 밀러의 영화 <씬 시티>나 마틴 스코세이지, 세르지오 레오네의 갱스터 오페라와 같은 작품이 될 수 있다.
_《다그블라데트》
원작을 읽지 않은 독자라 해도 숨 가쁘게 전개되는 이 소설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인물을 1970년대 부패하고 빈곤한 도시의 경찰에 이식하고도 야망과 배신, 복수라는 고전적 주제들을 변함없이 능숙하게 전달한다.
_《북마크》
『맥베스』는 대단히 흥미롭고 근사하게 어두운 소설이다. 네스뵈는 작가로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문학적 위업을 이루었고 셰익스피어의 최고 걸작 중 한 편에 자신의 족적을 선명히 남겼다.
_《데일리 익스프레스》
현대 범죄소설의 명수와 셰익스피어의 핏빛 비극의 완벽한 조화. 네스뵈는 원작의 등장인물 이름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역할에 능숙하게 살을 붙여 독자들을 야망과 부패에 관한 현대적 탐험으로 이끈다.
_《북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