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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MACBETH

  • 저자 요 네스뵈 지음
  • 총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 역자 이은선
  • ISBN 978-89-7275-930-0
  • 출간일 2018년 10월 17일
  • 사양 732쪽 | 138*205
  • 정가 18,000원

피의 대가는 반드시 피로써 치르는 것……
?
북유럽 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가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

검댕과 유독성 물질을 통과한 순간 반짝이던 빗방울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은 더 이상 난로를 켤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럽지만 거센 바람이 불고 끊임없이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검댕과 유독성 물질은 안개처럼 이 도시를 계속 뒤덮고 있었다. 혹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반세기 전에 제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 두 방으로 막을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식으로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케네스가 경찰청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었다. 케네스 경찰청장은 시장이 누구이고 그가 어떤 일을 하건, 실세들이 캐피틀에서 무슨 말을 하건 경찰청 꼭대기에 있는 청장실에서 25년에 걸쳐 철권을 휘두르며 실정을 거듭했고, 그러는 동안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고 한때는 가장 중요한 산업 거점으로 꼽혔던 이곳은 부패와 파산과 범죄와 혼돈의 수렁 속으로 가라앉았다.

_11~12쪽

 

레이디는 맥베스의 숨소리를 들으며 몸서리를 쳤다.
냉기가 방 안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 유령. 아이의 유령. 그녀는 온몸을 짓누르는 어둠을 헤치고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가두었던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 빛이 있는 곳으로 나서야 했다. 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태양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별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남들에게 생명을 선사하고 그 과정에서 소진되는 빛나는 어머니. 활활 타오르는 우주의 중심. 그렇다. 활활 타올라야 했다. 지금 그녀도 숨결과 살결을 태우며 방 안에서 냉기를 몰아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한 손으로 몸을 훑으며 살갗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그래야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건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앞으로 곧장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어린애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오늘로서 그런 날은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그녀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에게로 몸을 돌리고 손을 내밀었다. 언제든 그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자기야.” 그녀는 속삭였다. “그를 죽여야 해.”
그가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때와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덩컨을 죽여야 해.”

_139~140쪽

 

레이디는 철제 계단의 마지막 칸을 올라가서 인버네스 카지노의 평평한 옥상과 연결된 문 앞에 섰다. 문을 열고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빗줄기의 나지막한 속삭임뿐이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을 돌려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탁탁거리며 옥상을 밝힌 불빛에 그가 보였다. 옥상 가장자리에 서서 카지노 뒤편의 스리프트 스트리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우산을 펴 들고 맥베스에게로 다가갔다.
“왜 여기서 비를 맞고 있어? 찾아다녔잖아. 저녁 손님들이 조만간 도착할 텐데.” 그녀는 스리프트 스트리트와 맞닿은 벽을 내려다보았다. 매끈하고 까맣고 창문 하나 없어서 요새 비슷했다. 그녀는 그 길거리를 구석구석 모르는 데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창문을 막을 이유로 충분했다.
“거기서 뭐가 보여?”
“심연.” 그가 말했다. “공포.”
“그렇게 우울한 소리 하지 마.”
“아니야?”
“우리 입술에 미소를 선물하지 못하면 그 모든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우리는 두어 번의 전투에서 이겼을 뿐이야.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지. 그런데 나는 벌써부터 공포에 사로잡혔어. 어디에서 비롯된 공포인지 알 길이 없어. 칼로 내리쳐도 죽지 않는 이 뱀을 상대하느니 무기를 들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 갱단을 상대하는 게 낫겠어.”
“그만해. 이제는 아무도 우리를 잡지 못해.”
“덩컨. 저기서 그가 보여. 그가 부러워. 그는 죽은 반면―나는 그에게 평화를 선물했지―그가 나에게 준 것이라고는 불안과 악몽뿐이야.”

_280~281쪽

 

병장은 바 뒤편에 있던 소총을 집어 들고 창가로 달려갔다. 다른  직원들도 이미 총기를 보관하는 벽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대형 트럭이 아지트와 90도 각도로 세워져 있었다. 시동이 켜진 상태였고 문짝이 앞 범퍼에 계속 매달려 있었다. 창도 마찬가지였다. 병장이 소총을 어깨에 갖다 댔을 때 트럭 뒷면을 덮고 있던 방수포가 젖혀졌다. 구역질 나는 검은색 제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는 특공대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구역질 나는 광경에 병장의 혈관을 흐르던 피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세 개의 괴물이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두 개는 탄약 벨트와 회전식 총열과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받침대에 얹혀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그 둘 사이에 서 있는 호리호리한 근육질의 대머리 남자였다. 병장은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존재는 항상 알고 있었고 항상 지근거리에 있었다. 이제 그 남자가 손을 들고 외쳤다. “의리, 동지애.”
나머지 대원들이 응답했다. “불로 세례받고 피로 하나 된다!”
그리고 한 마디 명령이 내려졌다. “발사.” 아무렴 그렇겠지. 발사.
병장은 그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이었다. 마지막 한 발이었다.

_379~380쪽

 

“먼저 몇 가지 부분부터 확인을 해야겠죠. 워낙 엄청난 사안이니까요. 잘못된 정보를 제시했다가 덜미가 잡히거나 남의 수작에 놀아나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사기는 싫거든요.”
“저는 진실을 밝히고 맥베스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에요.”
앵거스는 손님이 몇 명 안 되기는 하지만 들은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카이트를 보고 자기가 언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신을 믿지 않는다는 당신의 주장은 거짓이죠.”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류 안에 신성이 존재하잖습니까, 앵거스 씨.”
“인류 안에는 인간성이 존재하죠, 카이트 씨.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만큼이나 인간적인 행동입니다.”

_521쪽

 

더프는 버사의 뒤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고, 광장을 가로질러서 인버네스로 움직이는 둔해 보이는 장갑차―정식 명칭은 존더바겐이었다―의 뒤를 따라갔다. 장갑차 배기관에서 짙은 디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여섯 명의 특공대원들이 존더바겐을 타고 입구까지 가서 최루탄을 창문 너머로 던진 다음 방독면을 쓰고 문을 부수고 돌진하기로 했다. 장갑차에서 내려서 최루탄을 던지는 때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몇 초밖에 안 걸릴 테지만 그 몇 초 동안 주변에서 엄호를 해 주어야 했다.
맬컴의 무전기가 치직거리더니 리카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호사격 개시, 하나…… 둘…… 셋…….”
“발사!” 맬컴이 포효했다.
바리케이드 뒤편에서 일제사격이 시작되자 드럼 두드리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났다. 너무 작은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지. 더프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소리마저 반대편에서 점점 솟구치는 아우성에 묻혔다.
“맙소사.” 케이스니스가 속삭였다.
처음에는 존더바겐 앞 자갈길 위로 소나기가 쏟아져서 먼지가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소나기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장갑차의 그릴과 철갑과 앞 유리창과 지붕을 때렸다. 장갑차의 무릎이 꺾이면서 주저앉는 것처럼 보였다

_691~6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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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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