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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역사 Bienes historie (2015)

  • 저자 마야 룬데 지음
  • 역자 손화수
  • ISBN 978-89-7275-802-0
  • 출간일 2016년 12월 30일
  • 정가 0원

2015 노르웨이서점협회
68년 만에 데뷔 소설 최초 수상
전 세계 25개국, 19개 언어권 출간 계약

벌이 멸종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과 그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한 소설, 마야 룬데의 데뷔작 『벌들의 역사』가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벌들의 역사』는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 퍼 페터슨의 『말 도둑 놀이』 등이 수상한 바 있는 노르웨이서점협회 <올해의 작품상> 2015년도 수상작으로, 데뷔작이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상 제정 역사상 68년 만에 처음이다. 출간 전 15개국에 계약되면서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현재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브라질에서 출간되어 세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 작가의 감명 깊고 인상적인 탐구(폴란드 《가제타 비보르차》), 복합적이면서 빼어나게 잘 쓰였을 뿐만 아니라 심리 스릴러처럼 흥미진진한 소설(스웨덴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벌들의 역사』는 2017년 올해에는 독일 베텔스만 랜덤하우스, 영미권에서는 사이먼앤드슈스터사와 같은 초대형 출판사들을 통해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 모두 17개국에서 추가로 번역, 소개될 예정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붕괴됐고, 디지털 네트워크는 기능을 상실했다

전 세계 인구수는 이제 10억 명에 불과하다

이 모든 것은 벌들이 사라진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벌들의 역사1852년 영국의 동물학자 윌리엄, 2007년 미국의 양봉업자 조지, 그리고 2098년 벌들이 멸종한 붕괴의 시대중국에서 인공수분受粉에 종사하는 노동자 타오 세 사람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다. 각 주인공의 이야기가 짧은 장章으로 나누어져 번갈아 교차하는 구성의 소설은 19세기 중반 유럽 등지에서 본격화된 초기 양봉업의 모습과, 산업화된 현대 농업의 현실, 그리고 벌들이 사라진 미래 세계에 대한 전망들을 광활한 캔버스에 직조하여 그려낸다. 이와 같이 수평으로 나열된 낱낱의 연대기가 맞물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수직으로 전환되면서 소설은 개개의 역사에서 확장되어 전체의 역사를 조망한다.

한편 양봉과 생태 자연의 위기를 말하는 소설의 표면적인 주제 아래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보다 깊은 주제는 바로 두려움과 희망, 도전 정신과 체념을 동시에 지닌 평범한 인간들의 삶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다. 윌리엄, 조지, 타오는 모두 아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부모로,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여왕벌과 새끼들을 위해 부지런히 꿀과 꽃가루를 모아 오는 꿀벌의 생태와도 닮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벌들이 어미와 새끼들을 벌집에 내버려두고 떠나는,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일”(「조지」, 150쪽)이 벌어지면서 소설은 벌들과 서로 닮은 생태 방식을 가진 인간의 삶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기를 맞이하는 전개를 보인다.

 

1852년 영국. 윌리엄의 연대기

한때 촉망받는 학자였던 윌리엄은 여덟 아이를 줄줄이 낳은 이후 곡물 종자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으로 전락해 있다. 옛 지도 교수로부터 돼지 새끼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힐난을 받은 뒤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 그는 장남이 두고 간 한 권의 책으로 인해 혁신적인 벌통을 개발하여 부와 명예를 얻는 한편,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꿈에 부푼다.

 

“벌통은 인간이 만들어야 한다. 구석구석 한눈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그런 구조물을.”

 

2007년 미국. 조지의 연대기

대대로 양봉업을 이어온 조지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함께 사업을 확장하길 고대하지만 진로 문제로 아들과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양봉업을 접길 원하는 아내와 이해할 수 없이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린 아들 사이에서 멸종한 매머드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꿋꿋이 사업을 유지하던 그에게 갑자기 남쪽 지방에서 벌들이 자취를 감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두들 같은 이야기였다. 건강하던 벌들이 어느 한 순간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벌통 안에는 충분한 먹이와 건강한 애벌레 무리들도 있었지만

며칠, 아니 채 몇 시간도 흐르기 전에 벌들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알과 애벌레, 새끼 벌들도 모두 버려둔 채 자취를 감춘 벌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2098년 중국. 타오의 연대기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젊은 여성 타오는 어릴 적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기회를 부모의 반대 때문에 놓친 뒤 매일 열두 시간 이상 나무에 올라 마치 인간 벌처럼 꽃가루를 바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아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나, 남편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사라지고, 타오는 이제 아이를 찾아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여행을 떠난다.

 

“나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들을 볼 때마다

곧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꽃가루를 발라야 한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곤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과일나무들은

하루 온종일, 몇 달, 혹은 몇 년의 일거리에 불과했다.”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미스터리한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사건들이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 꿰맞춰지면서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는 가운데 소설은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세 주인공의 운명이 결국 ‘벌’이라는 개체로 어떻게 엮이는지, 그 놀라운 결말을 들려준다. 인간과 자연 전체의 역사를 서사하는 소설은 더불어 벌이라는 곤충의 생태를 연구하고 이해하면서 그들에게 매혹됐던 인류가 그들을 길들이려 한 문명적 도전이 과연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얻게 했고, 무엇을 잃게 했는지 돌아보게 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600쪽이 넘는 분량에도 속도감 있게 넘어가는 소설은, 특히 다양한 장르의 텔레비전 시나리오를 써내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탁월한 이야기꾼 마야 룬데의 흡입력 있는 서사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모든 문명이 무너진 황폐화된 도시, 꽃나무가 가득한 숲속에서 기이하게도 새소리도, 곤충의 날갯짓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생경한 풍경들에 대한 세밀하고도 서늘한 묘사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듯 생생하면서도 행간마다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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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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