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캄피엘로상(Premio Campiello Opera Prima) 수상
2015 반카렐라상(Premio Selezione Bancarella) 수상
2015 존 판테 문학상(Premio John Fante Opera Prima) 수상
휘파람으로 새들과 대화하는 소년 이시도로의
세상 가장 ‘원더풀한’ 성장기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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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캄피엘로상과 반카렐라상을 동시 수상해 큰 주목을 받았던 엔리코 이안니엘로 장편소설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실제 이탈리아 남부에서 3천 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던 1980년 ‘이르피니아 대지진’ 전후를 배경으로 삼아, 새들과 대화하는 놀라운 재능을 타고난 소년 이시도로의 성장 과정을 따뜻하고 생기 넘치게 그렸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에 비친 인생의 다양한 풍경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을 의성어와 기발한 조어, 정감 있는 방언으로 가득한 독특한 문체에 담아내, 현지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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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하신 신이 하늘과 땅, 바다, 동물 그리고 만물을 만드셨을 때 어떻게 집중하셨는지 아니? 휘파람을 불었단다. 신은 낮과 밤, 달을 만들기 전에 호루라기를 만들었어. 작은 호루라기였지. 새들을 부르기 위해 입에 물고 부는 작은 호루라기 말이야. […] 아담과 이브를 보았을 때 이 둘의 입을 벌려서 입안에 바람을 불어 넣었어. 그들의 육체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하겠지만 아니었단다. 악기를 넣은 것이었어. 성대에 무리를 주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한번 배우면 절대 연주 방법이 잊히지 않는 악기지. 네가 슬플 때 친구가 되어주는 악기이고 신께서 직접 선물해주셨기 때문에 살 필요가 없는 악기야.
그건 휘파람이란다.” _본문 70~71쪽
엄마는 내 머리에 입을 맞추고서 이렇게 말했다. “기억하렴, 걱정과 두려움만은 절대 가까이해선 안 돼. 모든 것은 여기서 통하지 않으면 저기서 통하는 법이야. 그러니까 항상 통하는 거란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 다음 엄마를 오랫동안 껴안았다. 엄마 품에 안겨 있으니 휘파람을 불고 있는 느낌이었다. 분위기를 깨는 말은 오가지 않았다. _본문 219쪽
시내에서 벗어나 마티넬라를 향해 걸어갔다.
가장 끔찍한 악몽 속에서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둠, 죽은 사람들, 아우성치는 사람들, 게다가 아빠 엄마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악몽 같은 상황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난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 팔에 앉은 알리가 인도하는 대로 걸어갔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그날 밤의 적막 속에서 알리의 휘파람 소리는 감미로웠고 나를 위로하는 형의 목소리 같았다.
“알리,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이야기해줘. 부탁이야.” 나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고, 어둠 속을 걸어가는 동안 알리는 투명하고 파란 바다와 이른 아침의 안개, 우거진 숲의 짙은 녹음을 내 눈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_본문 257~258쪽
알리가 미켈레에게 갔지만 레나타 누나의 질문에 그는 매번 “트루이이(응)”나 “프리오(아니)”라고 한 마디로 대답했다. 미켈레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둘째 날 알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예 창문도 닫혀 있었다. 알리가 이 사실을 알리자 레나타 누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누나의 면전에서 문을 닫아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뭔지 모를 묘한 슬픔을 느끼게 했다. 처음으로 이 사람이 행복해지는 일에 나 또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나에게 “누나, 누나 곁에는 내가 있어요. 그 나쁜 놈은 잊어버리세요. 내가 누나를 행복하게 해줄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난 겨우 열세 살이었고 누나는 거의 서른 살이었다.
_본문 298~299쪽
1부
프리이이 15
퀴리노, 당신은? 27
욕실에서 쓴 첫 번째 사랑의 편지 48
마티넬라, 안드레타, 라체도니아와 그 외: 진정한 성공은 경계를 모른다 51
이런 날, 그날! 64
욕실에서 쓴 두 번째 사랑의 편지 72
공산당에게 한 표를! 75
달리기 꿈 95
욕실에서 쓴 세 번째 사랑의 편지 105
동물의 언어 108
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122
욕실에서 쓴 네 번째 사랑의 편지 136
마티넬라를 떠나 마티나텔라에서의 아침 140
일곱 번째 날은 휴식의 날 150
참된 인생 176
오고 가는 계절 186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 199
레비스트로스 207
욕실에서 쓴 다섯 번째 사랑의 편지 220
콩세르바투아르 224
투파스, 투카스, 툴라스 234
한 줄기 햇살, 벌써 여름 240
욕실에서 쓴 여섯 번째 사랑의 편지 247
어린 시절은 90초에 지나지 않는다 248
2부
아빠, 이제 괜찮아요 268
호기심 많은 오색방울새 도서관 280
욕실에서 쓴 일곱 번째 사랑의 편지 295
피퀴토 298
나는 말을 못 하고 보지 못하고 걷지 못해요 308
체호프 314
여기는 휘파람 마을, 바닷가 마을 327
스텔라 336
현재의 티끌과 잃어버린 청춘, 바로 나 341
침묵의 합 352
안녕, 아름다운 나폴리여, 다시는 볼 수 없겠지! 358
단테, 아모레, 페트라이오 그리고 몬테 디 디오 363
에필로그: 욕실에서 쓴 첫 번째 사랑의 편지 367
옮긴이의 말 371
지은이_ 엔리코 이안니엘로Enrico Ianniello
소설가이자 배우, 영화감독. 1970년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의 도시 카세르타에서 태어났다. F. 조르다니 기술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비토리오 가스만이 설립한 피렌체의 극단에 입단하여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극배우로 입지를 굳혀나가는 한편 번역가로도 활동하며 파우 미로, 조르디 갈세란 등 스페인 유명 극작가들의 희곡을 이탈리아어로 옮겼고, 이들 작품 중 다수가 무대에 올려져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1에서 방영된 TV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가 되었고, 이후로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다방면으로 예술적 재능을 펼쳐 보였다. 2015년에는 첫 소설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를 발표했는데, 3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 간 대지진을 겪고 슬픔에 잠긴 1980년 이탈리아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새와 대화하며 휘파람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소년 이시도로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캄피엘로상과 반카렐라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현재는 배우로 활동하며 틈틈이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옮긴이_ 최정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다.
삶과 사랑 그리고 그것을 쟁취하는 용기에 관한
꿈처럼 감미롭고 환상적인 이야기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는 주인공 이시도로가 회고조로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이다. 다양한 방언과 의성어를 활용한 문장, 나름의 아픔을 겪는 독특한 인물들로 인해 황당무계하고 익살스럽지만 때로는 시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_캄피엘로상 심사평 중에서
이탈리아 반도 남쪽에 자리한 작고 평화로운 마을 마티넬라에서 “휘파람 부는 아이” 이시도로의 놀라운 삶이 시작된다. 평범한 아기들과 달리 새 울음 같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태어난 이시도로는 우를라피스키오(외침urlo과 휘파람fischio의 합성어)라 불리는 독특한 발성법으로 휘파람을 불어 이웃집 새장에 갇혀 사는 검은 새 알리와 대화하고 친구가 된다. 낭만적인 공산주의자 아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엄마, 단짝이자 첫사랑인 마렐라 그리고 검은 새 알리와 함께하는 이시도로의 일상은 동화처럼 평온하게 흘러간다. 낮이면 온 집 안에 밀가루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고 밤이면 “아름다운 단어의 밤”이라 이름 붙인 낱말 놀이가 열리는 유쾌한 가정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며, 이시도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불의에 맞서 행복을 쟁취할 수 있도록 자신의 휘파람을 세상에 전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저녁, 이르피니아 전역을 뒤흔든 대지진이 마티넬라를 덮친다. 이시도로는 새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아빠와 엄마, 이웃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그만 말문을 닫아버린다.
예상치 못한 재앙으로 이시도로의 삶은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집과 가족을 잃고 실어증까지 앓게 된 이시도로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휘파람을 부는 것뿐이다. 검은 새 알리와 함께 고아원으로 보내진 이시도로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을 위해 휘파람 노래를 불러주고, 사람들은 그 노랫소리에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이시도로 역시 간호사 레나타 누나, 장님 엔초 체호프 등 새로운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서서히 상실의 충격을 극복해간다.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과거와 작별하고 “슬픈 행복”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누구의 삶에나 불행이 찾아올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할 힘 역시 우리 안에 있다는 것, 한 사람의 인생을 날아오르게 하는 건 새의 날개나 혁명 같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용기’처럼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 아기자기한 소설은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삶의 경이를 맛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