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계급의 두 청년과 바느질 소녀와의 사랑과 우정, 발자크에 대한 동경과 찬사를 통해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시대를 유쾌하게 풍자한, 페미나상 수상작가 다이 시지에의 장편 소설. 『D콤플렉스』로 페미나상을 거머쥔 다이 시지에는 중국 정체성의 문제를 특유의 해학과 유머로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신예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그의 첫 장편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는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하방 정책의 일환으로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낙인찍혀 산골 마을로 재교육을 받으러 간 두 소년과 그 곳에서 만난 소녀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유머러스하고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똥지게를 지거나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등의 재교육을 받는 동안 그들은 마을 촌장에게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곡을 '마오쩌둥 주석을 찬양'하는 곡이라 속이고 연주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는 날, 이들은 발자크를 포함한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스탕달 등 중국어로 번역된 숨겨진 서양문학들을 만나게 되고, 이 책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뜬 소녀는 급기야 긴 머리를 자르고 소설 속 여주인공과 도시 생활을 찾아 마을을 떠난다. 작가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개인의 문제로 끌어들임으로써 섬세하고도 위트 있는 문장으로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을 완성해 낸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세대의 '책에 대한 동경과 찬사'를 담은 소설.
■ 지은이 다이 시지에Dai Sijie
1954년에 중국의 푸잔에서 태어난 다이 시지에載思杰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지목돼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산골에서 재교육을 받고, 1976년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으며, 1984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 학교를 졸업하였다. 2000년 프랑스 언론이 극찬한 첫 장편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뒤, 2003년에는 두 번째 장편소설 『D콤플렉스Le complexe de Di』로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또한 영화 〈중국, 나의 고통〉(1989), 〈달의 수영선수〉(1994), 〈11세기의 당나라〉(1998) 등의 감독을 맡았으며,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도 영화로 만들어져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프랑스에서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활약 중인 다이 시지에는 현재 베트남에서 영화촬영 중이다.
■ 옮긴이 이원희
프랑스 아미앵 대학에서 〈장 지오노의 작품세계에 나타난 감각적 공간에 관한 문체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 지오노의 『소생』 『언덕』 『세상의 노래』 『영원한 기쁨』, 아민 말루프의 『마니』 『타니오스의 바위』 『사마르칸트』, 앙리 지델의 『코코 샤넬』, 도미니크 페르낭데즈의 『사랑』,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알퐁스 도데 단편집 『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등을 번역하였다.
■ 이 책은
2003년 페미나상을 수상한 다이 시지에의 첫 번째 장편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가 드디어 재출간되었다. 중국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맹활약 중인 다이 시지에는 두 번째 소설 『D콤플렉스 Le complexe de Di』로 단숨에 페미나상을 거머쥐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급부상하였다. 중국 정체성의 문제를 특유의 해학과 유머로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으며, 그는 약관의 나이에 프랑스에 입문, 불과 몇십 년 만에 영화와 소설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천재적인 재능의 예술가’란 찬사를 받고 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2000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프랑스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프랑스 출판계는 모두 다이 시지에를 주목했고, 미국의 유명 출판사들은 소설의 판권을 사기 위해 앞 다투어 경쟁을 벌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한 영화로도 만들어져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2000년 국내에서도 『소설 속으로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마니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된 문화대혁명. 다이 시지에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에서 암울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개인의 문제로 끌어들여 한 편의 영화처럼, 그러나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발자크와 플로베르 등 서양소설을 둘러싼 두 소년과 바느질 소녀와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있다. 직접 문화대혁명을 겪은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이 소설에서 다이 시지에는 섬세하고 위트 있는 문장들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준 서양의 스승들 발자크,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등에게 찬사를 표하고 있다. 또한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세대의 ‘책에 대한 동경과 찬사’를 담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하방정책下枋政策의 일환으로,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분류되어 ‘하늘긴꼬리닭’ 산이 있는 농촌으로 재교육을 받으러 간 두 소년과 그곳에서 만난 바느질하는 소녀와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 지식인’들은 모두 농촌으로 보내져 재교육을 받아야만 했던 시절, 고등학교에 가보지도 못한 두 소년은 부모가 부르주아계급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첩첩산골로 보내진다. 이들의 재교육이란 것은 소위 똥지게를 지고 나르거나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일 등이다. 문명의 냄새를 풍기는 유일한 물건은 주인공이 가져온 바이올린뿐이고, 두 소년은 무서운 마을 촌장을 속이면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곡을 ‘마오쩌둥 주석을 찬양’하는 곡이라며 연주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하나는 발자크를 포함한 중국어로 번역된 숨겨진 서양문학과의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바느질하는 소녀와의 첫사랑이다. 마오쩌둥의 ‘붉은 어록’ 이외에는 거의 모든 책이 금서로 통했던 때 그들은 발자크와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스탕달,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등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된다. 그리고 두 소년이 읽어준 발자크 소설에 매료된 바느질하는 소녀는 소설 속 여주인공과 도시 생활을 한없이 동경하며, 급기야 긴 머리를 자르고 새하얀 테니스화를 신고 도시로 떠나버린다.
■ 책 속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똥을 지고 날라야 한다는 것이다. 원통 모양의 나무통들은 인분이나 짐승의 똥을 나르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이다. 날마다 그 나무통에 똥물을 채워서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밭까지 등에 지고 날라야 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통 속에서 똥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뚜껑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구린내 나는 똥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면서 몸통을 따라 흘러내리곤 했다.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차마 넘어지는 장면을 이 자리에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발을 헛디뎠을 경우에 일어날 결과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 p.24
책 도둑질에 성공한 이후 9월 한 달 내내, 우리는 서양의 작가들이 하루하루 페이지마다, 책마다 드러내는 바깥세상의 신비, 무엇보다도 여자와 사랑과 섹스의 신비로움에 사로잡히고 매료되었다. ‘안경잡이’는 감히 우리를 고발하지 못한 채 떠났을 뿐 아니라, 다행히 우리 마을의 촌장마저 관할 공산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용징에 가 있었다. 촌장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을에 일시적으로 퍼지고 있던 은밀한 무정부주의를 이용해서 우리는 밭일을 거부했고, 우리의 영혼을 지키는 간수로 바뀐 예전의 그 아편 농사꾼들도 그런 우리의 반항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두문불출한 채 서양소설들을 읽는 일로 나날을 보냈다. 나는 뤄가 유독 푹 빠진 발자크의 작품들을 내버려두고, 내 열아홉 살의 경박함과 진지함으로 플로베르와 고골리, 멜빌, 로맹 롤랑 들과 차례차례 사랑에 빠졌다. --- pp.15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