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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Wolfgang Borchert: Das Gesamtwerk

  • 저자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 부제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집
  • 역자 박병덕
  • ISBN 9788972759850
  • 출간일 2018년 05월 20일
  • 사양 580쪽 | 135*202
  • 정가 17,000원

“우리는 행복도, 고향도, 이별도 없는 세대
우리의 사랑은 잔인하고, 우리의 젊음에는 젊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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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번역,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폐허문학,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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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사

 

보르헤르트의 외침은 죽은 자들을 위한 것. 그의 분노는 역사의 쾌적함으로 자신들을 덮어씌운, 살아남은 자들을 향한 것이었다._하인리히 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그는 생명이 없는 것을 중요한 의미와 개성을 지닌 것으로 끌어올리는 데 실로 탁월한 문학적 재능이 있었으며, 죽은 자들에게 삶의 외양을 부여하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켰다.

_스티븐 스팬더, 시인

 

보르헤르트의 작품은 폐허가 되어버린 고향,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 온 귀향의 외침, 그리고 황폐화된 인간들에 대한 외침이다. 그의 작품은 마음속 깊이 충격받은 세대의 생생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_율리우스 밥, 극작가

 

만남도, 이별도, 희망도 모조리 씨가 말라버린 세대의 노래. 오직 한 사람의 노래이자 절규. 그것이 보르헤르트의 문학이다._김언, 시인

 

악덕이 뇌우처럼 몰아치는 세계로부터 인간을 지키려는 소년의 몸부림, 폭력과 야만의 시대에 외롭게 걸어가는 잿빛 외투, 치마를 벗어 던지고 추는 타란텔라 혹은 무시무시한 입맞춤._김이듬, 시인

 

야만의 시대를 불꽃처럼 살다가 스물여섯 살에 요절한 독일의 천재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 그의 삶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청춘의 비망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_류신,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독일어문학과 교수

 

젊은이의 목소리,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쟁과 병마 속에서도 삶을, 자유를, 시를, 연극을, 함부르크를 사랑했던 그의 전집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을 격하게 반긴다.

_최윤영, 서울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

 

보르헤르트 앞에서는 아무리 아픈 청춘도 사치다. 삶과 죽음이 종잇장보다 가벼웠던 야만의 시대, 그의 비망록은 수정처럼 맑아서 더 슬프다.

_허연, 시인

 

■ 옮긴이의 말

 

보르헤르트는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현실 상황과 전쟁의 참혹상을 뜨거운 감정으로 형상화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그는 암시적인 표현이나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격렬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보르헤르트를 허무주의자로, 그의 문학세계를 절망의 문학, 허무주의 문학으로 단정하는 비평가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그가 죽음을 몇 달 앞두고 쓴 두 편의 글, 「이것이 우리의 선언이다」와 「그러면 답은 딱 하나뿐이다!」에는 허무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사랑을 바탕으로 전쟁에 대한 일체의 거부의사와 적극적인 항의를 요청하는 입장이 잘 나타나 있다. 보르헤르트의 작품을 읽는 것이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불의와 부정 등 잘못된 현실에 대해 우리가 거부의사를 명백히 밝힐 수 있는, 정의를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_옮긴이 박병덕

 

■ 책 속으로

우리는 신도 없이, 머물 공간도 없이, 약속도 없이, 확신도 없이, 내맡겨지고, 내던져지고 버림받은 채 살고 있다. 우리는 안갯속에서 길을 잃은 채, 코와 귀와 눈의 물결 속에서 얼굴 없이 서 있다. 밤에 우리는 메아리도 없이, 바람이 부는데 돛도 선판도 없이, 창문도 없이, 우리가 드나들 문도 없이 서 있다. 어둠 속에 달도 없고, 별도 없이, 초라하고 폐결핵에 걸린 것처럼 창백한 가로등 불빛에 속아서. 우리는 대답 없이 있다. 예라는 말도 없이. 고향도, 도와줄 일손도 없이, 무정하게, 온통 어둠에 싸여. 어둠에, 안개에, 무자비한 나날에, 문도 없고 창도 없는 어둠에 내맡겨진 채로._지붕 위의 대화, 본문 85쪽~86쪽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만나 서로 더불어 사는 동포가 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우리는 속박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이별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슴의 외침이 두려운 까닭에, 마치 도둑처럼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는, 이별 없는 세대다. 우리는 귀향이 없는 세대다. 우리에게는 돌아갈 수 있는 집도 없고, 가슴을 맡길 만한 사람도 없으니까. 이렇게 우리는 이별도 없고 귀향도 없는 세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도착의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별 위에, 새로운 삶 속에 다다른 도착으로 가득 찬 세대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태양 아래, 새로운 가슴에 다다른 도착으로 가득 찬. 어쩌면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사랑, 하나의 새로운 웃음, 하나의 새로운 신에 이른 도착으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다. 그러나 우리는 도착이 모조리 우리의 것임을 안다.

_이별 없는 세대, 본문 95쪽

 

한 사내가 독일로 온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아주 기막힌 영화 한 편을 본다. 그는 영화 상영 동안에 여러 차례 자신의 팔을 꼬집어야만 했는데, 그것은 자신이 깨어 있는 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고 나서 그는 자기 좌우에서 똑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것이 거의 진실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런 다음 영화가 끝나고 허기진 배와 차디찬 두 발로 다시 거리에 설 때, 그것이 실제로 단지 매우 일상적인 영화라는 것을, 완전히 일상적인 영화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독일로 온 사내,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 관한 영화. 집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이제 집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결국 집으로 오지 못한 그들 가운데 하나. 그리고 이후에 그들의 집은 문밖에 있다. 그들의 독일은 밖에, 밤에, 빗속에, 거리 위에 있다.

그것이 그들의 독일이다.

_문밖에서, 본문 166~167쪽

 

어머니는 내가 배부를 때까지 내 곁에 앉아 계셨어요. 그러고 나서 내가 내 방에 들어와 불을 끌 때면 벌써, 어머니가 접시 치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매일 밤 그랬어요. 그때가 대개는 두 시 반경이었어요. 어머니가 두 시 반이면 부엌에서 내게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것을 나는 너무 당연한 걸로 생각했죠. 난 그걸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는 늘 그랬어요. 어머니는 ‘또 이렇게 늦었구나’라는 말밖에 하지 않으셨어요. 매번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래서 난 어머니가 늘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모든 것이 늘 그런 식이었어요.

잠시 동안 벤치 위에는 침묵이 흘렀다. 한참 후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눈을 돌리고 있어서 그들을 볼 수는 없었다. 따라서 그는 하얗고 파란 시계 숫자판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지금 나는 알지요. 그때가 천국이었어요. 진짜 천국이었다고요.

벤치는 매우 조용했다. 그때 거기 있던 여자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 가족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는 그녀를 보며 불안하게 웃었다. 아아, 제 부모님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래요, 그분들은 돌아가셨어요. 모두 다 돌아가셨어요. 생각해보세요, 모두 다, 모두 다 돌아가셨어요.

그는 불안하게 이 사람 저 사람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_부엌 시계, 본문 346~347쪽

 

이제 그들이 아주 소름 끼치게 그의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왜? 57명이 보로네즈에서 소리를 지른다. 왜? 그러자 장관은 독일을 위해서라고 소리친다. 바라바, 하고 합창단은 외친다. 피라미돈, 하고 장님 사내는 소리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함성을 지른다. 골인! 57번이나 골인! 하고 함성을 지른다. 그리고 가운 입은 인형, 하얀 가운을 입고 안경을 낀 인형은 아주 끔찍하게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발명하고 발명하고 또 발명한다. 그리고 작은 소녀는 스푼이 없다. 그러나 안경을 끼고 하얀 가운을 입은 그놈은 스푼을 하나 갖고 있다. 스푼은 1억 명을 죽이기에 충분하다. 아코디언 악사는 노래한다. 그대들이여, 기뻐하라.

한 인간이 도로를 달려 지나간다. 길고 긴 도로를 따라서. 그는 두렵다.

_길고 긴 도로를 따라서, 본문 457쪽

 

그러면 마지막 인간은, 창자는 파열되고 폐는 페스트에 걸린 채, 독처럼 피어오르는 태양과 흔들리는 천체 아래서 대답 없이 고독하게 이리저리 흔들거릴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대규모 무덤과 거대한 콘크리트 오물로 삭막해진 도시의 차가운 우상들 사이에서 고독하게 방황할 것이다. 삭막하고 광기에 사로잡혀 중상모략하며 한탄할 것이다. “왜?”라는 그의 끔찍한 한탄은 듣는 이 아무도 없이 황야에 흩어지고 파괴된 폐허 사이를 불어 감돌고, 교회의 잔해 속에 말라버리고, 높이 솟은 벙커에 부딪히고, 핏빛 웃음에 빠져버릴 것이다.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고,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홀로 남은 짐승 같은 인간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 소리. 이 모든 것은 내일, 아마도 내일, 어쩌면 오늘 밤에 벌써, 그래 어쩌면 오늘 밤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그대들이 아니요! 하고 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_그러면 답은 딱 하나뿐이다!, 본문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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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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