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으로 프랑스 독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작가 에릭 나타프의 두 번째 의학 스릴러 『악은 악으로』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전문적인 의학 정보과 해박한 심리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에릭 나타프는 이번 소설에서 ‘동종요법homeopathy’이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를 소재로 긴박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를 완성시켰으며, 추리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프랑스에서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인간의 최극단을 보여주는 잔혹한 연쇄살인, 이에 맞서 형사들이 펼치는 고도의 심리 추적,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하나씩 드러나는 숨겨진 진실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양들의 침묵』『세븐』『본 콜렉터』 등을 능가하는 이 시대 최고의 스릴러 작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 지은이 _ 에릭 나타프 Eric Nataf 방사선과 의사이자 골반 부위 초음파 진단 전문의로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종합병원인 코생Cochin 병원에서 의대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산부인과·이비인후과·정형외과 등 많은 의학 관련 저술서들을 집필했다. 1990~1991년에는 라루스 의학 사전 편찬팀으로 활동하였고, 언어학, 미술평론, 고고학,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문학적 깊이의 지적인 글로 각광을 받으며 프랑스 유명 잡지사의 자유 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또한 바스티유 아를르 등의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사진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출간 즉시 프랑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데뷔작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은 새로운 질병의 탄생을 목도한 한 전문의의 치밀한 탐색전이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과학과 의학 문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현대인들에 대한 경고처럼 다가오는 이 소설을 통해 에릭 나타프는 가장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로 기록되었다. 작품으로는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악은 악으로』『죽음의 다이어트』가 있다. ■ 옮긴이 _ 이상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불어과 졸업 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낭만적 영혼과 꿈』『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바둑 두는 여자』『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영혼의 산』『악마와 미스 프랭』『11분』『돌의 집회』『머큐리』『측천무후』『프랑스 조곡』『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음모자들』『셜록 홈즈의 유언장』『로맹 가리』『황산』『알렉산더의 연인』『평범한 커플』『비』『어느 섬의 가능성』『개를 돌바줘』등이 있으며, 『측천무후』로 제2회 한국출판문화대상 번역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치료한다, 고로 죽인다! - 죽음으로 완성되는 치유의 살인 뽑혀나간 손톱과 이빨, 절개된 두개골, 난자되거나 몸 밖으로 삐져나온 장기….『악은 악으로』에 등장하는 사체의 모습은 인간의 살인적 욕구가 과연 얼마만큼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듯 자극적이고 적나라하다. 그리고 사체의 주변에는 살인자가 범행 이후 마치 죽음의 향연을 펼친 듯한 연극적 연출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 사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주인공인 형사는 그 흔적이 피해자의 건강 상태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범인이 동종요법 의사라는 결론에 이른다. ‘동종요법homeopathy’은 1790년대 독일인 의사 사무엘 하네만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환자의 질병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시킴으로써 처방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한다. 즉, 개인의 유형별 체질에 따라 맞춤형 처방을 내리게 되는데, 벌에 쏘였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벌을 으깨 만든 환약으로 치료하는 것처럼 독을 독으로 치료하는 원리이다. 이처럼 에릭 나타프는 ‘동종요법’이라는 다소 생소한 의학 분야를 모티프로 한 새로운 의학 스릴러를 선보이는데, 이는 곧 범인이 죽음을 통해 희생자를 치유한다는 역설을 가능하게 만든다. ‘독을 독으로’, ‘악을 악으로’ 치료하는 동종요법의 원리는 범인의 심리 상태를 포함한 작품 전체에 극적 장치로 활용되며, 연이어 터지는 연쇄살인사건은 형사와 독자들을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 인간의 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악은 악으로』는 크게 두 남자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열여덟 번의 끔찍한 살인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지른 범인, 그리고 계속되는 연쇄살인 현장에서 어릴 적 자신의 물건을 발견하게 되는 형사. 두 남자는 연쇄살인이라는 고리 안에서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악’과 ‘선’의 관계로 팽팽하게 맞선다. 그들의 운명은 어느 한쪽이 상대를 포기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강제로 임신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 수영선수의 아이로 태어난 남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양아버지 밑에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간직한 채 성장하고, 화재로 인해 부모를 잃은 다른 남자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모른 채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두 남자는 ‘잔혹한 연쇄살인’이라는 최고의 극점에서 운명처럼 만난다. 에릭 나타프는 살인에 얽힌 두 남자의 심리와 행동을 사건의 전개에 따라 정신분석학과 동종요법이라는 전문 지식으로 보호막처럼 덮어놓는다. 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단순히 범죄의 트릭과 살인자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욕망과 악의 근원을 추적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 작품의 줄거리 파리의 어느 황량한 동네에 위치한 아파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난자된 참혹한 시신 한 구가 발견되고, 사체 주변에는 범인이 남겨놓은 온갖 증거물들이 어지럽혀져 있다. 사건 현장을 수사하던 형사 레오는 범행 증거물을 수집하던 중 자신이 어릴 적 갖고 놀았던 곰 인형을 발견하게 되고, 심상치 않은 심정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프로파일러 지망생 뤼디빈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던 레오는 사체가 끔찍하게 훼손되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 사건이 2년 전에 일어났던 다른 살인사건과 연루되어 있는 연쇄살인임을 눈치 챈다. 형사 레오에게 남겨진 유일한 단서는 희생자의 나이가 동일하거나 비슷하다는 점, 사건 현장마다 화재로 소실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어릴 적 물건들이 발견된다는 점, 그리고 희생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후 사체에 동종요법 행위를 가했다는 점. 이후 레오는 제약 회사에 근무하는 야니스 박사로부터 동종요법에 대한 조언을 받으며, 추격의 망을 좁혀간다. 그러나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네 번째 살인사건에서 현장에 남겨진 증거물 때문에 레오는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구속되는 사태에 이른다. 하지만 레오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하는 뤼디빈은 그의 무죄를 증명하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레오의 과거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레오는 자신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과 새로운 진실들을 알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