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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자들의 밤 The Changeling

  • 저자 빅터 라발 지음
  • 역자 배지은
  • ISBN 978-89-7275-951-5
  • 출간일 2019년 01월 17일
  • 사양 612쪽 | 145*207
  • 정가 15,000원

2018년 영미 환상문학상을 휩쓴 화제의 작가, 빅터 라발 소설 국내 첫 출간

■ 책 속으로

 

현관에서 남자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폴로가 문을 열면 남자는 밀치고 들어온다. 남자는 아폴로 앞에 무릎을 꿇는다. 남자는 원래 얼굴이 있는데 그 얼굴을 떼어버린다. 그 아래 드러나는 얼굴은 아빠의 얼굴이다. 브라이언 웨스트가 입을 열고, 그러면 그 입에서 구름이 흘러나온다. 아폴로는 아빠의 목에서 안개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울기 시작한다. 안개가 아파트 안을 가득 메워 아이는 앞을 볼 수가 없다. 아빠가 그를 들쳐 안는다. 그러면 거세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폭포 소리처럼 큰 물소리가 아파트를 가득 채운다.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마침내 아빠는 아이에게 말한다. 바로 이때 아폴로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는 것이었다.

이 악몽은 몇 주 동안이나 밤마다 아이를 찾아왔다. 아폴로는 잠드는 것을 거부했고, 릴리언도 어느 순간에 아들이 겁에 질릴 것을 알기 때문에 잠들 수가 없었다.

넌 나랑 같이 가는 거야.

꿈에서 브라이언이 아폴로에게 한 말이었다.

아들을 애써 달래며, 릴리언은 왜 잠에서 깰 정도로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운 거냐고 물었다. 아이의 대답에 그녀는 살과 뼈가 흩어져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운 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리움 때문이었다.

“왜 아빠가 날 안 데려갔어요?”_본문 18-19쪽

 

그 짧은 순간 동안 아폴로는 아들과 단둘이 남겨졌다. 아폴로는 셔츠의 단추를 풀어 피부에 직접 닿도록 해서 아기를 부드럽게 안았다. 아기는 울지도 않고, 아직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저 작은 입만 빠끔거릴 뿐이었다. 아폴로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첫 숨을 내쉬는 아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한참을, 한 시간 아니면 영원의 순간 동안, 그 작은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브라이언이라고 부를까?” 아폴로는 목이 메었다. 지금 당장, 탄생의 순간에 이걸 물어볼 생각은 없었고,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여주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이 질문, 이 바람은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마치 그것이 몇 년 동안이나 그의 입속에 묶여서 숨어 있었던 것처럼.

“나 그 이름 좋아.” 마침내 에마가 말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폴로는 아기의 뺨에 자신의 뺨을 댔다.

“안녕, 브라이언.” 그가 속삭였다. “널 만나서 정말 행복하구나.”_본문 101-102쪽

 

브라이언이 잠결에 한숨을 쉬었다. 만족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일곱 번째 상자는 이따 열어봐도 된다. 아폴로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에마가 브라이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할 테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두 사람의 아기가 잠들어 있는 성스러운 모습. 그는 사진을 열한 장 찍어 전부, 초점이 안 맞은 것까지 전부 에마의 폰으로 전송했다. 못 찍은 사진들도 차마 삭제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페이스북 앱을 열고 사진 열한 장을 전부 올렸다. 릴리언은 브라이언이 태어난 날 바로 페이스북에 가입했고, 언제나 아기의 사진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했다. 그가 사진 업로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였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조롱하던 그런 아빠가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온라인 친구들이 모든 걸 달갑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아빠들. 봐봐, 우리 아기가 반듯이 누워 있어! 그리고 이건 우리 아기가 또 반듯이 누운 사진이야! 이건 어때? 반듯이 누워 있는 흐릿한 아기 사진이야! 맙소사, 그런 허영심과 서사적인 자기중심주의라니. 그는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브라이언의 사진 열한 장을 업로드했다. 품위 따위는 집어치우라지. 그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 아폴로는 ‘공유하기’를 눌렀다._본문 121쪽

 

그녀는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는 다시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 어떤 고통이 브라이언이 겪을 고통과 비교될 수 있겠는가? 없다. 그런 것은 빌어먹을 하나도 없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섰고, 자전거 자물쇠가 그의 목을 뒤로 한껏 죄었다. 그의 체중이 일시에 실리면서 의자 다리 하나가 얇은 나무 마룻널을 뚫고 들어가며 부러졌다. 의자가 기우뚱하게 뒤로 기울었다. 그의 목은 여전히 다시 자전거 자물쇠에 붙잡혀 있었다. 이제는 자세를 아무리 잘 잡아도 소용없었다. 그는 좌현으로 기울어진 배 같았다. 침수하고 있었다. 자전거 자물쇠가 교수대의 올가미가 되었다. 그는 가라앉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다치게 하지 마.” 그는 애원했다.

그의 아내가 부엌을 걸어 나갔다.

복도에서, 안쪽 방 바로 앞에서, 그녀는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내 아들을 다치게 하지 마.”

아기는 숨이 막히도록 흐느끼고 기침을 하고 울어댔다.

“제발, 내 아기를 다치게 하지 마.” 그는 애걸했다.

그녀가 어두워진 방으로 다시 들어가자, 그는 그 자신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눈앞에 반점이 떠다녔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를 토할 만큼 힘을 주고 있었다.

그때 에마가 입을 열어 말했다. 분명하고 또렷하게.

“저건 아기가 아니야.”_본문 187-188쪽

 

“빙고!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야. 아무튼 예전엔 그랬어. 이건 농노들이 긴 하루를 마치고 모닥불에 둘러앉아 서로에게, 아이들이 아니라 서로에게 해주던 이야기였어. 이건 성인들이 서로에게 해주던 이야기야. 동화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된 건 18세기부터였지. 그 무렵 유럽 각지에서는 새로운 계급이 등장하기 시작했어. 상인 계급 말이야.

상인들은 돈을 벌었고, 하층 계급보다 더 잘살고 싶어 했어. 이 말은 행동거지에 대한 새로운 규범이 생겼단 뜻이야.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그에 따라 동화는 변화해갔지. 동화는 도덕적인 내용을 담아야 했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규율을 훈련시킬 의미를 담고 있어야 했던 거야. 그래서 동화는 개떡같이 변하기 시작했어. 나쁜 동화는 빌어먹을 단순한 도덕성을 담고 있어. 위대한 동화는 진실을 말해주는 거고.”_본문 348쪽

■ 추천사

문학의 신께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랠프 엘리슨을 하나로 합치신다면, 그게 바로 빅터 라발이 될 것이다._앤서니 도어, 2015년 퓰리처상 수상 작가

 

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어둠의 동화. 마법과 상실, 신화와 미스터리, 사랑과 광기로 가득하다. 읽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 엄청난 책._말런 제임스, 2015년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하나의 장르를 규정하는 코언 형제의 영화처럼, 가슴 저미는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너무 두려워 갈 수 없는 곳,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상상의 구석구석까지 독자들을 이끌 것이다._폴 비티, 2016년 맨부커상 수상 작가

 

매혹적이고 스릴 넘치는 작품. 『엿보는 자들의 밤』은 위험과 경이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넘쳐흐른다._켈리 링크, 『겟 인 트러블』작가

 

‘뒤바뀐 아기’에 대한 오래된 전설을 현명하게 비틀었다. 결혼과 육아, 아버지가 된다는 것, 이민, 인종 문제를 다룬 소설.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바치는 현대판 동화._《USA투데이》

 

부성애와 동화들에 대해 빅터 라발이 바치는 송가. 매우 오래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

_《오프라 윈프리 매거진》

 

인종 문제에 대한 라발의 관찰력은 여전히 신랄하고 통렬하며, 그의 이야기는 엄청난 만족감을 준다._《뉴욕타임스》

 

부모가 된다는 것,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날카롭고 아름다운 통찰이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 함께 읽을 사람,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게 만드는 책._《NPR》

 

섬뜩한 이야기의 팬이라면 이 왕성한 호러의 장인을 놓쳐선 안 된다. 빅터 라발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심연으로 우리를 던져 넣는다._《벌처》

 

복잡하지만 영리하게 얽힌 공포와 환상 그리고 현실._《커커스리뷰》

■ 작가의 말 & 옮긴이의 말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나와 내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해칠 수 있다는 것. 나는 이런 생각들에 공포를 느꼈고, 그런 공포가 이 소설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부모가 된다는 것, 그것도 인터넷 시대에 그 크나큰 도전을 완수해야 하는 기쁨과 난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읽으며 죽도록 무서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충분하단 걸,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_빅터 라발, 친애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작가는 이 두툼한 이야기 안에서 과장되지 않은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희망을 말한다. 아기는 우리 생각보다 강한 존재이며 그 아기를 지키는 것이 혼자에게만 지워진 책무는 아니라는 것을. 그런 희망과 위안이 독자 여러분께도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북유럽 설화 속 괴물들이 살아 숨 쉬는 뉴욕시를 생생하게 경험하길 바란다._옮긴이 배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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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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