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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크로케 HUMAN CROQUET

  • 저자 케이트 앳킨슨 지음
  • 역자 이정미
  • ISBN 978-89-7275-837-2
  • 출간일 2017년 09월 15일
  • 사양 496쪽 | 145*207
  • 정가 15,000원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코스타상을 세 차례 수상하며 문단 내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 케이트 앳킨슨의 초기 대표작 『인간 크로케』(1997)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첫 소설 『박물관의 뒤 풍경』(1995)으로 거장 살만 루슈디를 제치고 휫브레드상(현 코스타상)을 수상한 앳킨슨은 데뷔 후 2년 만에 발표한 이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가문의 비극적 역사를 목격하는 열여섯 살 소녀 이소벨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소설은 쇠락해가는 한 가문의 연대기이자 살인과 실종에 관한 미스터리이며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앳킨슨은 한 인터뷰에서 『인간 크로케』에 대해 “내 소설들 가운데 가장 어두운 작품이자 최고의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데뷔 직후인 20년 전에 발표한 소설이지만, 『인간 크로케』에는 장르적 기법을 도입한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전시하듯 생생하게 되살려낸 세밀한 묘사,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오늘날 작가를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장점들이 빠짐없이 녹아 있다.

그러다 페어팩스 부인이 사라졌다.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별안간에, 그리고 수수께끼처럼. 그날 프랜시스 경은 당일치기 사냥을 나가 보기 좋게 토실토실한 암사슴의 심장을 꿰뚫고 돌아온 뒤 아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엌일을 보는 하녀 아이 하나가—일자무식인 계집아이가—페어팩스 부인이 오크 부인 밑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노라고, 부인의 초록색 능라 드레스가 주변 나무들과 분간하기 어려울 때까지 점점 희미해지는 모습을 보았노라고 떠들어댔다. 하녀는, 페어팩스 부인이 점점 흐릿해지면서 이 집안에, 과거와 미래에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렸노라고, 또 그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는 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오랫동안 허공에 메아리쳤노라고 했다. _본문 20~21쪽, 「나무 거리들」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과부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슬픈 소식이 있다고 말했다. 찰스의 얼굴은 고통을 담은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아빠도 우리를 떠난 건 아니죠?” 찰스가 과부에게 소곤거리자 과부는 슬프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찰스.”
“아빠는 돌아올 거예요. 아빠는 돌아올 거라고요.” 찰스가 완강하게 저항했다.
비니가 리치 티 비스킷 하나를 차에 적셔서 커다란 설치류처럼 야금야금 깨물어 먹었다. 과부의 검버섯 핀 늙은 손이 달달 떨리는 바람에 받침접시 위에서 찻잔이 달그락거렸고 그러는 사이 과부가 말했다. “아빠는 돌아올 수 없다, 찰스.” _본문 230~231쪽, 「덜떨어진 인간들」

“이지?” 아버지가 어둠 속에서 소곤거린다. “너 자니?” 그러고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다가와 내 침대 끝에 걸터앉고는 손안에 든 무언가를 빤히 쳐다본다. 내가 겨우 몸을 일으켜 앉자 고든이 손안에 든 것을 내게 들어 보인다. 달빛을 받아서 검은빛보다 더 검어 보이는 까만 머리 다발이다. “너희 엄마 거란다.” 고든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한다. 온몸에 오싹 전율이 흐른다. 드디어 고든이 내게 엘리자 얘기를 해주려고 한다. 엘리자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자신이 얼마나 엘리자를 사랑했는지, 두 사람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엘리자가 떠난 것은 얼마나 끔찍한 실수였는지, 줄곧 엘리자는 얼마나 돌아오고 싶어 했는지.
그 대신, 고든의 눈길이 어둠을 뚫고서 내게 닿는 게 느껴질 때쯤 그가 생기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네 엄마를 죽였다.” _본문 308~309쪽, 「외계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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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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