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의 섬 Concrete Island (1974)
- 저자 J. G. 밸러드 지음
- 총서 JGB 걸작선
- 역자 조호근
- ISBN 979-11-90885-86-7
- 출간일 2021년 07월 14일
- 사양 276쪽 | 126*194
- 정가 14,000원
“나는 섬이로다”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
20세기를 요약하고 21세기를 진단했던 작가,
J. G. 밸러드의 포스트모던-내우주 SF
해외 서평 ●
- 진부한 외피를 먹어 치우고 그 아래의 뼈를 드러나게 하는 야만의 공포를 내러티브에 부여하면서, 밸러드는 탁월한 수완으로 환원주의적인 도덕 우화를 논한다. _《커커스 리뷰》
- 밸러드의 소설은 복잡하고 강박적이고 대개 시적이며, 항상 불안을 조장하는 연대기들이다. 이들은 인간에 반기를 든 자연의 연대기, 기계효율의 세계에서의 야만의 존속에 대한 연대기, 엔트로피, 아노미, 붕괴, 파멸의 연대기다. 그의 인물들이 거주하는 폭파된 풍경은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마음 상태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_《뉴욕 타임스》
- 대단한 걸작tour de force.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악몽. _《데일리 메일》
- 『콘크리트의 섬』에서 밸러드는 새로운 형태의 SF를 발명했다. 그는 요란한 색을 띤 테크노필리아 사회의 새로운 물신物神들에 대해 경고한다. _ 갈리마르 출판사
- 대도시는 정글이며 어느 때고 치명적이다. 대실 해밋이나 제임스 M. 케인 같은 누아르 스릴러 작가들은 일찍이 문명이 황무지로 변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 작가 J. G. 밸러드만큼 비관적이지는 않았는데, 그의 디스토피아들은 오늘날 거듭 재발견되고 있다. 우리의 시대와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까닭이다. _《타게스슈피겔》
- 밸러드는 간결하고 정확한 경제성에 입각해 글을 썼으며, 눈부시도록 독창적인 밸러드표 우화의 교훈은 분명하다. 콘크리트 정글의 틈새가 소외된 이들로 메워져 있고, 언젠가 이 사람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_《선데이 타임스》
- 『콘크리트의 섬』의 가장 근사한 점은 가설이나 예측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의 꼼꼼함, 요컨대 변화하는 경험의 질감에 대한 밸러드의 강박적인 관심이다. 그 결과, 천편일률적이고 잿빛 일색인 데다 인공 미궁 같은 도시 설계에서 살아남기에 적합한, 혐오로 굳어진 스타일이 탄생했다. _ 로나 세이지(작가ㆍ문예평론가)
-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던져진 인간의 도전은 언제든 극적일 수밖에 없는 주제인데, J. G. 밸러드는 『콘크리트의 섬』에서 이를 근사하게 파고든다. 현대의 삶에 대한 이 같은 알레고리는 강력할 뿐만 아니라 심오하다. _《데일리 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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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대적 함의로 보강되었기에, 『콘크리트의 섬』은 고전적인 조난물 중에서도 탁월하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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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은 공포 만화의 전통 안에서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다시없을 노련함. _《이브닝 스탠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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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건물, 벙커…… 밸러드는 폐쇄적이고 잔혹한 환경의 심리학에 매료되었던 작가다. 외계 우주보다는 내우주야말로 그의 SF 영역이다. _《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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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은 텅 빈 인간, 즉 알맹이 없는 의견들의 맹공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고 만 무력한 이성을 묘사하는 밸러드의 방식이다. 그는 정체성 정치의 종족중심주의와 발칸화로 야기된 폭력을 용인하는 세계를 폭로한다. _《뉴잉글리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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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러드의 난폭하고 적확한 글에 당신은 속수무책으로 끌려간다. 당신은 그를 믿고, 그의 비전을 받아들인다. 무서운 일이다. _《선데이 텔레그래프》
- 밸러드에 대해 무언가를 예상하려 했다면 헛수고한 것이다. 밸러드는 반드시 그 예상들을 전복시킨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가 쓸 소설들을 어느 누구도 쓸 수 없고,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_《옵서버》
- 밸러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당신은 이제 빠져나오기 어려운 교령회에 붙들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의 수법이 그렇게 강력하다. _《더타임스》
- 어마어마한 창의력의 작가. 밸러드는 칼비노처럼 현대의 삶의 공허하고 박탈당한 공간을 상상의 보이지 않는 도시와 경이로운 세계로 채우는 놀라운 재능을 가졌다. _ 맬컴 브래드버리(작가ㆍ문예평론가)
- 밸러드에 대해 우선 하고 싶은 말은 그가 최고의 SF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말할 것도 없이 당대 최고의 작가다. _ 앤서니 버지스
- 문체와 내용의 선지자. 가히 문학에서의 살바도르 달리나 막스 에른스트라 할 만하다. _《워싱턴 포스트》
- 밸러드는 실로 문학적 초현실주의자이며, 그의 몽환적인 내러티브는 카프카의 더욱 음울한 우화들,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조지 오웰의 『1984』, 그리고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윌리엄 버로스의 『네이키드 런치』를 연상시키는 정신분석학적 강렬함을 보인다. _ 마이클 더다
- 밸러드는 이국적인 상징과 심리적인 통찰을 결합시켜 영어권에서 가장 정련되고 농밀한 산문을 창조해 냈다. _ 마이클 무어콕
- 소년인 나는 J. G. 밸러드를 사랑했다. 10대였던 나는 J. G. 밸러드를 사랑했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나는, J. G. 밸러드를 사랑했다. _ 닐 게이먼
- J. G. 밸러드는 동시대를 무대로 삼은 마술사이자 문학적 파괴자다. 그의 환상적인 풍경은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 어떤 작가도 이토록 황홀한 명징함이나 기이한 힘을 가지지 못했다. _ 이언 톰프슨
- 이성과 악몽의 결혼, J. G. 밸러드는 ‘풍요한 사회’의 취약성을 폭로한다. _《시티 저널》
- J. G. 밸러드는 창작의 다양성과 서술 언어의 풍성함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_《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 본연의 상상력을 점차 상실해 가는 왜소한 세계에서 J. G. 밸러드는 홀로 우뚝 서 있다. 선견지명을 가진 희대의 이단아로서. _《아이리시 타임스》
- 밸러드는 문단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초현실주의 작가이며, 가장 불편한 현실에 대한 핫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높은 수준의 그의 산문은 빈틈없이 들어찬 이미지의 덩어리일 뿐만 아니라, 수은과 같이 밀도 높고 영롱하며, 소설보다 낯설다. _ 앤절라 카터
- 현대문학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설득력 있고, 개성적인 상상력. _ 윌리엄 보이드
- 밸러드는 지난 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영국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원맨 장르로. 그와 같은 이를 본 적이 없다. 그는 확고부동하게 독자적이다. 그의 크림 같은 경이로운 산문, 심상의 불가사의하고 돌연한 확장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_ 마틴 에이미스
- 동시대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적인 목소리. _ 수전 손태그
- 현대 소설의 위대한 마술사. _ 브라이언 W. 올디스
- 전후 소설의 가장 빛나는 별. _ 킹즐리 에이미스
- 밸러드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는 환상적으로 썼고, 환상적인 작품을 썼다. 라디오헤드부터 게리 뉴먼, 조이 디비전, 심지어 버글스까지 모두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 물론 그는 작가로서의 나에게도 확실하게 영향을 끼쳤다. _ G. P. 테일러
- J. G. 밸러드는 현대문학을 재정의했으며, 영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_ 마크 커모드(영화 평론가)
본문에서 ●
[…]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신화 속 이야기처럼 꾸며 내고 있었다. 높다란 울타리에 둘러싸인 길쭉한 교외 정원에서 끝없이 혼자 놀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면 묘하게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사무실 책상 서랍의 액자 속 일곱 살 소년의 정체가 그의 아들이 아니라 그 자신이라는 사실은, 단지 허영심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는 실패라고밖에 할 수 없는 캐서린과의 결혼 생활도, 바로 그 상상 속의 텅 빈 정원을 재창조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_ 35쪽 「3 부상과 탈진」에서
문 닫은 매표소를 바라보던 메이틀랜드는 어릴 적 동네 영화관에 갔을 때의 흐릿한 기억을, 끝없이 이어지는 흡혈귀와 공포 영화들의 목록을 떠올렸다. 이 섬은 갈수록 그의 머릿속을 완벽하게 구현한 모형이 되어 가고 있었다. 모두가 잊은 이 풍경을 헤치고 나가는 일은, 단순히 이 섬의 과거를 찾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탐사하는 여행이기도 한 것이었다. 캐서린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게 만든 유아적인 분노에서는 어릴 적에 옆방에서 여동생을 돌보던 어머니를 지치지도 않고 소리쳐 불렀던 때가 떠올랐다. 그가 항상 생각하기를 기피해 온 아직도 모를 이유 때문에, 어머니는 결국 그를 달래러 오지 않았다. 그저 분노와 경악에 목이 잔뜩 쉰 채로 홀로 욕실에서 기어 나오도록 방치했을 뿐이었다.
_ 88쪽 「9 고열」에서
이렇게 비틀거리는 동안, 메이틀랜드는 육신에 대한, 그리고 염증에 부어오른 다리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흐릿해져 감을 깨달았다. 그는 육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우선 부상당한 고관절을, 다음에는 양다리를, 이어 다친 가슴과 횡격막에 대한 모든 지각을 지워 냈다. 차가운 바람에서 힘을 얻어 풀숲을 뚫고 전진하며, 지난 며칠 동안 너무도 익숙해진 섬의 모습을 차분하게 살폈다. 섬을 그 자신이라 여기게 된 그는 폐차 무더기 쪽의 자신의 자동차를, 철조망 울타리를, 그리고 뒤편에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고통과 시련을 겪은 장소들과 자신의 육신의 각 부분이 혼동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장소를 향해 손짓하며 섬의 회로를 그리고, 자신의 육체의 각 부분을 원래 속했어야 하는 곳에 놓아둘 방법을 궁리했다. 오른 다리는 사고가 일어난 지점에 놔두고, 다친 손은 강철 철조망에 꽂아 두어야 한다. 가슴은 콘크리트 벽에 기대앉았던 곳에 둘 것이다. 각 지점마다 간소한 의식을 치러 모든 책무를 자신에게서 이 섬으로 이양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육신을 성체성사에 봉헌하는 성직자처럼 큰 소리로 선언했다.
“나는 섬이로다.”
_ 89~90쪽 「9 고열」에서
[…] 이제 이 세모꼴 황무지에 붙들린 지도 나흘 가까이 지났다. 자신이 아내와 아들을, 헬렌 페어팩스와 사무실의 동업자들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정신 뒤편의 흐릿한 부분으로 물러섰고, 그들이 있던 자리를 식량, 거처, 다친 다리,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싼 땅뙈기를 정복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이 차지해 버렸다. 생각의 지평선이 3미터를 살짝 넘는 정도까지 졸아들어 버린 것이다. 앞으로 한 시간 안에 탈출할 수 있음이 분명한데도―내키지 않아도 결국 그 젊은 여자와 프록터는 경사면을 오르도록 도와줄 테니까―이런 갈망이 아직도 수년 동안 계속해 온 임무처럼 그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었다.
_ 116~117쪽 「12 곡예사」에서
[…] 물론 일종의 자기모순적인 논리에 따라, 두 사람 모두 학대받는 일에서 만족을 느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메이틀랜드의 공격적인 태도는 그들의 기대를, 그들이 반쯤 무의식적으로 자기들에 대해 내리고 있는 평가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잔혹 행위를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불신하면서도, 메이틀랜드는 계속 스스로를 부추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존하겠다고 결심한 이상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이런 잔혹한 성정조차도 며칠 전에 자기 연민이나 멸시를 이용했던 것처럼 남김없이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 나이 든 부랑자와 이 젊은 도망자 여인을 복종시키는 일이었다.
_ 179~180쪽 「18 5파운드」에서
“클럽에서 일해. 뭐랄까, 클럽이라 부를 수도 있는 곳에서. 때론 고속도로로 나가서 손님을 불러오기도 하고. 그래서 그게 뭐? 지저분하다는 거겠지?”
“조금은. 인생을 바로잡고 새로운 사람하고 다시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뭐지?”
“아, 제발…… 그러는 당신은 왜 인생을 바로잡지 않는 건데? 망가진 부분이 나보다 훨씬 많으면서. 당신 아내에, 그 여의사에…… 여기 불시착하기 한참 전부터 무인도에 살고 있었던 주제에.”
_ 181~182쪽 「18 5파운드」에서
[…] 그는 이 젊은 여인의 가식의 법칙을, 그 법칙이 암시하는 자유, 즉 서로에게 속해야 한다는 모든 느낌을 피해야 할 필요성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캐서린과, 자신의 어머니와, 심지어 헬렌 페어팩스와의 관계에도 존재하는, 어린 시절부터 계속되어 온 천 가지 감정의 거래도, 모종의 중립적인 화폐로, 이를테면 관계의 가치에 상응하는 정확한 액수의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었다면 훨씬 견딜 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눈앞의 여자를 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과거로부터, 어린 시절로부터, 아내와 친구들로부터, 그들의 모든 애정과 요구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정신이란 텅 빈 도시를 영원히 헤매고 다니기 위해서.
_ 183~184쪽 「18 5파운드」에서
프록터는 고대하는 눈으로 메이틀랜드가 트렁크를 열기를 기다렸다. 그에게 이 트렁크는 상상도 못 한 포상금으로 가득한 보고寶庫였다. 묵직한 고무 덧신, 파리에서 쓰던 물건을 잃어버린 후 새로 구입한 모조 비취 커프스단추, 낡은 《라이프》 잡지 한 권―프록터는 이런 온갖 물건을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신비로운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했다. 메이틀랜드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프록터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받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이 그에 대해 가지는 권력은 저녁의 포도주와 더불어 계속 뭔가를 주는 행위에 달려 있으리라 확신했다. 결국 언젠가는 선물을 배제하고 주는 행위만 남을지도 모른다. 몸짓과 태도만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화폐가 탄생하는 셈이다.
_ 192쪽 「19 짐승과 기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