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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 I’d Die for You and other Lost Stories (2017)

  •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역자 하창수
  • ISBN 978?89?7275?929?4
  • 출간일 2018년 10월 17일
  • 사양 728쪽 | 140*209
  • 정가 19,800원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삶의 끝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문학
?
80년 만에 최초 공개되는 피츠제럴드의 숨겨진 단편 18편

■ 책 속으로

 

칼럼니스트들과 코뮤니스트들은(나는 이 두 단어를 명확히 구분할 수가 없다) 하나같이 나를 매도하는데, 내가 돈을 밝힌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돈을 끔찍이 원한다. 내 아내는 돈이 필요하다. 내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돈을 쓴다. 누가 뉴욕에 있는 모든 돈을 내게 갖다 준다 해도 나는 결코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 해 동안 새뮤얼 버틀러와 시어도어 드라이저와 제임스 브랜치 캐벌을 합쳐놓은 것보다 50만 부는 더 많이 예약 판매가 되는 책 한 권을 출간하고 싶다. 당신이 출판업자라면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

나는 출판업자다. 나는 어떤 책이든 출판한다. 나는 50만 부가 팔릴 책을 찾고 있다. 지금은 심령적인 분위기를 가진 소설들이 필요한 시즌이다. 가능하다면 나는 열렬한 물질 만능 주의자가 쓴, 부유한 사교가와 검은 눈을 가진 불량한 10대 소녀들에 관한—아니면, 사랑에 관한—얘기였으면 좋겠다. 사랑은 확실한 거니까—살아 있는 자가 하는 사랑, 그것이 필요하다.

_ 「차용증」(1920), 39~66쪽

 

밤하늘에 덩그렇게 뜬 달은 걸릴 것 하나 없이 곧장 그들을 비추었다. 피터 우즈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도 결국 당신은 내가 멀쩡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든 게 뭐였죠?” 하고 그가 물었다.

“글쎄요.” 그녀는 가만히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저한테 결혼해달라고 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어떤 여자든, 자신에게 프러포즈하는 남자를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할 순 없잖아요.”

“나보다 조금 더 멀쩡한 사람도 상관없었겠군요.”

“그렇지 않아요—달링.” 전에는 결코 써본 적 없던 말이 그녀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제가 제대로 미친 사람을 붙잡은 거 같아요.”

_ 「악몽」(1932), 110쪽

 

그가 어둠 속에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무엇이 당신 마음을 바꾸었어요?—샌드위치인가요?”

“아뇨. 내 생각엔 바위인 것 같아요.”

“당신한텐 너무 높지 않아요?”

“아뇨—이건 마치 당신 같았어요. 꼭대기에서 일어났는데 마치 당신 어깨 위에 선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너무도 행복해서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알겠어요,” 하고 그가 묘하게 대답했다.

“왠지 당신이 절 내버려두지 않을 거란 걸 알겠더라고요. 당신이 계단을 올라왔을 때 별로 놀라지 않았잖아요.”

그는 그녀의 두 손을 그러잡고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

거기서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그날 밤 로비에서 애틀랜타가 듣지 않기를 원했던 얘기를 들었다. 그것은 칼리 딜래넉스가 한 시간 전 침니 록 기슭에서 시체로발견되었다는 거였다.

로저에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준 계절이 다른 한 남자의 비극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지만, 칼리 딜래넉스에게는 뭔가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의 죽음을 필요로 하는 뭔가가—불길한, 너무 오래 살아남도록 만든, 혹은 생활에 치여 너무 오래 죽어 있도록 만든, 그래서 깨어 있을 때조차 썩은 내를 풍기게 만든 뭔가가.

로저는 그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는 머리 회전이 빠르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별빛으로 인식되고, 100미터쯤 떨어진 방에서 편히 잠든 애틀랜타를 생각하면 잘된 일이었다.

_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1935/1936), 252~255쪽

 

그녀는 행복했다. 그리고 조금쯤 나이가 더 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래 모든 아이들이 자라나듯 그녀 또한 삶을 일종의 우연한 사건으로, 어쩌다 보물 상자가 손에 쥐어진 것처럼, 아주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발견했던 진주는 진주가 아니었지만, 그날 밤의 즐거움은 남미산 설치류 40마리의 가죽을 진짜로 발견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몇 달 뒤, 그웬은 악단들이 연주한 곡은 기억할 수 없었지만, 또 다른 진주에 대해서만큼은, 그것이 그녀의 개인용 묵주에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기억했다—그건 어쩌면 그녀의 삶에 찾아든 죄책감이 깃든 승리로 느껴졌다. 물론 그녀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거기에 대해선 디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절대 시작하지 않는다고 했었나? 진주와 모피는 우연히 닥친 사건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축복의 섬을 향한 항해를 선사해준 것은 우연이 아니었고,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그에 대한 연민은 디지에게도 말하지 않았고—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았다.

_ 「진주와 모피」(1936), 342쪽

 

사랑하는 사이일지도 모르는 남녀를 떼어놓게 된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을 자책하며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프랑스 사람들과 함께 팁과 조시는 두 개의 플랫폼에 나누어져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앞선 객차들이 마음이라도 먹은 듯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하고 팁이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전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제 모자를 망가뜨려놨어요.”

앞선 객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멀리로 달아났다. 그녀는 뒤편 연결 통로에 프랑스인 경찰 주임과 함께 서 있었다.

“이곳 시골 풍경은 참 아름다워요,” 하고 그가 위로라도 하듯 말했다.

“그래요.” 그녀는 짤막히 동의했다.

“사랑에 빠지면 더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죠.” 그가 한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파리에서 친구분과 꼭 재회하실 겁니다.”

“이젠 절 혼자 있게 해주시면 좋겠네요.” 조시가 말했다.

그가 목례를 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조시 양.”

앞서 간 기차는 이제 조그만 얼룩처럼 멀어졌고, 그를 다시 보게 될 기회 또한 그렇게 작아져버렸다. 그녀는 우묵한 수프 접시 같은 펠트천에 담긴 찢어진 장미 리본들을 바라보며 외롭게 서 있었다. 팁과의 일들이 모두 그런 신세가 된 것 같았다.

_ 「엄지손가락의 장엄한 수난」(1936), 385~386쪽

 

그는 아직 위협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 같은 세계 속에서 눈을 떴다. 여전히 5월이었다. 데이비스 사유지의 뜰에는 장미가 온밤을 꼬박 새워 흐드러지게 피어났고, 그 달콤한 향기를 현관과 창문 너머로 마구 뿌려댔다. 하지만 그는 전날 내내 그를 따라다니던 우스꽝스러운 절망감에 날카로운 반발심이 일었다. 내 상태에 대해 사실 그대로 전해 듣긴 한 걸까? 그리고 엘사 할리데이가 과연 오늘도 와줄까—그녀는 2년 전에 헤어진 그 여자가 맞을까? 안에선 불길처럼 신열이 오르고, 가슴에 비밀이 간직된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른 나일까? (…)

—여긴 끝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야, 하고 그는 졸음에 빠져들며 생각했다. 엘사도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옆 풀 더미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_ 「그 집의 여자들」(1939), 516~5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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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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