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데뷔작 『성스러운 살인A Great Deliverance』으로 <애거사 상 최우수 신인상> <앤서니 상 최우수 신인상>, 그리고 1990년 <프랑스 추리소설대상> 국제상 부문을 수상하며 미스터리계에 새로운 별로 떠올랐던 엘리자베스 조지의 데뷔작이 현대문학에서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매캐비티 상과 에드거 상 최종후보작에도 오른 바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조지는 그 이름 앞에 ‘추리소설의 여제’(≪엔터테이먼트 위클리≫), ‘영국식 추리물의 대가’(≪뉴욕타임스≫), ‘영국의 전통을 잇는 탁월한 미국 소설가’(≪시카고 트리뷴≫)라는 수식어가 붙는, 명실공히 영국식 추리소설의 여제로 추대되고 있다. 『성스러운 살인』은 조지에게 기념비적인 성공을 안겨준 ‘린리 경위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 현재 열여덟 번째 권까지 출간되었고, 거의 모든 작품이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영국 BBC와 미국 P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미국 소설가로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는 조지는 해마다 영국을 방문하여 철저히 자료 조사를 한 뒤 집필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미국 작가 조지가 펴낸 작품들은 당당히 ‘영국식 정통 추리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것은 추리소설 기법이나 배경이 단순히 영국적이어서가 아니라 영국 지역 풍경에 대한 조지의 섬세한 묘사와 더불어 영국 문학 작품들을 통해서만 빚어낼 수 있는 매혹적인 풍부한 인용들이 이 작품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은이 엘리자베스 조지 Elizabeth George
1949년 미국 오하이오 주 워런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풀러턴 캠퍼스에서 상담심리학 석사학위와 명예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3여 년간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가르쳤고, 1988년 첫 장편소설 『성스러운 살인A Great Deliverance』을 펴낸 이후 교직에서 물러나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백작 가문의 엘리트 미남 형사 토머스 린리 경위와, 출신도 외모도 그와는 정반대인 여형사 바버라 하버스 경사가 평화로운 영국 전원마을을 충격에 빠뜨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성스러운 살인』은 앤서니 상 신인상과 애거사 상 신인상, 프랑스 추리소설대상을 수상했고, 에드거 상과 매캐비티 상 최종후보작에 선정되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린리 경위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조지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올랐다. 미국 소설가로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는 조지는 해마다 영국을 방문하여 철저히 자료 조사를 한 뒤 집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린리 경위 시리즈’는 현재 열여덟 번째 권까지 출간되었고, 영국 BBC와 미국 공영방송 PBS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 옮긴이 김정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몇몇 중학교에서 10여 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고의 삶을 살아라』 『블랙북』 『착한 사람도 바람난다』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평화로운 영국 전원마을에서 발견된 목 잘린 사체
아버지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소녀는 누구를 위해 침묵하는가
연쇄살인마 사건으로 분주한 런던경찰청의 주말 오후, 작고 기이한 가톨릭 신부가 찾아온다. 신부가 내민 사건현장 사진 속에 있는 것은 목 잘린 한 남자의 사체. 요크셔의 전원마을 켈데일에서 온 하트 신부는 아버지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소녀의 결백을 주장하며 재수사를 요청한다. 사체 발견 당시 아버지 윌리엄 테이스의 사체 옆에 앉아 있던 뚱뚱한 열아홉 살 소녀 로버타는 “제가 했어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끝으로 침묵하고 있다.
런던경찰청의 촉망받는 엘리트이자 금발의 미남 형사 토머스 린리 애셔턴 백작 8세 경위는 그 시각 참석하고 있던 세인트 제임스의 결혼식장에서 불려나와, 자신을 혐오하고 있는 까칠한 추녀 바버라 하버스 경사와 파트너로 요크셔 수사에 착수하라고 명을 받는다. 한편 세인트 제임스와 그의 아내 데버러 역시 켈데일 마을에 신혼여행을 와 있었다. 첫날밤, 그들은 300년 전 마을 사람들 손에 목 졸려 죽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오늘날에도 켈데일 계곡에 울려 퍼진다는 전설을 듣게 된다.
한적하고 잘 정돈된 테이스의 농장에는 으스스한 광신자의 분위기가 풍기고, 두 형사는 그곳에서 테이스의 아내 테사의 제단과 로버타에게 11년 전 가출한 언니 질리언이 있다는 흔적을 발견한다. 오래된 비밀들로 뒤엉킨 고요한 계곡 마을에 수사의 바람이 불면서 마을의 어두침침한 스캔들과 충격적인 일련의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 추천사
“『성스러운 살인』과 함께, 미스터리계의 새 별이 하늘에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조지는 그 하늘에서 오래,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 _앤드루 그릴리
“미스터리 분야에서 엘리자베스 조지같이 쓸 줄 아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성스러운 살인』은 기억에 남을, 강렬하고도, 매우 감동적인 소설이다.” _필리스 휘트니
“이 소설은 지극히 강렬하고, 대단히 기발하며, 소름 돋을 정도로 아귀가 들어맞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재미있다.” _빅토리아 홀트
“엘리자베스 조지는 P.D. 제임스, 루스 렌들, 나아가 도로시 세이어즈와 비교될 것이다. 그 정도로 뛰어나므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독보적이다. 『성스러운 살인』은 첫 작품으로는 매우 인상적이요, 미스터리로는 걸작이다.” _≪미스터리 신≫
“『성스러운 살인』은 대단히 탁월하고 깊이 있는 소설이기에 평범한 스릴러로 간주되기 어렵다. 한마디로 보석 같은 소설이다.” _도리스 모트먼
“언어적인 가사 감각과 디테일을 포착하는 영화적인 시선으로, 조지는 진정 매혹적인 이야기를 설계했다.” _≪시카고 선타임스≫
“야심차고 이국적이다…… 클라이맥스는 깜짝 놀랍고 혼란스럽다…… 흥미진진한 데뷔작.” _≪런던 타임스≫
“교묘한 서막부터 매력적인 결말까지 순수한 즐거움.” _≪워싱턴 포스트 북월드≫
“놀라운 첫 번째 소설…… 린리는 분명 다음 작품들에서 범죄소설의 최고의 주인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_≪토론토 스타≫
■ 본문 중에서
바버라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빗을 찾느라 스커트 주머니를 더듬었다. 린리라니. 플라스틱 빗을 무자비하리만큼 세게 잡아당기며 상처가 나도록 두피를 긁어대면서 그녀는 고통을 반겼다. 린리라니! 왜 그들이 자신을 사복 수사관으로 다시 불러들였는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들은 린리에게 그 사건을 맡기고 싶었다. 그런데 여자 수사관도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범죄수사부 여자 가운데 린리 주변에서 안전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음을 빅토리아 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부서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과 잠자리를 했으므로 린리 뒤에는 쓸모없어진 소모품같이 여자들이 줄줄이 남겨지곤 했다. 그는 씨받이 경주마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 관한 모든 소문에 따르면 지구력도 대단하다고 했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빗을 홱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_40쪽
윌리엄 테이스가 섬뜩한 자세로, 190센티미터가 넘는 거구가 자궁 속 태아 비슷한 자세로 모로 누워 늘어져 있었다. 오른팔은 뭔가를 잡으려 했던 것처럼 쭉 뻗고, 왼팔은 배 쪽으로 구부러졌고, 양 무릎은 가슴을 향해 절반쯤 굽혀 있었으며,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꼭 클로텐처럼. 하지만 그 옆에 공포에 질린 채 깨어날 이모젠은 없었다. 로버타만 있을 뿐. 그리고 그녀가 내뱉은 소름 끼치는 말. “제가 했어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머리는 외양간 한구석 축축한 건초 더미 속으로 굴러가 있었다. 그리고 신부가 그걸 보았을 때는…… 오, 주님. 헛간 생쥐의 도둑 같은 두 눈이 구멍을 통해 반짝거리고 녀석의 움찔거리는 회색 주둥이에는 피가 묻어 번뜩이고 그 작은 발은 속을 파헤치고 있질 않았나! _59~60쪽
무無. 넓적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곪은 여드름이 뺨과 턱을 뒤덮고 있었다. 부은 피부는 한때 아이의 외모가 어떠했든 이미 오래전에 그 모습을 지워버린 여러 겹의 지방층 위로 늘어져 있었다. 꼭 밀반죽 덩어리같이, 회색인 데다 불결했다. (……) “로버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난 질리언을 찾을 거야.” 그가 일어서서 자기 이름이 수놓인 고급스러운 손수건을 사각으로 접어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웨벌리가 뭐라고 말했지? 바버라가 생각했다. ‘린리 경위와 일하다 보면 자네가 배울 점이 많을 거야.’ 이제 그녀는 알았다. 그를 쳐다볼 수 없었다. 그의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그녀는 알아버렸고 외모에 관심 많은 상류층 속물일 뿐이라고 고집스럽게 믿었던 이 남자 안에 그런 게 존재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_260~262쪽
‘죄는 죄를 낳고 불을 피우면 연기가 나듯이 욕정에는 살인이 이어진다.’그는 삶과 죽음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신부는 말했다. 그렇다면 티레의 영주가 한 말이 켈데일에 버려진 무덤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그리고 이 무덤이 한 농부의 죽음과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전혀 무관하다고, 그의 지성이 우겨댔다. 틀림없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그의 직감이 대답했다. _4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