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나이 30대 초중반. 7남매의 장남. 잡종견 한 마리를 데리고 “이 집 저 집에 들러 차를 얻어 마시며 천천히 순찰”을 도는 것이 주 업무인 마을 경찰. 볼품없이 키만 큰 깡마른 몸매에 후줄근한 제복을 걸치고 다니는, 새빨간 머리칼의 켈트인. 그러나 기다란 속눈썹 아래에는 근사한 녹갈색 눈동자가 숨겨진 미남자이자, 사건이 벌어지면 기지가 번뜩이는 ‘탐정’!
스코틀랜드 북부에 자리한 가상의 시골 마을 로흐두의 순경 해미시 맥베스의 좌충우돌 수사가 펼쳐지는 유쾌한 미스터리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의 4, 5, 6권 『현모양처의 죽음』 『매춘부의 죽음』 『속물의 죽음』이 현대문학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현대문학에서는 올해 7월, 이 시리즈 첫 세 권(『험담꾼의 죽음』 『무뢰한의 죽음』 『외지인의 죽음』)을 선보이면서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정통 코지 미스터리물 주인공의 하나인 해미시 맥베스와, 그를 창조한 영국 최고의 대중작가 M. C. 비턴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영미권뿐 아니라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태국, 네덜란드, 독일, 인도 등지에서 번역 출간된 해미시 순경의 이야기는 1985년에 시작되어 2016년 현재까지 외전 2편을 포함해 모두 33권이 발표됐다. 한편 영미 현지에서는 내년 2월에 시리즈 32번째 이야기 『Death of a Ghost』의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그녀가 내 찻잎을 읽더니 그 속에 죽음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 멀리서 찾아온 사람이 날 죽이려 한다는 거예요.”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지독한 감기에 걸린 해미시 맥베스 순경에게 매력적인 이혼녀 제인 웨더비가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헬스팜 ‘해피 원더러’에 초대한 친구들 중에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해미시는 제인의 피해망상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해피 원더러가 있는 스코틀랜드 서북쪽의 외딴섬 아일린크레이그에 도착하자마자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낀다. 카페인이 금지된 건강한 식단과 행복을 강요당하는 해피 원더러에서의 휴가는, 특히 제인의 외모를 서투르게 흉내 내며, 빈약한 지식으로 다른 일행들을 공격하는 자칭 문화 애호가 헤더 토드 때문에 하루하루 우울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있을 때 사라진 한 사람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해미시는 뒤늦게 제인의 두려움이 단순한 망상이 아님을 깨닫고, 이제 크리스마스를 악몽으로 물들인 살인범을 찾아 나선다.
■ 영국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국내 작가 1위! M. C. 비턴
명실공히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대중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M. C. 비턴은 마흔이 넘어 발표한 첫 작품으로 뒤늦게 작가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역사 로맨스 소설과 수십 편의 미스터리 소설들을 발표했다. 영국 내 모든 공공 도서관의 대출 현황을 집계하는 국립도서관 공공대출권(PLR, Public Lending Right)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비턴은 6년 연속 ‘소설 분야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빌린 국내 작가’ 1위에 올랐고, 윌리엄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로알드 달 등 영국의 국민적 작가들과 함께 전체 대출 목록 최상위권에 꾸준히 위치하고 있다. 특히 해미시 맥베스와 더불어 작가의 분신으로 알려진 여탐정 애거서 레이즌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소설들의 큰 성공으로 그녀는 영미권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최고의 오락물
미스터리와 블랙코미디, 그리고 로맨스가 어우러진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스코틀랜드 북쪽 끝에 있는 서덜랜드의 낚시 교실에 참가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지대의 황무지에 고립된 11명의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무대인가! 그렇게 해미시 맥베스가 탄생했죠.” _M. C. 비턴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태초의 광활한 위용을 간직한 스코틀랜드 고지를 무대로,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소란하게 만드는 인물이 출현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의 죽음’이라는 작품 제목들에서 예측할 수 있듯, 이야기는 피해자가 누가 될지 초반에 드러내 보인다. 비턴은 그(/그녀)를 누가 죽였는지 추리하는 ‘사건 이후’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왜’ 죽임을 당하게 되는지 그 배경에 있는 관계의 갈등을 집중 묘사하면서 다양한 속물적인 인간 유형들을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풍자한다. 이렇게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일개 순경의 손에 통쾌하게 해결되는 과정은, 20세기 초 영국 고전 미스터리의 황금시대 유산인 수수께끼 플롯, 다중 시점, 폐쇄된 공간을 한정한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그리고 영국적인 배경과 인물 등을 설정해 만든 구조 속에 짜임새 있게 그려지면서 정통 코지 미스터리물의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지금껏 세상에 쓰이지 않은 종류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미스터리 시리즈를 가리켜 그동안 단 한 권도 없었던, 할리퀸 로맨스와 정통 문학 작품의 경계에 있으면서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승진에 대한 야망 없이 현재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해미시와 마을 지주의 딸 프리실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과연 이루어질지, 주인공을 괴롭게 하는 저마다 개성 독특한 인물들은 다음에 또 어떤 일을 벌일지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시리즈만의 묘미다.
■ M. C. 비턴
본명은 매리언 채스니. 1936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서남부 항구도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로 꼽히는 그녀는 로맨스와 추리소설 분야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00편 이상의 역사 로맨스 소설을 본명인 매리언 채스니를 포함, 헬렌 크램프턴, 앤 페어팩스, 제니 트레메인, 샬럿 워드라는 필명으로 발표했으며, M. C. 비턴은 추리소설 작품에 쓰는 필명이다.
존 스미스앤드선 서점의 소설 분야 판매원으로 일하던 비턴은 《스코티시 데일리 메일》지에서 버라이어티쇼를 평론하는 일을 제안받아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스코티시 필드 매거진》의 광고부서 비서직, 패션지 편집자를 거쳐 《스코티시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기자로 들어가 범죄 관련 기사를 맡았다. 동료 기자와의 결혼 후 미국으로 이주한 비턴은 남편의 일이 잘되지 않자 잠시 버지니아 주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도 했지만 곧 유명한 가십 타블로이드지 《스타》에 부부가 함께 자리를 얻어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비턴은 전업 작가로 변신해 역사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의 최북단 서덜랜드를 여행하던 중 비턴은 첫 번째 해미시 맥베스 이야기를 떠올리고 본격적으로 추리소설 집필에 전념했다. 1985년 『험담꾼의 죽음』을 시작으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현재 31번째 권까지 발표되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로버트 칼라일 주연의 BBC 스코틀랜드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비턴은 현재 해미시 맥베스 순경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녀의 또 다른 주인공 탐정 <애거서 레이즌 시리즈>의 배경이 된 잉글랜드 서남부의 동화 같은 마을 코츠월즈의 작은 집과 파리를 오가며 지낸다.
http://www.mcbeaton.com
■ 옮긴이 전행선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상 번역가로 일하다가 현재는 출판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무뢰한의 죽음』 『현모양처의 죽음』을 비롯해 『이니 미니』 『사냥꾼』 『레프트오버』 『지하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 『몽키스 레인코트』 『템플기사단의 검』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아스라이 스러지다』 『무조건 행복할 것』 『내게 힘을 주는 말들』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윈터스 테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언론사 서평
어딘가로 달아나고 싶은가? 100년에 한 번만 나타난다는 스코틀랜드의 마을 브리가둔을 기다리다 지쳐 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M. C. 비턴이 해미시 맥베스 순경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묘한 매력을 지닌 미스터리 소설의 배경으로 만들어 낸, 스코틀랜드의 나른하고 아름다운 마을 로흐두로 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녀는 다른 어떤 여성보다 침대에서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불을 끄고 잠들기 전 독서하기에 완벽한, 아늑한 고전 추리물의 다작 생산자 M. C. 비턴이야말로 바로 그녀에 필적한다고 할 수 있다. _《데일리 텔레그래프》
10점이 만점이라면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만점에 10점을 더 받을 만하다. _《버펄로 뉴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늑한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 마을의 순경과 주민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려지는지 머지않아 관광객들이 로흐두 마을을 찾기 시작할지 모른다. 그리고 셜록 홈스의 존재를 믿듯 해미시 맥베스의 존재를 믿게 될 것이다. _《덴버 로키 마운틴 뉴스》
비턴의 작품을 읽는 일은 땅속에 묻힌 보물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자, 진정한 미스터리 대가의 작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남다른 독서 경험이다. _《북 리스트》
해미시 맥베스는 갈수록 정감 가는 주인공이다. 독자들은 그의 소박한 외면 안에 모든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단번에 뭉개 버리는 기지가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_《시카고 선타임스》
터무니없이 엉뚱한 블랙코미디의 대가인 M. C. 비턴의 탐정소설은 미국에서는 숭배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_《더 타임스 매거진》
맥베스의 매력은 계속 더해질 뿐…… 재미있고 엉뚱하며 잘 만든 스콘처럼 말랑말랑하다. 이 시리즈의 책이라면 단 한 권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_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이 시리즈는 진정한 축복이다. _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
최고급 몰트위스키처럼 풍부하고 따뜻한 맛이 느껴지는 최고의 오락물. _《휴스턴 크로니클》
따뜻하고 아늑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품. 물론 비턴의 작품에서라면 그 장밋빛 유리잔은 언제나처럼 어두운 빛으로 물든다. _《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황당하면서도 진심 어리며 지극히 사랑스럽게, 해미시는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성공을 거둔다. _ 《퍼블리셔스 위클리》
비턴은 스코틀랜드 북부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그려 내며 간결한 언어로 그 지방의 정취를 포착해 낸다. _ 《라이브러리 저널》
스코틀랜드 북부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로흐두 마을을 다시 찾는 일은 언제나 특별한 기쁨이다. _ 메릴린 스타시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 책 속으로
“병이란 게 다 마음먹기에 달렸거든요.” 제인이 말했다. “요즘 날씨가 엄청나게 추웠잖아요. 그래서 당신 마음이 어쩌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고, 그 메시지가 당신의 몸에까지 전달되면서 결국에는 감기에 걸리고 만 거죠. 집게손가락을 양쪽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고,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하면서 그대로 따라 해 보세요. ‘난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난 건강하고 기분도 좋다’.”
“싱거운 소리 말아요.” 해미시가 뿌루퉁하게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제인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방금 당신이 한 말이 딱 내가 예상하던 대답이라니까요.”
“당신이 싱거운 소리 한다고 했던 말요?” 해미시가 무례하게 대꾸했다.
“아니, 아니요. 당신은 감기에 걸려서 다른 사람이 당신을 안쓰럽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그녀가 몸을 뒤로 기대더니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가 반대로 다시 꼬았다. 해미시는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천장을 바라봤다.
“곤란한 문제라는 게 뭡니까?” 해미시가 화제를 바꾸려고 물었다. 눈앞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제인의 종아리와 허벅지 때문에 계속 신경도 쓰이고 불편하기도 했다.
“누군가 날 죽이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미시의 녹갈색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도 감기를 떼어 버릴 방법을 얘기해 줬나요?” _본문 19~20쪽
해미시는 감기가 심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마는 뜨거웠고, 귓속에서도 소리가 울려 댔다. 제인의 존재가 밀실 공포증을 더 악화시키는 듯했다. 해미시는 현기증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이 감당하기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 부츠를 신은 다리도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길었고, 폭풍 소리보다도 더 크게, 무자비하게 질러 대는 숨소리 섞인 매력적인 고함 소리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이혼한 이유는,” 제인이 말을 이었다. “우리 둘 다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결혼 생활에서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안 그래요?”
“나야 모르죠.” 해미시가 대답했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제인의 커다란 눈이 마치 모퉁이를 돌아가는 전조등처럼 휙 돌더니 그를 빤히 바라봤다. “사람마다 각자 취향이 다른 거니까요.” 그녀가 쾌활하게 말했다. “그럼 남자 친구는 있어요?” _본문 37~38쪽
디어미드 토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아내 헤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계급의 탄압』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겨우 두 쪽 분량을 읽고는 책을 덮어 버렸다. “당신은 제인의 새 남자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디어미드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더니, 마치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깔끔한 체하는 고양이처럼 다시 세심하게 손톱을 자르기 시작했다. “누구 말이에요?” 그가 물었다.
“그 고지에서 왔다는 해미신가 뭔가 하는 남자 말이에요.”
디어미드가 가죽 재질의 손톱 정리 도구 주머니에 가위를 집어넣더니 오렌지 우드 스틱을 꺼내 손톱을 다듬기 시작했다. “난 그가 친구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헤더. 그러니 당신도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소문 내고 그러지 말아요.” 평소 무난하던 그의 스코틀랜드 억양이 약간 날카롭게 흘러나왔다.
“그래요, 아닐지도 모르죠.” 헤더가 말했다. “제인은 굉장히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이지만, 바람기가 많은 사람은 아니니까요. 사실 성적인 매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무성(無性)의 느낌이잖아요.” 그녀가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탄력 있는 곱슬머리를 매만지더니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디어미드의 긴장한 손가락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우드 스틱이 툭 하고 부러지자, 그는 아내를 향해 순전하고 가감 없는 증오의 시선을 던졌다. _본문 71~72쪽
“우리 여기서 나가요.” 해리엇이 그의 팔꿈치를 잡아끌었다.
해미시는 슬프게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하얀 모래 위를 걸어 바다 쪽으로 나아갔다. 모래사장은 3센티미터 깊이쯤 되는 낮은 조수로 덮여 있었고, 이내 평평한 섬이 그들 뒤로 사라졌다. 두 사람은 거울 같은 물 표면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커다란 구름이 머리 위와 발아래로 동시에 흘러갔다. 땅 위에 서 있는 것 같지 않은 묘한 느낌에 해리엇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함께 서 있었다.
“기분이 정말 이상해요.” 해리엇이 부드럽게 말했다. “망망대해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도시로 나가면 사방에 불빛과 사람과 소음이잖아요. 가여운 조디가 미친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이 섬에 그렇게 오랫동안 살면 나라도 미칠 것 같아요.”
“내 생각에는 그게 내 기지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해미시의 말소리에 치찰음이 강하게 섞여 나왔다. 그가 심하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그는 살인범을 찾겠다고 거의 광분한 채 뛰어다니느라 프리실라에게 전화 한 통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잊어버리자, 그의 마음이 말하고 있었다. 사고사야, 이제 그만해. _본문 192~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