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나이 30대 초중반. 7남매의 장남. 잡종견 한 마리를 데리고 “이 집 저 집에 들러 차를 얻어 마시며 천천히 순찰”을 도는 것이 주 업무인 마을 경찰. 볼품없이 키만 큰 깡마른 몸매에 후줄근한 제복을 걸치고 다니는, 새빨간 머리칼의 켈트인. 그러나 기다란 속눈썹 아래에는 근사한 녹갈색 눈동자가 숨겨진 미남자이자, 사건이 벌어지면 기지가 번뜩이는 ‘탐정’!
스코틀랜드 북부에 자리한 가상의 시골 마을 로흐두의 순경 해미시 맥베스의 좌충우돌 수사가 펼쳐지는 유쾌한 미스터리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제7권 『장난꾼의 죽음』이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1985년 『험담꾼의 죽음』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영미 현지에서 2편의 외전을 포함하여 모두 33권이 출간되었고, 올해 2월 21일에는 시리즈 32번째 권 『Death of a Ghost』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태국, 네덜란드, 독일, 인도 등에 이어 이어 지난해 2016년, 이 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한 현대문학에서는 해미시 맥베스 순경의 활약을 앞으로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장난을 쳤다고 그를 죽였다면, 그 사람은 미치광이가 틀림없을 거예요.”
“장난도 장난 나름이고, 정도껏이죠.”
스코틀랜드 고지의 악명 높은 장난꾼 앤드루 트렌트 씨가 임종을 앞두고 가족들을 불러 모으자, 모두가 막대한 유산에 대한 기대를 품고 앤드루의 집 애럿 하우스에 모인다. 하지만 죽어 간다고 했던 앤드루 노인은 여전히 정정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그의 기상천외한 장난들이 애럿 하우스에 혼란과 불안감을 고조시킬 무렵, 누군가의 방 장롱에서 괴이한 모습의 시체가 튀어나온다. 사건 신고를 받은 로흐두 마을의 경찰관 해미시 맥베스 순경은 앤드루가 시킨 장난 전화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한 채 현장으로 출동하지만, 그가 진짜 시체와 맞닥뜨렸을 때는 이미 많은 증거들이 은폐된 후였다! 스트래스베인 경찰 본부에서 온 블레어 경감에게 어김없이 머저리 취급을 당하는 상황에서 해미시는 그의 오랜 짝사랑 상대였던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의 도움을 받아 은밀히 수사를 진행한다.
■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최고의 오락물
미스터리와 블랙코미디, 그리고 로맨스가 어우러진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스코틀랜드 북쪽 끝에 있는 서덜랜드의 낚시 교실에 참가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지대의 황무지에 고립된 11명의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무대인가! 그렇게 해미시 맥베스가 탄생했죠.” _M. C. 비턴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태초의 광활한 위용을 간직한 스코틀랜드 고지를 무대로,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소란하게 만드는 인물이 출현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OO의 죽음’이라는 시리즈 제목들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이야기는 피해자가 누구일지 초반에 드러내 보인다. 비턴은 그(/그녀)를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밝혀 가는 사건 이후의 추리 과정뿐 아니라 그들이 ‘왜’ 죽임을 당하게 되는지, 그 배경에 있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집중 묘사하면서 다양한 속물적인 인간 유형들을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풍자한다. 이렇게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일개 순경의 손에 통쾌하게 해결되는 과정은, 20세기 초 영국 고전 미스터리의 황금시대 유산들―수수께끼 플롯, 다중 시점,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영국적인 배경과 인물 등―을 계승해 만든 구조 속에 짜임새 있게 그려지면서 정통 코지 미스터리물의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지금껏 세상에 쓰이지 않은 종류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미스터리 시리즈를 가리켜 그동안 단 한 권도 없었던, 할리퀸 로맨스와 정통 문학 작품의 경계에 있으면서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승진에 대한 야망 없이 현재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해미시와 마을 지주의 딸 프리실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과연 이루어질지, 주인공을 괴롭게 하는 저마다 개성 독특한 인물들은 다음에 또 어떤 일을 벌일지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시리즈만의 묘미다.
■ 영국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내 작가 1위! M. C. 비턴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정통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하나인 ‘해미시 맥베스’를 창조한 M. C. 비턴은 명실공히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대중작가로 꼽힌다. 마흔이 넘어 발표한 첫 작품으로 뒤늦게 작가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역사 로맨스 소설과 수십 편의 미스터리 소설들을 여러 필명으로 발표했다. 특히 해미시 맥베스와 더불어 작가의 분신으로 알려진 여탐정 ‘애거서 레이즌’이 등장하는 소설들의 큰 성공으로 비턴은 영미권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국 내 모든 공공 도서관의 대출 현황을 집계하는 국립도서관 공공대출권(PLR, Public Lending Right) 2017년 2월 자료에 따르면, 비턴은 7년 연속 ‘소설 분야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빌린 국내 작가’ 1위에 올랐고, 한 해 동안 작품들이 대여된 횟수는 평균 100만이 넘는다.
비턴은 현재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글쓰기 덕분에 나이 듦의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매일 아침 집필실에서 벤슨앤드헤지스 한 갑과 진한 커피 한 주전자로 하루를 시작한다.”
■ M. C. 비턴
본명은 매리언 채스니. 1936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서남부 항구도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로 꼽히는 그녀는 로맨스와 추리소설 분야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00편 이상의 역사 로맨스 소설을 본명인 매리언 채스니를 포함, 헬렌 크램프턴, 앤 페어팩스, 제니 트레메인, 샬럿 워드라는 필명으로 발표했으며, M. C. 비턴은 추리소설 작품에 쓰는 필명이다.
존 스미스앤드선 서점의 소설 분야 판매원으로 일하던 비턴은 《스코티시 데일리 메일》지에서 버라이어티쇼를 평론하는 일을 제안받아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스코티시 필드 매거진》의 광고부서 비서직, 패션지 편집자를 거쳐 《스코티시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기자로 들어가 범죄 관련 기사를 맡았다. 동료 기자와의 결혼 후 미국으로 이주한 비턴은 남편의 일이 잘되지 않자 잠시 버지니아 주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도 했지만 곧 유명한 가십 타블로이드지 《스타》에 부부가 함께 자리를 얻어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비턴은 전업 작가로 변신해 역사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의 최북단 서덜랜드를 여행하던 중 비턴은 첫 번째 해미시 맥베스 이야기를 떠올리고 본격적으로 추리소설 집필에 전념했다. 1985년 『험담꾼의 죽음』을 시작으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현재 31번째 권까지 발표되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로버트 칼라일 주연의 BBC 스코틀랜드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비턴은 현재 해미시 맥베스 순경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녀의 또 다른 주인공 탐정 <애거서 레이즌 시리즈>의 배경이 된 잉글랜드 서남부의 동화 같은 마을 코츠월즈의 작은 집과 파리를 오가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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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 문은실
홍익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가와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미드 100배 즐기기』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이 있으며, 『외지인의 죽음』 『매춘부의 죽음』을 비롯해 <돌런갱어 시리즈>(전 5권), 『몸을 긋는 소녀』 『언더베리의 마녀들』 『뼈 모으는 소녀』 『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수비의 기술』 『냉동인간』 『빅 퀘스천』 『야구 교과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언론사 서평
어딘가로 달아나고 싶은가? 100년에 한 번만 나타난다는 스코틀랜드의 마을 브리가둔을 기다리다 지쳐 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M. C. 비턴이 해미시 맥베스 순경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묘한 매력을 지닌 미스터리 소설의 배경으로 만들어 낸, 스코틀랜드의 나른하고 아름다운 마을 로흐두로 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녀는 다른 어떤 여성보다 침대에서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불을 끄고 잠들기 전 독서하기에 완벽한, 아늑한 고전 추리물의 다작 생산자 M. C. 비턴이야말로 바로 그녀에 필적한다고 할 수 있다. _《데일리 텔레그래프》
10점이 만점이라면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만점에 10점을 더 받을 만하다. _《버펄로 뉴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늑한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 마을의 순경과 주민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려지는지 머지않아 관광객들이 로흐두 마을을 찾기 시작할지 모른다. 그리고 셜록 홈스의 존재를 믿듯 해미시 맥베스의 존재를 믿게 될 것이다. _《덴버 로키 마운틴 뉴스》
비턴의 작품을 읽는 일은 땅속에 묻힌 보물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자, 진정한 미스터리 대가의 작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남다른 독서 경험이다. _《북 리스트》
해미시 맥베스는 갈수록 정감 가는 주인공이다. 독자들은 그의 소박한 외면 안에 모든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단번에 뭉개 버리는 기지가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_《시카고 선타임스》
터무니없이 엉뚱한 블랙코미디의 대가인 M. C. 비턴의 탐정소설은 미국에서는 숭배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_《타임스 매거진》
맥베스의 매력은 계속 더해질 뿐…… 재미있고 엉뚱하며 잘 만든 스콘처럼 말랑말랑하다. 이 시리즈의 책이라면 단 한 권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_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이 시리즈는 진정한 축복이다. _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
최고급 몰트위스키처럼 풍부하고 따뜻한 맛이 느껴지는 최고의 오락물. _《휴스턴 크로니클》
따뜻하고 아늑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품. 물론 비턴의 작품에서라면 그 장밋빛 유리잔은 언제나처럼 어두운 빛으로 물든다. _《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황당하면서도 진심 어리며 지극히 사랑스럽게, 해미시는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성공을 거둔다. _ 《퍼블리셔스 위클리》
비턴은 스코틀랜드 북부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그려 내며 간결한 언어로 그 지방의 정취를 포착해 낸다. _ 《라이브러리 저널》
스코틀랜드 북부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로흐두 마을을 다시 찾는 일은 언제나 특별한 기쁨이다. _ 《뉴욕 타임스 북 리뷰》
■ 책 속으로
“앤드루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사람이에요. 장난꾼 중에서도 최악의 부류죠. 참을 수가 없는 사람이에요.”
“그럼 우리는 거기에 왜 가고 있는 거죠?”
“어머니가 오라고 시켰으니까요.” _13~14쪽
“여기 와 앉아, 잰.” 늙은 앤드루 트렌트가 재촉하듯 자리를 권했다. 그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노인은 불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안락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잰이 의자에 기품 있게 내려앉았고, 그때 뿡 하는 방귀 소리가 크고 기다랗게 흘러나왔다. 그녀가 부리나케 일어났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빌어먹을 쿠션 때문이에요.” 그녀가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번 방문의 이유를 의식하고 얼굴에 억지 미소를 띠었다. “당신 정말이지 짓궂어요, 앤드루.” 그녀가 말했고, 노인은 고소하다는 듯이 킬킬거렸다.
“내 생각에 트렌트 씨는 친근한 분 같은데요.” 멀리사가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폴이 말했다. “저분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란 말이에요. 저분은 전혀 아프지 않아요, 보면 알겠지만. 분명 외로웠던 거예요. 이제 집 안 가득 괴롭힐 사람들이 생겼네요.” _21~22쪽
트렌트 씨가 지닌 장난질의 능력은 무궁무진한 것만 같았다. 침대 아래에다가 가시금작화 덤불을 넣어 놓는가 하면, 문 위에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양동이를 놓아두는 등 끝도 없었다. 방석에서 결례를 저지르는 소리가 나고, 구석구석에 박아 놓은 기계들이 조증에 걸린 웃음소리를 내뿜었다. 멀리사는 음식 접시를 포크로 꾹 내리눌러 보는 버릇이 들었다. 내용물이 얼굴로 날아들지 않게 해 보려는 수고였다. 폴과 마찬가지로 멀리사는 트렌트 씨의 명랑한 장난질에 억지로 재미있어하는 듯이 보이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난방이 펑펑 돌아가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_33~34쪽
그때 사무실 쪽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이겠거니 했다. 그는 그 친구가 특정한 친구,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이기를 바랐다. 그는 그녀를 몇 주 정도 보지 못한 터였고, 그녀가 왜 자꾸 자신을 멀리하는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로흐두 경찰서입니다.” 해미시가 부드러운 고지 억양으로 말했다.
“살인이에요!” 목소리가 외쳤다.
“자, 자.” 해미시가 재빨리 대답했다. “진정하십시오. 무슨 살인이 일어났다는 겁니까? 누가 살해되었나요?”
“애럿 하우스의 앤드루 트렌트예요.”
“왜 아니겠어요!” 해미시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언젠가 한번은 트렌트 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 서재에 시체가 있다고 신고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맥그리거 경사가 마을을 비운 터라 해미시가 갔었다. 애럿 마을은 맥그리거의 관할구역이었다. 서재에는 과연 피에 덮인 시체가 있었다. 그가 막 시체로 몸을 숙이는데 시체가 벌떡 튀어 올라 그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안겨 주었다. 가짜 피에 뒤덮인 하인 엔리코였다. _52~53쪽
티치 골드와 해미시 맥베스는 서로를 살펴보았다. 티치는 그에게 약간 떨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개암나무색 눈과 불타오르는 듯한 빨간 머리를 한 해미시가 꽤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해미시는 티치가 자동차 정비소에 으레 걸려 있는 달력에서 걸어 나온 여자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그맣고 딱 붙는 진홍색 치마에 속이 비치는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솔기가 이어진 심 스타킹과 굽이 아주 높은 빨간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_58쪽
프리실라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승진하면 일하기가 한층 편안해질 거라고 지적하는 게 당신에게 혹시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까요? 로흐두에 눌러앉아 있는 게 그렇게 좋다면, 왜 서둘러 돌아와서 당신 개에게 밥을 먹이지 않고 우리 호텔로 온 거죠?”
“당신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잖아요.” 해미시가 뻣뻣해져서 말했다. “그게 뭐 잘못된 거 있나요, 할버턴스마이스 양?”
그녀는 그를 유심히 살펴보고서 유감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로선 그걸 영광스럽게 여겨야겠지요, 해미시 맥베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난 당신이 빌붙기 좋아하는 빈대란 걸 알 만한 이유가 있거든요.”
“내가 공짜 술과 공짜 난방이나 구걸한다고 생각하고 싶다면, 그거야 빌어먹을 당신 문제고요.”
프리실라는 기가 막혀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고개를 돌리고 팔짱을 꼈다. _98~99쪽
“옛 이웃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만큼이나 그를 증오했다는 걸 알아내는 데 그치고 말지도 몰라요. 그것도 만약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면 말이지만.” 해미시가 침울하게 말했다. “달리 생각해 보자니, 내가 애럿 하우스의 분위기 때문에 정신이 수렁에 빠지는 것 같다는 기분도 탐탁지 않네요. 하루는 상관없겠죠, 아마도.”
“지금 전화 걸게요.” 프리실라가 말했다.
블레어는 해미시 맥베스가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앓고 있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순경 어머님이 거신 전화입니까?” 그가 잔뜩 비꼬며 물었다.
“누가 얘기하는 중인지 아주 잘 아시잖아요.” 프리실라가 차갑게 말했다. “경감님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피터 데이비엇 총경님을 연결해 주세요.”
“아니, 아니.” 블레어가 서둘러 말했다. “그냥 살짝 농을 친 거잖소.” 그는 속물인 데이비엇이 프리실라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천장을 뚫고 올라갈 것임을 알았다. _194~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