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나이 30대 초중반. 7남매의 장남. 잡종견 한 마리를 데리고 “이 집 저 집에 들러 차를 얻어 마시며 천천히 순찰”을 도는 것이 주 업무인 마을 경찰. 볼품없이 키만 큰 깡마른 몸매에 후줄근한 제복을 걸치고 다니는, 새빨간 머리칼의 켈트인. 그러나 기다란 속눈썹 아래에는 근사한 녹갈색 눈동자가 숨겨진 미남자이자, 사건이 벌어지면 기지가 번뜩이는 ‘탐정’!
스코틀랜드 북부에 자리한 가상의 시골 마을 로흐두의 순경 해미시 맥베스의 좌충우돌 수사가 펼쳐지는 유쾌한 미스터리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제8권 『대식가의 죽음』이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1985년 『험담꾼의 죽음』을 시작으로 올 2017년 2월에 32번째 이야기까지 출간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영미권을 비롯해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태국, 네덜란드, 독일, 인도 등에 소개되면서 각국의 수많은 독자로부터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이번 『대식가의 죽음』에서는 변함없이 흥미진진한 해미시 맥베스 순경의 활약과 더불어 사건 말미에 해미시의 신상 변화에 대한 깜짝 소식이 등장할 예정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일 것이다.
“시체가 그 뚱뚱한 여자였던가요?”
“맞습니다.”
“먹다가 죽은 거예요?”
“어쩌면요.”
로흐두 마을에 찾아온 화창한 여름, 해미시 맥베스 순경은 사건 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편 토멜 성 호텔 외동딸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는 결혼 정보 회사 ‘체크메이트 독신자 클럽’의 단체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드디어 반려자를 찾기 위한 일주일간의 모임이 열리는 첫날, 회사 대표 마리아 워스와 함께 여덟 명의 독신 남녀가 도착하고, 이어 초대받지 않은 손님 피타 고어가 불쑥 나타난다. 남편감을 물색하기 위해 몰래 동업자 마리아를 쫓아온 피타는 왕성한 식욕과 거친 매너로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대식가를 향한 불쾌감과 경쟁자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마리아가 짝지은 파트너들은 엇갈리기만 하고, 그러던 며칠 후, 처음 불쑥 나타났던 것처럼 예고 없이 홀연히 사라진 피타가 엉뚱한 곳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과연 대식가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평온했던 여름의 끝을 알리는 폭풍우가 범인에게 천재일우의 행운을 안겨 주는 사이, 해미시는 이제 수상한 독신자들에 얽힌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최고의 오락물
미스터리와 블랙코미디, 그리고 로맨스가 어우러진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스코틀랜드 북쪽 끝에 있는 서덜랜드의 낚시 교실에 참가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지대의 황무지에 고립된 11명의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무대인가! 그렇게 해미시 맥베스가 탄생했죠.” _M. C. 비턴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태초의 광활한 위용을 간직한 스코틀랜드 고지를 무대로,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소란하게 만드는 인물이 출현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OO의 죽음’이라는 제목들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이야기는 피해자가 누구일지 초반에 드러내 보인다. 비턴은 그(/그녀)를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밝혀 가는 사건 이후의 추리 과정뿐 아니라 그들이 ‘왜’ 죽임을 당하게 되는지, 그 배경에 있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집중 묘사하면서 다양한 속물적인 인간 유형들을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풍자한다. 이렇게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일개 순경의 손에 통쾌하게 해결되는 과정은, 20세기 초 영국 고전 미스터리의 황금시대 유산들―수수께끼 플롯, 다중 시점,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영국적인 배경과 인물 등―을 계승해 만든 구조 속에 짜임새 있게 그려지면서 정통 코지 미스터리물의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지금껏 세상에 쓰이지 않은 종류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미스터리 시리즈를 가리켜 그동안 단 한 권도 없었던, 할리퀸 로맨스와 정통 문학 작품의 경계에 있으면서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승진에 대한 야망 없이 현재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해미시와 대령의 딸 프리실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과연 이루어질지, 주인공을 괴롭게 하는 저마다 개성 독특한 인물들은 다음에 또 어떤 일을 벌일지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시리즈만의 묘미다.
■ 7년 연속 영국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국내 작가 1위,
전 세계 누적 판매량 2천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작가― M. C. 비턴!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녀는 다른 어떤 여성보다 침대에서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불을 끄고 잠들기 전 독서하기에 완벽한, 아늑한 고전 추리물의 다작 생산자 M. C. 비턴이야말로 바로 그녀에 필적한다고 할 수 있다.” _《데일리 텔레그래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정통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하나인 ‘해미시 맥베스’를 창조한 저자 M. C. 비턴은 명실공히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대중작가로 꼽힌다. 마흔이 넘어 집필 활동을 시작해 100편이 넘는 역사 로맨스 소설과 수십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여러 필명으로 발표한 그녀는 특히 미스터리 작품에 쓰는 필명 ‘M. C. 비턴’으로 영미권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팔린 비턴의 작품 판매 부수는 2천만 부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국립도서관 공공 대출권(PLR, Public Lending Right) 올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비턴은 7년 연속 전국 공공 도서관에서 ‘소설 분야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빌린 국내 작가’ 1위에 올랐다. 한편 한 해 동안 작품들이 대여된 횟수는 평균 1백만 건이 넘는다.
현재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비턴은 글쓰기 덕분에 나이 듦의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매일 아침 집필실에서 벤슨앤드헤지스 한 갑과 진한 커피 한 주전자로 하루를 시작한다.”
■ M. C. 비턴
본명은 매리언 채스니. 1936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서남부 항구도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로 꼽히는 그녀는 로맨스와 추리소설 분야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00편 이상의 역사 로맨스 소설을 본명인 매리언 채스니를 포함, 헬렌 크램프턴, 앤 페어팩스, 제니 트레메인, 샬럿 워드라는 필명으로 발표했으며, M. C. 비턴은 추리소설 작품에 쓰는 필명이다.
존 스미스앤드선 서점의 소설 분야 판매원으로 일하던 비턴은 《스코티시 데일리 메일》지에서 버라이어티쇼를 평론하는 일을 제안받아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스코티시 필드 매거진》의 광고부서 비서직, 패션지 편집자를 거쳐 《스코티시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기자로 들어가 범죄 관련 기사를 맡았다. 동료 기자와의 결혼 후 미국으로 이주한 비턴은 남편의 일이 잘되지 않자 잠시 버지니아 주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도 했지만 곧 유명한 가십 타블로이드지 《스타》에 부부가 함께 자리를 얻어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비턴은 전업 작가로 변신해 역사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의 최북단 서덜랜드를 여행하던 중 비턴은 첫 번째 해미시 맥베스 이야기를 떠올리고 본격적으로 추리소설 집필에 전념했다. 1985년 『험담꾼의 죽음』을 시작으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현재 32번째 권까지 발표되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로버트 칼라일 주연의 BBC 스코틀랜드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비턴은 현재 해미시 맥베스 순경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녀의 또 다른 주인공 탐정 <애거서 레이즌 시리즈>의 배경이 된 잉글랜드 서남부의 동화 같은 마을 코츠월즈의 작은 집과 파리를 오가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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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 문은실
홍익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가와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미드 100배 즐기기』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이 있으며, 『외지인의 죽음』 『매춘부의 죽음』 『장난꾼의 죽음』을 비롯해 <돌런갱어 시리즈>(전 5권), 『몸을 긋는 소녀』 『언더베리의 마녀들』 『뼈 모으는 소녀』 『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수비의 기술』 『냉동인간』 『빅 퀘스천』 『야구 교과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국내 독자 서평
험담꾼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소재와 배경에서 영국 고전 추리소설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했다. 뒤집어 보면 전개가 전형적이라는 말이다. 모두가 미워하는 험담꾼이 살해당하고 마을 순경 해미시 맥베스가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모아 놓고 범인을 지목한다니, 너무 흔한 설정 아닌가. 그러나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과 볼수록 정이 가는 해미시 맥베스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일단 읽기 시작하면 그런 걱정을 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_이경아(번역가), 《미스테리아》 10호
해미시 맥베스는 얼핏 보기엔 그리 능력 있는 것 같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약간 뻔뻔한 느낌까지 주는 말단 순경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통찰력, 은근한 행동력까지 갖추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다. 스코틀랜드 북부의 작은 마을이라는 배경과 함께, 인간의 본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신랄함이 마음에 드는 재미있는 작품. _권도희(번역가), 《미스테리아》 10호
야생의 생동감 가득한 스코틀랜드 농촌, 재능 있고 야심 없는 순경, 아름답고 영리한 지주의 딸, 매력과 불쾌함을 골고루 갖춘 인물 군상, 향방을 알 수 없는 로맨스, 300쪽이 안 되는 분량, 휴대하기 쉬운 작은 판형의 가벼운 책, 만 원이 안 되는 정가, 규칙적인 제목과 디자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코지’하다. _홍지로(번역가), 《미스테리아》 10호
만약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다 읽고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시리즈를 강력 추천한다. 강력한 트릭이나 스릴, 서스펜스가 없어도, 개성 있는 등장인물, 이국적인 배경, 재치 있는 대사, 분위기를 북돋우는 로맨스 등이 있는 코지 추리물에 있어서 M. C. 비턴만큼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_예스24 독자
피로한 일상 중 쉬는 시간, 차와 함께 즐기기에 좋은 작품들. 이런 흥미로운 작품이 앞으로도 이십여 편 이상 남아 있다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알게 되어 기쁘다. _알라딘 독자 <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의 미덕 첫 번째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다양한 등장인물 각각의 묘사가 생생하고, 그들이 숨기고 싶은 비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 간다. _알라딘 독자 <하이드>
해미시 맥베스 순경이라는 캐릭터가 점점 좋아진다.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힘, 어찌어찌하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코지한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따뜻함, 유머 그리고 마을과 주변 사람들의 평온함을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 슬쩍슬쩍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도 얄밉지 않게 넘어가고, 사랑 앞에 약하지만 비굴하지 않은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부러울 정도로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자세. 반하지 않을 수 없다. _알라딘 독자 <비연>
시리즈 책은 우선 한 권만 먼저 주문하고 다음 권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1권을 읽는 순간 시리즈를 끝까지 사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주인공 해미시의 엉뚱한 기발함과 재치가 작은 마을의 괴짜 주민들과 섞여 단순한 살인 사건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_알라딘 독자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시리즈. 조금은 허술한 주인공 해미시가 벌이는 추리도 사랑도 정말 매력적이어서 다음 편이 벌써 읽고 싶어진다. _인터파크 독자 <쫑이파>
■ 책 속으로
“대체 저 거구의 뚱뚱한 여자는 누구지?” 버나드 경이 데버러에게 웅얼대는 소리로 말했다. 데버러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런! 저도 모르죠. 역겹네요, 안 그래요?” 버나드 경은 데버러가 자신의 과에 속하는 여자라고 점점 더 믿기 시작했다.
수프에 이어 공들여 만든 소스를 곁들인 새우 요리가 나왔다. 피타는 자기 접시를 게걸스럽게 비우고 나서 반대편에 앉아 있던 존 테일러에게로 눈을 돌렸다. 존 테일러는 신기하고도 경악스러운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음식을 안 들고 계시네요.” 그러고는 그가 미처 항의를 하기도 전에 그의 접시를 낚아채서 먹었다.
다음 코스는 불행하게도 와인소스를 곁들인 풍성한 사슴 고기 캐서롤이었고, 음식은 식탁 상석인 피타 앞에 놓였다. 피타는 손을 저어 프리실라를 물러나게 하면서 자신이 사람들에게 캐서롤을 나누어 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곧 새 모이만큼 음식이 놓인 접시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피타의 접시에는 고기와 소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_35~36쪽
그때 버나드 경은 퉁퉁한 팔이 그의 목을 슬그머니 두르는 것을 느꼈고, 피타의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말했다. “있잖아요, 당신은 내 과의 남자예요.”
그녀의 생선 냄새 나는 숨결이 그의 뺨에 바람을 날렸다. 그는 그녀의 육중한 몸이 옆구리에 밀착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성희롱으로 피고인이 되는 것이 왜 언제나 남자들이고 여자들은 결코 그런 일이 없는지 간절하게 궁금해졌다. _54쪽
“당신은 노아의 방주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했나 보죠, 멋쟁이 씨.” 피타가 말하고는 폭소를 터뜨렸다. “당신은 판사가 되어야 했겠어요. 그러니까 암흑시대에 살면서 ‘목격자가 헤비메탈 음악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같은 말을 하는 사람 말이에요.”
존은 헤비메탈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 사실을 드러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가정교육을 별로 잘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고어 여사. 적어도 제가 받은 인상은 그렇군요.”
“와인 드실 분?” 프리실라가 절박하게 말했다.
“하,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피타가 그를 향해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알겠어요. 당신은 내가 남자 꾀는 데 아주 젬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정말이지 당신은 수작을 거는 데는 끔찍하게 재주가 없소.” 그가 건조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당신은 사려 깊은 매너라는 게 없으니까 말이오. 당신의 식사 습관은 역겨워요.”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하지만 피타는 남은 연어 스테이크를 보았고, 그 정도면 잠깐 동안 귀머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_62쪽
해미시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 위를 손으로 가렸다. 독수리 한 쌍이 조금 떨어진 곳 위에서 한가로이 맴돌고 있었다.
“독수리들이 잘 생각하는 거죠.” 그가 말했다. “쟤네한테는 결혼 정보 회사가 없잖아요. 당신도 체크메이트에 가입할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는 거예요, 프리실라?”
“당연히 아니죠.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해미시? 당신 어쩐지…… 좀 불편하게 굴고 있잖아요.”
“내가 편하게 나오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키스를 일삼으면 안 되죠.”
“뺨에 하는 입맞춤을 하려고 했던 것뿐이에요!”
“오, 프리실라.” 해미시는 헤더 꽃 위에 앉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눈이 벌어진 채로 그를 보면서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녀의 얼굴을 자기 얼굴 쪽으로 돌렸다.
비명 소리가 고요한 풍경의 정적을 찢어 갈랐다. 겁에 질린 커다란 비명이었다. _117쪽
해미시는 채석장으로 돌진해서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바위 뒤에서 삐져나온 발 하나가 보였다. 가느다란 샌들이 신긴 뚱뚱한 발, 발톱을 매니큐어로 칠한 발이었다.
그는 바위를 돌아갔다.
피타 고어가 누워 있었다. 이제 앞을 볼 수 없는 그녀의 눈이 누르스름하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반쯤 먹은 커다란 샌드위치가 죽은 손에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것, 궁극적으로 모욕적이었던 것은 그녀의 입에 쑤셔 박힌 커다란 빨간 사과였다. _118~119쪽
하지만 그 순간에 블레어 옆에 있던 전화가 울렸다. 그는 수화기를 집어 들고 골똘히 귀를 기울였다. 그의 얼굴에 악마 같은 미소가 느리게 퍼져 갔다. 수화기를 내려놓았을 때 그는 의기양양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살인자를 찾아냈어.” 그가 말했다. 그의 글래스고 억양이 최대치가 되었다. 오늘 이 상류 양반들에게 더 이상의 시련은 없다. 위대한 블레어가 살인자를 찾아냈다.
“오, 그렇군요.” 지미 앤더슨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누군데요?”
“메리 프렌치.”
“와, 웃기지 마십시오.” 해리 맥내브가 자신이 상사에게 무례한 언동을 보인 점에 지레 놀라서 말을 이었다. “그 여자는 기껏해야 학교 선생밖에 더 되냔 말입니다.” _173~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