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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이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2) Death of a Macho Man (1996)

  • 저자 M. C. 비턴 지음
  • 총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 역자 전행선
  • ISBN 978-89-7275-844-0
  • 출간일 2018년 05월 15일
  • 사양 364쪽 | 118*180
  • 정가 9,800원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 개암나뭇빛 눈동자, 훤칠한 키
직업은 야망 없는 시골 순경, 부업은 밀렵꾼
무사태평, 유유자적, 행방은 늘 ‘오리무중’인 로흐두 마을의 유일 공권력!
열두 번째 죽음 ― 페이스오프 살인 사건!

“누군가 알고 있는 겁니다.

벡이 두건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내가 믿지 않는다는 걸요.

그래서 날 제거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칠 줄 모르는 비가 계속 내리던 고지대의 여름날, 로흐두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이주해 온 거구의 허풍선이, 자칭 ‘마초맨’ 랜디 두건이 마을 술집을 점령하면서부터다. 한때 미국에서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다는 랜디는 매일 공짜 술을 돌리고,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으면서 주민들을 사로잡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허풍과 모욕적인 언사에 지친 이들이 은밀히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왜소한 노인 조르디 씨가 랜디에게 용감히 맞서다가 얻어맞을 위기에 놓이고, 이를 저지하던 해미시 맥베스 순경은 마초맨과 결투를 벌이기로 하는데, 결투 당일 랜디가 자신의 집에서 총에 맞아 죽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게다가 그의 집에는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이 모두 사라져 있다! 경찰 본부가 내린 수사 결론에 의문을 품은 해미시는 또다시 조직의 방침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탐문을 해 나간다. 잔혹한 살인자의 총구가 겨냥한 다음 목표물이 해미시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 본문 중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가 솥뚜껑만 한 주먹으로 맥주 캔을 찌그러트리는 모습을 보러 로흐두 마을 술집에 모이곤 했다. 랜디 두건의 말투에서는 비음 섞인 미국 억양이 살짝 묻어났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때 미국에서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이유인즉슨 랜디는 세상에 안 가 본 곳이 없고, 모든 걸 다 봤으며, 안 해 본 일이 없는 듯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서는 노상강도를 만나 총으로 쏴 죽였지만 경찰은 오히려 그의 용감한 행동을 칭찬했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벌목 일을 했고, 알래스카에서는 곰을 총으로 쏴서 잡았다. 그는 로흐두에 사는 그 누구보다 많은 지역을 다닌 인물이었다.

[……] 고지 사람들은 랜디 두건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만약 랜디가 누군가의 비난이나 경쟁에 직면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부침 없이 흘러가고 잔인하게 변해 버릴 일도 없었을 터였다. _5∼7쪽

 

해미시는 리모컨 버튼을 쉼 없이 눌러 음악 방송부터 퀴즈쇼까지 이리저리 채널을 오가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자신이 랜디 두건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놀라운 심정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레슬링 프로그램이었다. 화면에는 랜디와 비슷한 체격에 똑같은 모양의 베니션 블라인드 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똑같이 술이 달린 가죽옷에 화려한 모자를 쓴 선수가 나오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의 헤비급 레슬링 챔피언, 랜디 새비지, 마초맨입니다” 하고 소개를 했다.

해미시는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 같은 사람인가? 아니, 아니었다. 텔레비전 속의 선수는 훨씬 체격도 좋고 훨씬 더 근육질이었다. 유일하게 비슷한 점이라고는 옷차림뿐이었다. 랜디 두건에게 마초맨이라는 별명을 지어 준 게 누구였더라? 해미시는 생각했다. 분명히 랜디 자신이었다. 그는 자기가 미국에서 레슬링 선수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말해, 랜디는 그 별명을 차용하고 미국 레슬링 영웅 중 하나의 옷차림을 따라 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진짜 레슬링 선수였을까? 그가 한 말 중에 진실이 있기는 할까? 자기가 미국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술에 취했을 때는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그것도 저지대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말하는 것만 봐도 아니지 않은가. _24∼25쪽

 

아치는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렸다. 대답이 없었다. “랜디?” 그는 조심스럽게 불러 보고 나서 다시 큰 소리로 불렀다. “랜디!”

어쩌면 워낙에 뻔뻔한 성격이라 약속도 잊고 잠이 들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고 아치는 생각했다. 그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 좁은 통로에 잠시 서 있었다. 혹시 랜디가 여자와 함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는 마을 여자들에게는 조금의 관심이나 호의도 보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속이야 누가 알겠는가. 아치는 거실 문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살짝 밀어 연 후 안을 들여다보았다. 불이 환하게 켜진 거실은 텅 빈 듯했다. 다음으로 그는 침실 문을 빙 돌아 부엌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도 랜디는 없었다.

점점 대담한 기분을 느끼며 그는 거실로 다시 천천히 걸어갔다. 다른 마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마초맨의 진짜 정체가 궁금했기에 거실을 뒤지면 랜디의 옛날 사진이나 신문 기사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그는 공포의 비명을 내질렀다. _35∼36쪽

 

프리실라는 딱히 존과 저녁을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를 바라보는 해미시의 악의 넘치는 시선에 괜히 짜증이 났다. 그녀는 해미시의 소유가 아니었다. 사실 파혼을 선언한 쪽은 해미시가 아니었던가. “그래요, 함께하죠.” 프리실라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8시 어때요?”

“그럼 그때 봐요.” 존이 말했다. “반가웠습니다, 순경님.”

“있잖아요,” 해미시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장담컨대 저 사람이 입은 옷은 런던에서 맞춘 거예요. 난 요즘 은행 지점장들이 저렇게 비싼 옷을 입고 고지의 고급 호텔에서 휴가를 즐길 만큼 많이 번다고는 생각지 않거든요.”

“스코티시 앤드 제너럴은 권위 있는 은행이에요, 해미시. 왜 저 사람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죠?”

“저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한 적 없어요. 단지 저 사람이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해미시는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동시에 화도 치밀어 올랐다. “꿈도 크네요, 그거 알죠?” 그가 고약하게 말하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해미시는 마치 황새처럼 한쪽 다리로 바깥에 서서, 대체 자신에게 무슨 망령이 든 것일까 생각해 봤다. 그는 기념품 가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나지막이 “미안해요”라고 말하고서 랜드로버로 걸어갔다. _71∼72쪽

 

“뭐 나온 것 좀 없어요?” 해미시가 경사의 목소리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물었다.

맥그리거 경사는 반짝이는 책상 위를 우울하게 바라봤다. 그 위에는 소총 탄환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어린 소년 하나가 벤로스 등성이의 헤더 덤불 속에서 주운 것이었다. 정확히 해미시 맥베스가 총이 발사됐다고 진술했던 위치였고, 해미시가 전화를 걸어 오기 10분 전에 시노선 경찰서에 들어온 증거물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해미시에게 얘기해 봐야, 그건 더 많은 서류 작업을 의미할 뿐이었다. 그리고 어쨌든, 이것은 사슴 사냥용 소총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고 오래전부터 그곳에 놓여 있던 것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게다가 블레어 경감은 자신이 랜디 두건의 살인 사건을 해결했으니, 그 건은 이미 종결되었다는 점을 그에게 매우 강압적으로 강조했었다.

맥그리거 경사는 탄환을 들어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었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가 말했다. “그만 쉬어요.” _254~255쪽

 

데이비엇 총경은 벡이 두건을 살해한 것 같지 않다는 해미시의 관점에 관해 방금 전해 들은 참이었다. 그는 지금껏 모든 증거가 다른 쪽을 향하고 있음에도 매번 해미시의 판단이 옳았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해미시는 실종되었고, 탄환은 발견되었다.

그는 만에 하나라도 해미시 맥베스가 시체로 발견될 경우 퍼지게 될 추문을 생각하고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경찰 파일에서 찾아낸 해미시 맥베스의 공식 사진이 신문사에 배포되었다. 비상 대기 상태도 발령되었다. 해미시가 무전기 스위치를 꺼 버려서 무전기로도 그를 소환할 수가 없었다. _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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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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