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5) Death of an Addict (1999)
- 저자 M. C. 비턴 지음
- 총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 부제 마약 카르텔 살인 사건
- 역자 지여울
- ISBN 978-89-7275-847-1
- 출간일 2020년 05월 11일
- 사양 336쪽 | 118*180
- 정가 9,800원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 개암나뭇빛 눈동자, 훤칠한 키
직업은 야망 없는 시골 순경, 부업은 밀렵꾼
무사태평, 유유자적, 행방은 늘 ‘오리무중’인 로흐두 마을의 유일 공권력!
열다섯 번째 죽음 ― 마약 카르텔 살인 사건
● 15권 『중독자의 죽음』 줄거리
악의 소굴과도 같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스코틀랜드 고지도 더 이상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다. 로흐두 인근 글레넌스테이 마을에서 한 청년이 마약 과다 투여로 사망하고 만 것이다. 경찰 본부는 이 사건을 사고사로 처리하지만, 사망자의 유족은 살인 사건이라고 확신하고 ‘유능한 경찰’로 소문난 해미시 맥베스 순경을 찾아온다. 해미시는 본부 몰래 조용히 수사를 진행하려 하지만, 마약 밀매의 본거지라 여기고 엉뚱한 곳에 위장 취업을 하는가 하면, 대책도 없이 허세를 떨다가 마약 카르텔 수뇌부를 만날 지경에 처하는 등 유명세와 달리 헛발질만 연발한다. 뒤늦게 이 일을 보고받은 경찰 본부가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함정 수사를 계획하면서, 해미시는 졸지에 글래스고에서 파견 온 올리비아 체이터 경감, 일명 ‘강철 팬티’ 여사와 부부로 위장해 거물 마약상 행세를 하게 된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순경을 위험천만한 수사로 내몬 중독자의 죽음에 얽힌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 책 속으로
“앤절라, 사람들은 왜 마약을 할까요?”
“마약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해미시, 그런 당연한 일은 좀 잘 알고 있어야죠. 그리고 젊은 애들한테는 나쁜 짓이니 더욱 마음이 끌리는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약을 하면 결국 어떻게 되는지 다들 알잖아요.” 해미시가 이의를 제기했다. “엑스터시를 하다 죽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중독자들은 자기한테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특히 젊은 애들은 자기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니까요.” _20쪽
해미시는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 한 마디 한 마디를 머릿속에서 되새겨 보았다. 토미가 죽던 날, 그녀가 파텔 잡화점 밖에서 자신을 보고 얼마나 겁에 질린 듯 보였는지, 별장 부엌에서 건조대에 있는 채소를 보고 한마디 했더니 왜 저렇게 전에 없이 쏘아붙이면서 화를 냈는지 찬찬히 기억을 더듬었다.
문득 해미시는 몸을 바로 세우고 앉았다. 버섯이었다. 버섯에 대해 무슨 말을 들었더라? _92~93쪽
“머릿속에 자꾸만 검은 악마가 찾아와요. 퇴치 의식을 해 주세요.”
도미니카는 마침내 해미시의 손을 뿌리쳤다. “퇴마 의식이겠지. 이 시골 무지렁이 같으니라고.”
그녀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해미시를 쳐다보았다. 그의 한쪽 입가에서 침 한 줄기가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 침을 질질 흘리고 있잖아요.” 도미니카가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해미시는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손등으로 침을 쓱 문질러 닦았다.
“그 악마에 대해서는 남편한테 얘기하도록 해요.” 도미니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다시 일하러 가요.” _110쪽
“그리고 나는 바로 이런 작자하고 같이 일을 해야 한단 말이죠.” 올리비아가 피터르를 보고 말했다. “처음 해외에 나와 본 시골 촌놈하고요. 당장 스트래스베인에 전화를 걸어 이 작전을 전부 중지하는 편이 좋겠어요. 이 남자 말이에요.” 그녀가 한껏 경멸을 담아 엄지손가락으로 해미시를 가리켰다. “우리 모두의 목숨을 잃게 만들 거라고요.”
피터르는 애써 미소를 억눌렀다. 해미시가 그럴듯하게 꾸며 낸 거짓말을 늘어놓으리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가 진실 말고는 변명을 한 마디도 덧붙이지 않았다는 점에 피터르는 기분이 유쾌해졌다. 한편으로 그 역시 올리비아의 독재적인 태도가 못내 거슬리던 참이었다. 못되게 구는 여자 앞에서 남자들은 힘을 합해야 했다. 가엾은 올리비아. 올리비아가 남자였다면 피터르는 전적으로 그녀의 편을 들었을 것이었다. _223쪽
“자, 그럼 나는 이만 가 보겠네.” 데이비엇 총경이 짐짓 연극적인 태도로 황무지를 둘러보았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군.”
해미시는 돌아가는 총경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왜 그 많은 경찰 고위 간부들이 프리메이슨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게임을 좋아해서 그런 거였군요.”
“상관에게 예의를 지키세요.” 올리비아가 날카롭게 말했다.
“이 작전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가 지쳤다는 듯이 말했다.
올리비아는 불쑥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억눌렀다. 애초부터 자신이 이 작전 전체가 정신 나간 짓거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딱딱한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명령에 따라야 해요. 우리는 오늘 밤 래치스로 갑니다.” _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