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천국이며, 또한 지옥이다! 빈민가의 부랑아 토니와 미술계의 거장 프랭키의 운명적인 만남, 이들의 비극적인 사랑과 예술가적인 고뇌의 삶이 소설로 재현된다! 불멸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생애를 그린 본격 퀴어 팩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뒤틀린 몸, 괴기스러운 표정과 고통에 절규하는 몸부림….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본능과 고통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현하며 20세기 미술계의 거장으로 주목받아온 영국 출신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의 생애를 다룬 소설 『토니와 프랭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그의 실제 동성 애인이었던 모델 조지 다이어(George Dyer)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으로, 베이컨의 실제 삶과 작품 세계의 이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1987년 『신과 동등한 자』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던 알랭 압시르는 이 소설을 통해 프란시스 베이컨의 예술가적인 고뇌와 사랑을 그의 그림만큼이나 강렬하고 긴장감 넘치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 지은이 _ 알랭 압시르 Alain Absire 1950년에 태어난 알랭 압시르는 탐방기자 겸 에세이스트, 극작가, 연출자, 소설가이다. 현재까지 십여 권의 소설을 출간했으며, 1987년에는 『신과 동등한 자』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저서로는 『나자로』『깊은 잠』『운명의 결혼식』『비방』『술피시아』 등이 있다. 2004년에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성공한 미국여배우 진 세버그의 일생을 그린 『진 S』를 출간하였다. ■ 옮긴이 _ 양진성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3학기 수료했으며, 현재 불어, 영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서른 개의 관』『시계 종이 여덟 번 울릴 때』『초록 눈의 아가씨』『마약 수사원 빅토르』『칼리오스트로 백작 부인의 복수』『글로벌리아』『육체의 악마』『글로비쉬로 말하자』『체위의 역사』『과학 성공 답을 말한다』 등 40여 권이 있다.
■ 책 소개 『토니와 프랭키』는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자유롭게 써내려간 소설이다. 이 작품은 베이컨과 실제 그의 애인이었던 조지 다이어의 비극으로 치닫는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는 1998년 미국에서 <사랑은 악마 Love is the Devil>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되기도 했었다. 소설의 내용은 프랭키의 젊은 애인이었던 토니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 뒤 이를 회상하는 과거의 장면들을 마치 독백하듯 전개해나간다. 토니는 죽음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프랭키의 기억 속에서 그의 삶은 다시 섬세하게 복원되어지고 둘은 상상의 대화를 이어간다. 런던의 빈민가였던 이스트 앤드 출신의 토미, 그리고 미술계의 거장이었던 프랭키. 어느날 갑자기 운명처럼 다가온 이들의 사랑은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한다. 그러는 동안 프랭키는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어린 시절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려야 했던 토니를 통해 “인간 안에 억압되어 있는 수많은 소재”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자신의 화폭 속에 담아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토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괴물처럼 흉측하게 그리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죽음'을 통해 그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한다. 이 소설은 매 장면마다 마치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들을 생생하게 텍스트로 재현해놓은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토니와 프랭키라는 두 인물을 소설 속의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사랑했기 때문에 서로를 버릴 수 없었던 두 남자, 사랑 때문에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야 했던 이들의 관계는 지금까지 사회적 편견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았던 단순한 동성애의 코드를 넘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원초적인 욕망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와 함께 독자들은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예술 작품에 대한 세계와 예술에 대한 한 화가의 진지한 고뇌, 그리고 인간 삶의 역정을 만나게 된다. ■ 줄거리 런던, 소호의 어느 바. 이스트 앤드의 부랑자 토니는 세계적인 유명 화가 프랭키에게 접근한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토니는 곧 거장 프랭키가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 된다. 처음에는 토니도 모델 일을 좋아했지만 프랭키가 그려내는 파괴적인 이미지 때문에 둘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가고, 둘의 다툼은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만남과 싸움, 이별을 반복하면서 둘의 관계가 애증으로 발전하는 동안 프랭키는 토니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그림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을 한다. 프랭키는 토니를 통해 자신이 원했던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과 새로운 세계를 느끼게 되고, 마침내 캔버스 위에서 토니의 살가죽까지 단호하게 벗겨버린다. 프랭키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토니는 이 축제의 광기 안에서 프랭키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도 찾아내지 못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프랭키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의 흉측한 괴물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것에만 몰두해 있을 뿐이다. 프랭키는 전시회에서 토니를 훌륭한 모델이라며 두둔하지만, 토니는 프랭키 앞에서 너무 작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렇게 둘의 관계가 폭력적이고 위험하게 변하는 사이, 프랭키는 프랑스의 그랑 팔레에서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대규모 회고전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회고전이 있기 하루 전날 토니는 자신을 가두었던 프랭키로부터, 억압받는 현실의 삶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 본문 중에서 시간의 고통 속에는 부드러운 면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토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잔잔한 것을 그리려면 인생의 괴기스런 연극무대에도 출구야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까? 내가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아름다움이 악마 같은 존재라고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조건에서 사랑스런 그의 얼굴을 시커멓게 지워버리지 않고 대학살 장면 속에 다시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나는 사물이 가진 특정한 능력으로 그를 끊임없이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더 많은 특징을 부여함으로써 나는 안심할 수가 있었고, 내가 원하는 건 오로지 토니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63쪽) 이제 토니의 마지막 시간들이 내 눈앞을 스쳐간다. 난 불안해하며 그 시간들을 향해 다가선다. 비행기 안에서 토니는 파리가 좋다고 말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D-데이 이틀 전. 오를리 공항. 사진기자들이 앞다퉈 몰려들었다. 토니는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전시회 개막식날 저녁에도 그가 내 곁에 있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지 19일째……, 그동안 마약에도 손대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아무 느낌이 없었다. 강렬한 감정마저 빼앗긴 채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필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낯빛은 거무스름했고, 체중도 줄었고, 걸어다니기도 힘들어 보였다. 필도 병에 걸린 것이었다. 이제는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대고 있어도 그의 눈에서는 더 이상 빛이 나지 않았다. 토니를 생제르맹데프레에 혼자 놔두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 본문 중에서(223쪽) 어찌 보면 베이컨이야말로 가장 본능에 충실하고,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화가가 아닐까 싶다. 그의 그림이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보아야 서서히 이해되고 수긍이 가는 이유는 외면하고 싶은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에는 어떤 설명도, 평가도 구차하게 여겨진다. 화가는 그림으로만 말할 뿐.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