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에 쏟아진 찬사 ●
멜로즈 소설은 신랄한 명문과 짜릿한 재미로 이뤄진 영국 현대소설의 금자탑이다. _ 《이브닝 스탠더드》
소설 첫 줄부터 완전히 빠져들었다. 재치 있고 감동적인 소설이며 강렬한 사회 희극적 요소를 갖춘 작품이다. 나는 책을 덮고 울었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누설할 생각은 전혀 없다. _ 안토니아 프레이저, 《선데이 텔레그래프》
놀랍도록 신랄한 재치. 저자의 문장이 지닌 활기, 즉 보석 세공과 같은 글의 조탁과 도덕적 확신은 등장인물들이 희구하는 치유를 상징한다. 그만큼 좋은 글은 그 자체가 건강함의 척도이다. _ 《가디언》
헤로인 중독과 알코올 중독, 간통, 이 외에도 ‘자멸’이란 말은 가장 가볍고 완곡한 표현일 정도로 파멸적인 다양한 행동의 파도를 넘나드는 항해, 그 출발점이 된 비참한 항구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선원의 항해도와 같은 소설, 이것이 바로 패트릭 멜로즈의 이야기다. 이 시대를 그리는 가장 통찰력 있는 소설, 세련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놀랍다. _ 프랜신 프로즈, 《뉴욕 타임스》
유머와 비애, 날카로운 비판, 고통, 기쁨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온갖 감정이 녹아 있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은 21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저자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다. _ 앨리스 세볼드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프루스트처럼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다. 제정신이라면 아무도 그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을 테지만 그곳은 실재하는 생생한 세계, 유쾌하고 위험하게 공허한 세계처럼 느껴진다. 소설의 장래성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다면 세인트 오빈을 바라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_ 《헤럴드》
이 비범한 소설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계획은 끊임없이 탐구적인 자기 교정의 행위다. 이것은 이 소설의 긴박한 감정적 강도의 원천이며, 그 구성을 결정짓는 원칙이다. 뛰어난 사회 풍자적 요소가 있다고는 해도 이 시리즈는 현대의 방만한 희극적 소설보다는 고대의 압축적이고 의식적인 시극에 더 가깝다. 놀랍고 극적으로 재미있는 대하소설이다. _ 제임스 래스던, 《가디언》
오스카 와일드의 재치, 우드하우스의 명료함, 에벌린 워의 신랄한 풍자가 뭉친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_ 제이디 스미스, 《하퍼스》
아이러니가 아드레날린처럼 쓸고 지나간다. 패트릭은 이지력으로 자신의 곤경을 세련되고 명료하고 냉정하고 격언에 가까운 태도로 처리한다. 재치 있는 안식과 냉소적인 통찰, 문학적 재간으로 넘치는 소설이다. _ 피터 켐프, 《선데이 타임스》
세인트 오빈의 글이 가진 편안한 매력의 이면에는 맹렬하고 면밀한 지력이 있다. 인물 묘사에 동원되는 재치는 그것이 무의미한 귀족을 향하든 구제 불능의 마약 딜러를 향하든 감칠맛 나게 죽여준다. 세인트 오빈은 실의에 빠지고 지쳐 버린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분석할 때 완벽한 정신과 의사처럼 힘차고 신중하고 창의적이다. 이야기를 자아내는 능력으로 말하자면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나 독자를 매료시키는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_ 멜리사 캣술리스, 《타임스》
세인트 오빈은 감정의 혼돈과 고조된 감각의 혼란, 지적 노력의 위압적 모순을 강력하면서도 미묘하게 전달함으로써 치유에 가까운 짜릿한 효과를 창출한다. _ 프랜시스 윈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나이 먹은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가하는 잔인함에 대한 극도의 블랙 코미디. 증오에 차 있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서평을 쓰며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에 눈을 뜨게 되었다. 걸작이다! _ 바노라 베넷, 《타임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눈부시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멜로즈 소설들은 훌륭한 풍자 문학이다. _ 《심리학 매거진》
나는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패트릭 멜로즈 소설들을 정말로 좋아한다. 독자들에게 그의 전작을 지금 당장 읽으라고 권하는 바이다. _ 데이비드 니콜스(<패트릭 멜로즈> 드라마 각본가)
세인트 오빈은 한 가족 전원을 현미경 아래 놓고,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복잡한 특징들을 드러내 보인다. 서사시적이면서 개인적이고, 처참하면서 코믹한 그의 소설은 모두 걸작이다. _ 매기 오패럴(『내 손을 처음으로 잡은 손』 작가)
책 속으로 ●
“난 지금 딜레마에 처해 있어. 아주 난감한 딜레마지.” 얼은 다시 엄숙해졌다. “내 딸아이가 배구 국가대표 팀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내년에 아주 중요한 시합들을 줄줄이 치러야 한단 말이야. 빌어먹을, 그래서 대사로 가야 할지, 딸아이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네.”
“얼, 세상에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얼의 마음이 분명 흔들리는 듯했다. “그 충고, 고마워, 패디, 정말 고맙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얼은 콩코드를 타면 사람도 늘 ‘고급’을 만난다는 따위의 말을 했다. 공항 터미널에서 얼은 미국 시민들이 서는 줄로 가고 패트릭은 외국인 줄을 따라갔다.
“잘 가게, 친구, 또 보세!” 얼이 크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모든 이별은 작은 죽음이지.” 패트릭은 으르렁거리듯 혼잣말했다.
_「1」, 22~23쪽
패트릭은 이에 찢긴 아버지의 아랫입술 상처를 종잇조각처럼 죽 찢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패트릭은 그런 생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커튼 봉 위로 넘어가 달아났던 그 터무니없는 필요. 그건 아니야, 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패트릭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개자식.
패트릭은 악문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아버지더러 의식을 되찾으라고 주먹으로 관 옆을 쳤다. 인생의 영화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패트릭은 자세를 바로잡고 경멸의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그리도 지독히 슬픈 사람이었는데, 이젠 나도 슬픈 사람으로 만들려는군요.” 지나치게 감상적인 미국 사람 어투였다. 패트릭은 가식적으로 목이 메었다. “어유, 안되셨어.”
_「2」, 41쪽
패트릭이 헤로인에 대해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았고, 패트릭이 사랑에 대해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헤로인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 위험한 시간 낭비였다. 데비에게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마약에 대한 사랑이야. 자기는 세 번째란 걸 알아 둬.” 그렇게 쟁쟁한 경쟁 상대와 나란히 ‘메달권에 든 것’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_「4」, 65쪽
아, 이런, 또 시작이다. 끊임없는 목소리들. 혼자 하는 대화. 통제할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끔찍한 지껄임. 패트릭은 레드 와인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피터 오툴이 연기한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사막을 건너고 난 뒤의 갈증을 해소하려고 레모네이드를 마셨을 때처럼 열렬히.
“디저트에 관심 있으십니까, 손님?”
마침내 질문다운 질문을 하는 사람다운 사람이었지만 좀 별난 질문이었다. 어떻게 디저트에 ‘관심을 가진다’는 말인가? 일요일에 디저트를 찾아가 봐야 하나? 디저트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 아니면 먹이를 줘야 하나?
_「4」, 73쪽
“모성이 없는 여자는 뭘까?” 피에르가 느닷없이 날카롭게 말했다. “젖이 달린 가구지 뭐!”
“그럼!” 패트릭은 주사기에 새로 탄 약을 빨아들였다. 오싹한 코카인 주사를 한 번 더 맞고 평온이 시작되는 것을 뒤로 미루기보다는 피에르의 의학적 조언에 따라 한 걸음 물러서서 헤로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모든 건 잊어야 해. 부모님, 그 모든 불쾌한 일들. 독립된 개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새로 만들어 내야 해.”
_「6」, 109쪽
“하지만 지금은 자네 부친에게 심한 신경증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에디가 물었다.
“그렇게 말한들 뭐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누군가가 끼치는 영향이 파괴적이라면, 그 원인은 이론상의 호기심이 될 뿐이에요. 세상에는 아주 고약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을 아버지로 둔 자식에게는 참 애석한 일이죠.”
“난 그 시절엔 부모들이 자녀 양육법을 잘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자네 부친 세대의 부모들은 많은 경우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거야.”
“잔인은 사랑의 반대이지, 무슨 표현되지 않은 사랑의 변형은 아니죠.” 패트릭이 말했다. (…)
“아빠는 내 영웅이야.” 메리앤이 아버지에게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염병할, 지랄하네! 패트릭은 생각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하루 종일 뭘 할까, 〈브래디 번치〉 연속극 대본이라도 쓰나? 패트릭은 서로 격려해 주고,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남보다 자기들을 서로 더 귀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주는 행복한 가정을 증오했다. 그런 건 정말 역겨웠다.
_「11」, 197~200쪽
패트릭은 61번가에 이르렀을 때, 10분 이상 아버지와 단둘이 있으면서 항문을 침범당하거나, 매 맞거나, 모욕당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지난 14년 동안은 폭행과 모욕을 행사했지만, 그중 마지막 6년은 모욕만을 행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처했다.
너무 약해져서 자기 자식을 때릴 수 없는 노년의 비극. 그러니 아버지가 죽은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무례함마저 말년에 가까워지면서 시들해졌다. 아버지는 모든 반격을 물리치는 수단으로 역겨운 자기 연민의 말투를 차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문제는 정신 장애가 있다는 거예요.” 패트릭은 호텔 도어맨 옆을 휙 스쳐 지나갔다.
“불쌍한 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패트릭은 가상의 심장병 약통을 흔들어 주름지고 뒤틀린 손바닥에 알약을 꺼내 주며 중얼거렸다.
개자식.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되지!
아무것도 아니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런 생각은 당장 그만해! “당장!” 패트릭은 크게 소리 내어 말했다.
_「12」, 209쪽
패트릭은 만족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며 코를 긁적였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정말 지랄 나게 기분이 좋았다. 이런 걸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이건 사랑이야. 고향에 온 기분이야. 폭풍우에 시달리는 방랑의 세월을 끝내고 이타카에 온 기분이야. 패트릭은 맨 위 서랍에 주사기를 떨어뜨리고 휘청휘청 걸어가 침대에 길게 드러누웠다.
마침내 찾아든 평화. 반쯤 감긴 눈, 맞닿은 속눈썹. 마지못한 듯 접으며 천천히 퍼덕거리는 날개. 몸을 두드리는 펠트 해머, 연주되는 드럼에 떨어진 모래알처럼 춤추는 맥박. 이건 기억하지도 못하고 한시도 잊지 못하는 은둔 속에 사라지는 숨을 느리고 긴 호흡으로 배출하는 사랑이요 독이다.
_「14」, 242쪽
지은이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Edward St Aubyn ●
1960년 영국 런던의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부터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웨스트민스터 사립학교를 거쳐 옥스퍼드 대학에 간 그는 늘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약물에 중독되어 피폐한 청년기를 보내고 스물다섯 살에 자살을 시도한다. 그로 인한 치료의 한 방편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 그 결실로 『괜찮아』(1992)『나쁜 소식』(1992)『일말의 희망』(1994)『모유』(2005)『마침내』(2012)로 이루어진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을 써낸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데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작가로서 현실과 허구의 분리가 불가능한 이 소설 속 불행한 가족에 대해 쓰면서 스스로 해방감과 구원되는 기쁨을 갖는다. 『모유』가 맨부커상 최종심에 오르면서 문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하여 『괜찮아』는 베티트래스크 문학상을, 『모유』는 페미나상을 수상한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출구에 대한 단서』, 가디언 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끄트머리에서』와 우드하우스상을 받은 『할 말을 잃음』 등이 있다.
옮긴이 공진호 ●
뉴욕시립대학에서 영문학과 창작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스콧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하퍼 리의 『파수꾼』, 이디스 그로스먼의 『번역 예찬』,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세계 여성 시인선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에드거 앨런 포 시선 : 꿈속의 꿈』, 『안나 드 노아이유 시선 : 사랑 사랑 뱅뱅』, 『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 『월트 휘트먼 시선 : 오 캡틴! 마이 캡틴!』, E. L. 닥터로의 『빌리 배스게이트』,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던바』 등이 있다.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눈부시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킨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영국 상류층 가정의 빛바랜 도덕관과 관습, 계급 의식, 학대와 중독에 대한 이야기가 절제된 언어와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려진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의 두 번째 작품 『나쁜 소식』(1992)이 『괜찮아』에 이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은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무려 20년에 걸쳐 쓰인 소설로, 주인공 패트릭의 다섯 살 때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의 극적인 인생을 다루고 있다. 패트릭 멜로즈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끔찍한 학대와 상처, 그 불우한 기억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1권 『괜찮아』(1992) - 1960년대 프랑스 남부 지방의 나른한 오후, 평온함을 깨고 세상이 두 동강 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다섯 살 패트릭에게 일어난다.
2권 『나쁜 소식』(1992) - 패트릭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에 중독된 20대를 보내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나쁜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시신을 수습하러 간다.
3권 『일말의 희망』(1994) - 악몽 같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 시달리던 서른 살의 패트릭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진실을 털어놓기로 마음먹는다.
4권 『모유』(2005) - 세월이 흘러 2000년대 영국,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된 패트릭은 자신이 나쁜 아버지가 될까 봐 늘 불안하다.
5권 『마침내』(2012) - 2012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40대의 패트릭은 드디어 어린 시절의 불우한 기억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받는다.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은 ‘유머와 비애, 날카로운 비판, 고통, 기쁨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온갖 감정이 녹아 있는 21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신랄한 명문과 짜릿한 재미가 있는 영국 현대소설의 금자탑이다’, ‘인생에 대한 인도적 고찰을 담은 책으로, 영국 소설의 백미다’ 등의 찬사를 받으며 세계문학사에서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이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영국 소설가’,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 ‘오스카 와일드의 재치, 우드하우스의 명료함, 에벌린 워의 신랄한 풍자까지, 그 모두를 풍미하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아울러 『괜찮아』는 젊은 작가의 첫 작품에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인 베티트래스크 문학상을 수상했고, 『모유』는 페미나상을 수상했으며 맨부커상 최종심 후보작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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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을 들어가면서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첫 번째 작품 『괜찮아』는 1960년대 프랑스 남부 멜로즈 일가의 대저택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 그려졌다. 다섯 살 패트릭은 이날, 아버지 데이비드 멜로즈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한다. 이번에 출간하는 두 번째 작품 『나쁜 소식』에서는 어린 시절의 그 불우한 기억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청년기 패트릭의 모습이 펼쳐진다. ‘퉁명스럽고 심술궂은 10대를 보내고 이제 마약으로 머리가 곤죽이 된 스물두 살의 청년’(44쪽) 패트릭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나쁜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유해를 가지러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간다.
1권과 마찬가지로 2권에서도 단 하루, 1980년대 뉴욕에서 24시간 동안의 모습만을 보여 준다. 20대 패트릭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의 24시간은 온통 마약으로 가득 차 있다. 패트릭은 고통의 원인인 아버지가 사라졌으니 이제 더 이상 약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그러나 습관성 마약에 빠져든 그가 약을 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는 다시 약을 하게 되고, 그 약물 반응에 대한 해부라고 할 정도의 이야기가 책 한 권에 걸쳐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된다.
내용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려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우아한 플레이보이, 패트릭 멜로즈의 파란한 삶
‘아버지가 죽은 게 나쁜 소식이라고?
거리에 나가 춤이라도 추고 싶을 지경인데?’
패트릭은 갑작스럽게 날아든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슬프기보다 기분이 나쁘다. ‘아버지가 또 나를 기만하다니. 참을 수 없다. 그 개자식이 나의 아주 오래된 공포와 강제된 존경을 이빨 빠진 따분한 노인에게 되돌려 줄 기회마저 박탈했다’(26쪽)라고 느낀다.
스물두 살의 패트릭은 육체적으로 아버지보다 건장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얽매인 상황이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도 아버지의 피아노 연주 소리를 환청으로 들을 정도로, 불안정한 마음과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의 패트릭은 아버지에게 ‘그 일’을 당하는 동안, 자신이 정확히 무슨 일을 당하는지를 몰랐다. 견딜 수 없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천장의 도마뱀붙이에 자신을 이입하여 상상으로 그 상황에서 탈피하려 했다. 하지만 학대는 패트릭이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이어졌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해 따로 살게 되면서 끝났다. 패트릭은 성장하여 ‘그 일’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를 절절히 느끼며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약물을 택했다.
마약에 취한 패트릭은 의식의 분열을 통해 수십 명의 인격을 ‘강박적으로 흉내’ 낸다(7장). 그가 연기하는 이 수많은 인격 중에는 옛 지인이나 레스토랑에서 만난 뚱뚱한 남자, 웨이터 등 그의 주변에 실재한 인물들도 있지만 클레오파트라나 훈족의 아틸라왕 같은 역사 속 인물도 있고, 영화 <스타트렉>의 등장인물, 셰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 인물들도 있다. 이는 패트릭이 약물에 취하고 깨어나고 하는 생활 중에도 ‘스스로 무식하다는 공포에 몰린 나머지 어려운 책 또는 심지어 독창적이고 영향력이 큰 책을 정복하겠다(이것은 아버지 데이비드에 의한 강박적 학습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아 체득한 것이기도 하다)는 결심’(74쪽)을 한 결과로써, 그는 알베르 카뮈와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 문학 비평서나 철학서, 역사서 등을 늘 가지고 다닌다.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러 뉴욕으로 온 패트릭은 이곳에서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겉으로는 데이비드 멜로즈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만 실상은 잘난 체하고 자기 자랑 하기에 급급하다. 위선에 가득 찬, 오만하고 거만한 영국 상류층 남자의 본색이 낱낱이 드러나는데, 세인트 오빈은 이를 재치 있고 위트 있으면서도 신랄한 언어로 묘사한다. 이는 패트릭이 비행기에서 만난 얼이라는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첫 장면에서부터 잘 나타난다. 얼은 “콩코드를 타면 사람도 늘 ‘고급’을 만난다”는 등의 말을 하며 패트릭과 나눈 대화에 나름의 예의를 보이는데, 패트릭은 속으로 ‘콩코드를 타서 비행시간이 단축된 덕분에 얼과의 이런 대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기쁘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세인트 오빈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때론 위트와 유머를 더하여 오히려 인간적인 비애나 절망을 초월하게 함으로써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1권 『괜찮아』가 ‘잔인’과 ‘학대’에 관한 이야기라면 2권 『나쁜 소식』은 그 ‘잔인’과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와 기억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지독한 ‘중독’의 이야기이다. 패트릭의 인생 전반을 지배한 ‘주적主敵’인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나 패트릭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고, 이야기는 3권 『일말의 희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