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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식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2) Bad News (1992)

  • 저자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 총서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 역자 공진호
  • ISBN 978-89-7275-885-3
  • 출간일 2018년 06월 27일
  • 사양 268쪽 | 130*207
  • 정가 12,000원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눈부시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킨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려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우아한 플레이보이, 패트릭 멜로즈의 파란한 삶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에 쏟아진 찬사 ●
 
멜로즈 소설은 신랄한 명문과 짜릿한 재미로 이뤄진 영국 현대소설의 금자탑이다. _ 《이브닝 스탠더드》 
 
소설 첫 줄부터 완전히 빠져들었다. 재치 있고 감동적인 소설이며 강렬한 사회 희극적 요소를 갖춘 작품이다. 나는 책을 덮고 울었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누설할 생각은 전혀 없다. _ 안토니아 프레이저, 《선데이 텔레그래프》
 
놀랍도록 신랄한 재치. 저자의 문장이 지닌 활기, 즉 보석 세공과 같은 글의 조탁과 도덕적 확신은 등장인물들이 희구하는 치유를 상징한다. 그만큼 좋은 글은 그 자체가 건강함의 척도이다. _ 《가디언》
 
헤로인 중독과 알코올 중독, 간통, 이 외에도 ‘자멸’이란 말은 가장 가볍고 완곡한 표현일 정도로 파멸적인 다양한 행동의 파도를 넘나드는 항해, 그 출발점이 된 비참한 항구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선원의 항해도와 같은 소설, 이것이 바로 패트릭 멜로즈의 이야기다. 이 시대를 그리는 가장 통찰력 있는 소설, 세련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놀랍다. _ 프랜신 프로즈, 《뉴욕 타임스》
 
유머와 비애, 날카로운 비판, 고통, 기쁨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온갖 감정이 녹아 있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은 21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저자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다. _ 앨리스 세볼드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프루스트처럼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다. 제정신이라면 아무도 그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을 테지만 그곳은 실재하는 생생한 세계, 유쾌하고 위험하게 공허한 세계처럼 느껴진다. 소설의 장래성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다면 세인트 오빈을 바라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_ 《헤럴드》
 
이 비범한 소설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계획은 끊임없이 탐구적인 자기 교정의 행위다. 이것은 이 소설의 긴박한 감정적 강도의 원천이며, 그 구성을 결정짓는 원칙이다. 뛰어난 사회 풍자적 요소가 있다고는 해도 이 시리즈는 현대의 방만한 희극적 소설보다는 고대의 압축적이고 의식적인 시극에 더 가깝다. 놀랍고 극적으로 재미있는 대하소설이다. _ 제임스 래스던, 《가디언》
 
오스카 와일드의 재치, 우드하우스의 명료함, 에벌린 워의 신랄한 풍자가 뭉친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_ 제이디 스미스, 《하퍼스》
 
아이러니가 아드레날린처럼 쓸고 지나간다. 패트릭은 이지력으로 자신의 곤경을 세련되고 명료하고 냉정하고 격언에 가까운 태도로 처리한다. 재치 있는 안식과 냉소적인 통찰, 문학적 재간으로 넘치는 소설이다. _ 피터 켐프, 《선데이 타임스》
 
세인트 오빈의 글이 가진 편안한 매력의 이면에는 맹렬하고 면밀한 지력이 있다. 인물 묘사에 동원되는 재치는 그것이 무의미한 귀족을 향하든 구제 불능의 마약 딜러를 향하든 감칠맛 나게 죽여준다. 세인트 오빈은 실의에 빠지고 지쳐 버린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분석할 때 완벽한 정신과 의사처럼 힘차고 신중하고 창의적이다. 이야기를 자아내는 능력으로 말하자면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나 독자를 매료시키는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_ 멜리사 캣술리스, 《타임스》
 
세인트 오빈은 감정의 혼돈과 고조된 감각의 혼란, 지적 노력의 위압적 모순을 강력하면서도 미묘하게 전달함으로써 치유에 가까운 짜릿한 효과를 창출한다. _ 프랜시스 윈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나이 먹은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가하는 잔인함에 대한 극도의 블랙 코미디. 증오에 차 있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서평을 쓰며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에 눈을 뜨게 되었다. 걸작이다! _ 바노라 베넷, 《타임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눈부시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멜로즈 소설들은 훌륭한 풍자 문학이다. _ 《심리학 매거진》
 
나는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패트릭 멜로즈 소설들을 정말로 좋아한다. 독자들에게 그의 전작을 지금 당장 읽으라고 권하는 바이다. _ 데이비드 니콜스(<패트릭 멜로즈> 드라마 각본가)
 
세인트 오빈은 한 가족 전원을 현미경 아래 놓고,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복잡한 특징들을 드러내 보인다. 서사시적이면서 개인적이고, 처참하면서 코믹한 그의 소설은 모두 걸작이다. _ 매기 오패럴(『내 손을 처음으로 잡은 손』 작가)
 
 
 
 
책 속으로 ●
 

“난 지금 딜레마에 처해 있어. 아주 난감한 딜레마지.” 얼은 다시 엄숙해졌다. “내 딸아이가 배구 국가대표 팀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내년에 아주 중요한 시합들을 줄줄이 치러야 한단 말이야. 빌어먹을, 그래서 대사로 가야 할지, 딸아이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네.” 
“얼, 세상에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얼의 마음이 분명 흔들리는 듯했다. “그 충고, 고마워, 패디, 정말 고맙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얼은 콩코드를 타면 사람도 늘 ‘고급’을 만난다는 따위의 말을 했다. 공항 터미널에서 얼은 미국 시민들이 서는 줄로 가고 패트릭은 외국인 줄을 따라갔다. 
“잘 가게, 친구, 또 보세!” 얼이 크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모든 이별은 작은 죽음이지.” 패트릭은 으르렁거리듯 혼잣말했다. 
_「1」, 22~23쪽

 

패트릭은 이에 찢긴 아버지의 아랫입술 상처를 종잇조각처럼 죽 찢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패트릭은 그런 생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커튼 봉 위로 넘어가 달아났던 그 터무니없는 필요. 그건 아니야, 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패트릭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개자식. 
패트릭은 악문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아버지더러 의식을 되찾으라고 주먹으로 관 옆을 쳤다. 인생의 영화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패트릭은 자세를 바로잡고 경멸의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그리도 지독히 슬픈 사람이었는데, 이젠 나도 슬픈 사람으로 만들려는군요.” 지나치게 감상적인 미국 사람 어투였다. 패트릭은 가식적으로 목이 메었다. “어유, 안되셨어.” 
_「2」, 41쪽

 

패트릭이 헤로인에 대해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았고, 패트릭이 사랑에 대해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헤로인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 위험한 시간 낭비였다. 데비에게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마약에 대한 사랑이야. 자기는 세 번째란 걸 알아 둬.” 그렇게 쟁쟁한 경쟁 상대와 나란히 ‘메달권에 든 것’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_「4」, 65쪽

 

아, 이런, 또 시작이다. 끊임없는 목소리들. 혼자 하는 대화. 통제할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끔찍한 지껄임. 패트릭은 레드 와인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피터 오툴이 연기한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사막을 건너고 난 뒤의 갈증을 해소하려고 레모네이드를 마셨을 때처럼 열렬히. 
“디저트에 관심 있으십니까, 손님?” 
마침내 질문다운 질문을 하는 사람다운 사람이었지만 좀 별난 질문이었다. 어떻게 디저트에 ‘관심을 가진다’는 말인가? 일요일에 디저트를 찾아가 봐야 하나? 디저트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 아니면 먹이를 줘야 하나? 
_「4」, 73쪽

 

“모성이 없는 여자는 뭘까?” 피에르가 느닷없이 날카롭게 말했다. “젖이 달린 가구지 뭐!”
“그럼!” 패트릭은 주사기에 새로 탄 약을 빨아들였다. 오싹한 코카인 주사를 한 번 더 맞고 평온이 시작되는 것을 뒤로 미루기보다는 피에르의 의학적 조언에 따라 한 걸음 물러서서 헤로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모든 건 잊어야 해. 부모님, 그 모든 불쾌한 일들. 독립된 개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새로 만들어 내야 해.”
_「6」, 109쪽

 

“하지만 지금은 자네 부친에게 심한 신경증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에디가 물었다. 
“그렇게 말한들 뭐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누군가가 끼치는 영향이 파괴적이라면, 그 원인은 이론상의 호기심이 될 뿐이에요. 세상에는 아주 고약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을 아버지로 둔 자식에게는 참 애석한 일이죠.” 
“난 그 시절엔 부모들이 자녀 양육법을 잘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자네 부친 세대의 부모들은 많은 경우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거야.” 
“잔인은 사랑의 반대이지, 무슨 표현되지 않은 사랑의 변형은 아니죠.” 패트릭이 말했다. (…)
“아빠는 내 영웅이야.” 메리앤이 아버지에게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염병할, 지랄하네! 패트릭은 생각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하루 종일 뭘 할까, 〈브래디 번치〉 연속극 대본이라도 쓰나? 패트릭은 서로 격려해 주고,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남보다 자기들을 서로 더 귀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주는 행복한 가정을 증오했다. 그런 건 정말 역겨웠다.  
_「11」, 197~200쪽

 

패트릭은 61번가에 이르렀을 때, 10분 이상 아버지와 단둘이 있으면서 항문을 침범당하거나, 매 맞거나, 모욕당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지난 14년 동안은 폭행과 모욕을 행사했지만, 그중 마지막 6년은 모욕만을 행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처했다. 
너무 약해져서 자기 자식을 때릴 수 없는 노년의 비극. 그러니 아버지가 죽은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무례함마저 말년에 가까워지면서 시들해졌다. 아버지는 모든 반격을 물리치는 수단으로 역겨운 자기 연민의 말투를 차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문제는 정신 장애가 있다는 거예요.” 패트릭은 호텔 도어맨 옆을 휙 스쳐 지나갔다. 
“불쌍한 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패트릭은 가상의 심장병 약통을 흔들어 주름지고 뒤틀린 손바닥에 알약을 꺼내 주며 중얼거렸다. 
개자식.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되지! 
아무것도 아니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런 생각은 당장 그만해! “당장!” 패트릭은 크게 소리 내어 말했다. 
_「12」, 209쪽

 

패트릭은 만족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며 코를 긁적였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정말 지랄 나게 기분이 좋았다. 이런 걸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이건 사랑이야. 고향에 온 기분이야. 폭풍우에 시달리는 방랑의 세월을 끝내고 이타카에 온 기분이야. 패트릭은 맨 위 서랍에 주사기를 떨어뜨리고 휘청휘청 걸어가 침대에 길게 드러누웠다. 
마침내 찾아든 평화. 반쯤 감긴 눈, 맞닿은 속눈썹. 마지못한 듯 접으며 천천히 퍼덕거리는 날개. 몸을 두드리는 펠트 해머, 연주되는 드럼에 떨어진 모래알처럼 춤추는 맥박. 이건 기억하지도 못하고 한시도 잊지 못하는 은둔 속에 사라지는 숨을 느리고 긴 호흡으로 배출하는 사랑이요 독이다. 
_「14」,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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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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