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마주 앉아 현실을 직면하는 순간,
삶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아한 연인』 『모스크바의 신사』 『링컨 하이웨이』 세 권의 장편소설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에이모 토울스의 신간 『테이블 포 투』를 현대문학에서 출간한다. 단편소설 여섯 편과 중편소설 한 편을 엮은 그의 첫 소설집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를 무대로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삶의 흥미로운 순간들을 담아냈다. 이 이야기들은 독자의 모든 예상과 상상을 무너뜨리며 반전의 쾌감을 선사한다. 토울스만이 그려낼 수 있는 시대에 대한 깊은 인식, 사람에 대한 믿음이 구성해놓은 이야기꾼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은 그의 지난 십여 년의 삶에 대한 통찰의 결과물이며 그만의 문학적 개성과 품격이 응축된 중단편소설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밀레니엄 전후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단편에서는 낯선 만남과 기묘한 인연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같은 길 위에서 다른 생각을 품은 부부의 이주(「줄 서기」), 대문호의 서명을 모방하는 작가 지망생의 위험천만한 거래(「티모시 투쳇의 발라드」), 끈질긴 선의 끝에서 마주한 구원에 대한 질문(「아스타 루에고」), 모든 관계를 파국에 이르게 한 배신과 선의의 거짓말들(「나는 살아남으리라」),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불법 녹음한 노인과의 팽팽한 실랑이(「밀조업자」), 르네상스 작품의 마지막 조각을 쫓는 전직 경매사의 집요한 추적(「디도메니코 조각」)을 이야기한다. 예기치 않은 만남은 이들의 삶을 조금씩 비틀고, 욕망과 양심, 관계의 회복과 파괴를 따라 이야기는 정밀하게 흐른다. 사건이 휘몰아치며 열띤 대화가 오가는 순간에도, 그들의 언행에는 인간을 향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배어 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여섯 편은 마치 ‘크레셴도의 거장’이 연주하는 공연 같다.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중편 「할리우드의 이브」는 『우아한 연인』의 이블린 로스가 뉴욕을 떠나 고향 인디애나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불현듯 목적지를 바꾸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1938년, 할리우드의 황금기로 향한다. 그곳에서 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런드를 만나고 함께 베버리힐스 호텔과 영화제작사를 누비며 날렵하고 수수께끼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계 거물들이 오가는 세계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한 편의 영화처럼 연출해간다. 그렇게 할리우드 스타, 대중에게 잊혀져가는 왕년의 배우, 스턴트맨 지망생, 은퇴한 경찰과 한 팀이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 비화 속으로 들어간다. 진귀한 것들이 언제나 눈에 띄는 곳에 숨겨져 있는 특이한 장소, 할리우드. 그곳에서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느와르가 탄생한다. 그렇게 에이모 토울스는 피츠제럴드의 우아함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날카로움 사이에서 과감한 변주와 품격 있는 도약을 보여준다.
뉴욕
줄 서기
티모시 투쳇의 발라드
아스타 루에고
나는 살아남으리라
밀조업자
디도메니코 조각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이브
작가의 말
에이모 토울스 Amor Towles
미국 보스턴 출신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썼던 프로젝트 단편소설 「기쁨의 유혹」이 《파리 리뷰》 1989년 겨울 호에 실리는 등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그는 금융업으로 진로를 결정한다. 투자 전문가로 20년 동안 일하는 중에도 여러 매체에 종종 기고했다. 7년을 준비한 소설이 있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서랍에 봉인했고, 40대 후반에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의 뉴욕을 그린 데뷔작 『우아한 연인』(2011)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토울스는 20세기 전반부를 주된 문학적 배경으로 삼는다. 정교한 시대 묘사로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와 향유하면서,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허구의 세계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두 번째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2016)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의 소비에트 러시아, 한 호텔에 감금된 백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었으며, 3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특수한 상황하의 인간 조건을 살피는 데 탁월한 토울스는 세 번째 장편소설 『링컨 하이웨이』(2021)에서 삶의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문턱에 선 소년을 특유의 작가적 시선 아래에 두고, 소년의 생애 중 1954년 6월의 어느 열흘을 섬세하게 더듬어간다. 시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람을 향한 굳건한 믿음, 이야기꾼의 기발한 상상력은 다시 한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는 현재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맨해튼에 살고 있다.
옮긴이 김승욱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고양이에 대하여』, 루크 라인하트의 『침략자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존 르 카레의 『완벽한 스파이』,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주제 사라마구의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도플갱어』, 패트릭 맥케이브의 『푸줏간 소년』, 에단 호크의 『완전한 구원』 등 다수의 문학 작품이 있다.
테이블을 두고 마주한 이들의 대화는 삶에 조용한 불꽃을 지피며 새로운 방향으로 그들의 삶을 이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우정 어린 응원이 될 위트와 세련미가 담긴 이야기의 향연인 이 소설집은 각 편이 전부 빼어날 뿐 아니라 한 조각도 헛되이 쓰이지 않은 완성미를 추구한 그의 문학관을 집약한 결정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다 모은 뒤, 대부분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족이나 낯선 사람 두 명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서 자기 삶에 나타난 새로운 사실과 직면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작품들을 쓸 때는 그 점을 의식하지 못했으나, 틀림없이 2인용 테이블에서 나눈 단 한 번의 대화로 인생이 크게 변할 때가 많다는 제 잠재의식 속 확신이 낳은 결과일 겁니다.” _「작가의 말」
에이모 토울스는 장르와 형식, 주제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매번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작가다. 『우아한 연인』의 세련된 뉴욕 사회, 『모스크바의 신사』의 세상을 아릅답게 바꾸게 한 연금 공간, 『링컨 하이웨이』의 역동적인 횡단 여행에 이르기까지, 그는 각기 다른 무대와 리듬으로 인물들의 빛나는 서사를 완성해왔다. 이번 소설집 『테이블 포 투』에서도 감정의 농도와 장르적 외연을 섬세하게 확장하며, 노련한 작가만이 감행할 수 있는 변화의 미학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